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센터’ 서장훈(28·SK 나이츠)이 2001-2002시즌들어 프로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을 뜨겁게 하고 있다.
시즌이 한창인 상황에서 서장훈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된 것은 현역 프로농구 최고액 연봉자(3억3000만원)인 그가 올시즌을 끝내면 자유계약(FA) 선수로 풀리기 때문. 현재도 팀 연봉 상한액(샐러리캡·10억5000만원)의 31.4%를 차지하는 서장훈이 FA로 날개를 달 경우 국내 구단이 서장훈에게만 샐러리캡의 50% 가까운 초고액 연봉을 지급하며 끌어 안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근 농구계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서장훈의 미국프로농구(NBA) 진출 불가피설’은 현행 샐러리캡 제도내에서 서장훈에 대한 예외조항이 인정되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장훈의 NBA 진출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거센게 사실이다. 중국의 왕즈즈(댈러스 매버릭스)와 비교하며 한국 농구의 자존심 차원에서 찬성론이 호응을 얻기도 하지만 용병들의 득세로 위협받고 있는 국내 농구가 서장훈마저 빠진다면 기반이 아예 무너지고 말 것이란 점에서 반대론도 거세다.
이런 논란은 일단 차치해 놓고 서장훈이 과연 실력면에서 NBA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NBA를 향한 꿈을 버리지 않았거나 한때 NBA의 문을 두드렸던 국내 외국인 선수 20명에게 ‘서장훈의 NBA 진출 가능성’을 물어봤다.
‘서장훈은 과연 NBA에서도 통할까’는 첫 번째 질문에 예상밖으로 35%(7명)나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서장훈이 NBA에 진출할 경우 포지션과 출전시간은?. 이 질문에는 14명이 포워드(재키 존스는 파워 포워드라고 적시)를 꼽았고 4명은 센터(2명은 무응답)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출전시간은 천차만별이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이 15분(무스타파 호프)이었고 10분이 7명, 5-10분과 7분이 각각 1명이었다.
용병들은 또 서장훈의 기량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19명이 2점슛(미들슛)을 꼽았고 1명이 3점슛을 꼽았다.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블록슛 수비등의 항목은 단 한명도 선택하지 않았다. ‘아시아 정상급선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2명이 찬성입장을 밝힌 것과 묘하게 대비되는 판단이었다.
서장훈의 단점은?. 절반인 10명이 지적한 것이 몸싸움(10명). 또 공격이 단순하다는 지적이 4명이고 수비를 지적한 용병도 4명이었다. 서장훈과 99-2000시즌부터 2시즌을 함께 뛰었던 재키 존스는 수비와 몸싸움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NBA 진출에 대한 서장훈 자신의 생각은 어떨까.
서장훈은 지난해 여름 NBA 출신 감독과 선수들이 참가하는 하와이 빅맨 캠프에서 훈련을 한 적이 있다. 여기서 그는 중국선수론 최초로 NBA에서 뛰고 있는 왕즈즈(댈러스 매버릭스)와 비교할 때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자주 들었다.
그럼 서장훈은 당장이라도 NBA에 갈 수 있다는 얘기일까. 이 대목에서 서장훈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왕즈즈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NBA입성이 쉬웠다는 것. 또 농구라는 종목의 특수성도 지적했다. 국내 선수의 해외 진출이 활발한 야구 축구와 달리 농구는 전무한 실정이고 엔트리도 적어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본 것.
NBA에 진출하면 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왕즈즈와 간접 비교를 했다.
후보로 간간이 코트에 나서는 왕즈즈의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 국내에서는 거의 풀타임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안배를 위해 스피드와 점프가 떨어질 때도 있는 게 사실. 하지만 미국에서 식스맨으로 나선다면 짧은 시간을 뛰므로 갖고 있는 기량을 모두 쏟아 부을 수 있어 특화된 분야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있다는 게 서장훈의 말.
왕즈즈 보다 나이가 많고 키가 작은 것말고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서장훈은 “조금 늦은 감이 있으나 기회만 주어진다면 NBA의 문을 노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키 존스(KCC)〓스피드와 파워를 보강하고 자신보다 덩치가 큰 선수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NBA에 도전하고자 하는 열정과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퍼넬 페리(SBS)〓몸은 NBA급이나 기량면에서는 좋은 체격조건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선수임은 물론이다.
△리온 데릭스(SBS)〓슛은 슈터못지 않게 뛰어나지만 다른면에서는 좀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티머스 맥클래리(삼성)〓스피드와 몸싸움을 향상시키면 NBA행이 가능하다.
△말릭 에반스(코리아텐더)〓점프가 없고 느린 점이 단점이자 NBA에서 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얼 아이크(SK빅스)〓아시아권에서는 좋은 선수이나 NBA에서 뛰기에는 스피드와 유연성 기량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에릭 마틴(SK나이츠)〓국내 최고선수임에 틀림없다. NBA에서도 서장훈같이 야투가 좋은 빅맨은 보기 힘들다.
△안드레 페리(삼보)〓휼륭한 선수이지만 NBA에서 뛰기 위해서는 스태미너와 빠른 발놀림에 치중해야 한다. 같은 크기의 선수들을 상대로 매일 경기할 수 있는 체력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딜론 터너(모비스)〓센터로서는 포스트에서 몸싸움이 약한 편이며 스피드 또한 보강해야 할 점이다. 공격력에 비해 수비가 약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