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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은 구설수가 있나?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함을 느낍니다.
이럴 때의 상책은 사람과의 접촉을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
그렇다면 조용히 대간 촬영 준비나 하는 게 신상에 이로을 거 같습니다.
한 주일의 고비는 늘 화요일입니다.
이번 주말 '베산프'는 'J3클럽'에서 백두대간을 새롭게 진행한다고 하고.....
통과.
누구는 대간팀따라 추풍령에 가니....
여기도 통과.
그런데....
"형님. 이번 주 어디 가세요?"
산맛이 한창 오른 푸우님의 전화입니다.
"글쎄.....이번 주와 다음 주는 다 취소해서리.... 요즘 내 정신 성태가 온전치 못해서리...."
웬만하면 새로 구입한 '오즈모 모바일3'를 시험도 해 볼 겸 그냥 집근처 가까운 산으로 오르려 했는데....
"요새 영남알프스 억새가 괜찮지 않나요? 낙동정맥을 따라 걸으면서 지맥 얘기좀 듣고 싶은데요."
남의 약점을 찌르니...
절대 제가 산 그것도 산줄기에 대한 부탁을 하면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그래 알았다. 네가 나의 약점을 잘 알고 파고 드는데야...."
그런데 영알은 거리가 워낙 먼지라 안내산악회 버스가 신사역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22시 반.
제가 접근하기가 좀 어렵군요.
그렇다면 죽전역 간이 정류장에서 타면 되는데 귀가시 문제가 됩니다.
분명 하산주는 필수 코스일 테니 그렇다면 간이 정류장 부근에 세워놓은 차를 회수하여 귀가하면 되는데 음주때문에.....
해밀 산행이었으면 수지에 도착하여 동료들과 한잔 더 하고 아예 대리를 부르면 마음이 편하련만 안내산악회의 경우 분명 맨송맨송한 상태일 것이니....
하산주 없는 산행은 막노동에 불과한 것이라고 강변하는 그것도 술도 안 마시는 노고단 님의 해괴한 이론을 추종하는 저이고 보면 달리 방법은 없고....
별 게 다 신경쓰이게 만드니...
꾸리꾸리한 마음으로 산행 준비를 합니다.
워낙 손이 무딘 '기계치'여서 신형 장비 작동법을 익히느라 장시간을 소비하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도 챙겨야죠.
동영상 촬영시 짐벌gimbal 기능 때문에 구입한 것이니 산에서 흔들림을 어느 정도 보완해 주는 지 확실하게 확인도 해보고 화질도 직접 테스트 해 보아야 하니...
그런데 오늘은 노모께서 일찍 잠자리에 드시는군요.
그렇다면 쓸데없이 죽전으로 나가지 않고 바로 신사역으로 갈 수 있겠군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확하게 제시간에 신사역 6번 출구에 도착합니다.
안내산악회 차를 타려하면 여기저기 아는 사람 투성이입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군요.
케이 선배님이니 산꾼 님 등 여러 분들을 만나고....
그들은 지리산으로...
제가 영알을 간다고 하니 의아해 하시는군요.
"왜 지리산은 놔두시고?"
10:32
정시에 차는 출발합니다.
무박산행 버스는 의자에 앉자마자 눈을 감는 게 최선입니다.
두 번 쉬거나 말거나 무조건 눈을 감고 있습니다.
03:34
정확하게 5시간 걸려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석남터널에 도착합니다.
오늘 무박산행팀은 1무1박3일 팀과 다르게 4팀으로 운용되는군요.
저희는 석남터널에서 일단 낙동정맥에 오른 다음 가지산으로 오른 다음 다시 되돌아 나와 능동산 ~ 배내고개 ~ 간월산 ~ 신불산 ~ 영축산 ~ 함박등전 갈림길 ~ 청수좌골 ~ 태봉교로 하산하는 루트인 'A 코스'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그러면 약 26km 정도가 되겠군요.
그런데 만차인 차에서 내린 인원은 고작 7명.
나머지 분들은 다 배내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는 말씀?
그러면 우리보다 약 10km가 빠지는군요.
우리는 우리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산행 준비를 마치는데 한 여성대원이 행선지를 묻습니다.
혼자 왔는데 따라가도 되냐고 물으면서....
푸우님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도전해 보고 싶다나 뭐라나....
'아니 이 사람이 정신이 나갔나? 어디를 쫓아오겠다고....'
03:41
어쨌든 출발합니다.
'남부터미널역'에서 '남부터미널'로 오르기보다 더 힘든 계단을 징그럽게 올라,
03:58
능선 아니 낙동정맥에 접속합니다.
비가 조금 전 그쳤는지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에서 물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아! 좋다!"
이제 산에 들은 느낌입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 같이 스치는 게 아니라 이 습기 섞인 바람에 다 묻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제 머릿속에는 음악이 흐르기 마련입니다.
"온누리를 덮고 있는 이 안개구름이 사라지려면 얼마나 많은 바람이 불어야 할까?
내게 사랑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까?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04:35
뒤에서는 푸우 님과 산녀 님이 연신 '족보캐기'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산력이 어떻데 되느냐?, 어떻게 여자 분이 혼자서 여기까지 올 수가 있느냐? 그 과감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
산녀 님의 응수도 들을 만합니다.
"동네 산악회 갔는데 다니기 갑갑해서 오게 됐다. 동네산만 다니다 작년 10월달 처음 (큰)산에 갔는데 다녀 보니 그렇게 아예 혼자 가는 게 낫더라"
"그럼 설악산이나 지리산 가봤냐?"
"안내산악회와 함께 작년에 처음 설악산 공룡능선이라는 데 갔었는데 정말 멋있었다"
"처음 간 사람이 공룡을? 그럼 어디서 올라갔느냐? 오색에서 대청으로?"
푸우님의 톤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저도 귀가 쫑끗 세우기는 마찬가지.
처음 설악에 간 사람이 바로 공룡을 타다니.....
"큰 매점 같은 데 없는 곳으로 올라갔죠?"
"글쎄요...아니예요. 너른 주차장 같은 게 있었고. 음... 아! 식당 같은 게 있던...맞아요. 한계령이예요. 거기서 올라가 길만 따라갔더니 꼭데기 같은 곳에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있더라고요. 조금 이따 보니 해거 떠오르고... 그 사람들 일출보느라 거기서 그렇게 앉아 있었던 거 더군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머릿속으로 생각합니다.
'아니 이 여자가 장난 노나? 처음 설악에 간 사람이 한계령에서 대청까지 3시간만에 주파했다는 거야 뭐야?'
한 마디 거듭니다.
"그러면 대청봉에서 일출을 봤다는 얘기예요?"
"네."
"혼자 가서?"
"예"
"길은 어떻게 알고?"
"가다 보니 다 추월하고 ... 그래서 혼자서 이정표 따라 그냥 걸어 갔어요."
"지리산엔 언제 가셨고?"
이제 푸우 님은 뒷전이고....
"올 초에 갔었어요."
"몇 번?"
'"딱 한 번이요. 정말 좋은 데더라고요."
"그럼 어디로 가셨는데요?"
"지리산 무박이라고 해서 따라갔더니 성삼재라는 곳에 내리더니 5시까지 중산리 식당으로 오면 된다고 해서 그냥 갔죠. 노고단에 갔더니 사람들도 없고.... 어두운데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그냥 가는데 앞에 한 사람이 가더군요. 그 사람은 장터목에서 잔다고 하는데 반야봉을 들를 거라고 해서 같이 반야봉에 올라 일출을 봤어요."
"몇 월 달?"
"6월에요."
'이 사람이 정말 농담 따 먹기도 유분수지.... 반야봉까지 2시간 반만에... 그것도 초보가 .... 그렇게 해서 중산리까지 4시에....'
기가 막혀 바톤을 푸우 님에게 넘깁니다.
04:54
보이는 것도 없으니 그저 오르기만 합니다.
1167.4봉을 지나,
05:14
가지산에 오릅니다.
가지산에는 두 개의 정상석이 있습니다.
이 큰 정상석과,
아...
근데 加智山?
迦智山 아닌가요?
그렇죠?
낙동정맥이 고헌산에서 은현을 넘어 당도하는 곳.
바로 迦智山입니다.
대동여지도에도 분명히 그렇게 표기되어 있는데....
이러니 가지산을 검색해 보면 '까치鵲'의 옛말 '가치'에서 변형된 이름이라고 설명되게 됩니다.
그렇게 보면 안 되죠.
사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산이 그렇듯이 이것도 간단하게 불교지명설로 보면 편합니다.
주위에 신라 고찰이며 비구니 전문 도량인 석남사와 운문사 그리고 대비사가 있으며 불교 신자와 얽힌 '쌀바위'까지 있으니 그저 '석가모니 부처님의 지혜를 배우는 곳' 혹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지혜가 서려 있는 곳' 정도로 읽으면 됩니다.
1등급 대삼각점(언양 11)을 봅니다.
사실 그저께는 용마산에 야등으로 올라 서울대삼각점(서울11)을 봤죠.
우리나라 모든 측량의 근간이 되는 점이죠.
감개무량했었습니다.
울주군 상북면 일대를 봅니다.
그런데 이 가지산이 산경학 쪽에서는 아주 중요한 봉우리입니다.
즉 낙동정맥이 이 가지산에서 좌틀을 하면서 우측으로 가지줄기를 하나 내놓게 됩니다.
그 사이에서 동천이 그리고 능동산을 지나서는 단장천을 내놓게 되죠.
그런데 이 동천은 단장면과 산외면이 만나는 곳에서 단장천에 합수되게 됩니다.
그 합수점으로 가는 산줄기 즉 능동산 ~ 천황산 ~ 실혜산 ~ 정각산 ~ 승학산 ~ 합수점은 24.3km 여기에 가지산 ~ 능동산 까지의 거리인 6.3km를 합하면 30.6km가 되어 이 산줄기를 지맥으로 보아야 할 것 같지만 '산줄기〈 물줄기'이므로 그에 앞서 먼저 물줄기를 봐야 합니다.
여기서 동천이나 단장천의 상위 물줄기는 밀양천이고 그 밀양천을 만나는 물줄기가 동천이 아니고 단장천이므로 이 가지줄기 즉 운문산으로 진행하는 산줄기는 이 단장천이 밀양강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게 되는 것이죠.
예전 글을 가져옵니다.
참고도 #6 낙동정맥
아까 미뤄뒀던 산줄기 공부 시간입니다.
백두대간은 나라를 동서로 양분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산줄기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줄기와 물줄기는 다 이 백두대간에서 비롯됩니다.
곧 아버지 줄기라는 겁니다.
위 참고도 #6을 봅니다.
이 낙동정맥은 백두대간 상 매봉산에서 가지를 쳐 내려온 줄기입니다.
백두대간 매봉산에서 가지를 쳐 내려올 때 그 사이에서 물줄기가 하나 나오게 됩니다.
이 물줄기가 바로 남한에서 제일 긴 낙동강입니다.
이 낙동강은 백두대간의 동쪽과 낙동정맥의 서쪽으로 흘러나오는 모든 물줄기를 다 받습니다.
이는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낙동강의 울타리 역할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백두대간이나 낙동정맥은 낙동강 등 여타 물줄기를 만남이 없이 진행을 하여 대간의 경우는 천왕봉까지 정맥의 경우는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몰운대까지 간다는 얘기입니다.
산자분수령이라는 관용구가 그걸 말해 줍니다.
지도를 보면 확실하게 보입니다.
그러고는 이 낙동강의 끝 몰운대에서 낙동강이 남해 바다를 만날 때 그 만나는 합수점에서 낙동정맥은 그 맥을 다하게 됩니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 Ridgeline is genuine in that it never crosses water
“그리고 ‘산줄기’와 ‘물줄기’를 보자. 아까 한 얘기 반복해서 얘기할 게. 가만히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봐. 하나의 산줄기(A)에서 다른 산줄기(a)가 가지를 칠 때 그 사이에서는 분명 물줄기(b)가 나오고 그건 분명 계곡을 형성하게 돼. 크든지 작든지 말이야. 그렇지 않아? 산줄기가 분수령이 되는 건 확실하고 그 산줄기에서 내려 온 물들은 다 계곡으로 모이잖아? 그 개울이 모여서 천(川)이 되고 그 천(川)이 모여 조금 더 큰 천(川)이 되고 그러고는 그게 모여서 다시 강(江)이 되고, 그 강(江)들이 모여 바다로 흘러가고... 이게 자연의 이치 아니겠어?”
“그건 알지. 그런데 또 합수점이라는 건 또 뭐야? 산줄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고?”
“합수점(合水點). 말 그대로 물이 모이는 지점이지. 양수리에 가면 ‘두물머리’ 있지? 합수점의 우리말이 두물머리 아니겠어? 양수리의 양수(兩水)가 곧 두물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한 개의 물줄기 가령 남한강과 다른 하나의 물줄기 가령 북한강이 만나는 곳. 그곳이 두물머리라는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나라에는 두물머리가 무수히 많은 셈이지. 그 두물머리를 한자로 쓰면 합수점이고.”
자전거를 타는 장감독이니 두물머리 얘기를 꺼내니 귀가 번쩍 열리는 것 같다.
“양수리. 나도 잘 알지. 자전거 타고 가봤던 곳이니. 그런데 그 합수점이 산줄기와 무슨 상관이야?”
“그럴 줄 알았다. 기다리고 있던 질문이야. 조금 전 얘기했어. 이 합수점은 산줄기를 얘기할 때 아주 중요한 개념이야. 나중에 자세히 보겠지만 산경표라는 책은 이 ‘합수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론이야. 그 핵심은 곧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고.”
“정말 머리 아프게 만드네. 산자분수령은 또 뭐야!”
장감독이 짜증을 낼만도 하다. 사실 천왕봉에 아직 오르지도 못했다. 즉 대간길에 아직 한 발도 내딛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무슨 복잡한 얘기를 많이 하는가 하는 불평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
“그래. 간단하게 산자분수령을 보자. 앞으로 계속 나올 얘기니까 미리 간 좀 보자는 거야. 지도 좌측을 보면 가장 굵은 선이 백두대간이야. 그리고 좌측 위로 남덕유산이 보이지? 남강기맥도 보이고. 이게 백두대간에서 남강기맥이 가지를 쳤다는 걸 보여주는 개념도야. 앞으로 자꾸 애기할 거지만 우리나라 산줄기에는 반드시 계급이 존재해. 위계질서가 명백하다는 것이지. 같은 급이라도 서열이 있게 마련이고. 즉 군대에서 병장이라고 다 같은 병장이 아니잖아? 이게 아주 재미있는 많은 것을 보여주게 돼. 그러니까 그 계급 개념들의 한 가지인 기맥(岐脈)이니 지맥(枝脈)이니 하는 것들은 나중에 보기로 하자. 우선 백두대간(A)에서 남강기맥(a)이 가지를 쳤다는 것만 생각하자고. 자, 봐. 대간에서 남강기맥이 갈리는 그 사이로 남강(b)이 흘러나오지? 아까 얘기했잖아. 한 가지에서 다른 한 가지를 가지 칠 때 그 사이에서는 물줄기가 하나 흐르게 된다는.... 바로 그 원리야.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이를 영어로 표현해보면 'Ridgeline is genuine in that it never crosses water,' 정도가 되겠지. 이따 자세히 볼 거니까 우선 개념만 알아둬.”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문법적인 해석은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산 곧 산줄기는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고 해석하자. 이를 ‘산자분수령의 제1법칙’이라고 한다. 여기서 ‘自’를 스스로란 ‘부사(副詞)’로 본 거다. 고로 산줄기는 물을 건너지 못하니까 물을 만나면 그 산줄기는 맥을 다하게 된다. 그 물도 그냥 물이 아니라 두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합수점도 그냥 합수점이 아닌 자신보다 상위등급의 물줄기와 만나는 합수점에서!
- 졸저 전게서 37쪽 이하
그렇죠?
그러니 낙동정맥의 경우는 낙동강 자체가 10대강에 속하는 물줄기이므로 자기보다 상위 등급의 물줄기는 존재하지 않고 물줄기라는 개념은 바로 바다가 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낙동정맥은 낙동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인 몰운대에서 그 맥을 다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맥에서 가지를 치는 줄기는 30km이상의 산줄기를 지맥枝脈으로 부릅니다.
이는 나라에서 공인한 개념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도권에 있는 학자들이 펼친 학설學說도 아닙니다.
다만 산을 좋아하던 사람들 즉 학계에서 두 손을 놓고 있고 나라에서도 무관심한 것에 비분강개한 분들이 만들어 낸 개념입니다.
저는 이분들을 재야 인문지리학자라 부릅니다.
감히 이우형, 김용수, 조석필, 박성태, 신경수, 장성규, 현진상(님)들을 이런 반열에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새롭게 확실한 이론으로 무장한 박흥섭과 배병만 등도 같은 급으로 봅니다.
아니 오히려 신이론으로 무장을 했기 때문에 그분들보다 진일보 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이 두 분은 물줄기를 중시하느냐 유역 개념까지 동원하느냐에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저는 박흥섭의 이론에 동의합니다.
물론 모두 그의 이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빨리 통일된 이론으로 나라의 산줄기를 확정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많은 것을 양보하였습니다.
어쨌든 지맥 개념은 우선은 산악인을 위주로 통용되는 그것이므로 하루 빨리 세력을 형성하여 제도권 안으로 불러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 조상들이 암시해 준 산경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확장하여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어쨌든 저나 박흥섭의 이론은 박성태 선생의 신산경표와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기회가 될 때 또 말씀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우선 진행하는 산줄기와 물줄기를 봅니다.
참고도 #7
'산자분수령'이란 관용구로 해석을 할 때 '산줄기는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줄기는 산을 건너지 못한다.'라고 이해했죠?
산줄기는 물줄기의 울타리가 된다는 말입니다.
위 개념도를 보면 산줄기와 물줄기가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물줄기를 보면,
낙동강 〉밀양강 〉단장천 = 양산천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가지산과 능동산 사이에서는 가지산천이 나와 단장천에 흡수됨도 지도상 명백합니다.
강의 크기는 산줄기의 크기와 일치합니다.
우선 밀양지맥은 밀양강이 그보다 상위 등급의 강인 낙동강에 흡수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합니다.
그리고 다음 산줄기를 봅니다.
가지산에서 가지를 치는 줄기는 밀양강과 다른 하천이 만나는 합수점으로 가야겠죠?
지도를 보니 밀양강보다 하위 등급인 단장천이 밀양강과 만나는군요.
그러면 산줄기를 따라 그 합수점까지 선을 그어 봅니다(이 선線 혹은 금을 마루금이라고 함).
가지산 ~ 운문산 ~ 억산 ~ 중봉 ~ 비학산 ~ 합수점으로 이어지는군요.
그 다음 거리를 측정합니다.
도상거리 34.7km가 됩니다.
30km이상은 지맥으로 부르자고 약속하였으니 지맥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름은?
단장천과 관련한 줄기이니 단장이라는 이름을 따서 단장지맥이라 부르면 되겠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물줄기는 동천이군요.
동천을 따라 가다보니 그보다 큰 물줄기인 단장천을 만납니다.
그 합수점부터 선을 그어봅니다.
능동산 ~ 천황산 ~ 실혜산 ~ 정각산 ~ 승학산 ~ 합수점.
거리를 측정하니 24.3km.
지맥이라는 계급을 가질 수 없군요.
그래서 단맥으로 넣고 그 줄기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을 붙입니다.
그래서 천황단맥.
다음 물줄기는 양산천이군요.
이 양산천과 그보다 상위등급인 낙동강과의 합수점으로 갑니다.
이 줄기는 30km가 넘으니 강이름인 양산천의 이름을 따 양산지맥.
이런 식으로 산줄기를 따지게 됩니다.
만어지맥은 좀 다른 설명이 필요합니다.
일단 오늘은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줄기만 봤습니다.
그 동천 너머로 천황산이 보이는군요.
천황산과 재약산에 대해서는 조금 이따 다시 보기로 하고....
06:00
이정표를 보고....
그런데 이 매점은 문을 열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06:24
이제 날은 밝았고....
가지산이 구름에 싸여 있습니다.
그러긴 오두산이나 배내봉 부근도 마찬가지....
그래도 하늘은 개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06:35
아까 올라오던 길.
이렇게 생겼군요.
6km를 3시간 가까이 걸려서 다녀왔습니다.
앞의 1167.4봉(중봉).
그리고 그 뒤의 가지산.
그 낙동정맥 우측의 바위봉이 쌀바위.
06:39
호박소 갈림길.
누군가가 이정표 방향을 돌려놨습니다.
제대로 잡습니다.
브라운 톤....
멋집니다.
이런 장난 하지 마시고....
아름답습니다.
알던 나무.
푸우 님도 알던 나무라고 하니....
07:13
814.1봉에서 4등급삼각점(언양450)을 확인하고,
된비알을 계단으로 올라,
07:36
배내고개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능동산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07:40
능동산에서 정상석과 케른 1기를 보고,
3등급 삼각점(언양312)을 확인합니다.
함께 버스를 타고 온 다른 분들은 천황산 ~ 재약산 루트를 택한다고 하는군요.
용이한 루트죠.
우리는 낙동정맥을 계속 이어가야죠.
앞으로 8시간 안에는 하산을 완료해야 하는데 아직은 시간상으로 널널한 느낌이긴 한데 산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요?
늘 변수라는 것이 상존하기 마련!
오늘 산에서 할 일도 많은데 과연 그 시간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요?
어디 가 봅시다.
07:47
다시 배내고개 삼거리로 돌아와 우틀합니다.
예전과 사뭇 달라진 느낌을 받습니다.
어제 야영을 하였는지 박배낭을 진 젊은 친구들이 연신 거친 숨소리를 내며 올라옵니다.
행복했겠죠?
08:07
배내고개입니다.
이제는 작은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날씨가 추워 가게로 들어가 꼬치어묵과 막걸리를 시켜 놓고 푸우표 '참치김밥'을 먹습니다.
앉아서 길게 얘기하다 보면 일어나지 못하는 법!
08:51
일어납니다.
근 2년 만에 오는 곳이니....
단장천이 발원하는 배내골.
우측 뒤로 재약산 바로 앞에서 분기하는 주암능선.
08:53
45분 정도 쉬다가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08:58
오두봉 갈림길을 지나,
09:21
능선에 올라섭니다.
좌틀하면 오두산.
우틀합니다.
가을이 완연합니다.
09:27
배내봉을 인증하고....
예전에는 있지도 않은 봉우리 이름이 창작되고 그러고는 정상석을 갖다 박아놓고...
그렇게 산객을 모읍니다.
지자체의 선전 방법인데...
그렇다면 적어도 지명인증절차는 발으셔야죠.
09:28
간월산까지는 된비알이죠?
2년 전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반대방향에서 오는 지인들을 많이도 만나고 그러면서 새로운 사람도 알게 되고....
산은 많은 것을 얻게하고 잃게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거늘....
상북면 등억리의 마을.
간월이라는 이름으로 생활을 하는 곳이죠.
저 마을에 있던 간월사에서 비롯된 말이겠죠.
간월산도 구름에 막혀 있습니다.
그러니 단장천 건너 주암능선이나 재약단맥을 본다는 것은 아직은 욕심입니다.
912.2봉.
정상 부근에서 우틀하여야겠군요.
10:09
조금 나아졌습니다.
아!
조금 더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천리 천황산 아래 샘물상회 부근이 보입니다.
진한 갈색의 양철지붕 축사도 보이고...
중앙 우측 상단의 얼음골 케이블카 역사도 슬쩍 보였다가 다시 사라지는군요.
능동산은 보이지 않지만 968.1봉에서 1049.2봉으로 진행하는 천황단맥 라인이 모습을 보여주고....
그러나 간월산은.....
이 또 뭐꼬?
10:31
힘들게 간월산을 오르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뒤를 돌아봅니다.
좌측 맨 뒤의 능동산은 구름에 가려 있고 배내봉, 우측 912.2봉까지....
뒤는 간월의 739.2봉과 그 뒤의 구름에 가린 고헌산.
10:53
간월산입니다.
지금은 肝月山이라고 쓰지만 원래는 看月山이었습니다.
사찰은 澗月寺로 표기되어 있으니 澗月山으로 표기되어야 맞는 거 아닐까요?
좀 쉬면서 간식을 먹고는 여기서 '오스모 모바일3' 시험에 들어갑니다.
돌도 많고 앞으로는 비탈을 내려갈 것이니 각별히 조심하면서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하 사진에 서명이 없는 그림은 동영상 촬영 중 오스모 기기를 사용하여 찍은 사진입니다.
11:17
간월재로 내려갑니다.
11:19
간월재로 내려가는데 규화목이라는 설명이 붙은 안내판을 봅니다.
나무가 돌같이....
예.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억새가 시작이죠?
그런데 좀 시원찮습니다.
태풍이 몇 개 지나가면서 성장을 방해한 거 같습니다.
그래도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괜히 영남알프스이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서 계시는군요.
여기저기 술판이 벌어지고...
억센 경상도 사투리에 취기까지 도시니....
제가 술 먹었을 때 저랬을 것 같은 느낌.
산에서는 되도록이면 술을 먹지 말아야지....
간월재에서 10여 분 놀다가 다시 출발합니다.
11:39
기분 좋으시죠?
단장천 건너 좌측 재약산과 우측 천황산이 제대로 보입니다.
그 사이로 주암골이 명백하고...
아까 미뤄놨던 천황산1189m과 재약산1119.1m 이야기 좀 할까요?
조금 전 대동여지도에서 봤듯이 저 산은 그저 載岳山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재약산載藥山이 되었고 얼마 전에는 그것을 사자봉과 수미봉으로 분리해 불렀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사자봉은 천황산으로 재약산은 수미봉으로도 부르니....
그리고 사자평은 또 왜 사자평?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저 두 봉우리 뒤에는 그 유명한 사찰 표충사가 있습니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지리산에서 실컷 보았던 서산대사의 제자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킨 곳으로 유명한 곳이죠.
그러다 보니 이 산도 그 표충사와 얽혀 당연히 불교 이름으로 지어지기 마련입니다.
수미산須彌山이야 불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보는 산으로 정상에는 제석천의 궁전이 있다고 하니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고...
사자산이 문제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는 정상부에 사자 모양의 바위가 있어서 그렇게 붙여졌다는 것이니...
정상에 그런 바위가 있었던가요?
우리가 지리산을 거닐 때 어우당 유몽인(1559~1623)은 촛대봉을 사자봉이라 불렀는데...
마천이나 거림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영신봉보다는 시루봉甑峰1703.1m(촛대봉으로 지금의 시루봉1578m이 아님)을 제1봉으로 부르고, 제석봉을 제2봉인 중봉으로 불렀다.
이 촛대봉은 이름도 여러 가지이다. 김종직과 하달홍은 이 촛대봉을 중봉이라고도 부른다고 했는데 특히 김종직은 증봉甑峰이라고 불렀으며, 남효온은 계족봉鷄足峰, 송병선은 촉봉燭峰 그 외 시루봉, 수리봉, 취봉鷲峰 등 여러 가지 이름들인데 유몽인의 경우 사자봉으로 불렀다.
4월 5일 갑술일. -중략- 길가에 지붕처럼 우뚝 솟은 바위가 있는 것을 보고서 일제히 달려 올라갔다. 이 봉우리가 바로 사자봉(獅子峯)이다. 전날 아래서 바라볼 때 우뚝 솟아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그 봉우리가 아닐까? 아래를 내려다보니 평지는 없고 온통 산비탈뿐이었다. 참으로 천왕봉에 버금가는 장관이었다. 이 봉우리를 거쳐 내려가니 무릎 정도 높이의 솜대〔綿竹〕가 언덕에 가득 널려 있었다. 이를 깔고 앉아 쉬니, 털방석을 대신할 수 있었다.
"사자 한 마리 안 사는 우리나라에 웬 사자봉?"이라는 의문이 생긴다. 도솔산인 이영규는 이에 대해 “이 역시 불교식 이름으로 문수보살은 사자를 타고, 보현보살은 코끼리를 탔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친절한 해설을 덧붙인다. 그런데 촛대봉은 뭐고 증봉, 시루봉은 뭔가? 생긴 게 그렇게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제12구간을 지나면서 살펴봤다.
- 현오와 걷는 지리산 447쪽
그러니 이도 승려들이 문수사상과 관련하여 부른 이름이지 무슨 사자 모양의 바위?
다 '불교지명설'입니다.
12:34
신불산을 따르고...
이 구간도 된비알을 좀 치고 올라가야하죠?
하지만 고도를 달리할수록 보여주는 그림은 그 힘듦을 다 상쇄시키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겨우 300m 왔을 따름인데.....
일단 여기서 오늘 동영상 촬영을 멈춥니다.
이 오스모를 배낭 어깨끈이든 어디든 고정 시키는 수단이 필요하고 배터리는 보조 배터리 몇 개만 있으면 8시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땀만 나지 뭐 힘듦을 느낄 수 있겠던가요?
시시각각 변화하는 오늘의 날씨.
신불산으로 오르는 길은 가을색이 만연합니다.
12:24
능선의 첫 봉우리인 1158.7봉에 오릅니다.
구름에 가린 영축산.
그리고 우측의 침니chimney는 함박등과 시살등.....
12:27
이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하느라 줄까지 서있군요.
교대 타이밍에 잽싸게 한 장.
2등급삼각점(언양24)도 확인하고....
영축산 우측으로 흐르는 능선 앞으로 진행해도 되는데....
12:33
이제 주어진 시간은 3시간.
4시 출발이니 3시 반까지는 도착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합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실컷 놀면서 오더니만....
일단 좀 서두르기로 합니다.
그런데 오늘 같이 산행을 하는 산녀님은 기량이 보통을 넘는군요.
따라오기는커녕 우리를 압도하니....
결론을 냅니다.
오늘 이 시간 정도에 입산식을 하고 대간길에 드는 이한검 대장님을 소개시켜 주어야겠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J3 클럽'이나 '무한도전' 같은 클럽에서 산행을 할 분이지 일반 산악회에서 산행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대단한 기량입니다.
다만 지도를 볼 줄 모르고 그러다 보니 산길을 찾는데 애로사항이 있다는....
2년 전에도 이 정도에 오면 시간이 가고 영축산이 가까워진다는 데 상당히 불안했었는데 그런 감정은 여지없이 오는군요.
킨케이드가 느낀 감정도 그러한가요?
더 가을다워지려면 2주 정도면 될까요?
색깔 조합의 마술사.....
이런 구조물이 없었더라면....
편의 시설이 아니고 어쩌면 자연을 느끼는데 방햐가되는 장애물.....
마음껏 즐깁니다.
특별한 기법을 쓴 것도 아니건만....
영알은 이렇게 느끼도록,
산꾼 친화적으로 만들어진 곳인가요?
그저 보기만하다가,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직품이 되는 곳!
그런 곳인 듯 싶습니다.
또 언제 올까?
35년 전 한 젊은이가 표충사에서 천황산으로 올라 재약산 너머 고사리분교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서는 사자평에서 청수골로 내려와 백련마을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 신불재로 올라 영축산을 올랐던 이 길.
그때 그 젊은이는 어떤 생각으로 이곳에 왓던 것일까?
어쩌다가 거기서 통도사로 내려가 부산 동래온천까지 갔었을까?
이틀의 휴가를 혼자서 그렇게 보낸 적도 있었는데....
지리산으로 가지말고 차라리 이곳으로 올까?
이정목 뒤로 1158.7봉과 우측의 신불산.
그리고 그 우측의 1045.7봉.
아!
재약산과 천황산 우측 맨 끝으로 드디어 운문산이 보이는군요.
단장지맥의 맹주 운문산1195.1m.
조금 더 올라가면 가지산도 다시 보이겠군요.
신불릿지.
뭐 쓰리랑, 아리랑 릿지로 불린다고 하던가요.
지난 번에는 그 암벽 사이로 올라오는 사람도 보이더니만....
좌측 영축산 그리고 중앙 1059.9봉.
맨 우측이 함박등1051.9m.
중앙으로 온 운문산.
천천히 걸어야죠.
거리가 아깝습니다.
삼동면....
그렇게 기어왔건만 벌써 300m.
그나마 다행인건 신불산 좌측 뒤의 1158.7봉 뒤로 가지산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이제 운문 ~ 가지 루트가 다 보입니다.
영알을 떠나도 되겠다는 명분이 이제 겨우 세워졌습니다.
그렇죠?
좌측부터 재약 ~ 천황 ~ 운문 ~ 가지....
그리고 그 재약 좌측으로 중앙에 또 다른 재약산과 그 뒤의 향로산.
13:49
그러고는 영축산입니다.
영취산, 취서산, 영취산 등 부르는 이름도 가지가지입니다.
봉우리 두 개를 넘어 도착하는 만월봉1280.4m에서 삼각점(연곡434)을 확인하고 큰 등산안내도도 본다. 인상적인 주목 한 그루를 보고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계단을 오르면 1등급 대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응복산1360.0m이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174개의 1등급삼각점 중 이게 그 하나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 중에는 鷹伏山의 응이 매鷹자여서 매복산으로 표기된 것도 있다. 매가 웅크린 형상이란 말인가?
이미 ‘수리’는 ‘높은 곳’ 또는 ‘맨 꼭대기’를 나타내는 순 우리말이고 여기서 파생된 말이 ‘사라’, ‘사리’, ‘설’, ‘솔’, ‘시루’, ‘수’, ‘싸리’, ‘수락’ 등 여러 가지 형태라는 건 이미 봤다. 당연히 높은 곳을 나는 새(鳥) ‘수리’나 ‘독수리’도 여기서 나온 이름임은 자명하다. 그러니 이 수리를 한자로 표현하면서 취(鷲)자를 쓰는 건 사실 시간 문제였다. 영취산(靈鷲山), 취성산(鷲城山)이 그 가장 비근한 예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매’이다. 그리고 그 매의 한자인 응(鷹)이 응봉(鷹峰)이 된다거나 매봉이 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니 이런 이름의 산을 볼 때에는 주위 산보다 높은 곳을 일컬음이니 비약하여 ‘수리 모양’, ‘매가 많이 사는 곳’ 등의 얼토당토않은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 따라서 응복산도 응봉산의 잘못된 표기이리라.
같은 취지로 위의 매복산도 매봉산 혹은 매봉의 오기이다.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465쪽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법한 고대 인도의 마가다국에 있던 산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자 표기는 '영축산(靈鷲山)'과 '취서산(鷲栖山)' 두 가지로 표기되어 한글로 영축산·영취산·축서산·취서산 등으로 혼용되어 부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자 '취 또는 축(鷲)' 자에 대한 한글 표기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일반 옥편에서는 '독수리 취'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축'으로 발음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한편 '취 또는 축' 자가 원래 '축'으로 표기되었다는 근거는 1463년(세조 9)에 간경도감에서 간행된 《법화경언해본》에서 찾을 수 있는데 산 이름의 혼용이나 혼재는 불교에서 유래된 '축(鷲)' 자를 취(就)자와 조(鳥)자의 합자로 된 '취(鷲)'자와 혼동하는 원인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혼동을 피하기 위해 2001년 1월 9일 양산시 지명위원회에서 영축산으로 확정지었다.
- 위키백과
예전 글을 빌어오면...
鷲가 '수리 취'를 쓰다보니 취서산 즉 '신령스런 독수리가 살아서 생긴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아예 취서산이라고만 되어 있고 청구도에도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 대동여지도에도 당연히 취서산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설마하니 독수리 때문에 다른 절도 아닌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하나인 법보사찰 통도사 뒷산을 그런 이름으로 지었을라구요.
그런데 鷲는 '취'라고 읽지 '축'이라는 음이 없는데 왜 영축산이라고 했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는군요.
생각해보면 이런 한자어들은 삼장법사나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경을 가지고 돌아오는 그 시대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가령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법하던 그 산을 범어梵語로 tkzkekrmxkfn산이었다고 가정할 때 이 산 이름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뜻풀이를 하였을 겁니다.
범어 tkzkekrmxkfn의 뜻이 아마 '인도 독수리'라는 뜻이었겠죠.
-tkzkekrmxkfn는 실제 단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뜻에 충실하다보니 중국의 그럴듯한 산에 절을 짓고는 법화경의 설법한 산 곧 Mt.tkzkekrmxkfn를 자국어인 중국어로 쓰니까 취서산이 되었을 거라는 겁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불교가 중국에서 들어왔으니 우리는 중국의 한자어를 그대로 따랐을 것이고....
불교의 성지 오대산은 이미 갖다가 썼으니 통도사는 다른 산이름을 갖다가 써어야 했을 겁니다.
법화경을 설법한 Mt.tkzkekrmxkfn이 곧 취서산이니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통도사 정도 되는 사찰 뒤에는 鷲棲山급의 산 이름을 붙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불교신앙설).
그런데 우리말로 뚯 풀이를 하니 '독수리가 사는 산'이 되어 버려 적어도 법보사찰인 통도사의 격에 맞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령스러운 靈'을 갖다가 붙여 靈鷲라고 해놓으니 이번에는 '신령스런 독수리'로 둔갑을 해버립니다.
고민스러웠던 조계종에서는 '취'로 읽지말고 비슷한 발음인 '축으로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옥편에도 없는 音이 생긴 것이죠.
고유명사화하여 굳어버리면 그걸로 끝이니까..... (玄悟 說)
정상에 있는 4등급 삼각점(언양452)도 확인합니다.
이제 하산 시간까지 2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4시면 바로 출발하니....
자, 서두릅니다.
그리고 여기서 낙동정맥은 동쪽으로 흘려보내고 우리는 직진을 합니다.
그러면서 우측으로 양산천을 발원시킵니다.
신산경표상의 영축지맥.
신산경표에서는 이 산줄기를 영축지맥이라고 하여 위 참고도와 같이 영축산 ~ 시살등 ~ 금오산을 지나 밀양강이 낙동강을 만나는 삼랑진읍 삼랑리 부근에서 맥을 다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밀양강은 이 양산천과 만나지도 않으니 이 산줄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물줄기입니다.
보십시오!
지금 우리가 걷는 산줄기는 이 양산천이 자신보다 상위등급의 강과 만나는 곳에서 그맥을 다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는 우리나라의 산줄기가 '합수점 이론'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1산줄기 1물줄기 이론'을 채용하고 있다고 볼 때 이는 명백한 오류입니다.
즉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산줄기가 낙동정맥에서 분기할 때 그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는 양산천이고 이 양산천이 자신보다 상위등급인 밀양강이나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양산천은 지도에서 명백하듯 절대로 밀양강을 만날 수는 없으며 다만 양산시 물금읍 물금리에서 낙동강을 만나니 그 방향으로 가는 산줄기여야 합니다.
참고도 대한산경표상의 양산지맥.
그렇죠?
그게 맞죠?
그렇게 그려질 경우 이 산줄기는 도상거리 36.6km의 어엿한 지맥이 되고 대한산경표에 양산지맥이라는 이름으로 족보에 올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신산경표의 나머지 줄기는?
즉 에덴밸리리조트 갈림길에서 배태고개 ~ 금오산 ~ 구천산 ~ 만어산 ~ 미천고개 ~ 매봉산 ~ 밀양강 우측으로 드는 줄기는 이를 합수점과는 상관없이 '산줄기형'으로 보아 도상거리 31.2km가 되므로 이때 이 지맥의 이름은 그 지방의 이름을 따야할 것이나 밀양시와 삼랑진읍이 겹치는 고로 그 지맥의 가장 이름난 산인 만어산의 이름을 따 만어지맥으로 명명합니다.
이렇게 하면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입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죠.
13:56
오룡산, 시살등 즉 양산지맥을 따르고....
영축산을 돌아보고는,
신불산도 봅니다.
멀리 운문산~ 가지산 라인.
바로 단장지맥이죠.
오늘 정맥 + 지맥 즉 단장지맥과 양산지맥 등 두 개의 지맥을 걷습니다.
좌측으로 경부고속도로 건너 낙동정맥의 천성산을 보고...
14:05
1059.9봉을 오릅니다.
그러고는 좌로 향노산 ~ 재약봉 ~ 재약봉(수미산) ~ 천황산에게,
그 우측의 운문산 ~ 가지산 ~ 상운산 그리고 그 앞의 능동산에게도....
신불산에게도....
신불릿지에게도....
그리고 영축산에게도 각 작별을 고합니다.
잊을 뻔 했군요.
통도사 IC를 지난 낙동정맥의 통도파인 CC 뒤의 정족산과,
천성산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분도 마찬가지.....
14:19
함박등 앞,
14:21
이 표지판 뒤로 넘어갑니다.
출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경험자와 동행하지 않으면 알바하기 십상인 곳이라 주의를 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세번 째 내려가는 길이지만 능선이 아닌지라 처음 가는 곳 같은 느낌입니다.
잡목이 널브러져 있고,
너덜도 많으며 여기저기 도사목倒死木이 많이 누워 있습니다.
어쨌든 한 30분 정도는 눈을 크게 뜨고 흐름을 잘 타야합니다.
14:57
겨우 길이 순해집니다.
아직도 2.5km 정도 남았습니다.
거의 달리기하다시피 하여 내려옵니다.
좌측으로는 상당한 물줄기가 흐르고....
청수좌골입니다.
15:17
눈에 익은 집.
좌측으로 틀어 좌골물을 건너 예전과 같이 철조망을 뚫고 마당으로 들어서지 않고 그냥 개울을 건넙니다.
그러면 철조망을 건너게 되고 630.5봉 줄기 아래로 소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진작 이런 길을 만들어 줄 일이지....
입구에도 아까 본 안내판과 같은 취지의 글.
네.
사유지는 건들지 않았습니다.
15:24
2년전에는 건너느라 애먹었던 다리를 이제는 편하게 건너는군요.
또 봅시다.
15:34
태봉교를 건너 우틀하여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서 옷을 가지고 나와 잽싸게 간이로 씻습니다.
그런데 악랄하기 그지없던 식당의 주인이 바뀐 거 같습니다.
오히려 씻으라고 비누까지 갖다 놓으시고.....
남은 시간 7분.
슈퍼에서 캔맥주를 사서 잽싸게 푸우님, 산녀님과 한 통씩 마시면서 뒤풀이를 합니다.
16:00
버스는 정확하게 정싱 출발합니다.
오늘 26.4km를 12시간 20분만에 걸었군요.
중간에 한 두 시간 정도는 놀았으니.....
영알이어서 놀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 코스로 내려온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다들 천황산 루트를 택했더군요.
귀갓길은 신갈에 내려 수원으로 가서 안양을 경유하여 들어갑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죽전 간이정류장에 차를 놓고 갔다오는 것인데....
예측 못하는 미래에 늘 후회만 합니다.
첫댓글 오랬만에 영알 구경을 잘 하고 갑니다.덕분에 양산지맥을 유심히 보게 되네요.가시는 산길마다 무탈하게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산공부 많이 배우고 갑니다. 우리 일상이던 산이던 수천년 불교문화의 영향이 크네요 ^^
역시 가을 영알입니다...수고많았슴다...26키로 우린 14키로 ㅠ
영알 억새밭이 그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