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할머니 무릎 베고 알콩달콩 듣던 얘기를 들려 줄게요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어린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려운 이웃에게는 푸근함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 이야기를 담아 놓았습니다.”
-「시인의 말」 부분
유홍례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인 『새똥 맞은 할아버지』가 시작되는 곳은 어느 산골 마을 오래된 느티나무가 마당 끝에 있는 넓은 집입니다. 그곳은 심심하다는 말을 입에 물고 사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그 집의 큰 대문이 열리면 언제나 모자를 쓰고 나오는 멋쟁이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어린이를 만나면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물론 제일 먼저 인사하는 아이에게 줄 동전 몇 개를 늘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그 맛에 아이들은 앞다퉈 먼저 인사하려고 재미있게 놀다가도 우르르 몰려가곤 하였답니다.
포근한 이른 봄날입니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새들의 울음소리와 어우러져 시끄럽게 들리던 날. 어김없이 대문을 나서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으로 모자를 벗은 모습을 본 아이에게는 항상 보아왔던 그 할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앞머리는 하나도 없고 넓은 이마만 반짝반짝하고 있었습니다. 놀란 토끼 눈이 된 아이들이 들으라는 듯 할아버지는 새똥 맞아 머리카락이 다 빠져 민둥산이 되었다며 파 뿌리라도 심어야겠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손에 든 동그란 모자를 급히 썼습니다. 유홍례 시인에게 어릴 적 그 할아버지가 갑자기 떠오른것은 왜 하필 지금일까요?
“앞 머리카락 없어서/옆 머리카락 끌어다//깻잎 머리 만들어/겨우 가린 정수리//보일락 말락/빵모자 쓴 할아버지//빤히 보는 내 눈초리에/새똥 맞아 빠졌다며//빈자리에 하얀 파 뿌리/심을 거래요.”(「새똥 맞은 할아버지」)
방금 겪었던 일처럼 또렷한 기억으로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넉넉한 인심으로 아이들을 품어 주던 느티나무집 할아버지를 소환합니다.
“우리 엄마 이름은/밤나무예요.//고슴도치 배낭에/꼭꼭 숨겨 키웠죠.//탱탱하게 익을 즈음/가을바람 불어와//축 처진 팔을 잡고/속닥속닥 속닥속닥//고개를 끄덕이던 엄마가/배낭 문 활짝 열고//뚝!/뚝!/뚝!//세상에서 가장/좋은 일에 쓰이라고 내보냈어요.”(「알밤」)
시인은 자라 세상에 나와 짧지 않은 시간을 세상을 채우는 일을 하면서 보냈을 거예요. 느티나무와 이웃해 살았던 밤나무가 그렇게 하자고 해마다 배낭을 열어 알밤을 뚝뚝 떨구었을 테니까요.
“작은 품속으로/훅! 파고든 바람//얼마나 추웠으면/내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왔을까? //얼떨결에 폭!/여민 옷깃 속에서”(「겨울바람」)
“밥을 먹고 있던/개구쟁이 혁이가//동글동글 썰어놓은/달걀 한 토막 들고//노른자 쏙 빼놓고 /엄마 손가락에 끼워주며//비싼 알 반지/선물이래요.”(「선물」)
겨울바람도 품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살았을 시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러니 그런 시인을 어린 혁이도 알아본 게지요. 동글동글 간질간질한 보람이겠습니다. 어른이 된 시인이 혁이에게 달걀로 만든 알 반지 선물을 받고 환해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슬비 내리는/풀숲 길//배낭 한 개 달랑 짊어지고/산책하는 달팽이//돌아갈 길 잃을까 봐/배밀이로 미끌미끌//하얀 줄 그으며 가요.”(「달팽이 길 만들기」)
시인의 이번 동시집에는 ‘배낭’이 자주 등장합니다. 시인은 달팽이처럼 언제나 배낭을 메고 산과 들을 거닐며 시어를 건져올리겠지요. 빠른 걸음이 아닌 느릿한 걸음이지만 쉬지 않고 가는 길일 것입니다. 또한 “돌아갈 길을 잃을까 봐”에서는 동시의 길과 처음 지녔던 동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도 읽힙니다.
시인의 말
동시는 곧 동요다
「 호롱호롱 호롱불
반짝반짝 반딧불
할머니 무릎 베고
알콩달콩 듣던 얘기 」
여러분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추억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는지요?
예전에는 대가족제도 안에서 어우렁더우렁 살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소가족제도로 살아가는 바쁜 현실 속에서 서로의 대화도 줄어들고 인터넷 매체에 묻혀 살아가면서 메말랐던 정서를 헤아려 줄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어린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려운 이웃에게는 푸근함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 이야기를 이번 책 속에 담아 놓았습니다.
어느 산골 마을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마당 끝에 있는 넓은 집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큰 대문이 열리면 언제나 모자를 쓰고 나오는 멋쟁이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어린이를 만나면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물론 제일 먼저 인사하는 아이에게 줄 동전 몇 개를 늘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그 맛에 아이들은 앞다퉈 먼저 인사하려고 재미있게 놀다가도 우르르 몰려가곤 하였답니다.
포근한 이른 봄날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새들의 울음소리와 어우러져 시끄럽게 들리고 있었습니다. 어김없이 대문을 나서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으로 모자를 벗은 모습을 본 아이에게는 항상 보아왔던 그 할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앞머리는 하나도 없고 넓은 이마만 반짝반짝하고 있었습니다. 놀란 토끼 눈이 된 아이가 들으라는 듯 할아버지는 새똥 맞아 머리카락이 다 빠져 민둥산이 되었다며 파 뿌리라도 심어야겠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손에 든 동그란 모자를 급히 썼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왜 지금이었을까요?
현재 우리는 코로나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걸렸다 하면 각자 다른 증상으로 고통을 받으면서요. 2차 백신을 맞은 한 어른은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견디며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된 겨울밤이었습니다. 비몽사몽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어린 여자아이가 물에 떠내려가는 그 어른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단번에 물 밖으로 끌어 올려 준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도 못 했는데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마도 동심과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수호천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차츰 추위도 꺾이고 아주 조금씩 아픔을 이겨내고 있을 즈음 창밖에서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세상이 두 눈에 살포시 들어왔습니다. 겨우내 통통했던 벚꽃 몽우리가 활짝 피었다가 곧 한 잎 두 잎 바람에 날렸습니다. 하늘하늘 나는 모습이 나비가 나에게 날아와 안기는 듯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잠들어 있는 어른이 안타까워 톡! 깨워 준 것이 동심이란 걸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려낸 작품이 「꽃나비」였고, 창문 위에 동글동글 앉은 먼지 모양이 꼭 넘어져 무릎에 생긴 딱지로 다가와 「흉터」를 쓰게 되었습니다.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 그런 마음이 더 강하게 스며들었나 봅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하나하나 모아 놓은 동시를 정리하는 동안 바깥에서는 새들이 정겹게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문득 어른의 동심 속에 남아있던 멋쟁이 할아버지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새똥 맞은 할아버지’가 동시로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그 시절 깻잎 머리가 한창 유행하던 때라 표현해 보았는데 정겹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가족과 이웃 모두가 소통의 통로가 되길 바라며, 내 안의 힘찬 동심에게 토닥토닥을…….
2023년 새봄 안에서
지은이 유홍례
목차
시인의 말_동시는 곧 동요다
1부 인어공주 할머니
알밤 / 하늘 천막 / 강아지풀 놀이
인어공주 할머니 / 모기네 텃밭 / 함박눈
태양 등 / 흉터 / 감꽃 왕관 / 아기와 나비
선물 / 해바라기 이빨은 누가 뽑아 갔을까?
겨울바람 / 꽃 무지개 / 꽃나비
달팽이 길 만들기 / 타이어와 신호등 / 붕어빵 부자
2부 어깨 위에 날개
단풍잎 상패 / 해님과 낚싯대 / 성공한 배추
홍매화 꽃 / 모래밭 / 태평양 바다
무당벌레 / 불똥 / 그림자 찾기
어깨 위에 날개 / 별하고 나하고 / 아기와 빗방울
내 동생은 오뚝이 / 감자랑 양파랑 / 물방울 포도송이
기다림 / 엄마 손 가위 손 / 낙엽 여행
3부 새똥 맞은 할아버지
새똥 맞은 할아버지 / 사잇돌 / 전봇대의 잔소리
할머니의 유머 / 선수 / 북어는 까칠해
효도하기 쉬워요 / 눈물바다 / 시간이 약
나눠 먹자 냠냠 / 단체 이발 / 봉숭아 꽃씨
엄지손가락 / 서로 돕기 / 주름 길 웃음 길
쉿! / 봄이 왔어요
4부 할머니 꽃
모래알 탐사 / 할머니는 어디에 / 하루가 한 달
토라진 수건 / 할머니 나무 / 옹달샘
은행잎 편지 / 쪽배 타고 붕붕 / 공작선인장 꽃
할머니 꽃 / 해결사 소나기 / 아빠의 향기
엉터리 계산법 / 바늘귀 / 이름값 / 꼼지락꼼지락 / 눈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