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발행일2019-06-09
[제3148호, 22면]
어린이날을 앞둔 어느 날, 급히 ‘딩동딩동’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시간이라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문을 열었더니 같은 아파트의 아주머니였다.
“아이고, 아이고…! 이 집 딸 지금 차에 치여서 병원에 갔어요. 얼른 나오세요!”
눈앞이 흐려지는 느낌으로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는 이미 이것저것 검사를 시작한 상태였고 다행히 의식도 있었고 큰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아과 담당의는 아이 갈비뼈가 폐를 찔렀을 가능성이 있다며 급히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시켰다.
앰뷸런스 안. 아이가 정신을 잃으면 안 되니 계속 말을 시키라는 담당자의 말에 따라 나는 “뭐 먹고 싶어?”라고 물었고, 딸은 “껌~~!”이라고 대답했다가,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다시 “껌 많이~~~, 풍선껌, 딸기껌, 사과껌…”이라며 껌을 하나씩 읊기 시작했다. 무조건 많이 많이 사주겠다고 하면서 도착한 대학병원에서 다시 이런저런 검사가 진행되었다. 다행히 갈비뼈와 폐 쪽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단지 차에 치이면서 넘어져 골반 뼈에 살짝 금이 갔고 25인승 미니버스의 앞뒤 바퀴가 차례로 넘어간 아이의 허벅지에는 타이어 자국 모양 그대로 피멍이 났다. 그럼에도 다리에조차 큰 이상은 없었다.
검사하면서 가위로 잘려 나간 러닝셔츠를 보고 통곡하는 딸을 보면서 “하느님, 성모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기도가 절로 나왔다.
본당 교우분들은 성모님께서 차를 들어 올리셨다고 말씀하셨다. 병문안 오시는 분마다 껌을 박스째로 들고 오셨고, 예쁜 속옷도 많이 사주셨다.
벌써 20년이 지난 일이다. 꼬마였던 이 아이는 지금 모 대학병원 유아응급실에서 새내기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아이를 살려주신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뜨겁고 뭉클뭉클하다.
“주님, 응급실 아기들과 에밀리아와 늘~ 함께 계셔주세요….”
임미화(에디타·부산교구 울산 옥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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