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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츠 감독조차 당황스러울 정도로 완승이었습니다. 포틀랜드에서 '빅맨으로 분류되는 선수' 5명 중에 4명이 부상으로 빠졌고, 스케줄도 전날 덴버에서 혈전을 벌인 포틀랜드와 달리 브루클린은 이틀을 쉬고 임하는 등 주변 상황은 포틀랜드에게 별로 유리할게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40여점차의 대승을 거둔건 한마디로 포틀랜드가 더 높이 더 빨리 더 부지런히 뛰어다녔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네요;;
빅맨이 로빈 로페즈 달랑 하나 남은지라 포틀랜드는 스몰라인업을 강제당했습니다. 보통 스몰라인업을 쓰면 수비에서의 미스매치나 리바운드 털리는걸 감수하고 공격력을 좀더 올리려는 의도가 강한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차피 너도나도 미스매치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수비에서 그냥 무한 스위치를 해버리고 미스매치 나오면 적극적으로 헬핑을 들어갔는데, 브루클린 외곽 슛감이 워낙 안 좋았고 인사이드에서 강력한 득점원이 없는 것과 맞물려서 이게 먹혔습니다. 게다가 전날 덴버에게 리바운드를 탈탈 털리고 단단히 각오를 다진건지 스몰라인업을 쓰면서도 리바운드까지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공격은 효율적이지 않았지만 수비와 리바운드가 워낙 잘되는 바람에 슬금슬금 점수차가 벌어졌고, 여기에 그동안 벤치만 달구느라 힘이 남아도는 영건들이 에너지를 폭발시키자 경기는 걷잡을수 없이 포틀랜드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이미 전반 막판에 20점차로 벌어졌고 3쿼터에 브루클린이 수비를 강화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바툼-로페즈의 픽앤롤로 타개. 오랜만에 4쿼터를 통가비지로 만들며 축제 분위기로 40승째를 올렸습니다.
얼마 전에 로빈슨이 폭발했다면 이번엔 윌 바튼입니다. 바튼은 루키시즌에 몇번인가 돋보이는 경기로 기대를 모았지만 2년차인 올시즌에는 거의 벤치만 지켰는데요. 예측을 불허하는 재기발랄함과 다재다능함은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점퍼가 부정확하고 볼핸들러로서 상황 판단이 의문스러울 때가 많아서 그동안 중용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로테이션에 큰 변동이 오면서 생긴 기회를 틈타서 두각을 드러내네요 이 친구도..
빅터 클러베어가 센터 백업을 본다고 했을때 다들 걱정 반 포기 반의 심정으로 지켜봤는데, 놀랍게도 온코트 마진 +30의 위엄을 보이면서 승리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왜 그동안 벤치에서 줄창 양복만 입고 앉아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막상 쓰니까 잘만 하네요;;; 올바른 타이밍에 올바른 위치에서 올바른 플레이를 한다는건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게 안되면 라인업 전체가 정말 답답해지는거고 아직 서투른 레너드나 로빈슨에게는 항상 아쉬운 대목인데 클러베어가 스페인 국대와 리그에서의 경험이 허투루 쌓은게 아님을 증명하네요. 3가드 때로는 4가드까지 가는 극단적 스몰라인업에서 중간에 링커/윤활유 역할을 잘해주니 좀더 원활하게 플레이가 돌아가는게 보였습니다. 연습때 그렇게 잘 들어간다는 슈팅만 실전에서 보여주면 포틀랜드의 벤치 뎁스는 더욱 두터워질겁니다.
* 그외에..
- 알드리지는 슈팅 연습까지 소화했지만 출전하진 않았습니다. 복귀하기 전에 팀닥터들에게 다시 한번 검사를 받을 겁니다. 모윌은 알드리지가 일요일 덴버전에 복귀할 것으로 생각한답니다. 마이어스 레너드도 덴버전 복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로빈슨은 일단 MRI를 찍었는데 네거티브로 나왔습니다. 다만 언제 출전할지에 대해서는 현재 노코멘트입니다. 프리랜드 역시 회복이 잘 되고 있다고 합니다.
- 경기 초반에 매튜스가 피어스와 엉켜 넘어지고 나서 무릎을 부여잡아서 팬들을 철렁하게 했는데요. 다행히 별거 아니라고 합니다.
- 44점차는 양팀간 역대 대결 중에 가장 많은 점수차입니다.
- 포틀랜드 벤치는 무려 68점을 냈습니다. 이번시즌 최다.
- 빅터 클러베어는 커리어 하이인 13득점을 올렸습니다. 참고로 클러베어는 이번 경기 전까지 올시즌 득점 총합이 7점이었습니다.
- 윌 바튼은 전반에 이미 득점, 리바운드, 야투 성공에서 시즌 하이를 경신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20득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20-10을 달성했습니다. 작년 4월 댈러스전 이후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 모윌도 득점(21), 리바운드(6), 야투 성공(8, 타이기록)에서 시즌 하이를 경신했습니다. 참고로 모윌이 두자리수 득점을 했을때 포틀랜드는 20승 3패를 기록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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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부상이 오히려 나머지 선수들의 분발을 이끌어내서 다행입니다. 어느덧 40승 고지에 도달했네요. 남은 홈경기에서도 지금의 기세를 계속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 경기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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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바튼의 목소리에서 로이의 향기가 느껴지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