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Night Train to Lisbon, 2013(Nachtzug nach Lisbon)
감 독 : 빌 어거스트
출 연 : 제레미 아이언스, 멜라니 로랑, 잭 휴스턴, 마르티나 게덱
제 작 : 스위스.포르투갈
한국개봉 : 2014.06.05. / 111분
독일어 영화 포스터
내가 포르투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0여년 전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보고 나서였다.
이후 ‘인문학 모임’에서 원작을 함께 읽으면서 포르투갈도 우리와 같은 기나긴 독재를 겪었다는 것에
동병상련을 느꼈다.
유럽 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포르투갈은 일찍부터 식민지 개척에 눈을 돌려 대항해 시대를 주도했다.
16세기부터 세계 각지의 식민지를 발판으로 상업과 무역을 통해 해양왕국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영국과 스페인 그리고 네덜란드가 새로운 해양강국으로 떠오르며 사라져갔다.
특히 1822년 브라질의 독립은 해외 식민지를 기반으로 삼던 포르투갈 경제를 혼돈으로 치닫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유럽 리스본
1910년 왕정에서 혁명으로 제1공화국을 수립했지만, 포르투갈은 혼란에 혼란을 거듭했다.
게다가 1932년 집권한 안토니우 살라자르의 철권통치로 국민들은 긴 시간을 신음해야했다.
40여년의 독재와 계속되는 아프리카 식민지와의 전쟁으로 포르투갈 경제는 밑바닥으로 곤두박질했다.
1974년 4월25일,
포르투갈은 40여년간 지속되던 독재자 안토니우 살라자르 정권을 무너뜨렸다.
독재정권에 맞선 젊은 군인들에게 시민들은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지지의사를 표했고,
군인들은 총구에 카네이션을 꽂으며 무혈혁명을 성공시켰다.
그날의 일을 그들은 ‘카네이션 혁명’이라 부른다.
4.25 혁명은 ’리스본의 봄‘이라고 불리며,
매년 4월 25일은 '자유의 날'로 포르투갈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카네이션은 포르투갈에서는 ‘혁명의 꽃’이었다.
총구에 카네이션을 꽂은 군인들
이 혁명으로 포르투갈은 마카오를 제외한 해외의 모든 식민지
-앙골라, 기니비사우, 모잠비크, 카보베르데, 상투메프린시페, 포르투갈령 인도-에 대한 권리를 일괄 포기하였다.
좌파정권인 의회민주주의 실험 후 투표에 의한 민간정부로 이양하며 혁명을 완성했다.
1980년 시장경제로 전환하여 오늘에 이른다.
한 권의 책, 한 장의 열차 티켓으로 시작된 마법 같은 여행
스위스 베른의 김나지움(대학 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고전문헌학을 강의하는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는 폭우가 쏟아지던 날, 우연히 위험에 처한 낯선 여인을 구한다.
하지만 그녀는 비에 젖은 붉은 코트와 오래된 책 한권,
15분 후 출발하는 리스본행 열차 티켓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잠시 머뭇거리지만 ‘그레고리우스’는 의문의 여인과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프라두’(잭 휴스턴)를 찾아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오르면서 포르투갈의 현대사로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포르투갈의 유서깊은 귀족가문의 영향력 있는 판사 아들로,
뛰어난 은유시인이자 의사인 '아마데우 프라두'가 레지스탕스 반독재운동에 투신하며
포르투갈 현대사와 깊이 연관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이 혁명의 시대를 기억하는 영화다.
반정부 저항단체에서 활동한 의사이자 은유 시인이었던 아마데우 프라두
그레고리우스는 젊은 혁명가 아마데우와 친구들의 행적을 따라 리스본 곳곳을 배회한다.
그곳에서 오래된 책의 작가인 과거 행적을 만나며,
40년 가까이 늘 한자리에 서 있던 현재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마데우의 인생을 조합해가며 자신을 비춰본다.
아마데우가 구축해 놓은 족적과 사유의 제국을 여행하면서 자신이 간과한 인생의 다른 측면을 바라본다.
과거 인물을 통해 ‘의로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사는 게 의미있게 사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그래고리우스는 깊이 사유한다.
아마데우는 죽었지만 그의 과거는 유의미했다.
‘언어의 연금술사’를 저술한 아마데우는 70년대 포르투갈 독재정권에 맞선 레지스탕스였다
리스본의 봄, 뜨거웠던 그 날의 광장을 찾아가는 길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그레고리우스가 읽은 아마데우의 ‘언어의 연금술사‘는
독재가 현실인 시대에 혁명의 의무를 수행했던 사람들에 대한얘기다.
뜨거운 열망의 세월을 통과하며 그들이 목숨을 걸고 찾고자 했던 자유.
그들은 우정을 나누었고, 열렬히 사랑했으며, 서로를 배반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그 시대는 친구도 가족도 믿을 수 없는 시대였다.
지금은 거리의 예술가들이 즐비하고,
레스토랑과 쇼핑거리로 자리 잡은 호시우 광장에서 코메르시우 광장에 이르는 길은,
몇 십년 전 젊은이들에게는 독재정권에 맞서 목숨을 걸고 찾고자 했던 쟁취해야 할 장소이자,
공공의 목표였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아마데우의 오래된 책 ‘언어의 연금술사’를 읽는 그레고리우스
리스본의 오래된 골목을 헤메며 아마데우의 흔적을 찾는 그레고리우스
주옥 같은 대사들이 리스본의 아름답고 여유로운 풍광과 조화를 이뤄 매혹시키며,
그레고리우스를 아마데우의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단지 꿈 같은 바람일까?
지금 내 모습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하길 원한다면.'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여행을 떠나고 나서야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도 시작된다.'
문장에 내포된 의미를 곱씹게 하는 사유의 문구들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의 작가이자 철학가이기도 한 파스칼 메르시어는 완성된 영화를 본 후,
심리적인 흐름과 인물에 대한 통찰이 원작과 온전히 닮아있고,
관객을 철학적 사유로 안내하는 영화 속 대사들과 내레이션에 찬사를 보내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우연히' 등을 떠민 '필연'의 여행, - 백은하기자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삶을 바꿀 수 있는 그 어느 한순간...영화 평론가의 평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빌 어거스트 감독이 제63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공개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한 남자가 우연히 한권의 책과 한 장의 열차 티켓을 손에 넣은 후,
리스본으로 향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게 되는 여정이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그레고리우스' 역으로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하게 되는 고전문헌학 교사로,
잭 휴스턴이 ‘언어의 연금술사’의 저자이자 포르투갈 레지스탕스에 몸담으며 30여년의 불꽃같은,
짧은 삶을 살았던 시인이며 의사였던 ‘아마데우’를 연기했다.
책 속에 담겨 있는 잊혀질 뻔한 과거 이야기의 주인공인 프랑스배우 멜라니 로랑은
지적이면서 우아한 젊은 날의 '스테파니아'로,
현재 독일 최고의 배우로 할리우드 영화 ‘타인의 삶’의 마르티나 게덱은,
그레고리우스의 여행길을 동행하며 아마데우의 퍼즐을 맞추는데 조력하는 매력적인 안과 의사 역할이다.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다 고문 휴유증으로 요양원에 있는 삼촌이자 아마데우의 스승을 그레고리우스에게
소개해 오래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리스본을 안내하면서 그에게 호감을 느끼며 영화의 엔딩씬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혁명은 무혈이었지만,
혁명이 일어나기 전 혁명을 꿈꾸며 피 흘렸던 그들의 열망, 그들의 이상, 그들의 사랑 그리고 그들의 영혼.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긴다. <2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