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동안 목포에 다녀왔습니다.
만초님의 포스팅을 가이드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목포 여행의 1번 식사는 선경준치회집입니다.
비가 많이 왔습니다.
숙소가 목포대학교 도림캠퍼스 부근이라 200번 버스를 타고 목포역에서 1번버스로 환승을 해서
오후 4시 50분쯤 도착했습니다.
예약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 동네를 북항쪽 이라고 불렀습니다.
앞에 바다가 면해 있고,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침을 1인분씩 파는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목포 분들이 주로 즐기시는 식당인지,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즐기시는 식당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인이 여유있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그리 흔치는 않으므로, 식사를 하기 전 부터 식당에 대해 마음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어떤 남성분이 혼자 무침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즐거운 식사 뒤에 마음이 더 좋았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다 주세요하고 싶은 메뉴입니다.
거를 타선이 없습니다.
여행 계획 시작때는 5인이었는데,
2인으로 줄어버려, 메뉴를 정하는 동안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우선은, 준치회무침1인분과 병어찜2인분을 선택합니다.
술을 먹는게 우선이라는 핑계로 밥은 1개만.
나물 2종의 장 맛이 좋습니다. 맛난 장의 달고 짠 맛,
감태무침이 인상적입니다.
질기지 않고, 호로록 입에서 기분좋게 넘어가는데
고사리와 참나물과 달리 간을 세게 하지 않아 감태 향이 좋습니다.
여행기간 중 방문했던 목포 식당에서는 풀치조림을 기본으로 내어 주시는데,
풀치가 큽니다. 맛은 풀치가 아니라 그냥 갈치,
아무리 커도 풀치겠거니 하고 호기롭게 한 점 입에 통채로 넣었다가 도로뱉어 뼈를 추렸습니다.
갈치 특유의 단맛가득 이 찬으로만 소주 일병 이라고 입을 모아 말 합니다.
남쪽은 음식의 메인이 반찬이라 하는데, 맞습니다.
백 번 맞습니다.
이번 목포 식사에서 기억에 남는것 중 하나는 이 묵은 김치들.
분명 묵은김치인데, 아삭합니다.
젓갈이 잘삭아서 잘 절인 배추와 어우러져 숙성된 감칠맛과 향이 기가 막힙니다.
오른쪽 무 김치는 보기에 흐물거리는것 같은데 입에 들어가자 마자 아삭합니다.
개인적으로 전라도 김치는 제 입맛에 맞지 않아 그리 맛나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목포에서 맛 본 김치들은 맛있었습니다.
젓갈이 제 역할 톡톡히 한 김치.
병어조림, 조리가 다 되어 나옵니다.
데워먹는 부르스타는 없습니다.
국물을 떠 먹어 봅니다.
아.... 달고 텁텁합니다.
고사리 향이 나는 떡볶이 국물입니다.
잠시 고민하는 사이 준치회무침이 이어서 나옵니다.
우선 준치회를 맛 보고 병어조림을 먹기로 합니다.
먼저 1인분이라는데 놀랍니다.
1만원에 소주 1병, 첫잔은 소맥으로 맥주도 1병
그래도 2만원 입니다.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준치만 골라 맛 봅니다.
뼈가 많다는데, 전혀 느끼지 못 했습니다.
아, 준치가 이런 맛 이구나.
찰집니다, 달큰합니다.
양념이 준치 살 맛을 해치지 않게 잘 되었습니다.
먹고 뒤에 올라오는 매운맛이 좋습니다.
맵기는 맵지만 맵찔이들도 잘 먹을 매운 맛,
매운맛의 기준이 신라면이라면(옛날 신라면) 딱 그 맵기에 뒤가 없는 매운 맛.
식초가 과하지 않지만 준치 살맛의 감칠맛을 끌어올립니다.
오이가 많이 들어있는데, 준치의 식감과 어울립니다.
준치를 꼭꼭 씹어 넘기려는데 발효취가 있습니다.
신기합니다.
야채와 같이 먹을 때는 모르겠는데, 준치만 골라 먹으니 있습니다.
그게 또 싫지 않습니다.
사장님께 여쭤봤습니다.
글쎄요, 생선이니까 나는거 아닐까요,
궁금합니다 .궁금합니다.
해초로 끓인 된장국, 시원합니다. 입안에서 꺼끌거리며 씹히는 해초가 좋습니다.
시래기 말고 해초로 된장국을 끓일 생각을 못 해 봤을까 생각을 하며 국물을 떠 먹습니다. 해초류가 내는 시원한 맛.
맵삭한 회무침과 너무 잘 어울립니다.
전화가 옵니다.
5분쯤 식사를 머췄습니다.
입 안에 생강향이 납니다.
분명 회무침을 먹을 때는 생강향이 안 났는데 말입니다.
참기름과 깨소금을 큰 그릇에 함께 줍니다.
밥을 비비라는 뜻,
넓은 사기그릇을 보니,
사천 선진리성 아래 횟집들에서 먹은 백합죽이 생각납니다.
딱 이 크기의 이 사기그릇에 가득 주는데 말입니다.
조선소들 들어서고 백합이 덜 잡히면서 백합죽집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한 곳만 남았다 합니다.
백합죽 한 그릇 하러 갈 생각을 했습니다
먹으면서 먹을 계획세우는 나.
비비면 안 맛날 수가 있습니까.
준치살의 단 맛에 탄수화물의 단맛이 더해져, 소맥과 들이키니 훌륭한 안주입니다.
준치를 먹느라 밥이 살짝 식은게 아쉬웠습니다
밥이 뜨거울때 비볐으면 밥알이 식초를 한껏 빨아들여 더 맛나지 않았을까,
병어조림을 먹어봅니다.
2인분에 큰 병어 두 마리
강남에서 고사리병어찜 둘이 먹고 10만원 넘게 줬다는 서울 지인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조림 너무 맛있습니다.
살을 크게 떠서 한 입 가득 넣습니다.
병어살 특유의 맛이 가득합니다.
조림국물맛이 떡볶이 같다고 기대를 안 한 저의 짧은 생각을 반성합니다.
모든 맛난 음식에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병어뱃살 감칠맛 덩어리
잠시 고민합니다.
병어사스미를 먹을까요,
병어 회무침을 먹을까요,
파티원이 한 명만 더 있었어도 둘 다 먹을텐데요,
병어회는 둘 다 이미 먹어본 경험이 있고 - 물로 이 곳에서 먹는 것과 과거의 경험이 다르지만,
한 명은 신안에서 칼에 쩍쩍 달라붙는 찰진 병어회를 먹어봤고,
저는 고흥에서 병어회 부위 코스를 먹어본 경험이 있어
(약간 서로 병어회 먹어봤음 자랑을 하고)
준치회 무침이 너무 맛나 병어회무침이 기대가 되니 병어회무침을 먹기로 결정합니다.
병어회 무침
맛이야 너무 좋은것은 당연하지만,
오이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오이 얇은 부분은 그냥 무침에 사용하셨는데,
굵은 부분은 숟가락으로 가운데를 파 내셨습니다.
이 세심한 정성!!!!
함께 식사를 한 분은 무쳤을 때 음식의 볼륨감, 수율을 생각하면 굳이 파내지 않는데, 맛을 따져도 무침이라 안 그래도 되었을텐데, 고집이 대단하시다 합니다.
뒤 쪽 테이블에서 젓갈을 더 달라 하십니다.
어, 우리 테이블에는 없는데,
스을쩍 젓갈 좀 주세요 해 봅니다.
구수하고 달큰한 갈치속젓!
내장 특유의 씁쓸한 맛이 아주 조금 잘아 있어 감칠맛이 더 합니다.
좋은 기본 재료에 좋은 소금으로 잘 삭혀서 잘 양념했습니다.
흰 밥 위에 얹어 먹으니 너무 맛납니다.
꼬릿하지 않지만 충분히 무게있는 맛이고 적당히 깔끔합니다.
만초님이 그 옜날의 터프한 맛은 사라졌지만 이라 했던 말씀이 어떤 맛을 말씀하셨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 맞다, 처음에는 손을 대지도 않았던 오뎅반찬,
식사 마치고 남은 한 잔 하며 먹는데,
이건 또 왜 맛난겁니까.
다른 테이블에 있지만 우리 테이블에 없는 무언가가 있어 계속 기웃댔더니
한 냄비 가져다 주십니다.
세상에, 조기 매운탕.
국물은 제 입맛에는 너무나 친숙한 그 맛이 났습니다.
아니라면, 아직 맛을 제대로 모르는 입맛 탓 입니다.
작은 조기지만, 너무나 잘 손질되어있고 - 심지어 비늘 한 점 없습니다.
조기는 조기아닙니까, 살은 그리 맛납니다.
밥을 한 공기 더 주문해서,
뜨거울때, 병어회무침으로 비벼봅니다.
갈치속젓을 올려 한 입에 소주 한잔
묵은지를 올려 한 입에 소주 한잔,
병어조림에 들어간 감자한 조각 올려 한 입에 소주 한 잔,
잘 먹었습니다.
줄 서 있는 사기그릇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온 시간이 7시 20분 경.
해촌에서 바지락이나 낙지를 먹어보기로 하고 택시를 호출합니다.
기가 막힌 곳에 스타벅스가.
택시 기사님 말씀으로는 주말에 줄을 선다고 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두고두고 생각날 맛입니다.
첫댓글 이런 저도 못가본 고향 맛집을 먼저 가보셨군요..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원재료의 수준이나, 가격이나, 1인 식사를 위한 준비나, 음식을 준비하시는 정성이나, 모든게 완벽했던 식당이었습니다.
이 집 제대로 잘 즐기셨네요.
또 가고잡네요.
메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먹고 싶은 식당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다음 목포를 가게 된다면 다시 방문할 생각입니다.
선경준치횟집 사장님께 링크를 보내드리고 싶은 정성스런 후깁니다. 오부장님과 그렇게 많은 식사를 함께 했지만 밥을 두 번 비벼 드신다는 것은 없던 일 같습니다. 엄청난 맛집이 분명합니다.
태극기만 보면 깜짝 깜짝 놀라는 제 모습에 놀랍니다..
태극기가 제 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목포라서 맘이 놓이네요.
잘 키운 제라늄, 물꽂이를 한 연산홍에서 주인장의 내면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이 손질 디테일과 연결되는..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뜨거운밥에 식초가 비벼진 맛을 제가 좋아하더라구요.
음식 만드신 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식사이기도 했어요. 감동이었습니다.
마침 제가 간 날이 5.18을 앞두고 있었는데,
제가 사는 경상도와는 너무나 분위기가 달랐어요.
가는 곳 마다 5.18 이야기를 하는걸 들을 수 있고, 다들 기념제에 참석을 할거란 이야기를 합니다.
진주에서는 5.18이 아무런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날것 처럼 지나가는데요.
목포의 태극기는 분명, 진주의 태극기와는 다릅니다.
목포 사람들, 좋았어요. 식당 사장님들, 일하시는 분들, 버스 정류장에서 길 물어보느라 몇 마디 나눈 분들까지.
음식도 세련되지 않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거칠지 않지만 꾸밈이 덜한,
입맛이 너무 올라가 버렸습니다...... ㅠㅠ
와~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정신 나갈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지금이 딱 준치, 병어철이라 합니다. 꼭 방문해보시기 바래요.
다녀온 다음날 부터 잠 자려 누우면 음식들이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