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시간여행
덕수궁 대한문에서 신문로까지 이어지는 1㎞의 길은 구한말 한양의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의 정릉(貞陵)이 자리하여 ‘정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19세기 후반 개화기를 맞아 서구열강의 공사관이 당시의 대표적 무역항이었던 마포와 궁궐에서 가까운 이곳에 들어서면서 서구식 교육기관과 종교건물이 집중되는 근대문물의 중심지가 되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인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울창한 가로수를 지나면 1897년 최초의 개신교 건물인 정동교회가 정동길 탐방의 시작을 알리고 왼편 작은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옛 대법원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서울시립미술관이 문화의 거리를 상징하며 서 있다.
이화여고는 유관순 의사 등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우리나라 여성 교육의 상징이다. 옛 정문인 사주문과 우물 터, 이화박물관 등이 100년이 넘는 학교의 역사를 보여준다. 한국 전통예술의 상설공연장인 정동극장 인근에 위치한 2층 벽돌건물은 덕수궁의 연회 행사 공간이었던 중명전(重明殿)이다. 최초의 서양식 궁중 건물로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조약을 맺은 건물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난타 전용극장 뒤편으로 위치하는 하얀색의 작은 첨탑 건물은 1890년 건립된 러시아공사관의 일부분으로 고종이 외세의 위협에 약 1년 동안 피신하였던 아관파천의 장소다. 길은 신문로 건너 강북삼성병원 구내에 위치한 백범 김구의 해방 직후 집무실이자 시해장소인 경교장으로 이어진다. 문화 공연장과 놓치기 아쉬운 맛집들이 나들이의 즐거움을 더하는 서울 최고의 산책길 중 하나로, 매년 10월 열리는 정동문화축제는 대표적인 거리축제이다.
정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