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3시 ... ??? -- 케이블 방송국 교체기

어제 난 오랜만에 십년 가까이 보던 케이블 방송국을 바꾸었다. 우리 동네엔 두 개의 케이블 방송국이 있는데 내가 보던 케이블 방송국에 가입한 것은 95년도 였고 그당시엔 유선방송을 제외하고 케이블 방송은 그곳 하나였다. 내가 왜 오랜시간 보아왔던 케이블 방송국을 바꾼 이유는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너무 없다는 것과 보다 인기있는 방송채널을 송출하는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로 바꾼 방송국은 예전엔 유선 사업만 했지만 지금은 성장하여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 서비스까지 같이 할 정도로 규모가 있다. 그리고 같은 값에 더 많은 방송채널을 송출해준다. 물론 방송채널이 많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같은 값이면 채널이 많을 수록 조금이나마 볼거리가 더 많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단지 케이블 방송을 바꿨다는걸 알리고자 함이 아니라 바꾸면서 생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처음 우리 집에 새로 케이블을 설치하러 오신 기사분이 계셨다. 토요일 오전에 일찍 우리집에 방문해 케이블을 설치해 주셨는데 화질이 너무 떨어졌다. 전에 보던 케이블 방송국화질보다 너무 떨어지니 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처음에 그 회사가 좀 구려서 케이블 망이 후져서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했다. 기사분에게 물어보니 그 분은 대체로 이 정도밖엔 안나온다는 말을 하셨다. 채널이 많은 만큼 참고 봐야지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후에 아버지가 오셔서 tv를 켜니 오전에 설치하고 간 화면보다 더 찌그러져서 나왔다. 그 바람에 아버지는 당근 나에게 '화면이 왜 이러냐고?" 짜증을 내시는 바람에 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우리 아버지는 참고로 골프채널을 주로 보신다. 골프채널보기 위해 우리집은 비싼 고급형 케이블을 꼭 봐야한다. 암튼 이런 상황에서 난 다시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서 항의했고 거기선 아까 오신 기사님을 다시 보내주신다는 거였다. 결국 그 기사님은 저녁에 다 되어서 우리집에 오셨고 다시 케이블을 손봐주셨는데 오전보다 훨 좋았다. 그 이유는 아까 연결한 케이블 선을 빼서 방송국에서 다이렉트 로 오는 선에 꽂아서였다. --> 기사분이 그렇게 얘기해 주셨다. 참고로 여자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방송국에서 나오는 하나의 케이블 선을 분배기를 거쳐 여러 세대에 보내는 데 이 과정에서 화질이 많이 떨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돈 없는 분들이 남의 집에 들어오는 케이블 선을 따서 자기 집에 연결하면 tv잘 나온다. 아무튼 난 안도의 숨을 내쉬었는데 단 하나의 채널이 상태가 안좋았다. 결국 그 기사분은 포기한 듯 자신보다 한 수 위의 기사분에게 전화를 걸으셨고 그 덕분에 일요일인 오늘 새 기사분이 우리집을 방문해 주셨다. 이 분은 맥가이버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확실한 케이블 가이셨다. 이 분은 우리집에 오는 즉시 케이블선에 계측기를 대고 신호를 확인하시더니 신호가 약하다며 케이블을 다시 연결하고 전신주를 타는 숙련된 기술을 보이셨다. 그 결과 우리집에 케이블 화질은 월등히 높아져서 예전 방송국의 컬러티를 되찾고 말할 수 없는 깨끗한 화면으로 기쁨을 주셨다. 결국 케이블 방송의 화질은 방송국의 장비가 구려서 나쁜게 아니라 기술자의 손에 달린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솔직히 우리집에 처음 오신 기사분은 우리집에서 머문 시간이 1시간이 넘을 정도였다. 게다가 두번이나 방문했으니 얼마나 번거로웠을까? 그러나 이분은 한 30분도 안되는 시간에 뚝딱하고 일처리를 완벽하게 하셨다. 나도 이공계를 다녔지만 엔지니어사이에서 실력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어떤 엔지니어를 택하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이미지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난 이 정도의 엔지니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 찌그러져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내겐 엔지니어의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일 엔지니어라면 처음 우리집에 방문한 기사분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 심히 괴로웁다...... 아무튼 집에 tv가 안나오시는 분은 여기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기사대신 유능한 기사를 불러달라고 독촉하시면 tv 잘 나올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