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그래도] 지적 탐구, 은혜 체험… 지나온 길 다를지라도 구하는 자 영원한 삶으로
<20> 무신론에서 유신론으로
이명희2026. 3. 4. 03:30
게티이미지뱅크
“무신론이야말로 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자연스레 도달하는 안식처라고 나는 믿게 되었다. 나는 종교를 과학 발달에 의해 망상으로 드러난 과거의 해로운 유물로 생각했다. 1961년 4월 우주로 여행한 최초의 인간 유리 가가린이 그 위에는 어떤 하나님의 흔적도 없다고 빈정거렸다는데, 그의 말이 옳았다.… 하나님은 사람을 안심시키려고 만든 위조품이고, 비합리적 희망과 가련한 열망에서 튀어나온 하나의 망상이었다.”
21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석학으로 꼽히는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저서 ‘지성적 회심’에서 10대 학창시절 종교를 ‘민중의 아편’으로 규정한 카를 마르크스의 주장에 동조하고 신의 존재를 부정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신을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환상’으로 규정하며 인류가 유아기적 의존성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맥그래스는 “기독교를 받아들임으로써 정당함을 인정받고 싶은 나의 자기애적인 갈망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며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나는 하나님이 존재하길 원치 않았으며 내가 내 인생을 주관하기를 원했고, 나는 모든 초월적 권위를 자기몰입과 자기규제에 빠진 나의 세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무신론에서 기독교로 회심한 것은 과학 철학 신학 등 철저한 지적 탐구를 기반으로 했음을 강조한다.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양자역학과 과학철학을 공부하면서 우리의 복잡한 세계를 탐구하고 묘사하는 타당한 방식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조사 방법에 의해 밝혀진 자연”이라는 양자역학의 선구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주장에 동조했다.
철학적 논증이나 과학적 탐구에 의한 회심
신의 존재는 나약한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며 진화론 등 과학 지식을 핑계로, 또는 하나님이 내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실 때 신의 존재를 의심하며 무신론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있다. 맥그래스처럼 지성적인 탐구를 통해 회심하거나 개인적인 체험, 철학적 논증 등을 통해 무신론에서 유신론으로 돌아선 이들도 많다.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인 CS 루이스도 젊은 시절 철저한 무신론자였다. 그러나 동료인 JRR 톨킨과의 대화와 지적인 탐구 끝에 ‘영국에서 가장 회심하기 싫어했던 회심자’라 자처하며 기독교로 돌아섰다. 그는 “나는 해가 떴다는 것을 믿듯이 기독교를 믿는다. 그것을 눈으로 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에 의해 다른 모든 것을 보기 때문이다”라고 고백했다. 루이스는 절대적인 선과 악의 기준이 존재하려면 초월적 존재가 필요하다는 논거를 제시한다. “내게 도덕적 감각(정의감)이 있다는 것은 이 우주가 단순히 무의미한 원자의 충돌이 아니라는 증거다.”
GK 체스터턴 역시 청년기 무신론과 불가지론에 빠졌지만 세상의 모순을 해결하는 답을 가톨릭 신앙에서 찾으며 회귀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무신론 철학자 중 한 명이자 50년간 무신론의 교황이라 불린 앤서니 플루는 노년에 ‘신은 존재한다(There is a God)’라고 선언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현대 DNA의 복잡한 정보체계가 지성적 존재 또는 설계자 없이 우연히 생길 확률은 거의 제로란 점을 유신론의 근거로 들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세계적인 유전학자인 프랜시스 콜린스도 청년 시절 무신론자였다. 그러나 의사로 일하며 환자들의 신앙과 자연의 질서를 목격한 후 기독교인이 됐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소스코드(설계도)가 있다면 그것을 짠 프로그래머가 있듯이 30억 개의 염기 서열로 이루어진 인간 게놈이라는 정교한 코드는 지성적인 존재(신)로부터 기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주의 미세 조정(Fine-tuning), 즉 우주가 탄생할 때 중력 상수, 전자기력, 원자핵의 결합 에너지 등 수많은 물리적 수치들이 단 10억분의 1만 달랐어도 별과 행성은 형성될 수 없었고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도 창조주의 손길을 인정한 근거다. 또한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자기 생존에 유리한 이기적 행동이 우선돼야 하지만, 인간은 이타심과 도덕적 양심을 갖고 있는데 이는 신이 인간의 마음속에 새겨놓은 ‘신의 지문’이라고 해석했다.
시카고 트리뷴지의 법조 기자 출신인 리 스트로벨도 철저한 무신론자였다. 아내의 개종을 막기 위해 성경의 허구성을 증명하려 역사학 고고학 의학 심리학 등 13명의 전문가를 찾아 취재에 나섰다가 오히려 역사적 증거들에 의해 예수의 존재와 부활을 믿게 되고 목사가 됐다.
실재적 임사 경험에 의한 회심
한 지인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며칠 뒤 돌아가신 아버지가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천국 보좌에 앉아 있는 꿈을 꿨다. 그 뒤로 그는 천국을 확신하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위로받았다고 한다.
초월적인 존재를 느끼거나 생사를 넘나드는 임사체험을 한 뒤 신의 존재를 확신하고 기독교로 회심하는 경우도 있다.
뇌과학자이자 의사인 이븐 알렉산더는 임사 경험을 한 뒤 ‘나는 천국을 보았다(Proof of Heaven)’를 출간해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하버드 의대에서 교수를 역임하고 25년 넘게 뇌 신경외과 전문의로 일하던 그는 사후 세계나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고 모든 의식은 뇌의 작용일 뿐이라고 믿었던 철저한 유물론자였다. 자신이 건강했을 때 환자들이 천국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면 믿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 그는 박테리아성 뇌막염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진다. 뇌사 상태에서 7일 동안 사후 세계를 경험했다. 의학적으로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라면 어떠한 환각이나 꿈도 꿀 수 없지만,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생생한 의식의 확장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내 남은 평생 노력한다 해도 내게 다가온 이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묘사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그래도 시도한다”고 했다.
순백색의 빛줄기들을 뿜어내고 빛줄기들은 여기저기에 황금색을 띠고 있고, 찬란하게 빛나고 생기가 넘치고, 황홀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세계로 그가 본 천국을 묘사했다. 그곳에서 그는 한 여성의 안내를 받으며 ‘근원적인 존재’를 만났다. 그는 “하나님, 창조주, 우주 만물을 있게 한 근원. 이 존재는 참으로 가까이에 있어서 나와 근원 사이에 일체의 틈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창조주의 무한한 광대함과 그에 비해 내가 얼마나 하잘것없이 작은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의사들이 생명 유지 장치를 멈추려던 시점인 뇌사 상태 7일 만에 그는 기적적으로 눈을 떴고 후유증 없이 완벽하게 회복했다.
죽음 직전에서 깨어난 이들이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이들 중 많은 이들은 살아있는 하나님을 증언한다.
성경 속 회심
성경에는 극적으로 회심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가장 극적이고 유명한 회심 사례는 사도 바울이다.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던 바리새인 사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의 음성을 듣고 회심했다. 이후 그는 바울로 이름을 바꾸고 사도로 변신해 신약성경의 절반 가까이 저술하고 복음을 전파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유대 사회에서 죄인 취급을 받던 로마의 세리장 삭개오는 예수를 보고 싶어 돌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갔고, 예수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집에 머물겠다고 하셨다. 삭개오는 이에 감동해 자신의 소유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남을 속여 뺏은 것은 4배로 갚겠다고 선언하며 물질 중심의 삶을 청산했다.
수가성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부도덕하다고 낙인찍혔던 인물이다. 대낮에 물을 길러 왔다가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예수는 그녀의 아픈 과거를 아시면서도 비난하지 않고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여인은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메시아를 만났다”고 전하며 복음의 전파자가 됐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양옆에 있던 범죄자 중 한 명인 강도는 죽음 직전 회개했다. 강도는 옆에서 고난받으시는 예수님의 거룩한 모습과 “저들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라는 기도를 듣고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 나를 기억하소서”라고 고백하며 죽기 직전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는 구원의 약속을 받았다. 예수와의 인격적인 만남 이후 삶의 양식과 태도가 변화됐다.
이명희 논설위원·종교전문기자 mheel@kmib.co.kr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60304033003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