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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장 혈안대법
- 훌륭한 수하는 훌륭한 주군으로부터 나오는 법.
운기를 마치고 일어선 장문산은 우선 여건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빚을 졌네, 덕분에 목숨을 건졌어."
무림맹이 섬서지단주 여건은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가당치 않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오늘 전공은 제가 아니라 저기 저 젊은 공자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장문산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저 젊은 친구는 나하고 특별한 인연이 있어 나를 찾아 온 것이니 따로 인사를 할 것일세, 그리고 참으로 다행일세."
"다행이라니요?"
"아직 무림맹에서도 자네 같이 올바른 인물이 있다는 것이 말일세."
여건은 도금 당혹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굳이 속일 필요 없네. 지금 무림맹과 각 파의 원로라고 하는 늙은 것들이 하는 짓은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변명은 하지 말게.
나이 들면 늘어나는 것은 눈치뿐 아니겠는가? 그리고 자네 같은 인물이 섬서지단에 처박혀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지금이야 올바른 인물들이 배척받는 시대이니."
여건은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장문산의 말대로 그는 자신이 속한 문파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무림맹에서도 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이곳으로 오게 된 상황이었다.
사실상 유배다.
그리고 벌써 오 년이 지났다.
여건은 장문산이 현 무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전혀 소식을 몰라 무림에서 완전히 은거하고 지내는 줄 알았었다.
'그동안 강호 무림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장 우사님을 회주나 문상에게 소개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단 한 명의 조력자라도 필요한 시기인데. 일단 문상에게 물어봐야 할 듯하구나. 그런데 장 선배님은 어쩌다가 팔을 읽으셨을까?'
사실 처믐부터 여건은 궁금했다.
장 우사 같은 절대고수가 누구에게 팔을 잃을 정도로 부상을 당했단 말인가? 묻고 싶었지만 그것이 큰 실례라 생각했기에 모르는 척 할 뿐이었다.
여건은 일단 장문산을 누군가에게 소개하기로 결심을 굳히면서 말했다.
'마음은 이십의 열혈이지만, 몸은 나이가 들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처지입니다. 오래 살다 보니 얽힌 인연도 많고 소심해져서 모든 것이 다 버겁기만 합니다. 이제 다음 대의 젊은 후배들에게 기대를 걸고 살아갈 뿐입니다. 그런데 선배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그저 황송하기만 합니다."
여건의 말에 장문산은 그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기회가 있겠지. 절대로 포기하고 살진 말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로바도 이제 섬서지단에 들르셔서 조금 쉬셨다가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제가 조금 드릴 말씀도 있고."
장문산이 고개를 흔들었다.
"특별한 일로 나를 만나서 온 사람이 있네. 그리고 지금 급하게 찾아가야 할 친우가 있어서 그건 조금 힘들 것 같네."
장문산의 말에는 단호함이 어려 있었다.
여건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섭섭하지만 사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후배가 장 우사님에게 청이 하나 있습니다."
"말해 보게."
여건은 먼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수하들을 보고 말했다.
"내 선배님에게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좀 물러서들 있게."
"예, 단주님."
장 우사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복 있던 섬서지단의 세 호법들은 수하들을 데리고 멀찍이 물러섰다.
어떤 의문도 없는 표정.
여건에 대한 신뢰가 가득한 눈빛.
세 호법의 행동에서 그들이 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를 따르는지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
장문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훌륭하군."
"저 세 사람은 제가 여기 남아서 얻은 유일한 위안입니다. 다른 수하들만 아니라면 어떤 비밀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장문산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감돌았다.
"훌륭한 수하는 훌륭한 주군으로부터 나오는 법일세."
"과분한 칭찬입니다."
장문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건이 수하들을 물리자. 편일학과 추무영도 눈치를 채고 뒤로 물어나 있었기에 지금 그들은 단 둘이 서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 나에게 할 말이 무엇인가?"
"언제 시간이 되시면 제가 사람 하나를 추천하여 장 우사님에게 보내려 합니다. 그떄 제 이름을 대면 혹시 박대하지 마시고 잠시만 시간을 좀 내주셨으면 합니다."
여건의 말을 들은 장문산의 눈이 빛났다.
이런 간단한 말을 하기 위해 사람들을 몰렸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들리는 말은 간단하지만 그마저도 은밀하게 해야 될 말이라면 그 속은 아주 싶은 내용이 있을 것이다.
장문산은 여건이 한 말을 간단하게 듣지 않았따. 그리고 그는 이미 여건이 한 말에 대해서 조금이지만, 어떤 눈치를 채고 있었다.
"역시 썩어도 준치라고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들이 있어 준비를 하고 있는 선은들이 있었단 말인가? 그나마 다행이구나."
장문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선배님."
"감사할 게 뭐 있나? 잠시 시간을 내주는 것뿐일세."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이 가진 시간의 값어치도 다르게 마련입니다. 장 선배님의 시간이 어찌 평인의 그것과 같겠습니까?"
"내 얼굴에 금칠은 그만하게. 그보다도 우리는 이곳을 빨리 떠나야 할 것 같네. 나는 일행이 있어서 따로 가야 할 것 같으니, 자네도 빨리 섬서지단으로 돌아가게. 탐우라가 다시 이곳에 나타날지도 모른단 말일세. 각자 일행들에 대한 소개와 인사는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따로 하기로 하세."
여건은 궁금한 표정으로 초무영을 슬쩍 쳐다보았다.
사실 간단한 신호 하나로 탐우라를 물러서게 한 청년의 정체가 몸시 궁금했다. 그리고 네 명의 청년들과 두 여자의 정체도 궁금했지만. 장문산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물어볼 수가 없었다. 장 우사가 이들에 대한 소개를 나중으로 미룬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건은 빠르게 미련을 버렸다.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럼 우린 이만 먼저 물러가겠네."
장문산이 돌아서서 초무영에게 다가서자. 초무영과 함께 온 두 명의 중년 무사들은 황급하게 예를 취하려 했다.
장문산이 한 손을 들어 흔들면서 말했다.
"지금은 예를 따질 때가 아닐쎄. 보아하니 자네가 작은 지혜를 빌러 임시로 탐우라 일행을 물리친 것 같은데. 그가 눈치 채고 다시 돌아오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할 것이네."
세 사람의 안색이 굳어졌다.
초무영은 그 짧은 순간에도 자신이 잔꾀로 탐우라를 잠시 물러서게 한 것을 눈치 채고 행동하는 장문산을 과연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마침 제가 안전하게 피할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거리가 조금 있지만, 탐우라를 피할 순 있을 것입니다."
"그럼 안내하게. 서로 인사는 그곳에서 하기로 하지."
"저를 따라오십시오."
초무영이 앞장을 서고 뒤어어 장문산과 편일학 그리고 소설과 네명의 풍운령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장문산과 초무영 등이 사라지고 난 자리엔 여건과 섬서지단의 세 호법 그리고 그들의 수하들 오십여 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자. 여건에게 다가온 호법 세 명 중 청죽검 호세건이 말했다.
청죽검 호세건은 다섯 명의 호법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고, 무공도 가장 강했다.
당연히 그는 오대호법 중 수석호법이었다.
"단주님. 장 우사를 만나러 온 청년의 정체가 몸시 궁급합니다. 그리고 장 우사와 경혼검 편일락의 일행인 두소녀와 네 명의 무사들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모두 신분을 침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었습니다."
여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래 무림이 조금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군. 혈궁에 이어 신주오기의 한 명인 장 우사가가 팔 하나를 잃은 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인들과 함께 나타났는가 하면, 무림맹에서는 권왕이 폭풍을 일스키고 있으니 이제 난세가 시작되었음인가? 이제 우리도 좀 더 준비를 해야 할 것일세, 장 우사님의 말대로 탐우라가 다시 이곳에 나타날지도 모르니 우리도 얼른 이곳에 떠나세. 나도 가서 얼른 회주님과 무상을 만나 봐야 할 것 같네."
"예. 단주님. 하지만 저 시신들은?"
"그냥 두고 떠나세. 죽은 사람들 때문에 산 사람들이 위험해서는 안 될 것일세. 일단 섬서지단의 수하들 시신만 챙기게."
"명."
여건과 무림맹 섬서지단의 수하들도 그렇게 그 자리를 터났다.
모두 떠난 빈자리엔 바람만 이리저리 휘돌며. 죽은 시치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 * *
무림맹.
근래 들어 무림맹은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일이 없이 사건이 터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엔 언제나 권왕이란 이름이 제일 먼저 오르내린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그 사건은 날벼락 백 개가 한꺼번에 떨어진 것보다 더 큰 위력으로 무림맹을 강타했다.
아직 일반 무사들에게까지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장로원의 정로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어찌 보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말 못할 사정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은근슬쩍 그냥 지나가자니 권왕과 북궁세가가 영 부담스럽다.
사실 그게 아니라도 그냥 지나티기에는 너무 큰일이었다.
어떻게든 어느 선에서 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호연세가의 사건.
세 명의 선은들이 증인으로 나섬으로서 알려진 호연세가의 엄청난 비밀.
죄 없는 낭인 무사들은 물론이고 무공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납치해서 호연란과 월영당 무사들의 무공 수련용으로 죽였다는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그뿐이 아니라 호연란과 호연상이 무림의 이대금기마공 중 하나인 명옥천마도법을 익혔다는 사실도 들통이 나고 말았다.
특히 금기마공의경우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보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따.
이 두 개의 사건을 하나로 묶어 놓고 보면 호연란과 호연상이 명옥천마도법을 익히기 위해 낭인 무사들을 납치했다는 사실을 유추하기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동심맹을 비롯한 장로원의 장로들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무림맹 내에 사람을 납치해서 죽인 일은 단순하게 호연세가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다.
무림맹의 장로들과 맹주부는 이 사실로 인해 호연세가를 공적으로 선언하기 위한 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사실상 논란의 여지가 없이 호연세가는 무림의 공적으로 선언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비밀로 하려고 해도 이런 일이 소문이 안 날 순 없었다.
조금씩 퍼지기 시작한 소문은 이미 무림맹 안을 진동하고 있었으며 어느 틈엔가 무림맹 밖으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었다.
무림의 군소 방파들과 낭인 무사들은 무림맹 앞에서 연일 시위를 하면서 호연세가를 당장 공적으로 선언하고 단죄할 것을 촉구했다.
실상 호연세가는 호남에서 자리를 옮겨 온 까닭에 무림맹에서 멀리조 않아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단죄할 수 있는 위치였다.
사자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위맹해 보이는 노인의 눈에 분노가 어리고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는 무림맹의 호연세가 무사들이 데려온 호연상과 부총관인 범여창, 그리고 호연라노가 설비향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아직 살아서 숨은 쉬고 있지만, 사실상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권왕이란 말이지?"
앞에 대기하고 있던 몇 명의 무사들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노가주님. 그리고 세 명의 선은도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노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선은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일이 더욱 커지고 말았습니다. 권왕 한 명이라면 그를 싫어하는 장로원에게 우기기라도 할 텐데 세명의 선은은 모두 명망있는 자들이라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인
그는 호연세가의 전대가주이자. 신주오기 중 한 명인 참마도 호연각이었다.
호연각은 나직하게 신음을 흘린 다음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
"월영대와 잠영대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소가주님께서 장로원에 가실 땐 두 분을 동행하지 않으셨습니다. 가는 곳이 무림맹 내의 장로원이고 호연낭 태상호법께서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두 분은 권왕이 쳐들어와서 가주님을 상해할 때, 그의 충복이라는 우칠에게 협공을 하다가 모두 죽었습니다."
이미 자초지종은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다짐을 하듯이 다시 듣는 호연각이었다.
그의 뒤에는 호연세가의 총관인 일광금도 추산령이 얼굴을 굳힌 채 서 있었다.
그는 불안한 시선으로 호연각을 보고 있었는데, 이 일로 인해 호연각이 화를 참지 못하고 당장 권왕에게 달려갈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호연각이 추산령을 돌아보고 물었다.
"총관, 지금 상황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가?"
총관은 침을 꿀껵하고 삼켰다.
"지금은 위기다. 이 위기를 잘 견디면 반드시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노가주인 호연각을 바라보았다.
우선은 대답을 해야 한다.
총관 추산령은 속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호연각을 보고 말했다.
"우선 권왕이 여기 있는 네 분을 죽이지 않은 것은 노가주님을 충동질하기 위해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호연각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객을 끄덕였다.
"그런가? 내가 지금 당장 달려가서 권왕에게 도전하면 나는 그의 꾀에 빠지게 되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머리를 쓰는 것이라면 저보다는 군사가 한 수 위입니다."
호연각은 쓰러져 있는 설비향을 바라보았다.
눈물과 콧물, 그리고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설비향의 모습은 그야 말로 처참했다. 특히 입은 완전히 쓸 수 없는 지경이었고, 손목은 으깨져서 글조차 쓸 수 없게 되었다.
말은 커녕 글씨 쓰기도 불가능한 상황.
호연각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추산령을 보고 말했다.
"물어보아라!"
"명."
추산령은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설비향에게 다가갔고,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설비향은 고통을 참고 눈을 뜬 채 추산령을 바라본다.
추산령의 눈이 점차 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추산령의 시선을 마주보는 설비향의 눈 또한 은은한 혈색을 띤다.
무인들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당장 두 사람이 펼치고 있는 사공이법의 정체를 알 수 있었으리라.
두 사람이 펼치고 있는 것은 마교의 사공 대법 중 하나인 혈안심기전이었다. 간단하게 혈안대법이라고 한다.
마교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지기 전, 마교의 교주에겐 벙어리 아들이 있었다. 당시 마교의 장로들이 교주의 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혈안심기전이었다.
눈으로 뜻을 전하는 일종의 밀음법인 혈안심기전은 혜광심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말도 있었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었다.
물론 혈안심기전을 익혔다고 아무에게나 뜻을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법을 익힌 사람들끼리만 뜻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호엔세가에서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몇 명의 인물들이 이 무공을 익혀 놓은 상태였다.
그들 중 두 명이 추산령과 설비향이었던 것이다.
다행이라면 이 무공을 펼치는 데에는 단 한 가닥의 진기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비향도 혈안심기전을 펼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혈안심기전을 펼치면서 설비향이 하는 말을 추산령이 전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가주님이 단 한번만 고객를 숙이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호연각은 추산령을 보고 얼굴이 굳어진다.
그의 말을 음미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호연각이 고객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되겠는가?"
총관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뜻이었고 그렇게 하겠다는 표현이었다. 총관은 가슴속의 무거운 바윗돌을 들어 치우는 기분이었다.
비록 설비향의 뜻을 전하는 입장이지만, 그가 한 말을 알아듣고 있는 추산령으로서는 참으로 하기 어려운 말을 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결단을 내린 호연각은 자신보다 수십 배 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장로원에 속한 장로들의 약점을 쥐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협박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맹주부는 어쩔 참인가?"
직선으로 물어오는 호연각의 질문에 추산령은 설비향의 뜻을 읽으면서 자신이 말하는 것으로 직설적으로 대답했다.
"어차피 재판권은 장로원에 있습니다. 그리고 내사를 하는 것도 장로원입니다. 그러면 되는 것입니다."
"알았다."
호연각은 돌아선 다음 무사들을 보고 말했다.
"모두 돌아가라!"
"명."
무사들이 나가고 나자, 호연각은 호연상과 범여창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 다 응급조치를 한 후라서 온몸이 흰 천으로 칭칭 감겨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그들은 아직 숨을 뒤소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절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운이 짚은 혈도 때문이리라.
그것은 호연란이나 설비향도 마찬가지였지만, 상처가 난 면에서 두 사람은 조금 더 다양한 편이었다.
아운과 우칠은 두 사람을 단죄할 때 특정한 부위만 골라서 하였고, 낭인 무사들은 닥치는 대로 폭력을 휘두른 탓이었따.
호연각은 냉정한 시선으로 호연상을 보고 말했다.
"들었으리라 믿는다. 누군가 희생을 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나이가 많고 지위가 있는 네가 해야 옳을 것이다. 그래야 그들에게 명분 있는 변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에 네 복수는 내가 꼭 해 주마. 그리고 부총관도 잘 가시게. 남아 있는 식구들은 내가 책임을 지겠네."
호연상과 범여창의 눈이 부릅떠졌다.
말을 하고 싶었다.
살려 달라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번쩍.
한 가닥이 섬광이 허공을 갈랐고, 호연상과 범영창의 목이 떨어졌다.
호연각은 손에 자신의 도를 든 채 목이 떨어진 아들과 범영창의 시신을 냉정하게 바락보고 있었다.
머리가 떨어진 목에서 피가 뿜어지고 있었다.
총관인 추산령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돌아서고 말았다.
"끄그극."
바닥 한쪽의 포대 위에 누워 있던 호연란이 이를 악물고 울고 있었따. 설비향 역시 눈을 감은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설비향은 호연상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그로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호연세가가 살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주, 용서하시오.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소."
"기억해라!"
호연각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호연란을 향해 있었다.
"가문을 위해 나의 아들이자. 너의 아비가 죽었다. 그것을 잊지 말아라! 지금은 호연세가가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기필코 호연세가의 힘을 세상에 보여 줄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 권왕은 내 손에 갈기갈기 찢어진 채 죽을 것이다."
마치 선언을 하듯이 말한 호연각의 눈에 물기가 흐르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호연각은 손으로 눈을 슬쩍 훔치면서 말했다.
"총관."
추산령이 후다닥 그의 앞에 와서 부복한다.
"예. 노가주님."
"시간이 늦어지면 희생도 소용없게 될 것이다. 가자. 가서 그 늙은 것들하고 타협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정도면 그들도 명분이 설 것이다."
"명!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설 군사는 조금 전 제게 이 부분에 대해서 이미 말을 해 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가? 그럼 지체하지 말고 실행하라!"
"먼저 각 파의 장로들에게 그들의 치부가 적힌 서신을 적어 보내겠습니다. 그 정도면 그들도 이쪽의 뜻을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 가주님이 가시면 됩니다."
"알았다. 내 아들의 피가 식어 간다. 서둘러라! 그리고 저 두 아이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쳐 놓아라!"
"명"
총관이 복명을 하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묵묵히 서 있는 호연각의 눈으로 물기가 흐른다.
"용서하거라! 아들아."
주먹을 쥔 그의 손이 부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권왕 이놈! 네놈을 살려 두면 내가 호연각이란 이름을 버리겠다."
호연각은 속으로 다짐에 다짐을 하고 있었다.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ㅈㄷㄱ~~~~~~~````````````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ㅎㅎㅎ
피의복수
감사합니다.
줄독
즐감
잘 읽고 갑니다.
ㅈㄷㄳ
즐독....감사...꾸벅....방끗..^^.
감사합니다.
즐독....감사
감사합니다
감사...
즐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