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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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사랑 / 정병근
수선화 앞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너의 뒤 모습이 외로워 보인다
그곳에서 그 사람을
오랫동안 기다리지 마라
진한 그리움은 뒤에서 온다고 했다
이미 와버린 봄이 정점을 이룰 때면
뒤에 와있는 너에 그리움이
너를 위한 사랑이니
훨칠하게 돌아온 나리시스
너만을 바라보고 있음이라
이미
와 있는 사랑을 더는 기다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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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밑 수선화 /정희성
성산읍사무소에서 제주도민 전입신고를 하고
여보란 듯 일출봉도 내다보다가
돌아오니 담 밑에 수선화 피려 한다.
왜철쭉 비집고 고개 내밀고 있다.
오래 살던 아주머니는 제주시로 가
사람끼리는 여태 생면부지인데
강아지 반기듯 수선화
흔한 들꽃처럼 수선화
뉘기라?
처음 본다며
목을 올리고 있다.
첫댓글 이번 3월에 읽는 시는
봄에 피는 꽃 중에서 향이 짙은 수선화를 주제로 하는 시로 세 편을 올렸습니다.
공교롭게도 시인 세 분이 모두 성이 같습니다.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는 많이 알려진 시로 낭송도 많이 하는 시이니
낭송을 연습 해 오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공방 한 켠 에 짙은 향내 풍기며 이름을 알리고 있는 수선화가 있어
마음이 가는 시 들입니다
매일 조금씩 낭송해 보려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