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앉으세요,,,안전시설비가,,,어쩌구 저쩌구,,,,'
현장사무실의 원탁의자에 앉자 마자 현장의 안전기사가 인사도 없이 쑥하고 들어와 인상을 박박 쓰
며 다짜고짜 한바탕 떠들어 댄다.현장에 무슨 커다란 문제가 생겼나 하며 걱정스럽게 자리에 앉아 경청
을 하다보니 그 내용들이란게 모두 내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니고 현장직원들이 해야할 업무에 대
한 말들이였다.
처음엔 그럴수도 있겠지 하며 그 친구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고분고분하게 대답을 했는데 점점 오
버를 하더니 마치 나를 자신의 부하직원인 양 착각을 하며 훈계하듯 큰소리로 떠들어 댄다. 갑자기 짜
증이 몰려오면서 '이친구가 나를 군기를 잡으려구 그러나,,' 하는 생각이 미치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꾹
꾹 누르며 참고있었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아니,,지금 무슨소리를 하고 있는거요,,,여기 현장소장도 있고 담당직원들도 있는데,,,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거요,,,지금 날 훈계하는거요 아님 군기를 잡는거요,,,,뭐 이런 엿같은 일이 다있어,,,내가 뭐
당신네 회사 북이야 뭐야,,,이놈 저놈 만나기만 하면 집쩍거려대게,,,할말있으면 정식으로 공문 발송을
하던가 나한테 그런 말 하지 마쇼,,,'
나의 갑작스런 공격에 깜짝 놀랬는지 할말을 잊고 얼굴까지 붉어진 안전기사는 황급히 사무실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랬음에도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고 씩씩거리던 나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
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못들은척 못 본척 하고 있던 하덱스 직원넘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
머지 분노를 터트리고 말았다.
'야,,,이 나쁜 쉐키들아,,,일을 어찌 하는데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안전기사라는 놈이 아침부터 나한
테 저리 지랄하고 그래,,,가득이나 회사일로 머리가 아퍼 죽겠구만,,,아무리 먹고살기가 어렵다하더라
도 내가 지금 저런 어린 직원한테 아침부터 이렇게 당해도 되는거야 뭐야,,, xx놈들 정말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꿀먹은 벙어리처럼 눈만 크게 뜨고 길길이 날뛰는 나를 멍하고 바라보고 있던 직원넘들이 안전모와 무전기를 챙기더니 하나 둘 자리를 피해버린다.
솔직히 안전기사라는 저녀석은 완장을 차고 있다는 우월감이 평소에도 싸가지가 없긴 했다. 현장의 최
고책임자 조차도 먼저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조커뻘도 안되는 저 싸가지 없는 안전기사녀석은 내가
인사를 하기전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던 정말 예의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그런 녀석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현장내에서 만나면 먼저 인사를 했고 먼저 말을 건네며 가까워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다. 왜,,행여 나의 거만한 태도 때문에 현장의 인부들이나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하
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텅비어버린 현장사무실 원탁에 앉아 커피한잔으로 분노를 식히다 보니 문득, 예전에 조형기가 열연을
했던 '완장'이라는 TV드라마가 생각났다. 착하고 순진하던 시골총각(조형기분)이 어느날 저수지를 책
임지고 관리하는 완장을 차게된다. 그러면서 완장이라는 감투의 그릇된 권력에 빠져 그 착하고 순진하
던 친구가 비열한 청년으로 변하고 결국은 동네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왕따를 당하다가 끝내는 저수지
에 빠져 죽고마는 그런 인간적으로 슬픈 드라마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평소에 안전기사라는 노란완장을 차고 어께와 눈에 힘을 주고 거들먹거리며 현장
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이 바로 완장이라는 드라마속의 주인공 바로 그모습인 것 같다.
상황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에게 태클을 걸고 결국은 그 태클의 열배쯤은 되는 욕을 얻어먹었던
안전기사녀석이 바로 완장이라는 드라마 주인공과 같은 어리석은 완장이라는 감투의 권력을 노가다(건축)30년 산전 수전 공중전 게다가 우주전까지 치뤄낸 역전의 용사인 나에게 대책도 없이 함부로 휘두르다가 본전도 찾지 못하고 그만 역습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나에게 던지던 배과장의 말처럼 " 그시키 평소 너무 거만해서 눈꼴이 다 시더니
만 쌤통이네요,,,그리고 부사장님께 해서는 안될 말을 아무 생각없이 꺼냇다가 본전도 못찾고 부사장님
에게 디지게 혼만 난 것 같네요,,,'
배과장의 말에 동감이 되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그 기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가 팔에 차고 있는 안전기사라는 노란완장은 현장내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안전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요원이라는 표시였으며 또한 그녀석의 나약한 모습보다는 지금처럼 적당히 싸가지
없는 카리스마한 모습이 인생 막장의 거친 인부들을 통제하기에 적격이였음을 너무도 잘알고 있었기에'''
내가 조금만 더 인내하고 조금만 참았더라면 이런 어색한 상황까지는 만들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과 더우기 정의의 사도도 아니면서 늘 불합리한 일들을 참아내지 못하고 이런 불미스런 사건을 만들곤
하는 내가 조금은 부끄럽다라는 생각도 든다.,,,아'''그렇다'''한번 터지면 종잡을수 없이 극단으로 달리
는 내 다혈질의 성격이 늘 문제인 것 같다.
'어이 배과장,,저녀석 오늘저녁 소주 한잔 사주고 서운한 마음좀 달래줘,,,내가 미안해 하더라는 말도
잊지말고 전해주고,,,,알았지,,,참내 완장이 뭔지,,,그거 참,,,,'
도시였습니다
첫댓글 집 근처에 아파트 현장이 있어여~~무심코 지나가다도 잠시 눈길을 돌려보면 인간의 힘에 무한한 위력을 느끼지요~
건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며,,,수많은 사람들의 힘이 모여 만들어지는 인공적인 구조물입니다. 공사장도 작은 세상이기에,,,별의별 일들이 다 생기곤 한답니다. 때론 안전사고에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을 하는 그런 불행한 일도 빈번하구요. 그래서 늘 긴장속에서 생활하다보니 성질만 못되지는 것 같습니다. 미니님 댓글처럼 때론 완성앞에선 인간의 무한한 위력을 느끼며 행복감을 느끼곤 하지요. 감사합니다
좋은 일 하시는 도시님의 일상 늘 잘 보고 있습니다...늘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그 옛날 초등학교시절 주번(규율부)하며 차던 노란 완장 생각 나네요~~
그러네요..이십여년전 TV문학관에서 나왔던 조영기씨 역 임종술이 같아요..ㅎㅎ소설같은 이야기 현시대의 또하나의 완장 two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