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기록된 첫 번째 수혈은 1490년경 로마에서 행해졌다고 한다. 한 유대인 의사가 병을 앓고 있는 교황 인노첸시오 8세에게 소년 세 명의 피를 수혈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그게 수혈이었는지 피를 마신 건지는 확실치 않다. 피의 대가로 금화를 받기로 했던 소년들은 사망했다. 교황도 오래 가지 않아 선종했다.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도 역시 분명치 않다.
첫 수혈의 ‘과학적’ 기록은 1667년 프랑스 의사 장 밥티스트 드니가 15세 소년의 혈관에 양의 피를 주입한 것이다. 이후 몇 번 더 시도가 있었지만, 프랑스 법원은 수혈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동물의 피가 인간을 타락시킬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인간의 피를 인간에게 안전하게 수혈한 건 고작 100년밖에 안 됐다. 1900년 오스트리아 화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혈액형을 발견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혈이 시작됐다. 하지만 인간의 피를 뽑아 인간에게 다시 넣는 수혈은 늘 공급 부족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1950년대부터 인공 혈액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적혈구라는,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세포를 모방하는 건 역경의 연속이었다. 적혈구는 핵과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세포로 질소와 산소의 투과를 조절하는 절묘한 막 구조를 갖고 있다. 그 막을 통해 안에 가득 들어찬 헤모글로빈의 산소 전달이 가능하다.
수십년 시행착오 끝에 최근 일본의 한 연구팀이 인공 적혈구를 만들어 임상 1상에 성공했다. 많은 양을 주입한 건 아니지만 큰 부작용이 없었다. 인간이 손수 피를 제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목차
① 보라색 혈액
② 인공 혈액 어떻게 가능했을까
③ 혈액형 상관 없다
이미지크게보기
일본 연구팀이 인공 적혈구를 제조하는 데 성공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람 피를 실험실에서 만드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진 일본 나라현립의대병원
※아래 텍스트는 영상 스크립트입니다.
💜보라색 혈액
우리가 헌혈한 피는 귀중한 목숨을 구하는 데 쓰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혈구는 그리 오래 살지 못합니다.
혈액의 유효 기간은 35일이고, 그 이후엔 폐기됩니다.
수많은 사람이 헌혈해도 의료기관에서 헌혈을 독려하는 이유죠.
유효기간이 짧은 건 적혈구 때문입니다.
적혈구는 산소를 배달하는 헤모글로빈을 막으로 감싼 구조입니다.
그런데 그 막을 유지하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합니다.
몸속에선 120일 정도 살지만, 몸 밖으로 나오면 빨리 망가지죠.
그래서 오래가는 인공 적혈구를 만드는 건 인류의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나라현립의대병원 연구팀이 인공 적혈구를 개발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보라색, 장미색을 띤 액체가 바로 인공 적혈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