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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그림책 32
바다사자의 섬
글 · 유영초, 그림 · 오승민
2011.5.23.
ⓒ 느림보
새끼를 미끼로 대왕 바다사자를 사냥하다
먼 옛날 독도는 바다사자들의 섬이었습니다. 수많은 바다사자들이 어부들과 어울려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섬 앞바다에 커다란 배가 나타났습니다. 바다사자의 가죽을 노리는 사냥꾼들이 탄 배였습니다. 우두머리인 대왕 바다사자는 무리를 이끌고 용감히 맞서 싸웠지만 불을 뿜어내는 총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대왕 바다사자는 살아남은 바다사자들을 모아 동굴로 숨어듭니다.
사냥꾼들은 우두머리를 처치해야 나머지 바다사자들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미터가 넘는 대왕 바다사자를 잡기 위해 사냥꾼들이 썼던 수법은 몹시 잔인했습니다. 먼저 새끼와 어미를 잡아들여 그를 유인한 것이지요. 대왕 바다사자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최후의 일격을 가하게 되고, 세 발의 잔인한 총소리와 함께 숨을 거둡니다. 이제 독도에서는 바다사자를 볼 수 없습니다.
사라진 독도 바다사자의 마지막 이야기
한때 이만여 마리까지 번성했지만, 지금은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독도 바다사자. 《바다사자의 섬》은 독도 바다사자의 수난 실화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왕 바다사자는 지금도 일본 돗토리현 산베자연박물관에 박제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박제 머리 부분에는 총알 자국 세 개가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대왕 바다사자의 죽음은 1931년 일본 산인츄오신보에 기사로까지 실렸습니다. 당시 가죽을 얻기 위한 바다사자 사냥이 성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서입니다. 산인츄오신보가 대왕 바다사자의 사살을 승전보로 보도한 것을 보면, 그물을 물어뜯고 배를 공격하는 대왕 바다사자가 사냥꾼들에게는 얼마나 큰 공포의 대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새끼를 미끼로 먼저 암컷 바다사자를 유인해 잡고 그 뒤를 수컷이 쫓아오면 총을 쏘아 죽이는 수법 역시 당시 흔히 사용하던 바다사자 사냥법입니다.
영토 분쟁의 뜨거운 감자, 독도는 과연 누구의 섬인가?
독도 바다사자는 일본 사냥꾼들의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책 속의 바다사자들은 사냥꾼들의 국적을 알지 못합니다. 바다사자들은 인간을 한국인과 일본인이 아니라 어부와 사냥꾼으로 구분할 뿐입니다. 환경운동가인 작가 유영초는 《바다사자의 섬》에서 사냥꾼의 국적을 고발하기보다, 섬의 원래 주인이었던 바다사자의 비극적 운명에 주목합니다.
《바다사자의 섬》은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보여 줍니다. 사냥꾼들의 목적은 단 하나, 가죽을 얻어 돈을 버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바다사자의 가죽은 고급 가방과 군용 배낭의 재료였습니다.
《바다사자의 섬》은 수천 년간 지구 상에 존재했던 한 종을 한갓 소모품에 불과한 가죽 가방과 맞바꿔 버린 인간의 탐욕과 무자비함을 고발하는 그림책입니다.
드라마틱한 이미지가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
《바다사자의 섬》은 힘 있는 그림으로 공포, 외로움, 야생과 같은 강렬한 주제를 주로 표현해 온 일러스트레이터 오승민의 신작입니다. 오승민은 독도 바다사자의 수난기를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드라마틱한 이미지들로 완성했습니다.
푸른 색의 평화로운 섬은 잔인한 사냥터로 변질되면서 공포와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을 띕니다. 또 사냥꾼들에게 쫓겨 동굴로 숨어든 바다사자들의 슬픔은 검은 동굴에 어린 푸른빛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거친 붓 터치로 완성한 눈보라 속의 사냥 장면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바다사자들의 막막함과 긴장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명장면입니다.
구도는 변화무쌍하지만 그림의 시점은 사건을 지켜보는 삼인칭 관찰자의 위치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 장면, 바로 대왕 바다사자가 최후를 맞는 순간에 시점은 일인칭으로 이동합니다. 우리 너머로 쓰러진 대왕 바다사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주인은 다름 아닌 새끼 바다사자입니다. 이 인상적인 시점 이동을 통해, 작가는 독도 바다사자의 멸종 위기를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유영초
환경운동단체이자 사회적 기업인 풀빛문화연대 대표입니다. <세계의 환경 도시를 가다>, <사막에 심은 풀빛 희망> 등을 우리 말로 옮겼고, <숲에서 길을 묻다>, <유일한, 한 그루 버드나무처럼>, <더럽게 살자> 등을 썼습니다.
오승민
<꼭꼭 숨어라>로 2004년 국제 노마콩쿠르 가작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아깨비의 노래>로 볼로냐 국제도서전 한국관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서울>, <비닐봉지풀>, <며느리 방귀 복 방귀>, <벽이>, <장수만세>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가의 말_유영초
한때 동해 바다를 누비다 이제는 멸종한 (혹은 어딘가에 멸종위기종으로 간신히 살아 있을) 슬프고 외로운 종족,
독도 바다사자를 생각하면 쓸쓸합니다.
훗날 자연사에는 우리 인간도 독도 바다사자처럼 멸종된 생물종으로 기록될 지도 모르지요.
독도는 누구의 섬도 아니었습니다. 독도 바다사자들의 섬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은 바다사자의 옛 이름을 따서 독도를 가제도, 가지도라 불렀지요.
일제 강점이 시작되면서 독도 바다사자의 수난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멸종 위기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독도 바다사자들의 외침은 이제 사라지고 없습니다.
독도의 주인을 멸종 위기에 몰아넣은 일본은 오히려 호시탐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땅을 지키려는 우리들도 독도 바다사자의 멸종 위기에 담긴 메세지를 온전히 헤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독도 바다사자들을 기억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바다사자의 섬》을 썼습니다.
> 더보기 : 역사 속의 독도 |
바다사자의 섬, 가지도 조선시대의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 정조 40권>에는 독도를 가지도(可支島)로 표기한 기록이 있습니다. 가지도(可支島)는 사람을 닮은 희귀한 물고기, 가지어(可支魚)가 사는 섬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울릉도 어민들이 독도 바다사자를 가지어, 가제, 강치 등으로 부른 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독도의 옛 이름을 한글로 풀면 ‘바다사자의 섬’이 되는 것입니다.
독도 바다사자를 멸종시킨 바다사자 어로독점권 1900년대 초중반, 독도 바다사자의 가죽은 고급 가죽 가방이나 군용 배낭을 만드는 재료로 비싸게 팔렸습니다. 독도 바다사자 한 마리의 값이 황소 열 마리와 맞먹을 정도였다고 하지요. 사냥꾼들이 독도에 몰려들자 일본인 수산업자가 나카이 요사부로는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바다사자 어로독점권 중재를 요청합니다. 독도는 통상 한국 영토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어로독점권을 얻기 위해 한국 정부와 교섭해 달라는 내용이었지요. 러일전쟁 중이었던 일본 정부는 이 기회에 독도를 영토로 편입하는 것이 전쟁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독도는 러시아와 일본 사이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섬이었기 때문입니다. 1905년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를 시네마현 부속 일본 영토로 공포하는 ‘시네마현 고시 40호’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에서 어로독점권을 허가하여 일본이 독도를 영토로 관리하고 있다는 자료를 남깁니다. 한 사업가의 욕심과 영토를 넓히려는 제국주의 국가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나카이 요사부로의 다케시마어렵회사는 이후 8년간 1만 5천여 마리의 바다사자를 남획했습니다. 그 결과 독도 바다사자는 현재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독도 바다사자의 멸종을 불러온 ‘시네마현 고시 40호’를 근거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
첫댓글 잔인하고 슬픈이야기네요.. 어딘가에 살아있길 바랍니다. 그래서 독도를 찾아 꼭 돌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