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기 96년 2월 12일 토요 정례법회
□ 출가자 감상담
o 홍지혜 교우
- 금년 고등학교를 졸업 후 원광대 1학년 입학
- 성격은 정이 많고, 사람들을 좋아하고 매우 밝아보이지만,
사실 힘든 가정환경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꿋꿋하게 극복해 온 삶
- 학생회 시절 교무님을 의지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냄.
- 다른 친구들처럼 살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참된 행복을 위하여 출가를 결심
o 허석 교우
- 아버님이 교무님이신 원친회원, 건축학과를 전공하였고 1년반동안 행정고시도 준비.
- 금년 원광대 3학년 편입
- 행정고시 1차 시험 때 어머님께서 “나는 네가 합격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길로 인도해 주시기로 기도했다“라고 하신 말씀, 교무님과 가족의 타력을 입어
출가를 결심.
□ 김제원 교무님 설법
o 오늘 출가자들의 감상에 대하여
오늘 두 분의 출가감상담을 들었으니, 나의 설법은 필요없지 않은가 생각한다.
역사 이래로 수많은 사람이 가정이나 마을을 지키기 위해,
혹은 자신의 집단을 지키기 위해 혈심을 바쳐서 산 경우가 있다.
그런데 오늘 출가를 하는 것은 세계를 위해 살겠다 한 것이다.
나와 세계와의 관계를 모른 척 하고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은 우주 만유 수많은 역사
그리고 많은 생령들의 한량없는 은혜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많은 분들의 혈성이 우리들에게 지금의 영향을 미쳐 온 것이다.
그러한 속에서 내가 살면서 이런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알지 못하고, 육신이 나라는 생각, 단생관에 살며
은혜를 모르고 사는 삶은 크지 못한 나무와 같다.
어떤 사람은 살면서 큰 나무로 커간다. 그리고 그 그늘에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생각이 새싹으로만 마친다.
어떤 사람은 작은 나무, 어떤 사람은 큰 고목, 이렇게 삶의 크기는 다양하다.
o 멀리 보는 눈, 삼독 오욕을 부려쓰고 사는 삶
인생은 육안, 심안, 법안, 영안을 가지고 있다.
당장의 눈앞 일, 이생만 볼 것이 아니라 법의 눈, 마음의 눈을 가지면 시공간을 초월한다.
우리 마음 속에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있다.
그리고 외적으로는 재물, 남녀, 명예, 먹고 싶은 것, 자고 싶은 것이 있다.
이것을 삼독 오욕이라고 한다.
밖으로 보면 돈있는 사람 보면 부럽고, 예쁜 여자 멋진 남자를 보면 취하고 싶다.
그리고 누가 좋은 명예가 있다고 하면 부러워하며 하고자 한다.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 삼학이 재미가 붙어나가면,
삼독 오욕에 정신을 빼앗기고 사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정신으로 그것을 부려 쓸 수 있다.
그러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 자력으로는 - 서원, 신
* 타력으로는 - 법연
첫째로 나 스스로가 큰 원력이 있어야 한다.
가끔 한번씩 수행하고 위로 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다.
둘째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소중한 스승과 법동지가 있어야 한다. 나 스스로 서원과 믿음을 강화해 나가기 어렵다. 자기 혼자서 산다 하면 그것은 마음의 고아와 같다.
서원이 없는 것은 살아있으되 살아있지 않은 것과 같다.
우리 인생은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다. 정말 금방이다.
여러분 증조, 고조 할머니 할아버지가 간 길이 있다. 그 길을 나도 갈 것이다.
o 환경의 영향
홍지혜 교우가 20세인데, 지금 세운 서원이 과연 서원이겠느냐,
라고 지혜 교우의 가족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혜 교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철학적 사고를 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성숙하게 된 것 같다.
사람은 환경 속에서 큰다. 어쩌면 역경 속에서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순경은 가장 무서운 게으름과 유혹에 빠지는 길일지 모른다.
그것을 “공경”이라고 한다.
o 법을 알게 되면 달라지는 것
원불교를 만나고 법을 알게 되면, 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먼저 부러워하는 대상이 바뀐다. 목표가 바뀐다.
코페르니쿠스적 변환이 있게 되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게 되어 있다.
내 마음에 뭔가 달라짐이 없다면 크게 정체되는 것이 있는 것이다.
정신이 깨어나면 다르게 보인다.
아까 홍지혜 교우가 “출가 한 후 어머니랑 통화했는데 마음이 달라지더라” 한 것과 같다.
이 법을 공부하면 원망이 감사로 바뀌며, 과감하게 팔자도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뜻은 크게 세우나, 작은 일부터 해 나간다.
정진은,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는 것, 낮에는 보은 봉공, 저녁에는 참회 대조하는 것이다.
원력은 크게 가져야 하나, 내가 막상 하고자 하는 것은 아래로 향해야 한다.
작은 일부터, 꼼꼼하게 하면서 뚜벅 뚜벅 소처럼 걸어가는 것이 정진이다.
o 선택에 대하여
어제는 목포에서 공무원을 하는 김현종 교우와 한 시간이 넘게 통화했다.
원래는 출가를 생각했었다가 재가를 선택하고 결혼했는데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 하면서
속상해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원진 교무님이 부럽다고 하였다.
나는 그 사람이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어떤 사람은 그러한 마음도 없이 될대로 되라고 산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보고 살 것인가?
똑똑하기로 따지면 머리좋은 사람이 정말 많다.
그러나 머리좋은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더라도 마음공부하는 사람이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o 재가와 출가에 대하여
나는 모두에게 출가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재가 출가가 구분이 없다. 그러나 사실 구분이 있다.
재가가 항마위 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이 출가했다면 출가위 여래위 되었을 것이다.
재가가 항마하기 대단히 어렵다.
사실은 공부심만 있으면 재가가 출가보다 더 쉬울 수도 있다.
대산종사 법문 중에
“산 속에서 수양하면 수양은 될 수 있으나, 사통오달의 큰 도인 되기 어렵겠다”
라고 하셨다.
현실의 경계 속에서 공부심을 가지려면 신과 서원이 있어야 한다.
참으로 목표가 다르더라.
우리 친구 전에 만났더니 아파트 50평 짜리로 간다더라. 좋겠다 싶었다.
나는 빚도 못갚아 절절매고 있다. 그러나 내게는 내 목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출가식 하면서 “이 생에 전무출신 30명만 배출하겠다”라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원남교당에 있었더니 그 동안 전무출신을 9명 하더라.
그래서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느닷없이 완도행 티켓이 왔다. 거기에는 교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2박 3일간 사람들이 왔다가 가는 상황이 된다.
그러면 나의 서원인 출가자 배출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점이 아쉬웠다.
허석이는 아마 나보다 훨씬 잘할 것이다.
여러분들이 합력해 줄 것이고,
단장은 어떻게 하는지도 경험을 통해 안다.
그리고 정전 전체를 공부하고 가는 것이다.
나보다 목소리도 좋고, 잘생겼고, 키도 나보다 살짝 더 크더라.
그리고 많은 전생 복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마 나보다 훨씬 잘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지혜 교우도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20살에 출가했다, 이런 따봉이 어디 있는가.
오는 잠 참고 수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경에 들 것이고,
의두요목 발표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열릴 것이다.
남들은 영혼을 혼탁하게 업을 짓는 사이에, 이 사람은 지을 기회도 지을 경계도 적다.
그리고 수양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얼마나 좋은 조건인가?
나도 제대하고 출가했지만, 출가하는 순간 좀더 빨리 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가하기 전에는 빨리 올 걸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나,
하고 났더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게 무슨 말일까?
아직 견성과 나와의 관계, 수양의 맛을 모르는 사람은 자꾸 뒤로 미룰 것이다.
그러면서 크는 것이기는 하다.
빨리 철이 들면 좋겠다. 훈련 가자할 때 빠지지 말고, 핑계대지 말고 가야 한다.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다.
남들이 수양할 시간에 누구는 성형 수술하고,
누구는 경전 공부할 때 누구는 잡지 보고 있다면
그 두 사람의 진로가 어떻게 차이가 날까?
언젠가는 썩어 문드러질 몸을 너무 아끼지 말고
죽지 않는 마음을 닦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