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박철웅 수필
한 해는 가고 한 해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세모가 우리 앞에 있듯이, 인생도 나이 육십을 잉여와 결핍으로 대면하여 보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설 명절이 며칠 남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은 분주하다. 명절을 쇠려면 머리를 깎아야 하니 이발소로 갔다. 이발소 주인의 나이는 칠십을 훌쩍 넘었다. 사람이 들어가도 본 척도 않고 자신 일에만 집중한다. 이따 금씩은 찾는 이발소였는데 손님이 들어가도 눈길을 한번 주지 않으니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차례가 왔다. 손놀림이 현란하다. 젊은 사람 못지않은 손동작이 움직일 때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베이듯 가볍게 떨어져 내린다. 가위질 솜씨가 장인 기술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능숙한 숙련됨에 감탄했다.
전에는 머리 깎는 기술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 한 가지로 가위질도 오래 하다가 보면 이발소 주인처럼 기능인 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위질 소리에 눈 지그시 감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잡다한 생각에 잠긴다.
비록 시골에서 노인 상대로 이발을 하나 고령이 된 연세에 이발소 운영하는 건 일과 건강 또한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는 것이라 생각 들었고, 한편으론 정년이 없는 이발소 주인이 부러웠다. 한때 난 기능인으로 살아가기를 열망했었다.
요즘 사람들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하지만, 방송에서의 보도를 보면 기업은 기능인이 절대 부족이라고 한다. 이런 기초적인 기술력이 부족해서 미래는 첨단시대 한가운데서 어려운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도 보이는 것에 가치를 두고 더 멀리 내다보는 눈이 부족했다. 나의 결핍은 현재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초적 기능을 생각해 보면 과거에 기능인이 됐었어야 했는데 하는 회한으로 때늦은 인생의 진로를 되짚어 본다.
이발소 주인은 머리를 다 깎았다고 머리를 감자고 내 팔을 잡아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