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텍스 2017에서 게이머와 전문가, PC 사용자들의 시선은 두 브랜드에 집중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인텔과 AMD인데요. 두 제조사는 최근 멀티코어 프로세서 라인업을 경쟁적으로 확장하며 시장 장악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5월 30일과 31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각 사의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취재진들이 엄청나게 몰렸을 정도로 관심이 몰렸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필자가 느낀 것으로는 분위기가 완전 역전됐다고 해야 할까요? 그만큼 AMD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분위기도 더 활기찼고, 더 공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인텔은 기존 라인업을 정리하고 리부트했으나 상대적으로 새로운 멀티코어 프로세서에 힘을 싣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아마 프로세서 외에도 다른 제품군을 여럿 선보이다 보니까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이랄까요?
선택과 집중의 차이는 느껴졌지만 결과적으로 두 제조사는 데스크톱 PC 시장을 고려한 새로운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공개했습니다. 바로 코어 X-시리즈(Core X-Series)와 쓰레드리퍼(Threadripper)입니다. 과연 두 프로세서의 모습은 어땠는지 살펴볼게요.
최대 ‘18C/36T’의 위엄 그러나... 인텔 코어 X-시리즈
인텔은 AMD보다 하루 빠른 5월 30일, 기조연설을 통해 코어 X-시리즈를 공개했습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오려나 했는데, 컴퓨텍스에 큰 관심은 없었는지 다른 일정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레고리 브라이언트(Gregory Bryant) 인텔 그룹 총괄 부사장이 참석했지요.
이 자리에서 인텔은 코드명 커피레이크(Coffee Lake)로 알려졌던 8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코드명 스카이레이크-E와 카비레이크-E 중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7세대 코어 X-시리즈가 공개됐습니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일단 모바일(노트북) 시장을 겨냥한 프로세서이니 여기에서는 제외하고 코어 X-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일단 공개된 코어 X-시리즈는 코어 i9, i7, i5 라인업으로 구분됩니다. 코어 i5 7640X, 코어 i7 7740X는 우리가 흔히 아는 코어 i5 7600K나 코어 i7 7700K와의 관계와 유사해 보입니다. 두 제품은 모두 4코어 기반에서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 유무로 구분해 놓았기 때문이죠.
이후부터는 점점 코어 수가 늘어납니다. 코어 i7 7800X는 6코어/12쓰레드(6C/12T) 구성이고 코어 i7 7820X는 8C/16T 구성입니다. 그리고 코어 i7 7900X에서는 10C/20T 구성이 됩니다. 각각 코어 i7 6850K/6900K/6950X를 대체하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양은 여기까지 공개가 되었고, 12코어 이상 구성되는 코어 i9은 총 4가지 라인업(7920X/7940X/7960X/7980XE)은 이름과 코어 구성을 제외한 나머지 사양은 모두 베일에 가려졌습니다. 떡밥만 뿌렸다는 이야기죠. 쓰레드리퍼를 의식해 이탈 유저를 잡으려는 목적이 큰 것 같았습니다.
호환되는 메인보드 X299에 대한 내용도 어느 정도 공개는 됐습니다. 코어 X-시리즈와 호흡을 맞추는 새로운 메인보드는 LGA 2066으로 기존과 호환하지 않습니다. 또한 코어 i7 7740X와 코어 i5 7640X는 듀얼 채널만 지원하게 됩니다. 메모리 슬롯은 8개 있어도 절반만 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PCI-Express 레인도 최대 44개입니다. 그마저도 코어 i9 7900X의 이야기구요. i7 7800X 계열은 28개, i7 7700X/7600X 계열은 16개의 PCI-Express 레인이 제공됩니다. 음...
분위기는 매우 차분했다고 전해집니다. 발표 또한 깔끔했구요. 그러나 신제품에 대한 반응마저도 차분했다는 평입니다. 뜻 밖의 반전이 있다고 생각은 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텔에 선수 빼앗겼지만 ‘16C/32T + 원모어띵’으로 응수한 AMD 쓰레드리퍼
그 다음날인 5월 31일에는 AMD의 컴퓨텍스 2017 컨퍼런스가 진행됐습니다. 인텔과 마찬가지로 진행은 차분히 이뤄졌는데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더 열정적이고 도전적이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인텔에 비해 AMD가 더 절박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텔도 절박하지만요.
때문인지 AMD에는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짐 앤더슨 상무 겸 총괄 이사가 모두 출동해 신제품을 열심히 알렸습니다. 공개된 모든 제품들의 라인업과 사양이 공개된 것은 아닙니다. 떡밥만 풀린 정도인데 아쉽지만 인텔 대비 비교되는 사양들이 주목 받기도 했지요.
일단 공개된 것은 라이젠 모바일과 라이젠 쓰레드리퍼입니다. 라이젠 모바일은 당장 모바일용 8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경쟁하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쓰레드리퍼입니다. 비록 인텔이 먼저 18C/36T의 거대한 떡밥을 날려서 16C/32T의 사양은 충격이 덜한 느낌을 줬습니다. 그러나 AMD는 차분히 보따리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고, HEDT(High-End Desktop) 프로세서 시장에서도 경쟁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일단 쓰레드리퍼는 최대 16코어/32쓰레드 구성입니다. 짐 앤더슨 상무 겸 총괄 이사(컴퓨팅&그래픽스)에게 간단한 정보를 물어봤습니다만 일단 라인업은 최소 4개 최대 6개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말도 안 되는 영어와 손짓발짓 다 섞어 물어봤는데 라인업 자체는 엄청 많지 않을거라고 했거든요. 아무래도 코어 수와 오버클럭 여부 등으로 나눠 분류할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충격을 줬던 부분은 메인보드 사양이었습니다. X399 칩셋과 호흡을 맞추는 쓰레드리퍼는 기본적인 구조는 인텔 X299와 비슷해 보이지만 PCI-Express 레인을 무려 64개나 제공합니다. 인텔은 44개인 것에 비하면 매우 파격적이죠. AMD의 원모어띵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실제 제품이 나오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듯
두 제품은 모두 시장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텔은 2분기, AMD는 여름 출시라고 한 것으로 보면 인텔 코어 X-시리즈가 더 빨리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분기 내인 6월 중으로는 출시해야 하니까요. AMD는 일단 우리나라나 다른 곳에서 여름이라 할 법한 6~8월 사이에 출시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성능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코어 X-시리즈는 기존 프로세서와 다른 설계가 적용되었구요. 그에 따라 L3 캐시 구성도 달라졌습니다. 캐시 밸런싱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른 성능향상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쓰레드리퍼는 기존 라이젠 프로세서에서 코어 수를 크게 늘린 방식입니다. 그러나 라이젠 자체가 시장에서 충분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에 시장의 기대가 큽니다.
결과적으로 두 제품이 실제 시장에 출시되고 난 이후의 경쟁은 정말 치열하게 전개될 것 같습니다. 고성능 데스크톱 PC 소비자는 물론이고 일부 전문가 시장이 두 제품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지요. 올 하반기는 상반기 만큼이나 즐거움이 가득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