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여 일 장마가 계속될 때는 '아이고, 장마도 지겹다. 이제는 끈끈하고 우중충한 장마도 좀 끝나고, 염천의 더운 날씨가 되더라도 푸른하늘을 보고 싶구나' 하고 생각하던 게 한 열흘쯤 전의 일인데, 장마가 끝나자 마자 본격적인 더위로 이어진 지글지글 끓는 듯한 날씨가 계속되니, 또 나의 간사하고 얄팍한 마음은 '아이고, 시커먼 구름이 밀려오고 쿠탕당하더래도 한줄기 시원하게 비가 좀 오지 않는가?'하고 비가 기다려지는 더위 속의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군.
어제보다는 오늘 날씨가 쪼끔 낫는가 싶은 마음으로 출근을 하는데 앞에 지나가던 어떤 두사람이 "오늘 복날인데 낮에 한 그릇 해야지..."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서야 오늘이 중복이라는 것을 알았네.
위의 두사람이 하던 이야기 ".....한 그릇 해야지.."하는 말에는 삼계탕을 이야기 하는지, 복국을 이야기하는지는 확실하게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보신탕'을 얘기하는 게 아닌가 하고 추측이 드는데...
밑의 글은 1955년 경, 지금부터 50년 전의 우리 농촌에서 있었던 풍경과 보신탕과 관련된 글이 있어 퍼와서 한번 옮겨 보네.
☆ 슬프고도 아름다운 똥개 순둥이 이야기 ☆
산골 여기저기 개 복숭아꽃이 떨어지고 곧이어 털이 송송 난 애숭이 날복숭아가 달리던 어느 봄날, 봉구가 헐레벌떡 숨을 몰아쉬면서 산 아래에 있는 철이네집에서 자기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기와집 양철 영감집을 돌아서 거름 냄새가 지독한 점쟁이 오대(五代) 할매집 앞을 가로질러 호박 구덩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영숙이네집 돌담을 돌아, 뻐굼허니 사랑문이 열려 있는 빈궁한 저거 집으로 뛰어들면서 고함을 질렀다.
“할배요 할배요 순딩이 꽁지 드디어 붙었니더!”
“붙었나?”
“예 붙었니더. 지금 철이네 집 뒤안에서 붙었니더”
“뉘 집 개랑 붙었노?‘”
“택상이네 개하고 붙었니더”
“저런! 택상이네 개하고 붙으면 안 된다”
‘왜 안 되니껴?“
“택상이네 개는 종자가 쪼매 하잖나!”
‘야 쪼매한 개씨더“
“안된다, 큰개 하고 붙어야 한데이, 복희네 개가 크고 좋은데, 하필 쪼매한 택상이네 개하고 붙었노?
봉구 할배는 봉구에게 지게 작댕이를 건내 주면서
“어서 가서 두 마리 꽁지 붙은거 빨리 떼거라!... 그리고 큰 개하고 붙이거라!”
봉구가 헐레벌떡 지게 작댕이를 들고 다시 철이네 뒤 안으로 달려가서 이미 합궁한 자세로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혀를 길게 빼물고 헉헉되고 있는 두 마리의 개를 강제로 떨어지게 후둘겼다.
누렁개는 봉구의 식구나 마찬가지인 순둥이라고 부르는 암개요, 그 암개에게 이제 마-악 운 좋게 꽁지를 겨우 붙이고 두발 바짝 들고 낑낑되는 작은 숫캐는 택상이네 개다.
벌써 규환이, 대일이, 진환이, 택상이가 몰려와서 두 마리 개가 꽁지를 서로 붙이고 있는 것을 희죽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
봉구가 작댕이를 들고 꽁지를 서로 붙이고 할딱거리는 개를 강제로 떼어 놓을 셈으로 개 사타구니 사이로 작댕이를 넣고 흔들자
“왜 그래노 이누마야! 작댕이로 그라만 우리 개 불알 떨어진다아!"
택상이가 감짝 놀라서 소리쳤다.
“너거 개하고 붙으면 안된다아! 씨이”
“왜?”
“너거 개는 쪼매한 종자래서 나중에 순등이도 쪼매한 새끼 놓는다 씨”
“그래도 이누마야 이미 붙은 것 떼면 죄 받는다.”
택상이가 한번 봐주라는 듯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야 ! 봉구야 작대기로 때리면 안 빠져도 물을 갖다 부으면 꽁지 떨어진다!” 하면서 이번에는 장환이가 히죽거리면서 말했다.
봉구가 씩씩거리면서 꽁지를 서로 붙이고 있던 두 마리 개 사타구니에 지게 작댕이를 넣고 후들기자 겁을 먹은 봉구네 순등이가 꽁지를 붙인 채로 도망을 치고 작은 체구의 택상이네 개가 짧은 두 다리를 겨우 지탱하고 질질 끌려 가다가 결국 훌러당 떨어져 나갔다.
택상이네 쪼매한 개는 아쉬운 듯 탱탱하게 부어오른 붉은 고추를 허리를 꾸구려서 혀로 핥았고 순둥이는 작은 개하고 꽁지 붙인 죄로 ? 봉구에게 끌려서 집으로 돌아 왔다.
그날 저녁 봉구 할배는 봉구에게 또다시
“진돗개나 세퍼드 하고 교배를 하면 새끼를 적게 놓는다. 우째든지 큰 누렁 똥개 하고 접을 붙여야 새끼를 많아 놓고, 팔아먹을 수도 있다 . 그러니 꼭 큰 똥개하고 접을 붙이거라” 하시었고
"사람이나 짐승이나 씨가 좋아야 한다!" 하시다가 좀 덜된 손자를 보고는
'봉구야 얼른 찬물이나 한 그릇 떠다오!" 말꼬리를 화급하게 돌리시었다.
다음날 날이 밝아오자 봉구네 삽짝걸에는 아침 일찍이
대일네 진돗개 잡종,
기수네 누렁 똥개
장환이네 점박이 개
갑늠이네 누렁 잡종 개
어느새 봉구네 암캐 순둥이가 발정하는 냄새를 맡고서 아침 굶은 거지 떼거리처럼 줄줄이 몰려와 봉구네 안마당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어제 운 좋게 제일먼저 순둥이와 꽁지를 붙여보았던 택상이네 키 작은 개도 와서 그저 봉구가 순둥이 풀어놓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일 나중에 복희네 큰 누렁똥개가 나타나자 봉구는 순등이를 끌고 뒷산 밤나무 아래로 갔다.
봉구가 순둥이를 끌고 뒷산 밤나무 밑으로 올라가자 동네 개들이 돌 복숭아 다 익어었을 때 속살처럼 연분홍으로 부어 오른 순둥이 꽁지 아래 부분에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기도 하고 서로 으르릉 거리기도 하면서 신명 난 듯이 줄줄이 따라 왔는데 그나마 순둥이가 꽁지를 바짝 세우 지 않고 내려버리면 말짱 황이였다..
힘이 아무리 좋은 숫캐라도 그저 암놈 꽁지 내리면 어거지로 올라타고 헐떡거린다해서 될 일이 아니다.
봉구를 따라왔던 순둥이가 풀밭에 쉬를 하자 뒤 따라가던 숫캐들도 뒷 다리를 들고 오줌 물충을 쏘아 되었다.
밤나무 아래 제법 넓은 터에 이르자 봉구는 순둥이를 풀어놓고 지게 작댕이를 들고 가능하면 복희네 개하고 꽁지를 붙이고자 하였으나 대일네 진돗개 잡종이 제일 먼저 번개처럼 순등이를 올라타고는 걸떡 거리는데
“진돗개는 안돤다-아!” 하고 봉구가 작댕이를 휘둘렸다
봉구가 진돗개를 작대기를 들고 때리자 이번에 건너 마을 칠구네 세퍼드 잡종이 득달같이 달려와 대일네 진돗개를 노려보고 으르렁 거렸다.
‘으르렁!“
”어르렁 허으 응 응 컹!“
순둥이를 놓고 아무래도 두 놈이 한바탕 혈투로 결정지을 모양이다.
순둥이는 숫개들이 많아지자 꽁지를 하늘로 바짝 처들 고는 당당해졌다.
진돗개도 이빨을 드러내고 세퍼드 눈치를 보면서 빙빙 돌기 시작했고
칠구네 세퍼드 잡종도 있는 데로 독이 올라서 순등이를 가운데 두고 하얀 잇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렸다.
몇몇 봉구 친구들이 숨죽이고 드디어 진돗개 잡종과 세퍼드 개와 한판 승부를 노려보는데 먼저 세퍼드가 진돗개 목을 물려고
“왕!”
하고 덤비자 진돗개가 약삭 바르게 세퍼드 다리 밑으로 쏘-옥 빠져 나가더니 홱 돌아서면서 세퍼드 옆 주걱턱을 물고는 사정없이 흔들었다.
"깨깽!"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던 세퍼드도 이번엔 진돗개 가슴팍을 물고 흔들었다.
“후다닥 후다닥!“
‘후다닥 낑낑..후다닥!“
발정하는 봉구네 암캐 순둥이를 놓고 두 마리의 개가 물고 뜯고 완전 개판싸움이 벌어졌다.
밤나무 아래 묶어 두었던 형숙이네 황소가 꼬투레를 처 들고는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죽기 살기로 물고 뜯고 싸우는 개싸움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건너편 비탈 밭에서 밭 갈던 양철 영감네 노총각 중머슴도 하던 일손을 놓고 이쪽을 처다 보고 있었다.
“깨갱..깽”
“낑낑-끼잉”
서로 물고 입에 침을 질질 흘리고 드디어 양쪽 다 얼굴에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하여도 서로 물었던 것을 좀 체로 풀지 않았고, 혹 풀렸다하여도 다시 물고 늘어졌다.
싸움은 제법 길어졌다.
칠구하고 대일이는 피를 질질 흘리면서 싸우는 자기들의 개싸움을 멈추게 하고 싶었지만 행여 나중에 꼬리 먼저 내렸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꾹 참고 계속 싸움을 말리지 않고 오히려 칠구와 대일이는 각자 자기 개가 이기라고 옆에서 고함을 쳤다.
“이 이자식 세퍼드한테 지면 오늘 저녁부터 국물도 없다!” 대일이가 소리 지르자
칠구도 덩달아
“워리 물어라 더 물어랏!”
한바탕 개판 싸움은 결국 덩치 큰 세퍼드 잡종이 오히려 꽁지를 내리므로서 끝이 났다.
다른 아이들이 개싸움에 정신이 없을 때 봉구는 순등이를 복희네 누렁개 하고 그 짓을 하도록 유도하였고 어느새 조금 떨어진 산소 옆에서 덩치 큰 복히네 똥개가 비쩍 마른 순둥이를 올라타고 서너 번 껄떡거리더니 드디어 꽁지가 붙었다.
순둥이는 고통에 겨운지 낑낑거리며 복희네 큰 똥개 다리를 물려고 버등 거렸지만 이미 두 마리 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는 자세에 들어간 후라서 물 수도 없었다.
복히네 큰 똥개는 그저 꽁지를 깊숙이 박은 자세로 먼 산을 보면서 느긋한 자세에 몰입했고 나머지 똥개들은 그저 이미 놓친 기회라선지 주변에서 얼찐거리기다가 주책없이 삐죽이 내미어 지는 자신의 붉은 육두를 허리를 꾸부려 혀로 핥기도 하였다.
아이들 중 누군가
“어? 벌써 꽁지 붙었다!”
“어디”
“조짝에!”
아이들이 우르르 봉구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봉구는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자
“야들아, 조용히 해라 씨”
“잘 붙었네! 너거 할배가 복희네 개하고 붙어야 한다캤다면서” 택상이가 말하자, 봉구는
“이제 우리 순둥이도 이제 이따만한 새끼 열 마리 정도 놓을끼다” 하면서 희죽 거렸다.
아이들은 언덕 아래에 배를 깔고 두 마리 개가 붙어서 혀를 길게 빼물고 침을 질질 흘리는 합궁 모습을 꽤 오래 동안 구경을 했다.
그날 이후 순둥이는 몇 번 더 마을 여기저기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복희네 누렁이하고 꽁지를 붙이고 헉헉 거렸고 봉구는 그런 순둥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혹 다른 개가 순둥이를 올라타려고 하면 작댕이로 말렸다.
순둥이가 복희네 똥개하고 꽁지를 서로 붙이고 있으면 그런 모습을 본 여자 아이들은 멀리서 눈을 반쯤 가리면서 돌맹이를 던지기도 하고 어떤 여자 아이들은 지레 겁먹고 도망을 가기도하고 조금 까부는 여자아이들은 살짝 구경하고저 다가오기도 하였는데...
그때마다 봉구가
“야! 이지지바들아, 너는 이런거 보면 안된다...저리가라 이지지바들아!” 하고 고함을 쳤다.
.
그러는 봉구를 바라보던 후씨(나중에 문중 씨앗으로 한다는 뜻으로 이름이 후씨다) 어른은
“개는 그 짓할 때 온 동네 사람 다 보는데서 야단법석이지만
정작 그 많은 새끼 놓을 때는, 오만 고통도 참고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하게 놓고,
사람은 그 짓할 때는 아무도 몰래 하고는 아이 놓을 때는 온 동네가 시끄럽지!“
하고 우스개 소리를 하셨지만 동네 아이들은 그 후씨 어른 말이 당체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했다.
봉구네 똥개 순둥이는 일종의 “배 먹이 개”다.
비록 똥강아지이지만 이 다음에 키워서 새끼를 치면 강아지새끼 두 마리를 되돌려 주기로 약조하고 얻어온 개다.
어려운 살림에 송아지나 염소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 집에 사정을 하여 암 짐승을 한 마리 빌려와 열심이 키운 후에 그 어미가 새끼를 낳으면 그 어미나 새끼 몇 마리를 원주인에게 돌려주고 나머지 새끼를 물려받는 풍습을 “배 먹이”라고 하였는데 이런 풍습은 주로 “소”에 적용하였으나 가끔씩 돼지나 개, 염소에게도 적용하였다.
봉구네 할배가 젊은 시절 대목재 동네 황씨네 집에서 머슴살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주인집 똥개가 새끼를 여덟 마리나 놓았다는 소문이 나자 불땅골을 넘어 찾아가서
“어르신 똥강아지 한마리만 주이소. 내 첫 새끼 빼면 새끼 두 마리 돌려 드림시더”
하고 사정하여 데려 온 강아지다.
봉구 할배 계획은 열심이 키워서 새끼를 뺀 후에, 새끼 암놈은 값이 만만치 않으니 장터에 내다 팔아서 다 떨어진 봉구 할매 검정 고무신도 흰 고무신로 바꿔주고 한 마리 잘 키워서 여름철 복날에 봉구네 마당에서도 다른 집과 같이 누런 똥개 한 마리 대추나무에 목을 달아서
“봉구네도 복날 개 잡아 먹는다!”
그 소리를 한번 듣고 싶기도 했다.
왜냐하면 중복을 전후하여 더운 열기로 잠 못 이루는 날이 한 일주일 정도 지속되면 사람들은 더위에 지쳐서 축축 늘어졌는데 그럴 때 어지간한 살림이 있는 집은 개 한 마리 정도는 때려잡아서 더위 먹은 식구들의 몸보신을 하였다.
그러나 봉구네는 가사가 워낙 쪼들린 살림인지라 그런 보양 한번 못 해 먹었던 것이다.
그 당시는 이웃 동네까지 소문이 날정도의 핫이슈는 환갑이나 진갑 잔치 때 잘했다 못했다 기준을
“그 집에 큰 돼지 잡았다! 아니면 ”황소 잡았다”
그런 소리에 기준을 두기도 하였는데, 큰 돼지 잡으면 고개 너머 마을까지는 소문이 났고 황소를 잡으면 읍내 전체가 알 정도로 소문이 퍼져 나갔다.
실상 돼지나 소는 큰살림 밑천이라서 이런 산골에서 잡아먹는다는 것은 그저 꿈같은 이야기고 보통 마을 사람들은 여름 한철 개 한 마리 잡아먹는 일은 여기저기 자주 있었다.
해마다 복날이 오면 그저 주막거리에 있는 개장국 집에는 흰옷 입은 장꾼들이 얼큰한 개장국을 사먹기 위하여 득실거렸고 마을에선 이집 저집 개를 멍석말이하여 때려잡거나, 아니면 목을 달아서 잡은 후에 토란 줄기 많이 넣어서 가마솥에 걸죽하니 장작불로 개장국을 끓여서 식구들이 마당에 빙 둘러 앉아서 보신을 하였는데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그저 봉구 할배도 허약한 손자 녀석에게 개장국을 한번 먹이고 싶은 것이 소원 이었다.
그러나 살림이 곤궁하니 늘 생각만 봉데미 산 봉오리처럼 컸지 실제로 행할 수가 없었다.
몇 년 전 마을에 개가 한 마리 미쳐서 날뛰자 마을 사람들이 몽두리로 몰아서 때려죽인 후에 주인이 미친개를 삶아 먹기가 두려워하고 있는데 누군가
“미친개이 개라도 내장만 빼고 나머지는 먹어도 된다”
하자 그 주인이 죽은 미친개의 간이나 창자 같은 내장만 꺼내어 마침 비로 물이 불어난 개울에 버리고 나머지 다리 부분은 삶아 먹었는데 그 소문을 듣고 봉구 할배가 이미 원뜰 마을 앞개울에서 건너 마을 앞 까지 떠내려 간 미친개 창자를 건져서 토란을 넣고 끓여 먹은 적은 있었지만 일평생 남들처럼 토실토실하게 살 오른 누런 똥개 한 마리 잡아먹지 못한 처지다.
마을에는 의외로 개가 많았다.
진환이네는 눈 섶 위에 백점이 박힌 깜장 털개 한마리,
대일이네는 귀가 쫑긋한 진돗개 잡종 한마리,
기철이네는 송아지만한 세퍼드 잡종 한마리,
복희네, 칠구네 그리고 해원네는 누렁 똥개 한마리...그 외에도 이집 저집 개들이 많았다.
순둥이가 복희네 큰 똥개하고 꽁지를 붙인 중봄이 지나고 그리고 재호네 긴 천방 둑에서 매미들이 자즈러지게 우는 초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찐득찐득 솟아나는 중복을 며칠 남겨놓고 있었다..
개는 두 달 만에 세끼를 낳는데... 봉구 할매는 순둥이 배를 수없이 만지면서 낙담을 거듭 하시었다.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우째 배가 불러오지 않노?“
“사람이나 개나 자식 못 낳으면 말짱 황인데...아무래도 순등이는 새끼를 못 밴 것 같다!"
봉구 할배도 크게 낙담한 듯이 말씀하셨다.
봉구도 할배 할매가 많은 새끼 낳으리라는 꿈이 사라지고 낙담하시는 모습에 그저 같이 울상이 되어갔다.
지난 일년간 비록 사람 입에도 들어갈 양식도 충분하지 못한 빈궁한 살림으로 키우는 순둥이는 한 마디로 봉구네 가족의 큰 재산이고 또 희망이었다.
“어여 커서 지발 새끼를 한 일곱 여덟 마리라도 낳아라!
하시면서 길렀는데...개가 먹는 것이 부실해서인지 그렇게 복희네 큰 똥개하고 꽁지를 여러 번 붙이고도 덜컥 새끼가 배에 들어서지를 아니했으니 두 노인의 낙담은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다.
새끼를 많이 놓아서 장에 네다 팔아 살림 밑천도하고 한 마리 길러서 다음해 여름에는 애비어미 없이 부실하게 자란 불쌍한 손자 봉구에게 한 마리 잡아서 개장국이라도 큰 양푼이 그릇에 담아서 먹이겠다는 꿈도 수포로 돌아 간 셈이다.
날은 벌써 보름째 비도 아니 오고 푹푹 찌고 마을 사람들도 더위에 지쳐갔다.
윗마을 칠구네가 결국 기르던 개를 한 마리 잡아먹었다는 소문이 아랫마을까지 들려왔고
오일 장날엔 장터 입구 주막거리에 자리 잡은 개장국 집 큰 가마솥에는 이글거리는 장작불에 누렁개고기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그런 말복 며칠 전....... 순둥이 배를 이리 만져 보고 저리 만져 보던 봉구 할배가
“아무짝도 못쓰는 암캐야! 복날 주막거리 개장국 집에 끌고 가서 팔아 치워야겠다!“
하시면서 크게 낙담하신 듯 권련을 한대 말아서 버꿈 거리며 피셨는데 그 소리에 봉구는 화들짝 놀라서 순등이를 끌어안고는 헛간으로 끌고 들어 갔지만
“팔아 치워야겠다!”는 할배 말에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새끼 때부터 늘 같이 붙어 살아온 순둥이,....늘 사랑이 부족하던 봉구에게는 그저 한 식구요, 한형제 이상이였다.
마당이든, 뒤 안이든,
밭에 나가든,
논에 나가든,
개울가 멱 감으로 가던......
순둥이는 봉구만 따라 다녔고 봉구 또한 그저 시나 때나 순둥이를 늘 상 껴안고 살다 싶이 하던 개가 아닌가?
그날 밤 할배 말에 잠 못 이루고 다음날 일어나자 말자 봉구가 할배에게
“할배요 우리 순등이 새끼 못 낳아도 팔지 말고 계속 키우시더!” 하였지만
“순둥이 먹일 양식이 어디있노? 대목재 황씨 어른께 갚아야 할 몫도 있는데, 새끼 안 배었으면 팔아서 새끼 한 마리 새로 사고 너거 할매 추석 전에 고무신도 한 컬레 사고”
봉구 할매 검정 고무신이 벌써 다 낡아서 두번이나 읍소 가고파사진관 앞에 있는 고무신 떼우는데 가서 떼웠지만 이젠 고무신 코 부분이 갈라져서 거의 신을 수가 없을 정도다.
몇번이고 꿰멘 무명실만 늘어진 체다.
봉구가 울상이 다되어 다시 할매에게 달려가 사정사정 했지만 할매도
“새끼 못 놓는 짐승은 아무짝도 못 쓴다. 팔고 새로 한 마리 사자”하시었다.
드디어 며칠 지난 후 읍내 주막거리 개장국 집 사람에게 기별이 왔고 할배가 봉구에게 말하기를
“봉구야 니 순둥이 데리고 주막거리 개장국 집에 갔다주고 온나!” 하시었다.
“할배요...”
‘왜?“
“순둥이...순둥이 불쌍하더이”
봉구가 땅바닥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찔금 흘렸다.
“이놈아 할배도 속상하다. 그러나 남의 개 배 먹이로 얻어 왔는데 새끼를 못 놓으니 어짜노? 팔아 치워야지!”
봉구 할배도 저으기 속이 상한 모양이시다.
결국 봉구가 찔끔 찔끔 순둥이를 안고 눈물을 훔치니, 할 수 없이 봉구 할매가 순등이 목에 새끼줄을 매고 읍내로 끌고 나가려 하였지만 비쩍 마른 순등이는 무슨 낌새를 알았는지 버딩기 버딩기 당체 봉구로부터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를 아니 하였다.
결국 봉구 할배가 고함을 지르고.....봉구가 큰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는 할매하고 읍내 주막거리로 나서자 그제야 순둥이가 순순이 따라 나셨다.
건너 마을 지나고 돌 고개를 넘어, 노가지 나무아래 맑은 우물이 있는 밤실 마을을 지나고, 긴 사과 밭을 지나서 큰 개울을 건너자말자 수백년 아름드리 버드나무 숲이 있는 '어란 주막거리' 는 꽤 먼 거리인데 그날은 왜 그리도 짧은가?
개장국 집에 당도하자 이미 똥개 한마리가 주막집 앞 큰 버드나무 가지에 목이 메여서 축 늘어져서 죽은 체 달려 있었고 개장국 집주인은 그 아래 짚으로 불을 붙여서 개털을 끄실리고 있었다. 봉구는 그 광경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 않았다. 순둥이도 저렇게 목을 매달 것이다.
목을 매달아 짚불에 털을 끄슬리는 죽은 개는 멍석말이를 한 후에 온몸을 몽두리로 매 타작을 한 듯 여기저기 몽두리 자욱이 선명 했다.
똥개를 잡을 때는 몽두리로 후둘겨 패야만 살이 연하다 하여 몽두리로 여러 명이 때려서 잡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아무튼 혀를 길게 빼물고 축 늘어진 누렁 똥개에 짚불로 끄슬리자 털이 타면서 노린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그런 광경을 보는 봉구는 가슴이 쿵쾅거렸고 다리마져 후들거렸다, 말없이 먼길 따라 왔던 순둥이도 겁먹은 모습으로 자꾸 봉구 뒤 쪽으로 몸을 숨겼다.
봉구 할매가 우악스럽게 생긴 개장국 집 주인 남자와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봉구야 순디이 저쪽 버드나무 아래로 끌고 가거라“
“할매 왜?”
“개목을 저 버드나무에 매단단다. 순둥이 글로 될꾸가라”
“할매 우리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순둥이 될꾸!”
더럭 겁먹은 얼굴로 봉구가 다시 다리를 덜덜 떨면서 또 다시 울상이 되었다.
“안된다 봉구야 할배 한데 꾸중 듣는다. 어서 개를 메 달아야 돈을 받는다. 서둘러라! 해 떨어질라” 하시면서 봉구를 달래었다.
대체로 개가 팔리면 개목을 개 주인이 걸어 줘야했다. 왜냐하면 개잡는 사람을 일부 개들은 알아보고 기겁을 하고 도망가는 수가 있었고 그리하여 개가 도망을 하는 날은 큰 애를 먹기 때문에 그랬다.
무슨 낌새를 알아차리고 그러는지 순둥이는 낑낑거리며 봉구 곁을 바짝 붙은 채로 울상이 된 봉구를 자꾸 처다 보고 있었고 봉구도 마치 자신이 목을 달아 메는 심정으로 가슴이 덜덜 떨렸다.
“어서 버드 나무 아래로 끌고 가거라!” 할매가 다시 재촉 하시자
“우리 순둥이 불쌍하다 우리 순두이 불쌍하다 씨이”
중얼거리다가 결국 봉구가 울음을 터트리자 개장국 집 주인이 봉구에게 겁을 줄 셈인지... 봉구 할매를 보고 눈을 한번 껌벅 하더니만 봉구를 보고 벌컥 화를 내면서
“할매요 봉구 때문에 안될씨더!! 개도 비쩍 말라서 개장국도 몇 그릇 안 나올 터인데..도로 물리시더”
그러자 봉구 할매도 참으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읍내까지 손자 달래고 달래어 개를 끌고 왔지만 워낙 없는 살림이라서 잘 먹이지를 못해서 새끼 마져 배지 못하여 이제 목을 달아야하는 순둥이에게 무슨 큰 잘못을 자신이 저지른 것 같았고, 무엇보다 손자가 저리도 좋아하는 정든 개를 숨쉬기도 힘든 이 무더운 땡볕에 나무 가지에 달랑 목을 메어 달아서 불에 끄슬린다는 것이 또한 못할 짓거리로 여겼다. 새끼를 배어서 수십 년 동안같이 살붙이로 살줄 알았던 순둥이....
새끼를 못 치니 없는 살림에 무슨 수로 키우겠는가?
결국 봉구 할매도 우는 손자에게 등을 돌리더니 허름한 치마 자락을 올려서 눈물을 훔치시기 시작했다.
“봉구야 이제 큰일 났다. 너거 할매도 속상하여 울잖나! 다 니 때문이다 그러니 빨리 개목 메달자!“
개장국 주인이 순둥이를 꼭 껴안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봉구를 보고 또다시 재촉을 했고 할매가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자 봉구는 이제 곧 목을 달아서 죽을 순둥이도 불쌍하지만 먼 길 한마디 말도 없이 이미 쪼그라든 육신으로 다 떨어 진 검정고무신을 사람 지나갈 때만 싣고 아무도 없으면 벗어들고 따라오신 할매도 불쌍한 생각이 덜컥 들었다.
봉구가 눈물을 한번 훔치더니 할 수 없이
“순둥아 순둥아 이리와!”
하고 이미 한 마리 목이 매여서 짚불 끄스럼을 당하고 있는 대추나무를 지나서 개울가 버드나무 아래로 데리고 내려갔다.
봉구도 울고 할매도 우는 모습을 엉거주춤 옆에서 보고 있던 순둥이는 겁먹은 눈빛으로 봉구가 부르자 버드나무 아래로 따라 갔고 봉구가 순둥이를 껴안고 얼굴을 부비자 순둥이는 늘 그랬던 것처럼 혀를 내어서 봉구 눈물진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그때를 노리던 개장국 집주인 아저씨가 나이롱 줄을 버드나무에 걸치고 내린 후에 뒤로 가서는 순둥이 목에 번개처럼 걸고는 힘껏 잡아 당겼다.
화들짝 놀란 순둥이는 버딩 거리면서 버드나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렸고 연이어 주인이 몽두리로 순둥이 뒷골을 후려치자
“깨갱! ”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순등이는 축 늘어지면서 오줌을 질질 쌌다.
순식간에 그 광경이 벌어졌고 주인이 몽두리로 또 한번 순둥이를 후려치자 봉구가
“아저씨 우리 순둥이 떼리지 마세욧”
하고 고함을 질렀고 할매는 봉구를 치마 자락으로 감싸서 손자가 그 광경을 못 보도록 하였지만 봉구는
“순디야 우리 순디야.. 아이고 우리 순디야!”
봉구가 땅에 털석 주저앉아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봉구가 울고불고 하니 더 몽두리 찜질은 하지 못하고 서둘러 주인집 청년들이 순둥이가 목을 메여서 축 늘어진 그 아래 짚단을 갖다놓고 서둘러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드디어 짚불이 타 오르면서 순둥이 누런 털에 불이 붙어서 노린 냄새를 피우며 타기 시작했다.
이미 목숨이 끓어진 듯한 순둥이는 비썩 마른 몸을 축 늘어뜨리고 짚불에 타기 시작했다.
불이 활활 조금 크게 타오는 듯 하더니.... 이게 무슨 일인가?
버드나무 가지에 축 늘어진 채로 털 끄스럼을 당하던 순둥이 목멘 줄이 갑자기 툭 하고 터졌다.
불이 너무 올라가는 바람에 나이롱 목줄이 불에 녹아서 터진 것이다.
“쿵!
하면서 짚불 위에 떨어진 순둥이가 순식간에 화들짝 소생하여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아까 몽두리로 뒷골을 후려친 것이 그저 죽은 것이 아니고 설맞는 바람에 일시 기절을 했던 것이고 목줄도 잘못되어 숨이 완전히 끓어진 상태가 아닌 모양 이었다.
불 끄스럼을 당하던 순둥이는 혼비백산하여 어란 주막거리 개울을 단숨에 건너뛰고 이미 한 키를 넘는 벼논을 허겁지겁 가로질러 건너편 산으로 내리 도망을 치기 시작하자 개잡던 청년들이 몽두리를 들고
“저 똥개 잡아라!”
하고 따라가고.... 봉구 할매에게 돈 셈을 마악 마친 개장국 집주인은 이 어이없는 사태에 멍하니 도망치는 순둥이를 처다만 보고 있었다.
결국 산 속으로 도망을 친 순둥이는 마을 청년들에게 잡히질 아니했고 날이 어두워지자 봉구는 할매하고 집으로 둘아 왔는데.....
읍내에서 돌아오는 내내 할매도 봉구도 말이 없었고 밤실 점방 집에 다다르자 봉구 할매가 순둥이 판돈을 봉구에게 보이면서
“봉구야 돌 사탕 하나 사주까?”하시니
“할매 난 안먹어!” 입이 서발이나 나와서는 그저 앞서서 걷기만 하였다.
그러던 봉구가 돌 고개를 넘어 서면서 입을 열었다.
“할매 우리 순둥이 살았지?”
“그래 살았다 살았어...우린 돈도 받았고 걱정 마라 어디든지 가서 새 주인 만나 밥도 많이 얻어먹고 건강해져서 새끼도 많이 놓을 끼다”
도망간 순둥이가 살았다는 할매 말에 다소 안심 한 듯이
“할매 발 안 아프나?”
" 할매는 게안타(괜잖다)"
“할매 그 돈으로 할배한테 다음 장날 고무신 하나 사 돌라 캐라!”
“할매는 게안타카이...”
“구희네 할매처럼 휜 고무신 사돌라 캐라, 검정 고무신 말고 씨이”
"할매는 검정 고무신이 더 좋타!"
"아이다 여자는 흰 고무신이 더 좋타씨, 할매는 그것도 모르제?"
"이참에 봉구 니도 고무신 하나 사자"
"안산다, 할매"
"왜?"
"순디이도 맨발로 다니는데 나도 맨발로 다닐란다 할매"
".........."
봉구는 맨발이다.
헌 검정 고무신이 있지만 여름철에는 봉구는 신발이 아까워 그저 맨발로 다녔다.
그날 밤 봉구네 초가지붕 위로 보름달이 솟았다.
애호박 잘게 썰어넣은 멀건 국물이 가득한 수제비로 저녁을 먹고 난 후에 늘 마당에 쭈그리고 있던 순둥이가 보이질 아니하니 허전 하신지 오랜만에 봉구할배는 막걸리 한잔을 마시더니 주무시고...... 봉구는 이리 뒤 척 저리 뒤 척 당체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자꾸만 헛칸 앞에 빈 순둥이 목줄에 눈이 가기도 하고...
다음 장날 강아지 한 마리를 사온다고 할배가 몇 번이고 봉구에게 다짐을 하였지만 낮에 등어리가 다 끄슬린 채로 어란 뒷산으로 도망간 순등이 생각에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정말로 순둥이는 살았을까?
어디로 갔을까?
지금 어디서 밥은 얻어먹었을까?
아니면 산속에 겁먹은 얼굴로 혼자 자다가 늑대라도 만나면 어쩌나......이런저런 걱정으로 잠 못 이루고 있었다.
밤이 깊어 보름달이 지붕 위를 지나서 서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을 무렵.
그때다.
집 뒤 안에서 무슨 끙끙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봉구 귀에 들려왔다.
잠도 아니 오고 그 소리가 들어 본 듯한 소리여서 봉구가 놀라서 마루 뒷문을 화들짝 열었다.
그런대 이게 어찐 된 일인가?
달빛 가득한 봉구네 뒤 마당에는 순둥이가 등어리 타다가 만 털 끄스럼 자국을 달고 허기에 지친 초라한 모습으로 봉구를 보더니만 꼬리를 힘겹게 흔들고 있었다.
“순디야!”
봉구는 순간 고함을 지르면서 맨발로 달려가 순둥이를 끌어 안았다.
"순디야 니 혼자 우째 집을 찾아왔노! 밥은 먹었나 어잉? 말쫌 해봐라 바부야! 등따리 아프제? 아까 불에 타다가 만 등따리 아프제? 말쫌 해봐라 순디야!"
얼굴을 부비며 봉구가 울며 말하자 순디는 큰 망울 눈으로 봉구를 처다보며 말없이 봉구 볼을 또 혀로 핥기 시작 했다.
순둥이 목에 붉은 핏줄 멍이 두두러지게 보이자 봉구는 더욱 안스러워서
"야 이 바부야 내 얼굴 빨지 말고 말쫌해라 바부야! 니 목아프제? 뭐시 목 마르다꼬? 목마르나?"
순둥이 눈빛이 목마르다라는 눈빛이다.
봉구는 그 눈빛을 잘 안다.
봉구가 얼른 부엌에 가서 물을 한바가지 떠서 순둥이 입에 갖다주자 순둥이는 정말로 목이 말랐는지 벌컥벌컥 물을 길게도 마셨다.
낮에 등어리 불붙인 채로 화급히 도망치던 어란 뒷산은 땅골 마을 반대쪽 방향인데... 밤새 산 넘고 물을 건너 땅골 마을로 다시 돌아오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형색이 말이 아니였다.
또다시 봉구는 타다가 남은 순둥이의 등어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면서
"순디야 순디야! 니 살아왔네! 이제 니랑 내랑 오래살자, 아이고 나는 순디이가 좋아!"
눈물 범벅으로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자, 순둥이도 타다가 만 육신으로 낑낑거리며 봉구 품에 자꾸 파고 들었다.
어느듯 서쪽으로 기우는 달이 밤 구름에 가리워져 으스럼 달빛을 恨스럽게 쏟아 내고 있었다.
첫댓글 초여름 밤, 시골의 정경과 삶의 아픔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아릿한 감회가 더없이 아름답구나. 어디서 구했는지 이 계절에 알맞는 감동깊은 글 잘 읽었다. 정수야..!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라.
정수야,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다. 근데 윗 글을 읽고 있노라니,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의 처음 장면에서 어느 소녀 아이가 닭싸움 붙이는 장면과 너무 흡사 하다고 느껴지네. 경상도 사투리 中 "~니더" "~니껴" "~ 씨더"는 분명 경주 언저리의 사투리인데...
정수야...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요즈음 너의 글을 읽노라면 정말 단편소설 읽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한편으로는 영화의 씨나리오를 읽는것 같기도 한데 정말 현장감과 감동이넘치네...하여간 잘 읽었다. 건강해라.
야! 재미 있게 잘 읽었다................................
정수야! 재미있는 글 잘 읽었다. 날이 너무 더운 건지 아니면 내가 나이 들어 그런건지 하루 하루 복숭아 수확 작업에 몹시도 힘이 드는구나. 앞으로 보름 정도 남은 수확철 잘 넘기고 조용한 시절에 보고 싶구나..... 무더위에 몸 간수 잘 하여 건강하기를 빈다.
정수야 좋은 글 잘 봤다. 퍼 가 직원들에게 보일련다. 젊은 직원들에게 불과 50년전의 일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구나.
참 오랜만에 가슴 찡한 글을 읽었네...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를 꺼야...탤레비젼 연속극 보다 훨씬 재미있고 감동 감동이네...누구나 집집 마다 개 한마리 토끼 몇 마리, 돼지 한 마리씩 키우며 살아 왔던 우리들 ! 바로 봉구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