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하늘매발톱'
요지음 꽃이 크고 겹으로 된 화려한 개량 재배종이
꽃시장에서 판을 치고 있지만 나이드니 어릴 때 아무데서나
무심코 자주 보았던 단순한 홑꽃잎으로 피는 야생화가 더 눈여겨 보게 된다. 은은하여 언제 보아도 물리지 않기 때문이다. 화장하지
않은 수수한 민낯이라 허위를 버린 정직함이 좋다. 이 꽃들은 대체로 작다. 작은 것은 또한 귀엽고
예쁘다. 사랑스럽다. 야생화는 밟아도 죽지 않아 끈질긴 생명력을
보며 감탄하기도 한다. 누가
야생화는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들판이나 강가, 산에 홀로 핀 애처로운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라고 하였다.
외롭지만 소리치지 않고 조용히 안으로 삭히며 인내하는 정숙한 여인에서 느끼는 연민의 정과
같다.
야생화는 부르는 이름도 생긴 모양 그대로 천진난만하다. 노루오줌, 쥐똥나무, 선개불알풀,
도깨비바늘, 미꾸리낚시, 며느리밑씻개, 털별꽃아재비,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 깽깽이풀, 좀꿩의 다리, 갈퀴꼭두서니,
댕댕이덩굴, 쥐꼬리왕초,
달맞이장구채,
하늘매발톱.... 재미있고 정겨운 순수 우리 말이다.
식물학자와 국어학자가 머리를 맞대지 않고는 이렇게 적나나한 작명이 나올 수 있었을까.
매가 되어 하늘에 오래 살아 '하늘매발톱'이 특히 예사롭지
않다. 무슨 사연이길래 그 꽃을 하늘매발톱꽃이라 부르는지? 꽃잎뒤가 매발톱 같고 하늘을 향했다하여 하늘매발톱꽃이란다. 앙칼진 발톱이니 꽃이름치고 어울리지
않지만 멋진 이름임에 틀림없다. 꽃말은
솔직, 승리의 맹세, 남의 꽃가루를 더 좋아해 종이
다른데도 쉽게 수정한다하여
중국에서는 매춘화(賣春花)라 부른다니 품행이 방정치 못하고 난봉끼가 있는
모양이다.
하늘을 나는 전투조종사는 사나운 맹금류인 매를 좋아한다. 매의 강점은 눈, 부리, 날개,
발톱에서 나온다. 한번 움켜 쥐면 아무리 무거운 먹이라도 놓칠 않는
날카롭고 억센 발톱의 야성은 하늘에서 거칠게 싸우는
전투조종사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는 대단하다. 그래서 매를 닮으려 수련하고
연마한다.(*) 하늘매발톱꽃말은 전투조종사의 기질과 서로 잘 맞아 떨어진다. 전투조종사는 비비 둘러대지 않고
결론부터 말하는 단순 직설적인 솔직함과 가슴 속에는 늘 승리를 쟁취하려는 맹세로 가득하고 " 아가씨야 내 마음 믿지
말아라."
빨간 마후라 노랫말에 있듯이 이성에 대하여 주저하지 않는 도전과 정복욕이 남달리
강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자유분망한 바람끼는
총각시절만 일시적으로 화끈할 뿐이다.
어느 해 여름, 종로 꽃가게에서 이 하늘매발톱 씨앗을 난생
처음 발견하고 그 이름에 반해 당장
사다가 화단에 사정없이 마구 뿌렸다. 씨앗
봉투에 보라색(violet color) 꽃잎을 보고 매혹적인
보라빛으로 물던 화단을 상상하며 싹트기를 기다렸다.
흥분속에 한달이 지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싹은 세상밖으로 나올 줄 모르고 감감 무소식이다. 답답했다.
워낙 씨알이 작아
파종을 잘 못했나 하여 청양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친구(양촌 우대석은 그 후 이 씨앗을 한봉지 보냈다.
꽃맛을 만끽하였다. 감사 말씀 제차 드립니다.)에게 물어 보았드니 "야,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지."
라며 당연한 이치를 묻는다는듯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식물은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씨앗을 맺고 떨어져 찬겨울을 지나 봄에
싹이 트고 꽃이 핀다는
라이프 싸이클(life cycle)을 망각하였던 것이다. 씨앗의 발아 소프트 웨어 프로그램(soft ware program)을 존중하지 않고 잠시 무시했던 것이다.
하늘매발톱꽃이라는 이름 때문에 자연의
과정을 생략하고 성급하게 결과만 재촉하였던
것이다.
앞으로 300여일이
지나면 봄이 온다. 그 때까지 찬란한 보라색 하늘매발톱꽃을 기다리자. 기다린다는 것은
'희망'이다. 놀랍게도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한갓 보잘것 없는 이 작은 씨앗이 인간 삶에
가장 중요한 용기와 힘을 북돋아 주는 희망으로 거듭 나고 있었다. 그렇다. 주인은 흙속에 하늘매발톱
씨앗을 심고 씨앗은 주인 가슴속에 희망을 심어 주고 있었다. [끝]
(*)매의 매서운 눈은 원거리 식별능력이 탁월하여 항공기의 탐지 능력 즉
레이다(radar)에 비유된다. 쪼아 물어 뜯는 부리는 살상
능력으로 폭탄이나 미사일의 정확도와 파괴력에 해당된다. 억센 날개는 추력(power) 즉 속도를 포함한
항공기의 성능이며, 날카로운 발톱은
무장(武裝)의 탑재 운반 능력이다. 덧붙혀 매는 지혜로운 조류로, 그래서 야생의 들판에서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자리한다. 예컨데 새중에 매는 전투기중에 최신예 스텔스 전폭기(조종사) F-22나 F-35를
말한다.
https://youtu.be/Z1E0nEe8RxM
☜ 엘 콘도르 파사 (철새는 떠나가고) : 잉카
제국의 슬픈 역사속에서 콘도르(condor)는 '어떤것에도
억매이지 않는 자유'를 의미하는 새(鳥)로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가 된다는 전설이
있다.
매의 눈 부리 날개
발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