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연기했던 야외예배를 어제 잘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은 참 경이롭지요. 죽은 것 같은 마른 나뭇가지에는 어느덧 연녹색의 잎들이 돋아나 바람에 살랑살랑거리고 자기가 다시 살아났음을 속삭이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물 속에는 개구리 알이 올챙이가 되어 점점이 얼룩덜룩한 모양으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알을 부화한 껍질덩어리만이 그것이 과거 알이었음을 증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 일찍 출발해 11시경 세미원에 도착했지만 딱히 할 일이 없어 묵상나눔을 할 본문을 한번 더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이어 11시 20분쯤 되자 이원자 자매가 운전하여 도착한 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오상호 형제는 보이지 않고 대신에 그 딸인 오수민이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이어 이규영 황숙영 가족이 도착했고, 교통통제 때문에 조금 늦게 김진오 유지영 자매가 약간 늦게 도착했습니다. 11시 45분, 약간 어중간한 때였지만 일단 점심을 먹은 후 세미원 안으로 들어가 예배를 드리기로 했죠. 인근 유기농쌈밥집으로 들어가 방을 잡고 앉아 쌈밥을 주문했습니다. 하은이가 먹을 것이 별로 없어서 계란 후라이 두 개를 추가 주문했구요. 다소 늦게 아침식사를 하고 온 분도 있었지만 모두가 잘 드시더군요. 보통은 먹고 남기는데 우리는 쌈을 추가로 주문해서 밥을 다 비웠습니다.
돗자리와 음료 등을 준비했지만 반입이 안된다는 관리인의 말에 따라 차에 다시 실어두고 티켓을 구입해 함께 입장했습니다. 입장료는 5월 1일부터 3천원짜리가 4천원으로 인상된다고 하네요. 경기도가 운영하는 세미원에는 여름쯤 되면 넙적한 연잎과 연꽃이 넓찍한 연못을 뒤덮게 되지만 지금은 연 줄기를 모두 베어낸 상태여서 크게 볼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연못의 흔적만 보일 뿐이죠. 세미원 곳곳에 세워둔 시비에서 시를 읽는 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하은이와 하은이의 놀이에 호응하여 함께 뛰어다니는 수민이, 꽃과 나무, 풀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는 자매들 등 다양한 모습으로 세미원 안을 감상했습니다. 장독대 분수 앞에서 가족끼리, 형제자매로 나누어 사진을 찍은 후 철도침목으로 꾸민 길을 한바퀴 돌아 다리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어 그늘이 있는 곳을 찾은 것이죠.
평상을 내려놓고 정리한 후 함께 앉아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찬양을 하는 중에도 옆에서는 놀러온 청년들이 떠들고 있었지만 거기에 구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의 찬양을 받으실 하나님께 마음을 집중했습니다. 진명호, 이원자 두 분의 기도 후에 성경을 함께 읽었지요. 민수기 25장부터 30장까지 주중에 개별적으로 읽어온 것을 간단히 정리하고, 이어 31장을 함께 읽고 내용을 나누었습니다. 민수기 내용으로 나누던 중 창세기까지 건드리는 분도 있었고 살짝 옆길로 빠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내용은 나중에 말씀나눔방에 올리겠습니다.
말씀묵상 나눔은 계속 사도행전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는 13장이었습니다. 안디옥교회를 섬기는 선지자, 교사 5명이 소개되고 있죠. 이들은 출신지와 성향이 각양각색이었는데도 팀으로 사역을 하고 있었지요. 어느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지배하고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역하는 모습을 보여준 좋은 사례입니다. 바나바의 이름이 처음 나오는 것으로 보아 대표적인 사역자로 보이기도 합니다만 바나바의 성향상 다른 사역자들을 지배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성령의 말씀에 따라 안디옥교회는 대표적인 사역자인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워 이방선교를 위해 파송하지요. 오늘날에도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이 메시지를 받기 전 안디옥교회는 금식을 하며 기도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초대교회는 이와같이 메시지를 받기 전에,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1)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2) 주님께 초점을 맞추기 위해 금식을 하는 일이 자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어떤 분들은 금식을 자랑삼아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런 금식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기 의를 내세우기 위한 금식이니까요. 자세한 나눔 내용은 말씀나눔방에 올리겠습니다.
기도제목과 삶을 나누었습니다. 지난 주간에 부부간에 다툼이 있었던 가족도 있었고, 자녀들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회사내 문제 등에 직면했던 분도 있었지요. 그 문제들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 우리 예배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변화가 한꺼번에 빨리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삶의 변화가 감지되고 그것을 함께 나누며 서로 격려, 권면하고 오늘 하루하루를 말씀에 순종하면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 우리 공동체이니까요.
예배를 마친 후 함께 드넓은 세미원의 사이사이로 난 길을 거닐면서 꽃과 식물들, 자연풍광을 감상했습니다. '명상을 하기 좋은 곳'이라는 말들이 오갔고, 자매들은 5월 중 다시 이곳을 찾기로 했습니다. 지붕 근처에 '觀水洗心 觀花美心'이라고 적힌 글을 바라보면서 세미원 연꽃박물관의 이름에 깃든 의미를 생각해 보기도 했고, 이것이 어쩌면 창조의 의미와도 일부 부합하는 측면이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피조물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발견하는 것, 그 만물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묵상한 시간이었습니다.
입장할 때 받은 티켓으로 음료(차)를 바꾸어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예정된 일정이 있는 분이 있어 두물머리 산책은 포기하고 서울로 출발하기로 했죠. 기왕이면 저녁까지 함께 먹고 헤어지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팔당대교 아래에 있는 밥집에 들어가 함께 저녁을 먹고 노을을 감상하며 얘기를 나누다가 차를 나누어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부터 시작한 이번 한 주간에도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 앞에서 하루하루 그분의 사랑받는 자녀답게 살아가는 우리 지체들이 되기를... 어려운 중에도 평강의 삶을 살아가시길...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