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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GGnD-JkvWaA?si=-yqgp3xWH17yOsLM
Elektra (R. Strauss) - in concert - Zschau, Voigt, Randova 1993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궁극적인 목적을 "감동과 전율을 통해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이루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여기에서 그는 특히 감동과 전율이란 요소를 중요시하였는데, 흡사 서로 다른 정서적 상태에 의한 것으로도 보이는 이 두 개념은 사실상 손바닥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어서, 본능적이고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원초적 개념인 전율은 개인의 삶에 대한 이기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곧 사라지고 그 감성적 측면으로서의 감동만이 남아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여기에 덧붙여 비범한 인물이 지닌 '윤리적, 도덕적 측면에서의 인간적 결함 (Hamartia)'과 노래로 불리워질 수 있을 정도의 운율을 지닌 '잘 선택된 언어'를 비극의 구성요소로서 제시하였다.
2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19세기에 이르러서 리햐르트 바그너는 그의 악극 이론 (Musikdramatheorie)을 주창하고 실천함에 있어 이러한 그리스 비극이 지닌 본질로의 회귀를 그 귀결점으로 하고 있다. 바그너 이후 최고의 독일 오페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2편의 비극 오페라 "살로메"와 "엘렉트라"를 남겼다. 특히 "엘렉트라"는 고대 그리스의 신화를 극화한 것으로 부친 살해에 대한 딸들의 복수를 다루고 있다. 후고 호프만스탈 (Hugo von Hofmannsthal)의 대본에 의한 이 오페라는 불협화음의 효과적 사용으로 극적인 박력과 공포스런 분위기가 교묘히 살려져있으며 인물의 성격묘사도 뛰어나서 그의 대표작으로 널리 사랑받고있다.
작곡과 초연
슈트라우스는 14세 때인 1878년에 처음으로 바그너의 "지크프리트"를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은 바 있고, 본격적인 음악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후부터는 공공연히 바그너의 예술적 적자임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일련의 표제적인 교향시들을 통해 작곡가로서 큰 성공을 거둔 그는 1885년에는 한스 폰 뷜로의 후임으로 마이닝엔의 궁정 악장직에, 1898년에는 베를린 궁정가극장의 궁정 악장직에까지 오르게 되어 지휘자로서도 커리어의 정점에 달해 있었다. 한 편 그는 19세기의 마지막 10년 간에 이르게 되면서부터 그 동안의 교향시라는 양식에 대해 일말의 식상감 같은 것도 느끼게 되었던 바, 좀더 종합적인 모습과 내용을 지닌 작품에 대한 창작욕이 절실해져, 다시 한 번 진정한 바그너의 후계자임을 천명하며 오페라 더 정확히는 악극 (Musikdrama)에 천착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1895년에는 비로소 자신이 직접 대본까지 쓴 처녀작으로 영웅적 악극 "군트람 (Guntram)"을 뮌헨 궁정극장에서 초연하였고, 1901년에 초연된 두번째 오페라 "화재 (Feuersnot)"에서는 바그너 선율의 노골적인 차용을 통해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이후 1905년에 초연된 "살로메 (Salome)"를 통해서는 드디어 바그너의 악극사상을 자신만의 낭만주의적 언어로 농밀하게 체화시켜내기 시작함으로써 오페라 작곡가로서도 서서히 중추적 존재가 되어갔을 뿐 아니라 악극이라는 양식의 완성된 모습을 보게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케 했다.
1899년 극작가 호프만스탈과 작곡가 슈트라우스는 베를린에서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이 때 호프만스탈은 슈트라우스에게 자신이 극본을 쓴 발레 작품의 음악을 작곡해 줄 것을 제의했으나, 슈트라우스는 당시 이미 쓰고 있던 발레곡을 핑계로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당시로서 슈트라우스는 호프만스탈에 대해 별달리 관심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그로서는 호프만스탈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을 만할 작품을 아직 접해보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두번 째 오페라였던 "화재"의 작곡으로도 매우 분망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1905년 "살로메"의 초연을 전후하여 두 사람의 교분에는 하나의 전기가 마련되는데, 그것은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 (Max Reinhardt)가 지배인으로 있던 베를린의 클라이네스 테아터 (Kleines Theater)에서 1903년부터 올려진 호프만스탈의 연극 "엘렉트라 (Elektra)"를 슈트라우스가 관람하게 되면서부터였다 - 1905년에 비로소 봤다는 설도 있으나 1903~1904년 경에 보았다고도 전해진다. 사실 그가 연극 "엘렉트라"를 관극하게 된 동기는 호프만스탈 때문은 아니었고, 전작 "살로메"의 원전이었던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 "살로메"의 베를린 공연 당시 타이틀 롤을 맡았던 배우 게르트루트 아이졸트 (Gertrud Eysoldt)가 다시 엘렉트라로 출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살로메의 다음 작품으로는 희극 오페라를 작곡하고자 했던 슈트라우스는 연극 "엘렉트라"와 호프만스탈의 예술적 재능에 커다란 감동을 받은 나머지, 이 뛰어난 극이 오페라로서 자신이 추구하던 바를 궁극적으로 이루어 낼 것을 직감하였고, 어차피 소재도 마땅치 않았던 희극의 작곡계획을 미루면서 더욱 처절한 비극에 손을 대기로 마음 먹었다. 그에 따라 이제는 호프만스탈과의 작업을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 되어 버린 그는 살로메의 초연을 끝낸 후 이내 편지를 보내 엘렉트라의 오페라화를 제안하였던 바, 호프만스탈 역시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연극에서보다 더욱 생략되고 암시적이며 강렬한 인상을 주는 대본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게 된다. 결국 이것이 훗날 1929년 호프만스탈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된 최고의 작곡가와 극작가의 유래 없는 콤비 플레이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1906년 6월부터 착수하게 된 작곡의 진행은 지휘자로서 슈트라우스의 잦은 연주여행 때문에 그다지 원활하지만은 않았고 작품 초중반부에 대한 두 번 정도의 수정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1908년에 궁정악장직에 있어서 1년간의 안식년을 갖게 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작품의 완성을 보게 되었다. 사실 전체적인 완성은 1907년에 어느 정도 이루어 졌던 것으로 보이고 슈트라우스 개인적으로는 1907년경 빈에서의 초연을 구상하고 있었던 듯 하나 당시 빈 청중들의 취향으로 미루어 예상되는 빈에서의 실패를 우려한 호프만스탈이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초연은 1909년 1월 25일에 있었고 "살로메"의 초연과 더불어 그와는 인연이 깊었던 드레스덴의 작센 궁정가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슈트라우스는 이 작품을 자신의 작곡생활에 있어 하나의 정점으로 여겼던 까닭에, 그 때까지의 오페라들을 묶어 나흘에 걸쳐 공연하는 페스티벌 형식의 프로그램을 짰는데 1월 25일 "엘렉트라" 초연, 26일 "살로메", 27일 "화재", 28일 "엘렉트라" 재연 등의 순이었다. 초연 당시의 라인 업을 보면 에른스트 폰 슈흐 (Ernst von Schuch)의 지휘에 당대 최고의 진용을 갖추고 있었다. 엘렉트라 역은 "화재"의 초연에도 등장하였던 소프라노 아니 크룰 (Annie Krull)이 맡았는데 그녀는 리리코 스핀토로서 애당초 이졸데 수준의 강력한 드라마티코를 원했던 슈트라우스의 설정에는 맞지 않았으나 뛰어난 표현력으로 흡족한 결과를 얻어내었다.
크리소테미스 역은 소프라노 마르가레테 짐스 (Margarethe Siems)가 맡았고 이 인연으로 그녀는 이후 "장미의 기사 (Der Rosenkavalier)" 초연에서 마르샬린 역을,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Ariadne auf Naxos)"에서 쩨르비네타 역을 맡게 된다. 클뤼템네스트라 역에는 관록의 대 메조 소프라노 에르네스티네 슈만-하잉크 (Ernestine Schumann-Heinck)가 등장하였고, 오레스트 역은 후에 장미의 기사 초연에서 옥스 남작 역을 맡게 되기도 하는 바리톤 칼 페론 (Karl Perron)이 맡았다.
초연 당시에는 예상대로 찬반 양론이 있었고 그 느낌은 마치 감전된 (Electrified) 듯 하다고 표현되기도 했으나, 이후 각 가극장들에서 빠른 시일 내에 주요 레퍼토리로 정착이 되어갔다. 바그너의 후계자로서 악극 양식의 결정판을 내어 놓았다고 스스로도 생각한 슈트라우스는 이후의 작품에서부터는 바그너의 그늘을 벗어나서 그 영향을 자기만의 독특한 색채로 원숙하게 소화해낸 작품들을 발표하게 된다. 훗날 스트라빈스키는 '파르지팔 이후의 오페라는 "엘렉트라"와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이 두 작품 뿐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원전과 호프만스탈(1874-1929)의 재해석
엘렉트라 이야기의 원류가 되는 미케네 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 일가의 처절한 비극은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인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 그리고 소포클레스 모두에 의해 극으로 다루어 졌다. 이중 에우리피데스의 것은 근친살해에 대한 심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특별히 언급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아이스퀼로스의 위대한 '오레스테이아 3부작' (이중 제2부인 "공양 바치는 여인들"이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와 같은 소재)은 이름 그대로 오레스트를 주인공으로 하여 아가멤논의 귀국과 죽음, 오레스트의 복수, 근친을 살해한 오레스트에 대한 신들의 심판을 완전하게 다루고 있다.
원래 이 비극의 원인을 따져 보자면 에기스트가 아가멤논을 죽이게 된 것은 자기 아버지가 아가멤논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박해에 대한 복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한 편, 클뤼템네스트라는 10년의 독수공방 동안에 어느새 에기스트와 정을 통하며 살다보니 뒤늦게 돌아온 남편이 귀찮은 존재이기도 했고 좀더 근본적으로는 아가멤논이 트로이 원정의 출발 당시 맏딸 이피게니를 희생시킨 것에 대한 어머니로서의 원한이라는 것이 동기가 되고 있다.
게다가 아가멤논이 귀국길에 데려온 카산드라에 대한 질투까지 더해져 결과적으로 클뤼템네스트라와 에기스트는 복수를 위해 서로를 이용, 아가멤논을 모살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아이스퀼로스는 이와 같은 배경에 근거하여 클뤼템네스트라의 복수심과 질투 등 인간적인 면에서 그녀 나름의 당위성, 또한 어머니를 죽인 후의 오레스트의 회한과 공포, 심리적 갈등과 신들의 (올림푸스의 신들과 복수의 여신들) 심판 등을 놀랄만큼 정교하고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다. 반면 소포클레스의 작품은 엄숙하고 기교적이며 냉혹할 만큼 감정이 배제되어 있고 극중 인물들은 마치 대리석 조각처럼 차갑고 강건해, 앞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인간적인 갈등이나 도덕률적인 심판 등을 그리려는 작가의 체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르네상스 시대와 더불어 다시 새롭게 예술의 표면에 떠올라 수세기 동안 유럽문화 전반에 걸쳐 풍부한 소재를 제공하며 어떠한 관용화조차 이루어져 가던 그리스 비극은 나폴레옹 전쟁과 그 전후 질서의 재편, 그리고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이루어진 유럽사회의 뼈저린 성찰의 귀결이자 새로운 시대에의 불안감에 대한 예술계의 마지막 몸부림이기도 했던 후기낭만주의의 정점에 이르러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된다. 오스트리아의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 (Hugo von Hofmannsthal 1874~1929) 역시 1901년부터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를 독일어판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며 근대적인 입장을 취함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말한 아이스퀼로스나 에우리피데스의 그것에 비해 간명한 편인 소포클레스의 희곡에 더욱 과감한 생략을 가하여 그 분위기와 느낌 자체만을 부각시키려 하였다. 한 편, 그는 1895년 지크문트 프로이트 (Siegmund Freud)와 요제프 브로이어 (Josef Breuer)가 쓴 "히스테리 연구 (Studien ueber Hysterie)"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바 있어 거기에 나오는 안나 오(Anna O) 임상 케이스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잠재된 성적욕망 등에 대한 분석의 영향을 엘렉트라라는 배역의 성격에 이입시켰다.
또한 프로이트가 1900년에 펴낸 "꿈의 해석(Traumdeutung)"을 바탕으로 중반부 클뤼템네스트라의 등장과 꿈 얘기 부분을 엮어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 분석학적 대입은 인물의 인간적 측면이나 갈등을 그리기 위함은 아니었고 (그랬다면 굳이 소포클레스의 작품을 택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배역들의 심리상태를 부각시킴으로써 오히려 그 편집증적인 측면을 더욱 공고히 하여 오로지 작품의 주제에만 충실하기 위함이었던 바, 비극적 인물의 근대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철저하게 '정의(Das Recht)'라는 주제를 추구하였던 소포클레스의 희곡은 바그너의 극에서 일관되고 있는 '의지의 힘 (Die Macht des Willens)'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어 독일어권 출신들인 호프만스탈과 슈트라우스 모두의 성정에 크게 어필하였으리라 짐작된다.
악기 편성, 관현악법과 등장인물
현악기군
제1 바이올린 8, 제2 바이올린 8, 제3 바이올린 8, 제1 비올라 6, 제2 비올라 6, 제3 비올라 6, 제1 첼로 6, 제2 첼로 6, 더블베이스 8, 하프 2 (오레스트와의 재회 장면과 피날레에서는 비올라 중 6대가 바이올린 군에 가세)
목관악기군
플루트 3, 피콜로 1, 오보에 2, 잉글리쉬 혼 1, 헤켈폰 1, 클라리넷 4, E-flat 클라리넷 1, 베이스 클라리넷 1, 바셋 혼 2, 바순 3, 더블바순 1
금관악기군
혼 4, 바그너 튜바 4, 트럼펫 6, 베이스 트럼펫 1, 트롬본 3, 베이스 트롬본 1, 튜바 1
타악기군
팀파니 6~8 (주자 2명), 기타 각종 타악기
"엘렉트라"는 관현악의 측면에서 일찍이 슈트라우스의 장기였던 교향시의 확장형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오페라 오케스트라로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이거니와 그 구성에 있어서도 유래가 없는 다양함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유사해 보이는 듯한 전작 "살로메"와의 비교는 어떤 의미에서 불가피한 것이라 하겠는데, 각 악기군의 기능과 효과에 대한 치밀한 계산을 통해 거칠고 단순하며 더욱 강력한 음향을 얻어내고 있는 "엘렉트라"의 관현악은 현과 금관이 D단조의 거친 유니즌으로 터뜨리는 서주에서부터, 유려하고 관능적인 목관의 제시로 시작되는 "살로메"와는 근본적인 개념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호프만스탈이 엘렉트라의 음악을 듣고 '암흑과 빛의 대조가 느껴진다'고 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아가멤논, 오레스트, 그리고 운명의 동기 등이 기본적으로 제시되고는 있지만 그에 따른 선율과 화성의 전개는 매우 자유롭다. 전체적으로 반음계를 기조로 하고 있는 가운데 의도적으로 부분부분 풍부한 현악기들을 통해 온음계적인 선율미를 부각시켜 청중들로 하여금 낯설고도 벅찬 감성적 동요를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있는데 - 대표적으로 오레스트와의 재회 부분과 피날레에서 엘렉트라의 "Ob ich nicht hoere?" 부분 - 이는 의외로 티롤이나 바이에른 남부 등 알프스 지방의 민요에서 발견되는 선율적 특성과도 유사하여 고대 에게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정신적으로는 독일적인 '정의'와 일맥상통하고 있는 이 작품의 정서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흥미롭다.
엘렉트라 (Elektra): 전왕 아가멤논과 클뤼템네스트라의 딸 (소프라노, 드라마티코)
크리소테미스 (Chrysothemis): 엘렉트라의 여동생 (소프라노, 리리코 스핀토)
클뤼템네스트라 (Klytamnestra): 전왕 아가멤논의 왕비 (메조 소프라노)
오레스트 (Orest): 전왕 아가멤논과 클뤼템네스트라의 아들 (바리톤)
에기스트 (Aegisth): 전왕 아가멤논의 사촌 동생, 클뤼템네스트라의 정부 (테너)
오레스트를 양육한 사람 (베이스)
클뤼템네스트라의 심복 시녀 (소프라노)
클뤼템네스트라의 의상담당 시녀 (소프라노)
젊은 하인 (테너), 늙은 하인 (베이스), 감시하는 여인 (소프라노)
5명의 하녀 (소프라노2 + 메조2 + 알토2)
등장인물중 엘렉트라는 전곡을 통해 시종일관 무대 위에 등장하여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초반부터 긴 모놀로그를 부르고 그 뒤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대응, 급기야 피날레에 이르러서는 10여분에 걸친 폭발적 가창과 거기에 춤까지! 한 마디로 엘렉트라는 극중에서 거의 유일한 영웅적 존재인 만큼 가수에게 있어서도 초인적인 스테미너를 지닌 드라마티코의 자질이 애당초부터 요구된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엘렉트라의 일인극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전작 "살로메"가 순전히 소프라노의 일인극을 축으로 하고 있는 것과는 또 달리, 오레스트의 등장 전까지 작품의 전반부를 여성들의 내추럴한 가창으로 밀도를 높여, 청중의 뇌리를 쥐어짜고 있는 만큼 다른 두 여성 배역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중반부에만 등장하지만 엘렉트라와 대극적 인물로서 클뤼템네스트라는 극에 있어 또 하나의 축이라 할 수 있고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적 인물 (연약하지만 모성적 측면도 내포하고 있는) 크리소테미스까지 세 명의 여성 주역들은 음역 면에서는 의외로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는 반면, 각 배역이 요구하고 있는 음색과 성질은 완전히 다른 까닭에 이에 딱 맞게 배치한다는 것이 의외로 어려워 엘렉트라의 성공은 캐스팅으로써 초반승부가 결정된다고까지 할 정도다.
줄거리
막이 오르기 전 오페라는 다음과 같은 배경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케네 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에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으로서 출정하게 되었으나, 아르테미스 여신의 노여움으로 출항을 하지 못하게 되자, 왕비 클뤼템네스트라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딸 이피게니를 제물로 바침으로써 순풍을 불게 하여 원정길에 오르게 된다. (이 부분까지는 이미 글룩이 1772년에 에우리피데스의 원작을 토대로 하여 "아울리스의 이피게니아"라는 오페라로 작곡을 한 바 있다.)
오랜 전쟁 끝에 승리를 거둔 그는 트로이의 공주이자 무녀인 카산드라를 데리고 귀국한다. 하지만 왕비 클뤼템네스트라는 정부 에기스트와 결탁,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를 죽인 후, 권력을 찬탈하고 자신의 남은 자식들을 내친다. 이 과정에서 딸 엘렉트라는 어린 남동생 오레스트의 안전을 위해 오레스트를 멀리 도망치게 하고 그의 성장을 기다렸다가 복수를 할 기회가 오게 되길 기다린다.
전 1막
궁전 안뜰에서 5명의 하녀들이 물울 길면서 엘렉트라의 이상한 언동에 대해 수군거린다 (Wo bleibt Elektra?). 하녀들은 엘렉트라가 궁전에서 개처럼 취급 받고 있으며, 그녀 또한 권력자들을 욕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하녀들 역시 엘렉트라로부터 욕을 먹고 있기에 엘렉트라를 험담하지만 다섯번째 하녀는 어느 정도 동정적이어서 (Ich will vor ihr mich niederwerfen...)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하녀들이 모두 퇴장하고 어둠이 깔리자 구석에 있던 엘렉트라가 나타나 언제나처럼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무덤 속에서 나오라고 호소하며 복수를 하자고 울부짖는 긴 모놀로그를 부른다 (Allein! Weh, ganz allein!... Agamemnon!...).
이때 여동생 크리소테미스가 나타나, 갇힐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언니에게 복수를 단념하라고 충고한다. 복수에 몸부림치느니 차라리 농부의 아내나 되어 아기를 낳고 살고 싶다고 한다 (Ich kann nicht sitzen und ins Dunkel starren...). 마침 어머니 클뤼템네스트라가 오는 기척이 나자 그녀는 두려움에 도망친다.
클뤼템네스트라가 나타나 요즘 악몽에 시달린다고 하며 (Ich habe keine guten Naechte...) 엘렉트라에게 그것을 쫓아내는 방도를 묻자, 엘렉트라는 제물로서 남자의 맛을 안 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오레스트 얘기를 꺼내자 클뤼템네스트라는 오레스트가 바보였기 때문에 멀리 떠나보낸 거라고 한다. 그러자 엘렉트라는 어머니가 오레스트를 두려워 하는 것을 다 안다며 어머니 자신이 제물이 될 것이라고 외친다 (Was bluten muss?). 그때 시녀가 나타나 무언가 귓속말을 속삭이자 클뤼템네스트라는 갑자기 웃으며 궁 안으로 들어간다 (이 부분을 기점으로 하여 극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마침 크리소테미스가 등장, 오레스트가 죽었다는 소문을 전하자 (Orest ist tot!) 엘렉트라는 이제 우리 둘이 복수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Wir beide muessen’s tun...), 그 말에 크리소테미스는 망설이다가 그만 도망쳐 버린다. 낙심한 엘렉트라는 혼자라도 복수를 해야겠다며 아버지가 살해될 때 쓰였던 도끼를 찾기 시작한다. 그 때 한 나그네가 나타나 오레스트의 죽음을 전하러 왔다고 한다 (...dass ihr Sohn Orest gestorben ist vor unsren Augen.).
슬픔에 잠긴 엘렉트라에게 나그네가 이름을 뭍고 엘렉트라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나그네는 격앙된 어조로 사실 오레스트는 살아 있다고 말한다. 엘렉트라가 그렇게 말하는 그대는 누구냐라고 묻자 나그네는 모습을 드러내고 (Die Hunde auf dem Hof erkennen mich...) 그가 바로 동생임을 알게 된 엘렉트라는 "오레스트! (Orest!)"라고 부르짖으며 기쁨을 노래한다.
때마침 궁전 안에 남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오레스트와 그와 함께 온 그의 양육자 (원작에서는 친구 필라데스)는 클뤼템네스트라의 시녀의 도움으로 궁 안으로 들어간다. 엘렉트라가 오레스트에게 도끼를 건네주지 못했다고 걱정할 즈음 (Ich habe ihm das Beil nicht geben koennen...), 궁 안에서 클뤼템네스트라의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 때 에기스트가 등장, 불을 켜라고 소리친다 (He! Lichter!). 이에 엘렉트라는 문간의 횃불을 들고 달려가 즐거이 춤을 추는데, 이를 본 에기스트는 이상히 여기면서 궁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잠시 후 창 틈으로 에기스트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다가 사람 살리라는 비명과 함께 사라져 간다.
크리소테미스가 나타나 오레스트가 마침내 복수를 하였고 궁 안의 사람들이 그를 섬기며 따르고 있다고 전한다 (Elektra, Schwester!...). 이윽고 엘렉트라는 전력을 다해 신들린 것처럼 광란의 춤을 추기 시작하고 (Schweig und tanze!...) 끝내 그 자리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는다. 크리소테미스가 닫힌 궁전의 문앞에서 "오레스트, 오레스트!"를 부르짖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 글: 글: 유정우(goclassic)
<글: http://www.goclassic.co.kr>
https://youtu.be/7Ngj2TfQmuA?si=qFFM-2S-Lg98zIGW
Strauss - Elektra - Vienna / Mitropoulos Salzbu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