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람 아저씨에게 편지를 보낸 건 5월 18일,
그리고 받은 답장은 닷새 뒤인 5월 23일.
아직 다시 편지를 보내지는 못하고 있어요.
가슴을 쿵 내리치게 하는 아저씨의 편지,
아니나다를까 그 며칠 뒤부터
하디타를 비롯한 이라크 전역의 양민학살 소식들이
봇물 터지듯 전해오고 있었어요.
너무너무 캄캄.....
모임 동인지에 쓴 글 그대로 올립니다.
------------------
답장
이어 쓰고 있는 동화를, 이번에도 또 쓰지 못했어요. 내일까지 써서 보내겠다고 했는데 실은 지난 한 달 동안에도 내내 다른 데로만 마음을 빼앗겨 글을 써보려 하지도 못했어요. 그래놓고 마감 날짜가 다 되어 오늘 하루 써 보내겠다고 했으니 되지도 않을 일이었어요. 해가 바뀌면서부터는 정말 열심히 써야겠다 마음먹었는데 그게 참 잘 되지 않아요. 자꾸만 마음이 어디론가만 가고 그러다 보면 뭐 하고 지냈는지 모른 채 변명거리만 찾게 되곤 해요. 어설퍼서 그렇다는 거 알겠는데 자꾸만 이러니 글 얘기만 나오면 어디로 숨고 싶어져요.
이렇게 하룻밤 벼락치기로 쓴다는 게 될 일이 아니겠다 생각하고는 빈 종이를 새로 열었어요. 이것도 살아가는 이야기가 될까 모르겠는데 이 달에는 그렇게라도 대신하려고요.
엿새 전 편지 한 통을 받았어요. 제가 먼저 보낸 뒤 받은 거니까 답장을 받은 거예요. 이라크에서 사귄 살람 씨의 편지. 몇 달 만에 그이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제가 아는 만큼 그곳 일들을 이야기하며 안부를 물었어요. 겉으로 핥는 정도뿐이겠지만 이곳에서도 그곳 소식은 날마다 신문으로 보고 있었으니까요. 죽이는 일, 죽는 일, 떠나가는 사람들, 떠나지도 못하는 사람들, 전기와 물이 없어 빛과 물을 헤매는 사람들…. 그 가운데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식구와 이웃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요즘 보내는 하루하루는 어떤지.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이곳의 소식도 전했어요. 한국 땅 어느 시골 마을, 농사짓는 사람들을 다 내쫓아 어마어마한 전쟁기지를 지으려 하고 있다는 얘기, 그것을 발판 삼아 마치 그곳을 침략했듯 여기 가까운 나라들에 전쟁을 벌이기 위한 준비를 있다는 얘기, 이 나라 군대가 이 나라 농민들을 잡아먹으려 하고 있다는 얘기. 한 편으로는 남의 나라로 쳐 들어가 있고 또 한 편으로는 제 나라 농민들의 땅을 빼앗고 있는.
참혹하기로 치면 누구보다 더한 나날을 보내는 이에게 이 땅의 소식을 전한다는 게 조심스럽기는 했어요. 그것도 그 나라에 점령군을 보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곳의 아픈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왠지 염치가 없는 것도 같고 자격 없는 짓인 것도 같아서요. 그래도 그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건 우리를 가르는 건 국가나 국적 따위가 아니라 믿고 싶었거든요. 굳이 가른다면 침략이라거나 자본, 이윤, 개발 따위를 국적으로 삼는 이들이 있고, 또 다른 자리에 평화로 손잡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생각하면서요.
편지를 보내면서 평택에서 벌어지는 모습 담은 사진 몇 장을 함께 담았습니다. 사람들을 때리는, 잡아가는 군인들의 장면,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군사 작전의 그림자.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그이에게는 오래된 일상과도 같은……. 대추리, 도두리 마을에 물이 끊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함께 담았습니다. 이 또한 그이가 사는 땅에서는 벌써 3년 넘게 그보다 더 심한 채로 계속되는 일이지만요. 하지만 그이라면 이 모든 슬픔을 누구보다 함께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차마 그럴 염치까지는 없어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무슨 말이라도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흔히 그런 거 할 때 말하는 연대의 말 같은 거. 평택에 계신 분들에게 전하는 이라크 사람의 메시지.
편지를 보내고 이틀 만에 받은 답장. 무섭고 괴로웠다는 말밖에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보내온 답장에서 그이는 제가 평화라는 것을 말해주었다고 했지만 그건 그냥 그이의 표현일 뿐이에요. 전쟁을 살아가는 그이는 이곳을 사는 저보다 늘 더 여유가 있었고 희망을 말했습니다. 오히려 이곳에서 어쩌지 못해하는 마음을 위로할 때가 많았어요. 아이들이 희망이라면서 자신은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평화를 말할 테니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이곳의 아이들과 함께 그것을 가꾸어주기를 바랐고요.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늘 평화가 곧 올 거라는 말을 나눴어요. 마치 주문처럼, 무슨 기도라도 하듯. 헤어질 때는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주고받곤 했고요.
그러던 그이가 바닥까지 절망을 드러내 보이며 편지를 보내왔어요.
엿새가 지났습니다. 아직 그이에게 어떠한 말로 답장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실대로 말해달라는 그이에게, 어디에 있느냐며 묻는 그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이가 말해 달라는 진실이 무엇인지, 정녕 그것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사랑하는 로아이,
로아이 메일을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난 내 자신과 계속 싸우며... 생각하고, 기억하고, 웃고, 울고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로아이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세상은 어떻게 된 거지?
누가 누군지.
내가 누군지.
당신이 누군지...
아, 그래요.. 이제 기억나는군요. 당신은 내게 '평화'에 대해 말해준 사람이죠...
그래요, '평화'.... 그래요, 로아이, 기억나요. 아하, 평화 라는 단어도 이제 기억나네요.
로아이, 당신은 내게 평화에 대해 가르쳐줬죠. 그래... 평화.
기억나요? 기억나요, 안 나요? 말해줘요. 사실대로 말해줘요.
내일도 아니고, 모레도 아니고 지금 말해줘요.
난, 내 스스로 확인하고 싶어요. 모든 게 분명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그만 쉬고 싶어요... 나 자신과 그만 싸우고 싶어요.
로아이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 내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로아이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 내 자신에게 그리고 내 주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로아이 메일을 받기 전까지, 난 정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었죠. 어쩌면 과거 속에서... 아니면 미래 속에 살고 있었는지 몰라요. 확실히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젠 내 모든 오해와 싸움을 멈출 시간이 온 거 같아요. 이제 날 오해하게 만든 사람과 직접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난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야만 해요. 나와 함께 해줘요... 부디 내게 설명해줘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진실을 말해줘요... 나, 살람이에요. 당신은 내 친구잖아요... 우린 진짜 친구라는 거, 알아요.
이제 설명할 게요.
나에게 평화에 대해 말해준 날 생각나요? 분명 기억할 거예요. 그리고 이라크에 평화가 곧 올 거라고 한 거 기억나요? 제발,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줘요.
전 로아이 말을 진짜 믿었거든요...
기억하지요?
나에게, 평화가 전 세계에 곧 올 거라고 말했잖아요. 그 말 기억난다고 해줘요.
그냥 부끄러워 말고, 사실을 말해줘요.
우리가 올바른 편에 서 있는 거라고 말했던 거 기억 안 나요? 부탁이에요, 기억하고 있죠?
평화, 사랑, 사람들, 어린이들, 그리고...
만일, 만일 이 모든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제, 말 해줘요. 대체 우린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평화는 어디 있죠? 만일 평화란 게 있기나 하다면....
로아이는 지난 3년간 그 많은 일들을 겪고, 현재 어디에 서 있나요?
대답을 하기 전에, 이 모습들을 떠올려주세요.
목숨을 잃은 수많은 이라크 인들의 피, 현재 이라크 모습을 보여주고 싶군요, 이라크 인들은 살인, 납치, 억압 속에서 살고 있어요. 1분마다 우리 이라크 인들이 죽고 있어요. 우린 매일 죽음과 마주합니다. 부모 잃은 어린이, 수많은 납치, 거리 위의 피...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길에 머리가 잘린 시체를 봅니다. 한 여자가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립니다, 그때 두 패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집니다. 여인은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단지, 그녀가 이라크 인이기 때문에 죽임을 당합니다. 우린 절대, 가고 싶은 곳을 아무 곳도 갈 수 없어요. 우린 이것 전에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하죠. 우린 늘 집 안에만 있어야 해요. 하지만 어떻게 집에 있을 수 있죠? 전기도 없고, 물도 없는데... 아무나 쉽게 집에 들어와 집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 있죠. 안전이라곤 조금도 없어요.... 대부분의 이라크 인들은 모두 이라크를 떠났습니다. 어떤 이들은 아이들과 부인을 두고 이라크를 떠났죠. 남겨진 가족들이 이라크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진 신만이 아시겠죠. 누가 그들을 챙기겠어요....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다 설명해줄 수 없어 미안해요. 하지만 이젠 대충 이해가 가지요?
로아이는 '평화'가 있다고 믿나요, 말해줘요. 아직도... 믿나요?
우리가 언젠가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난 이제 그날이 오지 않을 거 같아요.
우리가 언젠간 다른 인간들처럼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난 모르겠어요.
그냥 사실대로 말해줘요.
내가 이제 그만 편해질 수 있게,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사랑하는 로아이,
내 형제여,
이렇게 좋지 못한 그림으로 시작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이해해줘요,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정말 비정상적이고, 상상 이상이에요.
현재 내 상황은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날들입니다... 어딜 가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길을 나서기 전엔 항상 길을 확인하고... 어찌되었든 우린 아직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쟁 없는 이라크를 보길 기다리며 그렇게요... 이라크에 평화가 오길 기다리고 있단 말이 하기 싫어요. 난 이 세상이 싫습니다. 아뇨, 난 세상을 믿지 않아요. 아직도, 당신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내 친구들을 아직도 기억해요.
내 아이들도 모두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립고, 사랑합니다.
살람.
My dear loay
since I got your e-mail till this moment I am in fiting with my self ,,,thinking ,remembering ,smilling and crying,,,,,,,what happen to me ,,,what happen to you ,,what happen to the others ,,,,and what happen to the world ,,?
who is who
who am I
who are you
aha ya I remamber now ,,dont you the man who talked to me about the .....peace,,,,,
peace ,,,,,,,,, ya I remember you ,and I remember now the word called peace ,,,,,but dear loay ya you tech me some thing about the peace ,the peace,,,, you remember dear ,,,do you remember or not ,,tell me ,,and tell me the truth please ,,,,,and tell me now ,,not tomorrow ,,I need to check some thing with my self ,,,now any thing must be very clear ,,I want to take a rest,,,, I want to stop fiting with my self ,
before your e-mail I didn't undestand my self ,
before your e-mail ,I cant understand what happened to me and around me ,
before your e-mail dear loay ,I was really in another world ,,may be in the past ,,or in the future ,,I am not sure ,,,,,,,but indeed I am sure that the chance is coming to me now to stop all my misunderstanding and fiting with my self ,I am talking now to the man who put me in this misunderstanding case ,and now from my heart I want to say that I will never let this moment gone with out all what I have to anderstanding ,,,,,,,please be with me ,,,please explain to me ,,,,please don't be shie to tell the truth ,,,,,,I am salam ,,you know this ,,,,and you are my friend ,,I am sure about this ,,,,,,okay lets talk now ,,,,,,do you remamber that one day you told me some thing about the peace ,,,,,,I am sure you can remamber ,,,,,,,and ,,dont you remamber that you told me that the peace will be on iraq soon ,,,,,,,please remamber ,,,,,,you had made me belive on you on this point ,,,,,,,,,,please remember ,,,,,,dont you told me that we will see the peace in all the world soon ,,,,,,,,,,please remamber ,,,,dont be shie to say the truth,,,,,,dont you remember that you told me we are in the right side ,,,,please remember ,,,,please remember ,,,,peace ,,love ,,,,peoples ,,,,children ,,,and ,,,,,,,,,,,,,,,,,,,,,,,,,,
and now if ,,,just if ,,,you remember all this ...................
please tell me now ,,,,,,,,where are we now ? .....
where is the peace ,,,,? if there is some thing called peace .....
where are you loay from all what we facing since three years ,,,,,can you tell me some thing now ,,but please ,,,, wait,,,,, I have to show you the blood of all the iraqi who have been killed ,,also I have to show you the picture of iraq now ,,,,,,,,we are now living in iraq under the killing ,,kidnaping ,and the safaring ,,every mement we losed many of our peoples ,,every day we facing the death ,,,children with out parints ,,,,many handikap...blood in the streets ,,,child walking to his school and in the way to the school there is body with out head ,,,please when you answer me remember this .....lady waiting her san near his school and in this moment fiting start between ,,,any tow groups ,,,she killed by some one for nothing ,,just because she is iraqi ,,,,remember this please ......we cannot go to any pleace as we like ,never ,,we have to prepair some thing before this ,,,we have to stay inside the house ,,,,but how ,,, no electricity ..no watre ...and it is easy to some one intering to the house and kill all the peoples in the house .....no saftey at all ,,,,,,amost of the iraq leaved iraq .some of them leaved alone with out them children or wife ,GAD alone knows about them situation how they lived inside iraq ,,,,who care about them ,,,,,,,,,sorrey I cant tell you all our situation but you have an idea now so ..........please tell me do you think that there is some thing called peace ,,still you believe ,,,do you think that we will make the peace one day ,,I don't think so......
do you think that we can live as any human in the world ,,I don't think so
just tell me the truth dear ,and let me relax and anderstand all things around me .
dear loay
my brother
I am so sorrey to start with you in this pictuer ,but forgive me because what we facing now really upnormal and more than what we can imagen ,now a day my situation is same like any day before ,,I have to look around me when I walk in any where ,,,,,I have to check the rod before going ,,,,,,any how we still lived and we wait the time to see iraq with out war ,,,I don't like to say we wait to see the peace on iraq ,,,,I don't like this word ,,no ,,,,,I don't believ this world .
still I remember all the great time with you and also with all our friends ... still I remember my friend ,,my sister farah ,,,she really have a big heart ,I mis her ...
still all my children remember you .
I miss you and I love you
salam
첫댓글 냉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곳 소식을 보고 듣는 것 뿐일까? 어찌 다른 것은 없는 걸까? 아님 우리가 함께하기엔 너무 먼 강일까? 살람 아저씨 웃던 얼굴이 떠오르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