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서 두번째 큰 섬 원산도
2021년 국내최장 해저터널 완공으로 힐링관광섬 도약 기대
원래일정은 외연도를 다녀온 후 원산도, 효자도 등을 돌아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안개가 심해 외연도 출항이 불가능하단다. 외연도(外煙島)는 대천항에서 배로 2시간 이상 걸리는 섬으로 그 이름처럼 해무(海霧)가 잦아 여객선이 종종 운항하지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섬이다. 할 수 없이 외연도 행을 일단 연기하고 먼저 대천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원산도부터 가기로 했다. 원산도는 대천항에서 지척이라 안개의 영항을 거의 받지않는다.
원산도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리에 속한 섬으로 충남에서는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대천항에서 약 11Km 떨어져 있으며 여객선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안면도 남단에서는 남쪽으로 약 1.7㎞ 떨어져 있으며, 주위에는 삽시도·효자도·고대도·장고도 등이 있다. 고려시대 때는 고만도라 불렸으나, 그 뒤 고을을 뜻하는 원(元)자와 산(山)자를 써서 원산도라고 했다. 섬은 전체적으로 동서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다. 주민의 3분의 2가 어업에 종사하고 3분의 1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1,067명(2016)이 살고 있는 섬이다.
대천여객선터미널에서 10시 반 원산고속훼리호에 승선, 원산도로 향했다. 이 여객선은 승객 250명, 자동차도 실을 수 있는 제법 큰 배다. 여객선이 대천항을 빠져나가자 곧 정면으로 원산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약 30분 걸려 원산도 선촌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촌선착장 바로 앞에는 효자도가 보인다. 원산도 및 효자도에서 2박3일 머물 예정이다. 갑자기 일정을 변경한 터라 숙소도 예약해놓지못했다. 선촌선착장에 내리자 마자 숙소를 알아봤다. 섬 서쪽 오봉산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펜션을 예약해놓고 마을버스로 약 15분 걸려 숙소에 도착했다.
비성수기라 오봉산해수욕장은 한적하다. 해수욕장 뒤로 원산도에서 제일 높은 오봉산(오로봉 116m)이 있다. 원산도는 오로봉을 제외하면 50m 이하의 낮은 구릉지와 평지가 대부분이다. 오봉산해수욕장은 원산도 서쪽 끝 오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해수욕장이다. 바다 건너에는 삽시도가 지척으로 보인다. 고운 모래언덕이 층을 이뤄 경관이 빼어나다. 폭 900m 가량의 아담한 해안이다. 원산도에는 오봉산해수욕장 이외에도 사창해수욕장, 원산도해수욕장이 있다. 세 개 해수욕장 중 규모로는 원산도해수욕장이 가장 크다. 원산도해수욕장이나 오봉산해수욕장 모두 경사도가 완만하며 모래의 질이 매우 곱고 몸에 잘 달라붙질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해변이 서해안의 다른 해수욕장들과는 달리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해수욕장 양쪽 끄트머리의 갯바위에서는 낚시를 즐기기에도 좋다. 한적하게 남쪽하늘을 바라보며 일출과 일몰을 같은 해변에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 맑은 바닷물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고운 모래밭에서 조개를 캘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원산도의 해수욕장들이다.
펜션에 짐을 푼 후 오봉산해수욕장을 걸어봤다. 바다 건너에는 삽시도가 지척으로 보인다. 고운 모래언덕이 층을 이뤄 경관이 빼어나다. 섬 주민들의 그물손질이 한창이다. 정치망(定置網)이라 한다. 바다에 자루 모양의 그물에 테와 깔때기 장치를 한 그물을 부설하여 물고기가 들어가기는 쉬우나 되돌아나오기 어렵도록 장치한 어구를 말한다. 정치망을 일정한 장소에 일정 기간 부설해 두고 어획하는 방법으로 단번에 대량 어획하는 데 쓰인다.
점심식사를 한 후 2시 조금 넘어 오봉산 산행을 나섰다.
펜션 바로 뒤에 등산로 표시가 보인다. 숲길이 완만하고 아기자기하다. 산책코스로 정말 좋다.
약 30여 분 가면 봉화대에 이른다. 봉화대 옆에는 삼각점 표시도 보인다. 이곳 높이는 116m, 오봉산 정상이다.
봉화대에 서면 좌측으로 발 아래로 초전마을과 바다, 그리고 조그만 섬 몇개가 내려다보인다. 또 정면으로는 원산도 전체 윤곽과 함께 진촌마을과 해안전경도 한 눈에 잡힌다. 초전마을은 해안선에서 곡선으로 돌출된 땅에 위치한 마을이어서 특히 아름답다.
진촌해안 역시 어항 모양의 움푹 들어간 만 형태로 되어 있어 조망이 환상적이다. 멀리 효자도와 안면도까지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진촌마을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산 자체가 높지않아서 굳이 하산이랄 것도 없다. 낮은 구릉을 내려가는 기분이다. 공동묘지를 지나면 진촌마을. 약 1시간 10분 정도의 가벼운 산행이다. 마을 논길을 걸어 오봉산해수욕장까지 걸은 후 오후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8시 40분 경에 다시 트레킹에 나섰다. 초입은 어제 다녀온 등산로와 같다. 27분 정도 숲길을 걸으면 사거리를 만난다. 직진하면 초전, 우측은 봉화대 방향이다. 이번엔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본다.
이곳에서 몇분 평지숲길을 걸으면 제법 큰 늪지대를 만나고 곧 해안가에 이른다.
이미해안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한다. 해안가에는 모래사장도 있고 바위해안도 나타난다.
멀지않은 곳에 촛대바위 모양의 기암도 보인다.
바닷가 바위에는 굴과 고동이 지천이다. 함께 한 여자산우들은 구경할 생각은 않고 굴과 고동 줍기에 바쁘다.
원산도는 긴 해안선을 따라 해식애가 잘 발달되어 있어 각종 해산물이 풍부하고 발달된 암초와 알맞은 수심으로 낚시하기에도 좋다. 어느 곳에 낚싯대를 드리워도 손쉽게 놀래미와 우럭, 감성돔 등을 잡을 수 있다.
이미해안에서 초전마을 방향으로 20여 분 걸으면 마을에 다다른다. 초전마을 해안에서는 주민들이 바지락 캐기에 바쁘다. 남녀 모두 나와 바지락을 캐서 경운기에 싣는다. 바다에는 바위섬인 군관도(軍官島)가 보인다. '궁과무니'라고도 불리는 이 섬은 초전(草箭) 마을 북쪽에 있다. 큰궁과무니(남쪽)와 작은궁과무니(북쪽)의 2개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군관'이란 이름은 현재의 오천항에 있던 수군절도영의 입구를 지키는 수군 군관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생겨난 것이라 한다. 현재도 보령시 오천면에 수군절도사가 주둔하던 성이 남아 있다. 초전 해안도로를 지나 우측 언덕길을 넘으면 진촌마을이다. 언덕배기에 올라 지나온 초전부락을 되돌아본다.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끼어 선명하진 않지만 이곳에서 보는 초전마을 경관이 역시 아름답다.
원산도에서의 멋진 1박2일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다시 다음 일정을 위해 선촌선착장으로 갔다.
선촌선착장에서는 대천항 방향과 안면도 영목항 방향의 여객선이 뜬다. 선촌 바로 앞에는 효자도가 위치하고 있다. 불과 5분 정도면 건너간다. 필자의 다음 일정은 효자도다. 효자도에서도 1박2일 머물 예정이다.
선촌선착장에도 그물손질하는 섬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외국인 모습도 눈에 띈다. 요즘 섬에 가면 종종 어촌 일을 도와주는 외국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원산안면대교
원산도는 바야흐로 힐링관광섬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교통망 건설이 한창이다.
보령-원산도-태안 도로는 보령시 대천항에서 원산도를 거쳐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까지 14.1㎞를 잇는 노선이다. 대천항에서 원산도까지 1공구 6.9㎞(연결도로 포함 8.0km)는 해저터널이 건설 중이다. 원산도에서 안면도 영목항까지 2공구 1.75㎞(연결도로 포함 6.1km) 구간에는 2019년 12월 26일 이미 해상교량이 개통됐다. 해저터널은 2021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현재 보령 대천항에서 태안 안면도 영목항까지 1시간 40분 걸리던 것이 보령-원산도-태안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운행시간이 단 10분으로 단축되어 서해안 관광의 새로운 대동맥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해저터널은 국내 최장·세계 5위, 해상교량은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해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글,사진/임윤식)
*원산도 가는 방법은...
원산도는 대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원산고속훼리호를 탄다. 07:20분부터 하루 4회 운항한다. 약 30분 소요. 원산도는 현재 대천항-원산도 간 6.9km에 이르는 국내최대의 해저터널이 건설 중이고, 원산도-안면도 영목항 간에는 2019년 12월 26일 이미 1.75km 해상교량이 개통됐다. 해저터널은 2021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