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미래보고서] 2018년, 한국
10년 뒤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에는
어떤 위기가 닥치고 어떻게 달라지나
유엔미래보고서(State of the Future) 한글판(도서출판 교보문고 간)이 11월 말 출간된다. 영문판 유엔미래보고서의 내용을 근간으로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가 연구 분석한 한국에 대한 전망을 추가한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는 한국과 세계가 2015년 이후 격변과 위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한국을 비롯,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저출산 ·고령화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으면서 팽창일로이던 경제가 주춤하고 사회구조 자체가 변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국제질서도 ‘늙은 서구’를 대신해 아시아로 권력 이동이 본격화한다고 보고 있다.
식량과 물부족,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지구촌을 위협하는 과제들의 심각성도 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물 부족이 심각하게 진행돼 세계 곳곳에서 국지전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전망됐다. 한국에 대해서는 “모든 정부 정책이나 대안을 2015년 위기에 대한 대응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유엔미래보고서는 그런 한편으로 장기적으로 지구촌이 나노기술의 발전 등 과학기술 덕분에 ‘위대한 변환’을 이뤄낼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하고 있다.
Weekly Chosun은 유엔미래보고서 한글판을 미리 입수해 요약했다.
유엔미래보고서 한글판 나오기까지
글로벌 변화 주제별로 한국 전망 추가
세계적 미래학자 참가 1년간 연구·토론
세계 NGO들이 주축이 된 유엔세계연합(World Federation of UN Associations) 산하 유엔미래포럼이 매년 발간하는 미래 전망 분석 보고서. 1997년 첫 발간돼 올해 12번째 보고서가 나왔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불리는 유엔미래포럼의 미래 예측 연구에 50여개국에서 2500여명의 전문가와 학자, 기업인 등이 참가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구촌 변화에 대한 주요 테제와 함께 기후변화, 물 부족, 인구와 자원, 민주화, 빈부격차, IT 기술, 평화와 갈등 , 여성의 지위, 윤리 문제 등 지구촌의 미래를 위협하는 15개 도전 과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담고 있다.
한국 관련 전망 연구와 토론에는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멤버인 세계적 미래학자인 미국의 프랭크 카탄자로와 아서 쇼스탁, 호세 코르데이로 MIT대 초빙교수, 지미 웨일스 위키피디아 회장, 헤이즈 핸더슨 에시컬 마켓 미디어(Ethical Market Media) 회장 그리고 박영숙 유엔포럼 한국지부 대표, 박 대표가 한국 관련 전망에 대한 토론 결과를 대표 집필했다.
북 한
주민들 인터넷 통해 세상에 눈떠, 권력 세습은 불가능
2015년 수백만 명 남한행… 난민 대처 계획 서둘러야
미래학자들은 남북한의 통일 변수가 2020년 이전에 있다고 한다. 정보화 때문이다. 2010년 정보 공유화, 2017년 접속 평등화가 이뤄지면서 북한 주민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진다. 지식 습득이 정부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개인의 인터넷 접속을 통해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북한 권력은 세습이 불가능해진다. 북한에서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져 개개인이 똑똑해지고 정보를 갖게 된다. 권력 세습에 대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반대 여론이나 투쟁 등 ‘스마트 몹(smart mob)’ 행위를 하게 된다.
2012년은 세계의 국경이 허물어지고 노동·행복·교육을 위한 이동이 OECD국가로 밀려들어오는 시기다. 지난 ‘세계 인구이동 미래예측’에서는 2012년만 돼도 매일 수백, 수천 명의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잠입하려 시도한다고 봤다. 2015년에는 수백만 명의 북한인이 남한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없으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
남북한 형제가 서로 증오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일본으로 보낼 수도 없다. 미래예측을 통해 다가오는 위협에 잘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급작스런 인구이동에 대비한 캠프촌 설치 같은 준비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통일부는 미래를 준비하는 부서다. 시급한 전략 분야는 난민 대처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경기·강원도, 중국·러시아·동남아 등지에 난민촌을 준비해야 한다. 난민 수용을 위해서는 △의식주 △언어 통일 △교과서 통일 △역사·역사관 통일 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을 차별하거나 괄시하는 문화, 이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경 제
인구 감소 본격화… 부동산 가격 절반으로 하락
남북교류 활성화로 제2 산업 전성기 맞을 수도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다. 이제 집을 더 짓지 않아도 되고, 식량이나 생활필수품을 더 생산하지 않아도 되며, 도로 건설도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지속적인 성장경제 속에서 살아온 한국민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인구가 자연 감소하면 축소 성장으로 돌아서야 한다. 한국 정부는 2018년부터 인구의 자연 감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2015년에 이미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될 것이다. 사람이 줄어들면 부동산 가격이 선진국의 평균치로 떨어진다. 선진국 평균치는 현재 한국 부동산 가격의 절반 이하다. 한국이 FTA로 경제통합을 하면 부동산 가격도 평준화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두 배, 10배까지 높은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제조업은 10년 전부터 시장을 찾아 대부분 밖으로 나갔다. 지진이 오기 1년 전부터 개미가 도망가고, 시장 즉 소비인구가 사라지기 10년 전부터 기업이 탈출한다고 한다.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마켓을 찾아 탈출한 지 오래다. 산업 구조가 서비스 산업으로 바뀌어 가는데, 서비스 산업이 뜨려면 시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모든 정부 정책이나 대안을 ‘2015년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바꿔야 한다. 10대 국정 과제 차트를 만들어 ‘경제 살리기’가 아닌 ‘경제 인공호흡 전략’을 짜야 한다.
△에너지 확보 △물가안정 △기후 변화와 탄소배출권 △교육 △부동산 안정 △중소기업 도산 방지 등 10년 계획을 수립하고, 신에너지·대체에너지 등 발굴 사례를 매주 발표하는 등 2015년의 세계경제위기를 준비해야 한다. 2018년이 되면 남북한 교류가 현재보다 수십 배 늘어난다. 북한의 싼 노동력과 남한의 첨단기술이 융합하면 시너지를 얻어 산업이 제2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
사회·문화
저출산 문제 가장 심각… 대안 내놓아야 대통령 돼
다문화사회에도 대비해야… 남녀역할 구분도 사라져
출산율 저하가 가장 큰 문제다. 신세대는 자신들의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출산의 의무감보다 강하기 때문에 출산에 대해 자긍심을 갖지 않는다. 1.3명인 현재의 출산율은 일본·독일 등과 함께 세계 최저권이다. 2050년이면 한국 인구가 지금보다 600만명 이상인 13%나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미래 지구촌 사회에서 한국을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출산장려운동을 벌여야 한다. 저출산을 막을 대안을 내놓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부동산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강남`의
아파트 단지. photo 조선일보 DB
한국도 순수 이민 유입국으로 전환했다. 한국으로 이주하는 사람 수가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보다 1000명당 1명꼴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 등 한국 사회도 다문화 다민족 상황에 접근하고 있다. 현재 100만명인 다문화 가족이 10년 후면 40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2018년에는 다문화 관련 전문가가 가장 인기 있는 직종 중 하나가 된다. 노동력 부족은 더욱 심각해 다문화 가족을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되지만, 실제로 다문화 통합 사회를 대비한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문화 전문가를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다.
남성의 여성화, 여성의 남성화도 빨리 진행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남성의 Y염색체가 실제로 쪼그라들고 있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의 일자리 구분이 없어지고, 남자가 하던 힘든 일을 여자가 하고, 여자가 하던 요리나 육아를 남자들이 즐겨 하게 된다.
정 치
개개인이 정책 결정 참여… 국회의원은 단순 봉사자
‘말 없는 다수’보다 ‘말 많은 ! 소수’가 힘 발휘하는 시대
지금의 민주주의에서는 정치인이나 정부가 모든 의사결정을 하고, 국민들은 결정된 의사를 통보 받는다. 전자민주주의(e-democracy)가 오면 의회와 정부가 중요한 정보를 국민과 공유하고 교환하며 국민들이 의사결정과 조정, 평가 과정에 참여한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개개인의 정치 참여가 손쉽고 값싸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투표장에 가지 않고 눈동자로 본인을 확인하는 휴대전화 투표나 전자투표로 모든 중앙·지방정부의 정책결정에 참여한다. 다양한 토론의 장, 국민 의사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개발된다. 의사결정이나 정보유통의 과정과 결과가 잘 저장돼 언제든지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사회의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사회구조 파괴현상도 일어나 정부·의회·사법기관의 기본구조가 흔들린다. 정치가 혐오의 대상으로 가장 먼저 약화된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90% 이상 깔려 정보 공유를 통해 똑똑해진 국민들이 가장 먼저 정치인들을 경멸하고 멀리하게 된다.
2018년에는 한국에서 국회의원을 하려는 사람이 사라질지 모른다. 국회의 힘도 거의 없어진다. 국회에서 법안을 만들어도 젊은층이나 국민 대부분이 이를 무시하고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 국회나 정당을 무력화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영향력이 거의 없는 단순한 사회봉사자 역할을 하게 되는 시기가 온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지도자나 남에게 많이 베풀며 사회에 공헌을 많이 한 기업인이 존경 받는 사회가 된다. 국회의 힘이 빠지면서 국가의 의사결정이 급속히 ‘인터넷 커뮤니티’나 공무원 테크노크라트에게 돌아가며 시민사회의 역할이 커진다.
한국의 보수들은 지금 인터넷 문자 메시지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항하지만, 결국 그것이 대세가 되고 마이너리티(minority) 민주주의가 부상하게 된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신세대가 보수를 이기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였다. 말 없는 다수보다 말 많은 소수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말 없는 다수가 뒤에서 받쳐준다고 생각하기에는 이미 사회 문화 형성의 메커니즘이 달라진 것이다.
<정리 = 채성진 기자>
[유엔미래보고서] 2018년, 세계
국제정치
국가권력 약화되면서 새 기구 ‘세계정부’ 등장
‘똑똑한 국민’ 설득 못하면 국가운영 원천 불가능
2018년이 되면 세계정부(world government), 세계시민권이 유행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영토 중심의 구분, 민족 중심의 정부운영체제로는 지구촌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계정부라는 새로운 기구가 나온 것이다.
유럽연합(EU) 같은 지역정부는 세계정부로 가는 과정이다. 위기와 사회 불안정이 다가오지만 글로벌 리더로 국제질서를 유지할 만한 힘을 가진 국가는 없다. 미국이 빚더미에 앉게 되면서 힘이 빠지고, 중국은 아직 미국을 능가하는 힘을 갖지 못해 국제 리더십에 ‘블랙홀’이 생긴다.
비효율적으로 변한 화폐나 금융시장도 힘이 빠진다. 지금도 각지에서 소요 사태가 일어나고 있지만 중국은 2013~2018년 사이 격랑을 맞을 수 있다.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똑똑한 국민이나 군중의 힘이 특정 부유층에 대한 분노나 시기심의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경찰력이나 군사력이 시위대를 다 조정할 수 없게 된다. 국가의 힘은 더욱 약화된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미래보고서 ‘퓨처 매핑(future mapping) 2030’은 현재 기업의 권력은 14.3% 이고 국가의 권력이 69.3%이지만, 2030년에는 기업의 힘이 85.7%, 국가의 권력은 30.7%로 역전된다고 전망했다.
개인의 권력은 현재 16.8%에서 2030년 83.2%, 온라인 네트워크 그룹의 힘은 현재 18.1%에서 81.9%로, NGO의 힘은 39.4%에서 60.6%로 바뀐다. 정부가 국민설득, 국민통합을 시도하지 않으면 국가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오는 것이다. 새로운 직접민주주의, 전자민주주의에 익숙한 국민들의 ‘똑똑한 자아(smart identity)’를 설득하기 위해 국민설득부·대국민홍보부가 큰 권력을 갖게 된다. 적시정책(just-in-time policy)을 만드는 것이 최상이다.
▲ 국제 금융위기 공동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0월 12일 파리 엘리제궁에 모인 유로존
15개국 정상들. photo 조선일보 DB
서구의 여러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국민이 기사를 올릴 수 있는 대형정부 포털로 가고 있다. 이제는 전자정부(e-government)라는 말 대신에 연결된 정부로, 모든 것을 하나의 포털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연결시키는 정부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복지·세금·법률 서비스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가장 손쉽게 정리하고 지원하는 포털이 정부보다 더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한 정당이 오랫동안 집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선거 전략에서 인물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국민들은 지도자를 존경하기보다 경원시하며 늘 새로운 사람을 원하게 된다.
또 다른 정당이나 인물을 원하는 변덕쟁이가 되는 것이다. 버펄로주립대 제임스 캠벨(Campbell) 교수의 최근 기고 ‘미국 대통령선거 예측’에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앞으로의 대선에서 미래 지도자의 선택은 인물론이나 정책, 이슈의 선택이 아니라 현 정부 행정능력의 중간 심판으로 간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소통보다 우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세대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들을 설득하는 군중설득가·군중심리학자·정치성향분석가·집단행동연구가·집단여론설파자·시민사회연구가·문자메시지사·온라인네트워크사·선동문구지도사·군중질서법률가·집단심리관리사 등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한다.
경제·산업
대부분 군인 로봇으로 대체…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장
중국 중산층이 트렌드 주도… 빌려 쓰는 트랜슈머 시대
2015년 무렵 나노기술(nano technology)이 보편화된다. 2020년에는 나노가 생산공정에서 주류가 되며 ‘제2의 산업혁명’이 이뤄진다. 나노 의학 기술, 나노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신소재 개발이 붐을 이룬다. 나노를 응용한 자체 생존 건물들이 들어서서 지진이나 폭발에도 견뎌내는 거주지가 나온다.
SRIC-BI(SRI Consulting Business Intelligence)는 다가올 15년 동안 대변혁을 가져올 기술 6개를 선정해 이것이 미국의 지역·군사력·경제·사회통합에 미칠 변화에 대해 연구했다. 삶의 기본 조건을 바꾸고 수명을 연장하는 바이오 기술이 우선 꼽힌다. 울트라 배터리나 수소 저장물질, 연료전지 기술 등 에너지 저장물질(energy storage material)도 개발된다.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에 기반한 화학물질(biofuels and bio-based chemical)은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는다.
에너지 효율적인 바이오 연료가 도입되면 유전 확보 전쟁의 국제 경쟁이 줄어든다. 바이오 연료의 부산물을 이용한 제품 제조도 각광 받는다. 청정석탄(clean coal) 기술은 현재의 SOC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2025년에는 센서·발동기·전력시스템·소프트웨어에서 로봇이 다양한 서비스를 담당한다. 생명에 위협을 주는 테러 현장에서의 무인 로봇 활용이 가능해지고, 대부분의 군인들이 로봇으로 바뀐다. 고령자의 도우미가 되는 로봇 개발이 진행되고, 청소나 일거리를 담당하는 값싸고 좋은 품질의 로봇이 나온다. 모든 곳을 연결하는 인터넷은 유통 분야에서도 혁명을 일으킨다.
가볍고, 초음속 기류에서도 안정성이 강화된 극초음속 비행기(hypersonic planes)가 나온다. 미국 동부에서 아시아까지의 비행 시간이 2~3시간인 극초음속 비행기의 상용화가 준비되고 있다. 2020년에는 장거리 비행의 30%를 극초음속 비행기가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skycar 또는 flying car)도 나온다. 경비행기(small aircraft)를 소유하는 비용이 현저히 떨어지고, 기술 발전으로 자동차처럼 쉽게 운전할 수 있다.
혼잡 지역 교통의 30%는 자기부상열차(maglev train)가 담당한다. 자동화 고속도로(automated highway)도 나와 센서와 무선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들이 전자 차로 위에서 컴퓨터로 속력과 방향, 제동을 조정하며 운행된다.
▲ 가상 현실을 이용하면 사이버 공간에서 자동차 테스트를 할 수 있다. photo 지멘스
선진국의 저출산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팽창 일로의 경제는 주춤하게 된다. 고령화로 복지 예산이 급격히 증가한다. 인구 감소로 여성이나 장애인, 고령 인구가 생산 노동력으로 본격 흡수되며 사회 구조가 변한다. 여성을 위한 아동 도우미 산업,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휠체어나 교통수단의 변화,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 산업이 부상한다.
소비에서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모든 소비재의 70%는 여성이 구매한다. 구매력의 70%를 여성이 차지하는 것이다. 가구의 94%, 여행과 휴가지 결정의 92%, 집 구입의 91%, DIY 제품의 80%, 은행계좌의 89%, 투자 결정의 67%, 창업의 70%가 여성의 손에 달렸다. 오드 지제니스(Zieseniss)는 2006년 10월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모든 상거래를 여성이 좌지우지하는 위미노믹스(womenomics)의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44~65세가 새로운 최대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다. 이 세대는 18~43세의 구매력보다 45% 더 크다. 학력 인플레와 함께 돈과 직업이 없는 18~43세 사이의 소비 계층은 급격히 힘을 잃는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제품의 양극화가 일어난다. 고령 인구는 단순하고 강한 것을 원하지만 신세대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요구하기 때문이다.
고령 인구는 다양한 디자인 대신, 사용하기 쉽고 튼튼한 제품을 원한다.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고 세게 눌러도 부서지지 않으며 사용하는 버튼만 있는 것을 좋아한다. 단순하고(simple) 신뢰할 수 있는(reliable) 상품이 최고다.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재택 서비스도 각광 받는다. 광고의 주인공으로 중·노년층이 많이 등장하고, 드라마도 중·노년층 대상으로 바뀐다.
체험적 소비자인 트라이슈머(trysumer)의 시대가 온다. 트라이슈머란 ‘시도하다(try)’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말이다. 소유가 아닌 경험을 사는 신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구매에서 중요하다. 이들은 관습이나 광고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다. 사전에 정보와 리뷰를 확인하고 새로운 서비스나 맛, 제품이나 장소 경험을 체험한 뒤 구매하는 것이다. 이들은 구두나 핸드백을 구매할 때 신발을 신고 한 블록을 걸어보거나 핸드백을 두세 시간 사용해 본 뒤 제품을 구입한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늘 빌려서 쓰고 질리면 새로운 제품으로 바꾸는 트랜슈머(transumer)를 낳았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만들어 주던 유행’에서 ‘스스로 경험하는 DI Y’로 변한 것이다. 권태감을 빨리 느끼고, 항상 변화와 새로운 충격을 원하는 신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다.비싼 파티복이나 가방, 액세서리 대여는 물론 비행기나 조종사, 심지어는 회사나 사람을 빌리는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부분 소유권, 즉 회원권이 뜨는 것이다. 룸메이트 교환 서비스, 아파트 전체를 빌려 그룹 임대를 통해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사는 경우도 생겨난다. 모험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사회는 ‘돈은 많지만 시간이 없는(cash rich, time poor)’ 사회로 바뀌었다. 인터넷에 익숙해져 모든 것에 대해 신속한 답변을 얻는 사회는 사람들에게서 인내심을 빼앗아갔다. 조금도 오래 참지 못하는 사회다. 사람들은 빠르고 간결한 선택(fast and simple choice)을 원한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나 이용료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공짜 경제모델’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중산층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10대는 세계 최대의 틴(teen) 시장이다. 이들은 첨단 기술에 열광하면서 싼 가격의 제품을 찾는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트렌드가 지구촌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다. 인도의 콜센터에 근무하는 고급 교육 인력도 새로운 접속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럽·미국·일본의 고령 인구에도 주목하자. 이들은 처음으로 초고령화 사회를 경험하는 집단이다. 인텔사는 은퇴 이후 공동체에 제공할 다양한 건강·헬스 기술을 개발했다. 선진국에서는 레즈비언이나 게이 등 동성애자들의 공동체가 커지고 이들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낸다.
이메일 산업에도 새로운 시장이 뜨고 있다. 자신이 죽고 난 뒤 자식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수십 년 후에 전달될 이메일을 보내주는 사업이다. 자신이 죽은 뒤 가족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인생의 지혜를 전해주거나, 가장 절망적인 순간 용기를 주는 이메일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위치 추적과 사람 찾기 서비스도 주목할 만하다. 전화에서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지금 어디 있냐”는 말이다. 자동으로 위치가 드러나는 기술이 보편화된다.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식당이나 영화관을 자동으로 알려주고 좋아하는 영화가 나오면 자동으로 예약해 주는 서비스도 나온다.
기업들은 제품의 결함을 미리 탐색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군중 소싱(crowdsourcing! )’을 도입했다. 생산과 서비스 과정에 소비자나 대중이 참여하도록 개방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수익을 참여자와 공유하려는 방법이다. 업계의 전문가나 내부자에게만 접근이 가능했던 지식을 공유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 과정에 비전문가나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유도해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수많은 개인, 소수 의견이 함께 존중 받는 다양성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환 경
북극 영해 쟁탈전으로 3차 세계 대전 가능성
자연재해 위장한 테러 우려… 물 확보전 치열
세계 제3차 대전은 핵 전쟁이 아니라 북극의 영해 다툼에서 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에너지 영토를 가장 많이 확보한 중국이 북극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해로(海路)를 확보하려는 각국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북극 자원에 대한 주도권과 소유권 다툼도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탄소 배출을 줄여도 인류의 존재만으로 지구촌이 더워지고 있다. 지구 환경 사용 세금(environmental footprint tax)으로 1인당 1.8헥타르에서 나오는 산소 분량만 소비가 가능하고 그 이상의 산소 소비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금융 거래에 1%의 세금을 부과하거나, 매년 자동차의 연비를 강제로 높이는 방안, 산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달 또는 매년 점검해 다량 배출하는 업체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우주에 태양 커튼을 만들어 지구로 오는 태양열을 줄이거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철분을 대양(大洋)에 뿌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테러는 자연재해로 위장되거나 포장된다. 테러 분자들이 지진 활동을 강화시키는 기술로 지진의 규모를 키우거나 댐 폭파, 홍수를 일으키고 핵 발전소나 화학 공장의 사고로도 위장할 수 있다. 테러인 줄도 모르고 재해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배출하는 테러 전술도 나왔다. 바이오 기술이 어떤 재앙을 불러올지 알 수 없는데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파악하는 기술과 테러 대응 정책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물 부족은 세계 곳곳에서 심각하게 진행돼 국지전이 발발한다. 20세기의 유전 확보 전쟁이 21세기의 물 확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바닷물을 정수하는 담수화 기술이 부상한다. 종이나 포장 비용에 따라 삼림(森林) 제품의 가격도 급상승하게 된다. 이와 함께 대체 에너지의 위력으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줄어들고, 각종 첨단기술이 발달해 이산화탄소의 제거가 시작된다. 화석 연료의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각국이 중동의 석유 에너지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녹아내리는 알래스카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빙하. photo 조선일보 DB
사회·문화
현실·가상 경계 모호하고 인터넷 통해 국적도 사라져
슬로푸드·녹색건축 등 속도·개발에 대한 반작용 활발
현실 세계보다 더 아름다운 가상 현실의 햇빛, 푸른 하늘, 천둥·번개, 선량해 보이는 사람들. 무한대의 상상력이 판치는 세컨드라이프 모습이다.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구분이 모호해진다. 현실과 가상 현실이 시공을 헤치고 나와 섞이기 때문이다.
가상 박물관에서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다. 몸은 내 집, 내 방에 있지만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자금성(紫禁城)을 방문한다. 수백 개의 대학이 사이버 공간에 만들어졌다. 하버드대의 노벨상 수상자가 강의하고, 한 명의 유명 교수가 12만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도 생겼다.
미국의 비만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살을 빼는 장소는 가상 현실 공간이다. 아바타가 운동을 하고 살을 빼는 모습을 보며 현실에서 함께 트레드밀(treadmill)을 달리며 체중을 줄인다. 가상 현실 여행을 떠날 수 있고, 사이버 공간에서 다양한 섹스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다. 제약회사에서는 남성에게 여성성을 부여해 주변 환경에 민감하고 감성적이고 정교하고 창의적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의대생들은 더 이상 해부 실습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실제 신체처럼 피를 흘리고 체온을 느낄 정도로 정교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 현실에서도 신체 여기저기를 해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래의 문화는 런던·뉴욕·할리우드에서 생성돼 퍼졌다.
하지만 요즘의 문화는 다양한 코너에서 나온다. 젊은 세대는 지구인, 세계인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기업은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 세대들로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문화나 유행은 선진국이 아닌 아프리카 어디에서도 창조될 수 있다. 지구촌의 구매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재빨리 낚아채 상품으로 승부를 거는 데 있어 다문화의 중요성은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 됐다.
“나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라는 말이 최근의 특징을 요약한다. 인터넷에서 만나 이메일로 우애를 다지지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친구와 얼굴을 맞댄 적은 없다는 뜻이다. 2015년에서 10년 동안 일어날 4가지 큰 변화는 다음과 같다.
우선 국경 없는 새로운 지역 사회로, 문자 메시지를 나누는 군중이나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군단 같은 스스로 형성된 공동체들이 자체적인 법과 규칙,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카메라폰, 블로그, 비디오 동영상 팀이 세상을 하나로 연결시켜 국적이나 애국심 등 소속감이 사라지는 시대로 간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순식간에 스며드는 새로운 기술 문화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컴퓨터에서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와 센서로 무장한 아이들이 세상을 바꾼다. 물질적인 삶을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연결시키는 노력도 함께 진행된다. 슬로 푸드(slow food),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녹색 건축(green architecture)이다. 빌 게이츠는 인터넷을 통해 ‘똑똑한 개개인’이 모두 신문·방송기자가 돼 2018년에는 신문기자가, 2020년에는 방송인이 소멸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다 많이 다루고, 다국적 언론재단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며, 소비자의 관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언론에서 개개인이 시민기자로 나서는 1인 매체화 시대에서는 언론이 과거의 현상을 취재하고 잘잘못을 캐는 기사에서 일반 국민이 진정 알고 싶어하는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한 기사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위클리 조선 [2030호] 2008.11.17 / 전해받은 클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