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 7. 9. 화요일.
오늘도 날씨가 흐리다. 오후에 우산 하나 손에 들고는 뒷짐을 진 채 느리적거리며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쉼터로 나갔다.
벤치 위에 걸터앉아서 바둑 장기 두는 영감들이 많았고, 구경꾼도 많았다.
서호쉼터 안에는 철봉 등 간이운동기구가 있어서 몸을 푸는 영감과 할머니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나는 석촌호수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았다. 이따금 발걸음을 멈추고는 주먹 쥔 손등으로 등허리뼈를 두둘겼다.
등허리뼈가 나날이, 다달이, 해마다 더욱 굽혀져서 이제는 천천히 걷는 것조차도 힘이 들고 어렵고, 아프다. 이따금씩 멈춰서서 등허리리뼈를 두둘기면 허리통증이 조금은 가신다.
석촌호수 수면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돌았다.
지금 내 마음은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에 내려가 있다.
지난해(2023년) 음력 10월 초순(양력 11월 15일)에 시향/시제를 지내려고 아내와 함께 고향잡애 둘렀다.
며칠 머둔 뒤에 서울로 되올라왔으니 고향 다녀온 지가 만8개월이다.
내 고향집은 지금쯤 어찌 되었을까?
내 시골집은 낡은 함석집이다. 1957년 대전의 목수가 와서 초가집을 개보수하여 근동에서 알아주는 함석집이 되었다. 개보수한 지가 만67년째이니 지금에는 함석이 낡고 구멍이 뚫려서 빗물이 스며들곤 했다.
올해 6월 29일부터 장마가 시작되었고, 어제 오늘은 전국적으로 폭우가 퍼부었고, 다음주 말까지도 장마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보한다.
아쉽다. 나는 근자에 들어와 몸이 은근히 아프고, 지쳐서 고향 집에 다녀오겠다는 생각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다.
나는 눈이 나빠져서 운전대를 아내한테 넘긴 지가 오래이다. 운전해야 하는 아내도 요즈음 지친다면서 고향에 다려오는 것을 극극 거부하고 있다.
텅 빈 시골집에 내려가서 후이 둘러봤자 별 소득이 없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고 해서 당뇨병환자인 내가 운전대를 잡고 혼자서 시골집에 내려가는 것도 아내는 극구 반대할 것이다.
지난해 음력 시월 초순(양력 11월 15일)에 시향 지내려고 시골집 다녀온 이후로 만8개월이 지나간다.
고향집을 둘러싼 텃밭 세 자리에는 어떻게 변했을까?
내 밭 세 자리 가생이에 낸 마을 안길.
내 텃밭 가생이 주변에는 키가 무척이나 큰 과일나무류, 은행나무, 밤나무, 조경수들이 가득 차서 이들의 굵은 가지, 곁가지가 도로까지 길게 뻗치기에 이따금씩 톱으로 가지를 잘라내야 한다. 또한 억새, 갈대 등 잡초들도 숱하게 올라온다.
무거운 예초기를 등에 짊어지고서 풀을 깎아 도로를 청소해야 하는데.... 마을사람들은 아무도 내 밭으로 낸 마을 안길을 청소하지 않는다. 땅 주인이 별도로 있기에.... 해마다 내가 고향집에 들르면 두서너 차례 안길을 청소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 2024년에는 아직껏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았으니 내 텃밭 사이로 낸 길 길섶에는 잡초들로 가득 찼을 게다.
이번 주중에는 나는 내과병원에 들러서 당뇨 혈당을 조사받은 뒤 당뇨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다달이 병원에 들러야 한다.
약을 구입한 뒤에는 고향집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
내 고향 화망마을에서는 마을사람들이 자꾸만 줄어든다. 젊은이는 없기에 어린 아이들은 없고, 오로지 늙은이 영감과 꼬부랑할머니들이나 산다.이따금씩 이들이 돌아가셨다는 부고 안내문만 핸드폰에 뜬다. 즉 서서히 사라져가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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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내렸다. 산사태, 하천범람으로 인명사고와 주택붕괴, 농작물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고 보도한다.
내 고향 '화망마을'에서는 비 피해가 타지방보다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방이 해발 200m급 낮은 야산으로 둘러싸였기에 급경사가 별로 없고 산줄기도 매우 짧다.
멀리 떨어진 야산 꼭대기가 해발 210m 이하이기에 4개반으로 이뤄진 화망마을의 집들은 해발 70m 이하에 있다. 앞뒤 산들이 낮기에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양도 적고, 하천도 보잘것 없어서 작은 실개천, 시냇물 수준이다.
인터넷 지도로 '화망' 또는 '화망마을'이란 문구를 넣어서 검색하면 현지의 지형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톨게이트(TG)'를 빠져나오면 바로 코앞에 있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지세( 地勢 )가 별로 없는 평범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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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항 :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은 조선조 이중환의 '택리지'에 나온다.
1750년대 실학파의 한 사람인 이중환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각 지역의 지형을 책으로 엮었고, 사람 살기 적당한 곳을 가거지(可居地)라고 하였다. 가거지의 한 곳인 남포(藍捕) 화계(花溪). 지금의 지명은 화망(花望)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주 작은 산골마을이며, 풍수의 피해가 거의 없다.
2024년 이번 장맛비도 무사히 지나갈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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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만 내려주십시요."
각종 종교의 신(영혼 등)들한테 소원을 비는 사람은 누구일까?
2.
2024. 7. 10. 수요일.
자다가 일어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03 : 45. 핸드폰이 울리면서 문자가 또 떴다.
'많은 비가 내려 산사태 위험이 높습니다. 산과 인접한 주택에 머무르지 마시고 산과 떨어진 안전한 친인척 집이나 마을회관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산림청)'
"알았시유. 저희 마을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두 돼유."
06. 25.에 일어났다.
남쪽 창문이 환하고 밝다. 아침해가 떴다.
세상에나. 누구의 말을 믿어야 돼? 핸드폰에 뜬 문자로는 비가 무척이나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참. 여기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이지. 지방과는 사뭇 다를 거여.
나중에 보탠다.
지친다.
그냥....
2024. 7. 10. 수요일.
서울 송파구에서는 아침해가 발끈 떴다!
첫댓글 지금 이 시간에는
밝고 맑은 날씨가
계속됩니다.
언제 구름이 끼고
비가 올지는 모르
겠습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장맛비가 그치면
그리운 고향에도
다녀오세유.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에는 충남 보령군 웅천읍, 부여, 공주 등 지역에 폭우 쏟아졌다고 보도한다고 아내가 말해서 뉴스를 잠깐 보았지요.
비 적당히 내리고 그쳤으면 합니다.
지금 서해안 해수욕장은 대부분 개장해서 해수욕을 즐겨야 하는데도 비가 퍼붓다니....
몸은 서울에 있어도 제 마음은 늘 서해안 산골 마을에 내려가 있지요. 텃밭에서 건달 농사, 엉터리 농사를 짓고 싶기에.
먹거리보다는 꽃 피우는 식물 위주로 농사를 짓고 싶지요. 키우는 재미, 번식시키는 재미. 들여다보고, 남한테 나눠주는 재미가 솔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