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備急千金要方
중국 당나라 시대 의학사상 불후의 업적을 남긴 손사막(孫思邈, 581~682)은 당대의 대표적 의서인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650∼659?) 30권과 《천금익방千金翼方》 30권을 썼다고 전해집니다.
《천금익방千金翼方》은 앞서 저술한 비급 천금요방(備急 千金要方)의 속편으로, 두 저서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천금같은 비방이 담겨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 날 손사막은 길을 가다가 우연히 관을 짊어지고 가던 사람들 일행과 마주쳤다. 언뜻 바라보니 관 밑바닥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관 뒤에는 한 노파가 울면서 뒤를 따르고 있었다. 손사막은 관 쪽으로 다가가 관 밑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으깨 본 다음 노파에게 물었다.
" 죽은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죽은 지 몇 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은 손사막은 다시 노파에게 말했다.
" 관을 열고 그 시체를 나에게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노파는 손사막이 의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손을 잡고 애원하였다.
" 제발 부탁입니다. 나의 단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입니다. 난산으로 이틀 밤을 고생하다가 아이도 낳지 못한 채 죽고 말았습니다. 이 딸이 죽으면 이 늙은이는 도저히 살수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내 딸의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손사막이 말했다.
" 이 피로 봐서는 어느 정도 가망이 있을 듯 합니다. 한번 치료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손사막이 말을 마치고 관의 뚜겅을 열었다.
관 속 산부의 얼굴은 납덩이처럼 창백했다.
그러나 맥을 짚어보니 실낱같은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손사막은 즉시 경혈(經穴)을 찾아 침을 놓고 그가 개발한 독특한 염침법(捻針法 : 침을 비틀면서 튕기는 치료법)을 시술하였다.
그러자 잠시 후에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건강한 아기가 탄생하고, 산모도 정신이 들어 눈을 떴다.
손사막이 가지고 있던 약자루에서 약을 꺼내 먹이자 산모도 얼마 후에 원기를 회복하고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손사막은 침 한 방으로 모자 두 사람의 생맹을 구한 것이다.
손사막의 행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감탄하며 말했다.
" 참으로 신의(神醫)로다!"
손사막은 양파 잎새로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날 손사막은 요도가 막혀 소변을 못 보는 병인 요폐(尿閉) 증에 걸려 배가 큰북처럼 부어 올라 방광이 터져 거의 죽게 될 사람을 만났다. 손사막은 옛날 한나라 때의 명의 장중경(張仲景)이란 사람이 이미 관장(管腸)이란 방법으로 변비환자를 치료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손사막은 그 방법을 요폐증 환자에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나라 때 장중경이 사용한 관장이라는 방법은 대롱을 환자의 항문에 집어넣고 돼지의 쓸개즙을 주입시키는 방법이었으나 요도는 장과 비교하여 훨씬 가늘뿐 아니라 대롱을 삽입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손사막이 그 치료법을 생각해느라 궁리하고 있을 때 그 이웃집 아이들이 양파의 잎새를 풀피리처럼 불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양파의 잎새는 불에 쬐면 아주 부드럽고 신축성이 있다.
여기서 손사막은 양파 잎새의 끝을 자르고 이것을 조심스럽게 환자의 요도에 삽입하고 밖에서 풀피리를 불 듯 숨을 불어넣었다.
잠시후 후 요도가 열리면서 오줌이 양파 잎새의 대롱을 따라 서서히 흘러나오면서 환자는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
손사막은 세계최초로 요폐증의 치료법을 개발한 의사라 할 수 있다.
손사막은 환자를 진찰 치료함에 있어 그 빈부와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왕진의뢰가 있으면 아무리 멀고, 날씨가 춥든 덥든,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오든, 또는 때가 한밤중이든,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약상자를 어깨에 둘러메고 나귀를 타고 달려갔다. 먼 곳에서 온 환자는 자기 집에서 유숙시키면서 친히 약을 달여 먹이는 등 가족과 똑같이 대하였다.
손사막은 그의 저서에서 <대의정성(大醫精誠)>이라는 말을 주장했다. 정(精)이란 훌륭한 의술을 말하는 것이고, 성(誠)이란 의사로서의 높은 윤리를 뜻하는 말이다. 손사막은 모름지기 명의(名醫)란 이 정(精)과 성(誠)을 겸비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손사막이 말한 대의정성이란 말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의사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손사막은 70세 때, 그의 경험을 망라하여 <천금요방(千金要方)이라는 책을 썼다. 다시 100세가 되자 <천금익방(千金翼方)>이라는 책을 썼다. <익방(翼方)>은 <요방(要方)>에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한 보충과 전개로서 두 저서를 합해 두 날개를 이룬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상기의 두 저술에는 6500개 이상의 처방이 기록되어 있어 수당(隋唐) 때까지의 중국 동양의학의 집대성이라고 말해지고 있다. 후세 사람들은 이 두 저서를 합해 <천금방(千金方)> 이라고 불렀다. 후에 천금방은 한국에 전해져 한국의 한의학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앞 글에 이어지는 대의정성(大醫精誠)입니다.
무릇 훌륭한 의사는 병을 치료할 때에 반드시 정신을 안정하고 의지를 굳게 할 것이며 어떠한 개인적인 욕심이나 바라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먼저 대자대비의 측은한 마음을 내어 환자의 고통을 널리 구하겠다는 맹서와 바람이 있어야 한다.
만일 환자가 병(病)이 나서 찾아와 고쳐 달라고 하면 환자의 직위가 높고 낮은 것, 돈 있고 없고를 묻거나 따지지 말며, 나이가 들었거나 어리거나, 에쁘거나 밉거나, 자신과 가까운 친척과 친구같이 친하거나 아니거나, 중국 한민족이든 다른 동이족이든, 배운 것이 많아 똑똑하거나 아니면 어리석은 사람이던가 모두 평등하고 동일하게 대하기를 자신의 피붙이처럼 가깝게 하여야 한다.
환자를 고쳐주면서 이것저것 앞뒤를 생각하지도 말며, 자기에게 어떤 좋은 일이나 언짢은 일이 있어도 가리지 말며 몸과 목숨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환자의 고통과 괴로움을 보면 마치 자기가 그런 것처럼 여겨 마음 속 깊이 처참해 하고 어떤 험한 일도 피하지 말며 밤이나 낮이나 춥거나 덥거나 배 고프거나 목 마르고 피곤하거나 오직 한 마음으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달려가 환자를 고여주어야 한다.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잔재주를 피우거나 환자를 위해 수고하는 체 하는 행동거지를 보여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여야 가히 창생(蒼生)의 훌륭한 큰 의사라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하지 못하면 오히려 한자의 생명에 대한 큰 도적(巨賊).이 될 것이다.
자고로 이름난 명의(名醫)들이 질병을 고칠 때 생명이 있는 것으로 위급한 질병을 치료한 바가 있었다. 비록 동물(動物)은 비천하고 사람은 귀하다 하지만 목숨을 아끼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똑같다.
남에게 손해를 입히고 자기를 이롭게 하는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로 걱정하는 일이거늘 하물며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설령 동물이라 하더라고 살생을 하여 사람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것은 생명의 뜻에서 아주 멀리 벗어난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책 ‘천금방’에서 생명(生命) 있는 것을 약(藥)으로 쓰지 말라고 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등에(蝱蟲)나 거머리(水蛭) 같은 것은, 죽은 것이 시장에서 나오면 사다가 약(藥)을 쓰는 것은 이런 예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달걀 같은 것은 아직 혼돈하여 생명체로나뉘지 않은 것이어서 몹시 급하게 사용하여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참고 쓰는 것이지만 그런 경우에도 달걀을 쓰지 않고도 병을 고치는 이는 아주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 것이다.
환자의 부스럼이나 상처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이 심하고 설사나 피고름으로 악취가 나서 모든 사람이 보려고 하지 않더라도 의사는 환자의 부끄러움과 괴로움을 동정하는 불쌍한 마음을 가질 것이며 티끌만치도 불쾌하거나 더럽다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나의 뜻이다.
凡大醫治病 必當安神定志 無欲無求 先發大慈惻隱之心 誓願普救含靈之苦
범대의치병 필당안신정지 무욕무구 선발대자측은지심 서원보구함령지고
若有疾厄來求救者 不得問其貴賤貧富 長幼姸蚩
약유질액래구구자 불득문기귀천빈부 장유연치
怨親善友 華夷愚智 普同一等 皆如至親之想
원친선우 화이우지 보동일등 개여지친지상
亦不得瞻前顧後, 自慮吉凶, 護惜身命 見彼苦惱 若己有之 深心悽愴
역부득섬전고후 자려길흉 호석신명 견피고뇌 약기유지 심심처창
勿避險巇 晝夜 寒暑 肌渴 疲勞 一心赴救, 無作功夫形迹之心
물피험희 주야 한서 기갈 피로 일심부구 무작공부형역지심
如此可爲蒼生大醫 反此則是含靈巨賊 自古名賢治病 多用生命以濟危急
여차가위창생대의 반차즉시함령거적 자고명현치병 다용생명이제위급
雖日賤畜貴人, 至於愛命, 人畜一也.
수왈천축귀인 지어애명 인축일야
損彼益己 物情同患 況於人乎! 夫殺生求生 去生更遠
손피익기 물정동환 황어인호 부살생구생 거생경원
吾今此方所以不用生命爲藥者 良由此也.
오금차방소이불용생명위약자 양유차야
其蝱蟲 水蛭之屬 市有先死者 則市而用之, 不在此例
기맹충 수질지속 시유선사자 즉시이용지 부재차례
只如鷄卵一物 以其混沌未分 必有大段要急之處 不得而隱忍而用之
지여계란일물 이기혼돈미분 필유대단요급지처 부득이은인이용지
能不用者 斯爲大哲 亦所不及也.
능불용자 사위대철 역소불급야
其有患瘡痍 下痢 臭穢不可瞻視 人所惡見者
기유환창이 하리 취예불가첨시 인소오견자
但發慙愧凄憐憂, 恤之意 不得起一念帶芥之心
단발참괴처련우 휼지의 부득기일념대개지심
是吾之志也.
시오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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