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에 부딪힌 관계 / 정덕재
영화 더 디그를 보고 난 이후
여주인공 캐리 멀리건의 잔상이 사라지지 않아
구글에서 사진을 골라
컴퓨터 모니터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
바람에 날리는 단발머리는
들판에서 흔들리는 마른풀
한 번 만난 뒤
여러 번 밥을 먹고 슬을 마셨던 인상으로 중첩된다
밥집은 사라진 지 20년
술집은 열 번 넘게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술에 취해 부딪혔던 그때 그 기둥 하나
어루더듬어도 건조해진 지문에
낙서 하나 찾기 어렵다
처음 본 캐리 멀리건이
도마동 어느 초등학교 후문을
배회한 적이 있었다면
부사동인지 대사동인지 늘 헷살리는
여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면
분면 그녀와 나는
기둥에 여러 번 부딪힌
이상한 구조의 술집을 기억할 것이다
컴퓨터를 켤 때마다
그녀 곁으로 모여든
여러 개의 과일은 일렬종대 기둥으로 세어져
약속을 암시하는
32년 전의 암호를 맏든다
캐리 멀리건이 아니어도 괜찮고 김미정이도 괜찮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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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발굴(The Dig)'>을 보고, 여주인공이
가둥에 여러 번 부딪힌 이상한 구조의 대전 어느 술집에서
여러 번 밥을 머거 술을 마셨던 인상으로 중첩딘다는 것이다.
<영화 '발굴(The Dig)'>은
20121년 1월 NETFLIX에서 개봉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1939년의 영국,
영국의 한 미망인 '이디스(캐리 멀리건)'는
무명의 고고학자 배질(랄프 파인즤'을 고용해
자신의 집에 있는 언덕을 발굴한다.
자신이 배운대로 우직하게, 소신있게 밀고 나가는 '배질'은
'이디스(캐리 멀리건)'의 신뢰를 얻게 되고
이 두사람의 뚝심있는 발굴작업(프로젝트)은
후대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빛을 발하는 역사적 사건이 된다.
실화를 소재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데,
그들이 발견한 역사적 유물의 가치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와 인정으로 다져지는 우정의 무게,
돈을 넘어서는 명예(비록 사후까지도 인정받지 못했던 명예였지만)같은 것을 발해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