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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려나보다
어제부터 날씨가 찌뿌둥하고 후덥지근하더니 비가 오려나 보다.
하긴 이제 기온도 한여름 못지 않으니 장마가 져도 할 말이 없겠지.
비가 오면,
비가 아주 하루 종일 주룩주룩 내리면 한가로와
먼 기억의 줄기를 타고 옛일들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초등학교 처음 입학하던 날 두려움 반으로 멍하니 누군가의 지시에
학교 이곳저곳을 휘둥거리며 다니던 생각.
커다란 사각 대나무 바구니에 담아서 타오던 쉰내 나던 큼직한 급식빵.
운동회,
운동회 날엔 감을 우려 가지고나온 사람, 파는 사람, 실에 엮은
밤을 파는 사람 그리고 노란 상의에 군청색 반바지..... 프라다너스 나무아래
시끌시끌 앉아있는 청군, 백군.
계주....열광적인 응원... 그리고 칸나.....위에 잠자리...... 이놈을
잡을라치면 우선 잠자리 눈앞 멀찍이서 손가락을 뱅뱅 돌리면서
점점 다가가 잠자리 시선을 완전히 뺏은 다음 슬그머니 다른 손으로
그놈의 꽁지를 재빨리 집어야 한다. 잡히는 순간 잠자리는 날개를
퍼득이지만 이미 득의양양한 어린 손에 의하여 그 운명이 갈린다.
코스모스에 꿀을 따는 벌도 그렇다 . 신발을 벗어 코스모스 수술에서
꿀 따는 벌을 냅다 채서 눈감땡감 뱅뱅 돌리다 땅바닥에 팽개치면
이놈의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그러면 날개를 잡고 옷 앞자락에 침을
묻히고 벌침을 뽑는다. 그리고 가지고 놀다가 허리를 잘라내서
혀끗으로 느낄듯 말듯한 반방울 정도의 꿀맛을 본다.
그렇게 하고나서야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지금처럼 녹음이 짙어지면 벼도 제법 건실해져서 포기를 벌이고 논뚝길
따라서 가다보면, 특히 장성리애들은 가는 길이 멀으니 심심하지 않은가?
가다가다 열심히 논뚝에 넋 놓고 있는 개구리를 패대기 치기,
혹시라도 뱀이라도 걸릴라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어이 잡아 죽이곤 했다.
그런 기억이 얽히고 섥혀 추억이 되다보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 친구의 얼굴이 있다.
그때는 방학때를 제외하곤 모든 친구들을 매일 볼 수 있었다.
하긴 게중엔 보기 싫은 놈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보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그때의 우리 부모의 나이가 되었다.
한 세대가 흐른 것이다.
그 친구들 다 뭐할까? 모임에 나오지 않는 놈들은 뭐할까?
이참에 한번 모임 참석열의데 따라 나눠볼까.....
모임에 열심인 친구들(64)
화양리 : (24)
홍 성 : 서종갑, 정제영, 윤세근, 서용한(환), 이병균,(5)
재경등 : 남) 백양수, 조구한, 정을영, 윤복균, 이헌구, 정만호
이규열, 정상화, (8)
여) 이영옥, 전성애, 정연옥, 이해경, 안용원, 한연희, 이미화,
김명옥(천안?), 이경애(온양), 김윤자. 정남순(11)
죽림리 : (17)
홍성 : 남) 복명수, 표상희 (2)
여)김순근(1)
재경 : 남) 이병길, 이정규, 이필섭(천안), 한성윤(청주), 윤덕수,
강대식(천안), 표생열, 김철한, 김기석(대전), 박성배,(10)
여) 이미자, 한봉자(홍천), 한명숙(대전), 이용자(성남),(4)
신곡리 (18)
홍성 : 남) 최성윤, 박병구, 박소영(당진)(3)
여) 정영숙(기원이 와이프), 김선, (2)
재경등 : 남) 백복현, 김덕환, 박종오, 표제신, 박근수, 전한국(수원),
김광환(평택), 강현기(인천), 이규엽(대전), 김준환(부천),
김태용, (11)
여) 최성환, 최경애(속초)(2)
장성리: (15)
홍성 : 남) 김기원, 복진관, 김환, 한상철(대천), 김종민( 태백?)(5)
여) 최영민,(1)
재경등 : 이순군, 최주순, 최승종, 조상인, 김광희, 복태규, (6)
여) 조상영, 김성님, 김병레(목포)(3)
소식만 있는 친구나 모임에 뜸한 친구 (14)
화양리
정만호 , 정미숙, (2)
죽림리
이연희(거제?), 이재란, 이해경, 이명숙, 이재현(제천)(5)
신곡리
이한종, (1)
복경희, 강선희 ,최경숙(?), (3)
장성리
김기섭, 이동엽,(2)
최병연,(1)
소식도 없는 친구. (18)
화양리:
김종은, 임재용( 농협근무(?)), 정동호, 이도엽( 전도사나 목사아닐까), (4)
죽림리:
이명근, 한철수 (2)
이운화( 오래전행방불명 ), 김양숙, 신복순(?), 정현미, 이석영, 강희자(?),
서용선(?), (7)
신곡리:
남) 이환철 (1)
여) 복경문 (1)
장성리:
여) 김미선(?) , 남우경(?), 강근옥(?) (3)
먼저 간 친구들이야 할 수 없지만
소식이 묘연한 친구들이야 언젠가는 연락이 되겠지. 그리고 다시 만나겠지.
그런데 그도 저도 안되는 친구 얘기를 하려는 거야
한 친구가 몸이 많이 아프단다. 상황이 좋지않치.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가보았는데.......마음이 무겁더군.
너무 무거워서 뭐라 말하기도 무겁고....보는 것도 힘겹더군.
아무 할 말도........
천둥번개가 치고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절망감도 들고.....그래도 친구가 삶의 끈을 놓치 않길 바랬단다.
먼저 간 친구들도 있고, 소식이 두절된 친구도 있고, 사정상 모임에
못나오는 친구들도 있고, 모임마다 보는 친구들도 있고,
모임이 아니라도 자주 보는 친구들이 있는데....그 친구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더군.
세상 살면서 가장 힘든 싸움 말이야.
절망의 벼랑에서 자신과 그리고 외부의 강적과 싸우고 있더군.
그런 그 친구가 그러더군.
작년에 그 친구를 보았는데....
연말모임에 나가야 한다고, 적어도 체육대회때는 꼭 나가겠다고....
그런데 작년 연말에도 체육대회에도 난 그 친구를 모임에서 볼 수가 없었어
얼마전에 생각 난거야.... 그 친구를 모임에 초대할 방법이 있드라고.
그 친구가 있는 곳에 가서 모임을 하면 그 친구가 모임에 나올 수
있지 않겠어.
지금이야 머리와 오른팔 약간....그리고 나머지는 못쓰지만 나중에 다 나으면
그때 그 친구한테 모임 열심히 나오라고 하지.
기천이 얘기를 하는거야.
다들 알면서도 얘기 꺼내길 꺼려한 것 같아 내가 조금 용기를 냈어.
몇몇 친구들하고 상의도하고........
이젠 시간이 좀 흘러서 그 친구도 생각이 많을꺼야.
용기도 필요 할꺼야.
가서 보면..........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행복을 느끼게해준 그친구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바르게 살고 있는지....
기쁠때나 슬플때나.... 아픔을 같이 못해도 헤아리며 사는 것은 ...
어쩌면 우리가 만나는 하나의 이유중의 중요한 이유일 수 있잖아...
병문안 가자는 말 아니야...위로 하러 가자는 말 아니야....
의무감에, 한번이라도 다녀오면 부담이 덜 할까봐 가자는 말 아니야...
그친구가 동창회에 열심히 안나왔다고 구박 할 일이 아니야. 그건 중요치 않아.
초등학교 졸업하고 30년 동안 못 본 친구들도 있을꺼야.
처음엔 그랬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몸이 성치 않으니... 하루 아침에 오도가도 못할... 자신의 모습 보는 것도 힘들텐데...
친구에게 그모습 보이는 것은 친구가 더욱 힘겨워 할꺼라고...그래서 찾아가지 않는 것이
친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지....나으면 자주 가겠다고...
느미럴꺼...........................그런데 그렇치 않은가봐......
욕창도 지독하고.... 그런데 그걸 느끼지도 못할 일이니...
비가오고 후덥지근하면 .... 더고 짜증나고 그래야 하는데... 그렇치가 않은가봐....
우리가 찾아 간다고 그 친구에게 힘이 될 것 같지는 않아.
그냥 얼굴 한번 보러 가는 거지 뭐. 얼굴 한번 보여 주러 가는 거지 뭐.
그게 다야.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하고................
내 생각에 가보는게 맞는 것 같애..
갈꺼면 미루지 말자고 ,
그동안 많이 미뤘어.
그 친구가 왜 존재하는지..........................
우리 모임이 왜 존재하는지........................
내가 아는 것은
우리 모두 그친구 보다는 형편이 나은 것 같아. 모든면에서
그리고 행복해. 그친구 덕분인지 모르지....
정말이야.
용기내서 글 올리는거야.
쉬쉬하거나, 웅성웅성 할 일이 아니야.
그 친구를 찾아가면서
그 친구가 찾아오길 기다리자고.
그래야 같이 어죽 먹기도 하지.
소주도 기울이고 낄낄거리면서
그 친구가 찾아오기만 기다린다면 그친구는 너무 힘이 드니
우리도 그 친구를 마중 가자고.... 먼저 출발하자고.... 그친구는 힘이드니...한발짝 먼저 가자고...
그래서 어쩌라고?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어쩌긴...
기도할 줄 아는 친구는 기도하고,
편지쓸 줄 아는 친구는 편지쓰고,
노래할 줄 아는 친구는 노래 불러주고,
숫자셀 줄 아는 친구는 숫자 세워주고,
웃을줄 아는 친구는 웃어주고,
골려줄 줄 아는 친구는 골려주고,
핸드폰 있는 친구는 문자 보내주고,
소리칠 줄 아는 친구는 소리 질러주고,
일어설 줄 아는 친구는 일어서 주고,
달릴줄 아는 친구는 달려 주고,
술 마실줄 아는 친구는 술 마셔 주고,
울줄 아는 친구는 목청 높여 울어 주고,
가르 칠줄 아는 친구들은 가르쳐 주고,
밥해줄줄 아는 친구는 밥해 주고,
북을칠줄 아는 친구는 북을 쳐 주고.
안아줄 아는 친구는 안아 주고.
방귀 낄줄 아는 친구는 방귀껴 주고.
불평 할줄 아는 친구는 불평해 주고,
아파본 친구는 아파주고,
손 내밀 줄 아는 친구들은 손 내밀어 주고,
이마 짚어줄줄 아는 친구는 이마 짚어주고,
사랑할 줄 아는 친구는 사랑해주고,
따분할 줄 아는 친구는 따분해 주고,
욕할 줄 아는 친구는 욕해주고,
손 잡을 줄 아는 친구는 손 잡아 주고
찡그릴 줄 아는 친구는 찡그려 주고,
놀아 줄줄 아는 친구는 놀아 주고,
살아있는 친구는 살아주고,
이리 저리 보아 주고
만져 주고 안아 주고 ,
북소리 들려주고
그놈의
북소리 들려주고
제일 큰 북소리
둥둥둥 북소리 들려 주고
심장까지 울리도록 북소리 들려 주고
네가 살아 있다고 알려 주고
붉은 북소리,
북을 치는 소리 들려 주고
북소리도,
네 심장이 뛰고 있다고
심장이 뛰는 친구들은
심장소리 들려주고
둥둥둥 붉은 북소리 들려 주고
둥둥둥 심장 두드리는 소리 들려 주고
그렇게 친구들이 친구를 기억하고 있다고
너도 친구들을 기억하라고
그래서 일어나라고
네 손으로 북을 치라고
네가 제일 큰 북을 쳐야한다고
네 심장소리가 제일 크니 네가 제일 큰북을 쳐야 한다고
말해 주고
알려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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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잊고 살앗어 . 미안 ~ 하루 미루고 하루 미루다가 그냥 잊어버렸내......
친구들..미안...담부터는 모임에 열심히 나가도록 노력할게...^^*
강남고려병원에 있다네....717호..... 2호선 서울대역에서 상도동방향으로 우측인 것 같네..기천이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