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에는 정사각형 나무 테이블과 의자 2개만 놓여있습니다. 창문도 없어 어떠한 빛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천장에 매달린 노란 조명이 테이블 위만 비추어 줍니다. 베이지색 교복을 입고 있는 여중생 한명이 의자에 앉아 잠에 들어있습니다.
여자 아이는 혈액에 반쯤 젖어있는 붕대를 눈에 감고 있습니다. 다른 의자에는 경찰복을 입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담배 연기가 여자 아이가 코를 자극하자 기침과 함께 깨어납니다.
“ 꺄악 ”
여자아이의 비명이 어두운 방안에서 메아리쳐 마치 합창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여경은 여자아이의 어깨를 감싸주며
진정시킵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거친 숨소리와 훌쩍거리는 콧물소리만 낼뿐 비명을 멈춥니다.
아이가 어느정도 진정됐다 싶자 여경은 제 자리에 앉습니다.
“ 누.. 누구세요? 여긴 어디에요. ”
“ 이제 좀 진정됐나보구나. 여긴 경찰서야. 너의 가족에 대해서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 ”
“ 경찰서라구요? ”
경찰서라는 말을 듣자 여자아이는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진 모양입니다.
“ 근데 너 눈은 어떻게 된거야?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양쪽 다 모두 실명이라던데 ”
“ 새엄마가 이렇게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흐릿흐릿하게 보일정도였는데 몇일 전부터는 아예 안보이고 어두운 방에 갇혀있는 것처럼 ”
“ 새엄마가? 어떻게 했길래? ”
여자아이는 다시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 그냥 미친여자에요. 아빠가 어쩌다 그런 여자랑 재혼했는지. 제가 지금 의식을 몇시간 동안 잃은지 몰라서 그러는데 오늘 몇일이에요? ”
“ 4월 30일이야. 어떤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봐. ”
“ 휴- 전 새엄마가 그정도로 미친여자인지는 몰랐어요. 평소에 아빠가 없을 때, 자기 방안에서 화장대 앞에 앉아
혼자 바니걸 복장을 하고 웃고있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신기하게 쳐다보니 화장대 거울로 비춰 저를 노려보는거에요.
저는 얼른 거실로 도망갔지만, 거실로 따라나오더니 제 뺨을 때리더군요. ”
“ 그게 전부야? ”
“ 아니요. 평소에 그런 일들이 있다가 아빠가 일본으로 9박 10일 출장을 가는 날이었어요. 출장 가시기 전날 새엄마 아빠 저
이렇게 셋이 저녁을 먹는데 새엄마가 아빠한테 거짓말을 하는거에요 ”
“ 뭐라고 거짓말을 해? ”
“ 저도 아빠처럼 9박 10일로 중국에 수학여행을 가서 집에 없을거라구요. 근데 수학여행은 이미 저번 달에 다녀왔거든요.
물론 자기 회사일에만 집중하시는 아빠가 그것을 기억할리는 없지요. 아빠가 출장을 가자마자 새엄마는 하얀 빵집 요리사 복장을
하고 있었어요. 뭐 평소에 바니걸 복장이라던지 하녀복장이라던지 많이 봐왔기 때문에 전 별 신경 쓰지 않고, 학교 가기전에
거실에서 씨리얼을 먹고 있었지요. ”
“ 학교에 등교는 무사히 했어? ”
“ 그럴리가요. 씨리얼을 다 먹고 수저를 내려놓자마자 새엄마는 제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내기 시작했어요. ”
“ 너는 가만히 있었어? ”
“ 물론 자르지 못하게 손으로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새엄마가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살점까지 잘라버려서 저는 소리만 지를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자르지 못하게 손으로 막았다면 손가락이 잘려나갔을지도 모르죠. ”
“ 그다음엔? ”
“ 그러더니 제 머리에서 잘려나간 살점들과 머리카락을 접시에 담더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거에요. ”
“ 저항한다던가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어? ”
“ 저희 집이 가보셨으면 알겠지만 개인주택이잖아요. 방음도 잘되어 있는 데다가 마당도 넓어서 아무리 소리질러도
옆집까지 들릴 수가 없어요. 그리고 머리카락 자른 그 날 바로 저를 의자에 묶어버렸기 때문에... ”
아이는 말을 하다 멈추어 의자가 불편한지 자꾸만 일어서려고 합니다.
“ 어디 불편하니? ”
“ 엉덩이도 새엄마 때문에 이렇게 되버렸거든요. ”
아이는 교복 치마를 들추어 여경찰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지저분하게 떼가 타 있는 하얀 팬티를 걷어 내리자 빨갛다 못해
쭈글쭈글하게 녹아버린 엉덩이가 보입니다.
“ 헙 그건 어떻게 된거야 ”
“ 이건 아까 그 일이 있고나서 하루 있다가 이렇게 된거에요. 새엄마는 자기가 국어 선생님이라면서 갑자기 존댓말을 했어요.
그러다가 대충 맞장구 쳐주는척하면서 앉아있었는데 저보고 왜 숙제를 안해왔냐는 거에요. 그래서 무슨 도대체 무슨 숙제였냐고
이상한소리 하지 말라고 하니까 숙제 안해온 벌로 체벌을 하겠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팬티를 벗기고 불에 달궈진 후라이팬으로
마구 때리는거에요. 정말 온몸이 타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그 여자 감옥에 가는 거 맞지요? 아빠는 무사한건가요? ”
“ 응 내가 반드시 그렇게 해줄게. 잘 처리하고 이제 좀 편하게 살게 해줄게 반드시. 그런데 눈은 어떻게 그렇게 된거야? ”
“ 이건 새엄마가 간호사 복장을 했을 때에요. 주사기로 제 눈알을 찔러 공기를 주입했어요.
한쪽 눈은 너무 공기가 들어가서 인지 눈알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어요. 눈에서 막 바람세는 소리가 들렸지요. ”
“ 그 다음부턴 눈이 안보여 새엄마가 어떤 복장을 했는지 몰랐겠구나 ”
“ 네... 사실 그래요. 그런데 저 화장실좀 데려다 줄 수 있으세요? 앞이 안보여서 ”
그러자 여경은 여자아이에게 갈아입힐 옷이 있는 것 같은 종이가방을 들고, 여자아이를 부축하며 화장실로 향합니다.
“ 형사님 화장실 냄새 정말 좋아요. 제가 생각했던 경찰서와 매우 달라요 ”
“ 그래? ”
“ 네. 방향제가 저희집꺼랑 같은 건가봐요. 이 민트향 아주 좋아하는데. ”
“ 여기 경찰서 아니거든. ”
“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
“ 이제 소방서야. 난 지금 여자 소방관이거든 ”
“ 꺄악 이 미친여자! ”
라이터를 켜고 스프레이를 분사하자 소녀의 얼굴에 불이 타오릅니다.
금새 얼굴이 녹아내려 피가 화장실을 뒤덮습니다. 색깔이 같아서 피인지 불길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여자는 샤워기를 들고 쓰러져 있는 아이의 빨갛게 녹아버린 얼굴에 물을 뿌립니다.
누워있는 아이의 얼굴에선 하얀 김과 함께 불꺼지는 소리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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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중학교 때 제가 썼던 소설인데
구조랑 소재는 동일 다시 내용이랑 문장 바꿔서 만들었습니다.
5년전에 썼던거라 어색한게 너무 웃겨서 다시 고쳐봤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게 이상하군요.
예전에 썼떤 소설들을 삭제하고 싶지만 아이디 비번을 까먹어서
삭제 못하고 있습니다. ㅜㅜ 그래서 지금 새로 가입하고 등업신청한 아이디에요.
첫댓글 어쩐지 언젠가 본 내용인거 같다했더니 옛날에 쓰신 거였군요.. 근데 소설 내용이 하나같이 무시무시하네요..;;
4년인가 5년전에 썼던건데 기억하시다니 대단하세요.ㅋㅋㅋ저도 제가 썼떤 옛날소설보면 기억 못하는 데 ㅋㅋㅋ
정말 좋은 글입니다. 섬뜩하군요
스토리는 중학교 시절때 썼던 거라서 지금 고쳐써봐도 약간 유치해보였는데 좋은글이라고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헐................. 완전 미친여자구나-_-;;
그러게요.ㅎ제가 썼지만 참ㅋㅋ
헉 반전 와 정말 대단하단말밖에 안나오네요. 코스프레라길래 뭔가 했더니 우와..ㅋㅋㅋ "여기 경찰서 아니거든." 이거보면서 헐.. 이랬습니다 ㅋㅋ 구현님의 소설 보다보면 당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쌍하군요! 끔찍하게 고문당하고 죽고. ㅋㅋ
네.ㅎㅎ좀 수위가 높은거 같아 걱정입니다. 다른걸로 어필 못해서 그러는거 같아요 흑흑
허.......이것도혹시아이가꾸몄나?라고사실생각했는데....이제소방서야..정말코스프레제목이확와닿네요... 잔인하면서섬뜻한..고어물영화도좋아라하는편이라잘보긴하는데..소설로읽으니..더상상이....멋진글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