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잘 아는 교포분의 무남독녀인 따님이 결혼을 한다하여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북릉공원내 친선호텔 별관(?)격인 우의관(정확한 기억이 ㅠㅠㅠ)이었고, 시간은 10시였습니다.
예식장 간다하여 전날 세탁하고는 열심히 옷을 다림질 해 놓았으나, 아무래도 중국에서는 예식장에 가는 것이 처음이라 저녁 때 안드레아님이 올리신 중국 금기사항을 다시 살펴보니 아뿔싸~, 흰색과 검정색은 안 입는다고 하여 기껏 다려놓은 바지와 셔츠는 냅두고 입고 있던 바지와 셔츠를 급히 세탁하고는 젖은 상태에서 새벽까지 다림질을 했습니다. ㅠㅠㅠ
아침 일찍 목욕 재계한 후 오랫만에 빨간색 꽃무늬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걸쳤는데 모양 내느라 그날 추워서 달달 떨었습니다.
10시 조금 넘어 도착하니 우의관 입구에는 커다란 빨간색 아취에 신랑 신부 성명과 결혼식을 알리는 글이 보이고, 연회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높이 1.5미터 정도의 커다란 신랑 신부 사진과 성명을 적은 안내판이 놓여 있었고, 연회장을 예식장으로 꾸민 입구 책상에는 펜과 빨간 축의금 봉투가 널려있었습니다.
잠시 후 우의관 입구로 신랑 신부가 길이가 근 10미터 가까이 되는 대형 리무진을 타고 도착했고, 두사람이 차에서 내리서 대기실로 올라가는 동안에 양가 가족, 친지들이 둘러싸고는 춤을 덩실덩실 추더군요.
연회장 안은 둥그런 음식 탁자가 수십개가 놓여 있고 탁자 위에는 신랑 또는 신부의 가족석, 친지석, 친구석, 어느 학교 몇회 동창석 등등의 팻말이 놓여 있었으며 저와 동행한 2사람은 신부 아버지의 배려로 신부 가족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안쪽 무대에는 빨간 천으로 뒤집어 씌운 의자 몇개와 한국에서 칠순 잔치할 때 앞쪽에 쌓는 과일, 떡 등과 같은 것이 상당히 크게 만들어져 있는데, 수십가지 과일과 떡으로 '축 결혼'이라는 글을 만들었고, 좌우 양쪽에는 사탕 및 과자로, 제일 아래쪽에는 맥주를 수십병 장식하여 6단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제일 윗단 정중앙에는 닭 2마리가 옷을 벗고는 머리와 몸이 치장된 채 놓여 있었고, 그 좌우에는 낚시꾼들이 좋아할 월척이 훌쩍 넘는 커다란 붕어(?)가 각각 한마리씩 살아있는채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데 그 입에 담배 하나씩 물리워져 연기를 뿜고 있었습니다.
그 식장에 온 분들 중 유독 한국사람들의 인기를 끈것이 이 붕어였는데 제가 본 것이 10시 30분경이었고 거기를 나온 시간이 12시 30분경이었는데 그때까지 왼쪽의 한마리는 살아서 담배연기를 뻐꿈거렸습니다.
무대 왼쪽에는 드럼, 전자올갠, 알토섹스폰, 바리톤섹스폰, 트럼펫, 트롬본 등 6인조 악단이 자리하였고 오른쪽에는 금영 노래방 기계가 설치되었습니다.
11시에 사회자의 리드로 식이 시작되었는데 조선말로 사회를 보면서 중간중간 중국말로 통역까지 하면서 진행하였습니다.
먼저 양가 부모님 입장 후 착석, 그리고 신랑 신부와 그 바로 뒤에 신랑 신부의 들러리가 입장하는데 양가 부모님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십니다.
근데 신랑 신부의 위치가 한국과는 반대네요.
하객들 쪽에서 보면 오른쪽이 신랑이고 왼쪽이 신부이며, 들러리들은 각기 그 양옆에 서 있구요.
사회자의 신랑 신부 약력 소개가 이어지는데 써 놓지도 않고 줄줄 외네요. - 이건 한국에서는 주례가 하는 일인데 여긴 주례가 없답니다.
예물 교환, 들러리들이 주머니에서 꺼내 주고는 착용(?) 까지 도와줍니다.
이어서 성혼허가서 낭독, 심양시 우정국장이 나오셔서 인민정부를 대신해서 낭독하는데 날짜의 년도를 잘못 읽어서 웃음바다가 되고, 사회자가 신랑 신부한테 누가 호주냐고 묻고 신랑이 자기가 호주라고 대답하니 둘이서 잘 의논한 결과냐고 다시 묻고는 성혼허가서를 우정국장이 신랑에게 수여했습니다.
한국의 성혼선언문은 기껏 예식장 주인 이름과 주례이름이 들어가는데...
교포 여자분들 참 중국에서 태어나시길 잘하셨습니다.
한국에선 여자는 호주되기 굉장히 힘듭니다. 이혼한다면 몰라도... 물론 여기의 호주가 한국의 세대주와 같은거라 이해하지만...
양가 부모님의 하객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신랑 신부에 대한 바램을 발표하는데 일상적인 감사의 말씀들입니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 이거는 한국과 같습디다.
그리고 신랑의 하객들에 대한 인사 및 결혼생활에 대한 각오 발표가 있고 사회자가 신부에 대해 덧붙일 말씀이 있냐고 물으니 신부도 마이크 잡고 즐거운 목소리로 인사및 각오를 발표했는데 결론은 둘다다 '열심히 행복하게 잘살겠습니다.
사회자가 신랑에게 신부를 번쩍 안아 들고 열심히 잘살겠습니다라고 외치면 신부는 안긴 채로 만세를 하라고 요구합니다.
ㅎㅎㅎ 갑자기 신부가 누구 처럼 뚱뚱하면 어쩌나 걱정이 됩디다.
이어지는 신랑신부 행진, 하객들은 웃으며 박수치고, 신랑 신부도 웃으며 행진하며 퇴장하는데, 딱 한사람만 울고 있더군요.
신부 어머니...
아마 무남독녀이시니 더 안타까우신 모양입니다.
신부의 계속 웃고 있던 얼굴이 갑자기 미워지더군요.
너도 자식 낳고 결혼 시켜 봐라. 그래야 알지...
예식은 30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저희가 자리 잡은 식탁에 음식들이 쌓이기 시작하고 6층이 될 무렵 신랑 신부가 옷을 한복으로 갈아 입고 다시 오더군요.
역시 한복이 제일 예쁩니다.
신랑의 잘생긴 얼굴이 더 돋보이고, 신부의 예쁜 얼굴이 더 화사하게 보입니다.
근데 하객들은 한국사람들과 일부 가족 외에는 양복이나 한복 입은 사람들이 없어요.
그냥 평상시 복장 그대로 결혼식장에 오네요?
이그 모양내느라 추위에 달달 떤걸 생각하면 정말 열 받네요.
참 이건 꼭 말씀드려야 하는데 각 탁자 마다 담배 한갑씩 접시에 풀어 놓았는데, 우리 자리는 무대 왼편에서 제일 가까운 자리라 우리 접시의 담배는 반을 그 놈의 붕어가 피웠지요.ㅠㅠㅠ
사진들 찍느라 한참을 법석이더니 신랑 신부가 돌아 다니며 술과 담배를 권합니다.
그 와중에 사회자의 재 등장과 함께 신부 아버지의 노래를 시작으로 덩실춤과 블루스, 막춤까지 등장합니다.
중국에서는 결혼식이 축제라더니 정말인가 봅니다.
6인조 밴드의 좋은 연주와 어울려 춤은 계속되고...
좀 있으면 제 바로 옆의 금영 노래방 기계가 제 역할을 할거겠죠?
이쯤에서 저와 저의 동행들은 도망 나왔습니다.
결혼식 축하공연에서 부를 마땅한 축가를 못찾구요. ㅠㅠㅠ
제가 아는 노래는 대부분 흐느끼는 사랑타령이거든요.
첫댓글 사진도 곁들였으면...
죄송합니다. 준비가 안되어서요.
형도 여기서 결혼식한번 하시죠^^ 사회는 제가 볼테니까...리무진 10미터 짜리 타고...ㅋㅋㅋ
결혼식은 나 혼자 하남? 고런 소리 할 시간 있으믄 하나 소개 시켜나 줘 봐요. 함 해보게.
잼잇게 봣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