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실종 신고
석야 신웅순
“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아빠, 화상통화 모드로 바꿔봐. 주변 건물을 한번 보여줘.”
“알았어. 그냥 거기 있어. 바로 갈게.”
아침 일찍 나선 산책길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모처럼 찾아간 딸아이의 동네였다.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입구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아까 걸어왔던 그 길이 아니었다. 다시 돌아가 길을 찾으려고 하다 일단 딸한테 전화를 했다. 금세 딸아이가 왔다.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다. 도시의 초행길은 이렇게 길을 잃기 일쑤이다. 더군다나 나 같은 길치임에랴. 한 번 방향을 잡지 못하면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다.
몇 년 전 아내의 친구 남편이 실종된 사건이 있었다. 요양 병원에서 외출했는데 그 길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방송을 타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내의 친구는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천추의 한을 남겼다.
“아빠, 정말 실종신고라도 해야하는 줄 알았잖아.”
○○에서 실종된 남 (74세) ○○○를 찾습니다.
키 162㎝센티 61㎏, 스포츠머리 푸른체크무늬반팔 청바지
☎ 112 ○○경찰청
아빠를 놀린다. 장난스레 던진 농담이 내게는 묘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내일은 어떻게 저물어갈까.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어르신들이다. 눈부시게 변해가는 문명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핸드폰 기기를 사용할 줄도 모르고 네이버 지도도 검색할 줄 모른다. 육신은 서서히 노쇠해지고 정신도 아득해져 간다. 불쑥 치매가 우리들을 찾는다면 어쩔 것인가. 자식들은 언제나 부모가 푸른 나무일 거라 생각하지만 부모는 짐이 되기 싫어 깊어가는 그늘을 들키지 않으려고 한다.
몇 년 전만해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뒤늦은 것들이 자주 노크를 한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 힘도 빠지고, 감각도 느려지고, 친구들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앞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쓸쓸하다. 젊은 날에, 내 생애에‘일흔’이라는 숫자가 찾아올 줄을 상상이나 했었는가. 오랜만에 꺼내 입은 옷들은 어느새 품이 헐거워지고, 소맷자락은 속절없이 길어졌다.“인생, 그거 별것 아녀. 그저 흘러가는 뜬구름이여.”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옛 어른들의 독백이 이제와 뼈마디를 때린다. 어른들이 공원 벤치에 지팡이를 짚은 채, 표정 없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저 적막한 얼굴들이 머지않은 날 우리가 마주해야할 자화상들이다.
오늘 첫 매미울음 소리를 들었다. 춘분이 엊그제였는데 내 뒤에서 벌써 하지가 꼬리를 감췄다. 올해도 반이 잘려 나갔다. 조금 있으면 초복이다.
긴 여름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가. 하루하루가 짧아져간다. 오늘은 잠시 나를 일깨워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하루였다.
- 2026.6.26. 금요일
첫댓글 그러고 보니 나도 길을 잃고 막내 아들에게 구조 요청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초 효도여행차 일본 오사카를 갔는데 아침운동차 호텔을 나와 거리를 돌다보니 다시 호텔을 못찾겠더군요.
늘 열려있는 호텔 입구만 보다가 닫힌 입구는 생소하기 그지없더군요. 전화받고 찾아온 아들이 어찌나 반가운지...
팔십이 되어가니 인지능력도 예전같지 않더군요. 에효~~ 내청춘아 ~~
그러셨군요.
기억 깜빡 깜빡하니 잠시 뇌도 쉬어야하나 봐요.
정신이 다시 돌아오는 시간.
여유라 생각하며 살아야할까봐요.
늘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