만약 누군가 당신의 집으로 와서 죽이려고 한다면? 아마 경찰을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경찰마저 이를 외면한다면? 그냥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거나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영화 ‘더 퍼지(The Purge)’는 이러한 이야기를 묘사한 영화다.
2022년 미국은 실업률과 범죄율은 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잔인한 진실이 존재한다. 1년에 단 하루 일명 ‘숙청의 날’이라 불리는 이날 12시간동안 살인이나 다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정부가 시민들에게 참여를 권장하기까지 하는 ‘성스러운’ 행사다.
보안시스템을 팔러 다니는 평범한 샐러리맨 제임스 샌딘(에단호크 분)은 지금까지 항상 ‘숙청의 날’ 행사에 참가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첨단 보안시스템이 작동하는 집에서 가족들과 안전하게 있으려고 한다. 하지만 딸 조이(애드레이드 케인 분)의 남자친구 헨리(토니 올러 분)가 숨어 들어오고 숙청대상자(에드윈 호지 분)가 샌딘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상황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샌딘이 자신을 남자친구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으로 쏘지만 오히려 자신이 총에 맞아 죽는다. 게다가 숙청대상자를 쫓던 학살자들이 샌딘의 집에 들어간 것을 알고 당장 대상자를 내놓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영화에서 헨리가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있고 총을 든 살인귀들이 와있지만 아무도 도우러 와주지 않는다. 공권력은 이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난사로 사람이 죽는 곳이 미국이다. 지난해 12월 코네티컷 주 샌디훅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20명을 포함한 26명이 사망했다. 범인은 자신의 아버지까지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지난 4월 미국의 일부 의원들은 총기규제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현실을 외면하는 영화 속 공권력이나 의회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영화속 학살자들은 신들이 ‘숙청의 날’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폭력적인 쾌락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영혼을 ‘정화’시키기 위해서이고 ‘돈 많은 상류사회 사람’이며 당연한 ‘권리’ 라고 말한다.
조금만 비틀어보면 미국인들의 신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총이라는 것은 미국인들의 삶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삶의 일부분이다. 수정헌법 2조를 보면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총기소유의 자유가 인간의 당연한 권리이고 돈만 있으면 마음대로 총을 구입할 수 있고 마음대로 쏴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영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