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 메세나 현주소
수익 사회 환원 온정이 쌓인다
단순 후원 넘어 전방위 참여 확산
기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윤 창출’이다.
기업 활동으로 창출된 이윤은 고용과 신 산업 개발 등 사회적 부가가치를 재창출하는데 다시 쓰여진다.
하지만 기업도 사회와 세계의 한 구성원으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가치 소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하면 기업이 창출해야 하는 ‘이윤’에는 ‘더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소명도 포함된다.
세상이 좋아지는 데는 경제적 의미에서의 돈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수익 1% 환원…이랜드 돋보여
특히나 요즘과 같은 무한 경쟁, 무한 이윤 추구의 경제 논리 속에서는 방치되거나 무시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나 문화와 예술, 환경 등에 대한 안전망을 지켜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돈이 곧 권력인 사회 속에서 기업들이 사회 안전망에 무심하다면 사회는 근본적으로 양극화와 황폐화를 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30년의 짧은 역사와 중소 기업이 대부분인 패션 업계는 실상 그러한 여유를 가지기가 쉽지 않았다.
외환위기의 혼란이 어느정도 정리된 직후인 99년부터 시작된 패션 업체의 메세나(Mecenat, 기업문화활동)는 일정 부분의 수익을 사회에 기부하거나 복지재단과 제휴를 맺거나 직접 재단을 운영하는 식의 단순한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여성, 출산, 아동, 노인, 건강 등 사회적 약자나 이슈들을 인식하고 그 문제에 동참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면 메세나의 본래적 의미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거나 문화를 육성하는 활동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다 하더라도 단발성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에 그친다.
또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는 연장선상에서의 패션 기업 이미지를 고양시키기 위한 메세나 활동도 종종 있지만 역시 한시적인 마케팅 도구로 이용되는 차원이다.
가장 일반적이고 규모가 큰 패션 업체들의 메세나 활동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물적 지원이다.
업체에 따라 자체 복지재단을 통해 시스템화된 지원 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지원 단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규모나 시스템 차원에서 메세나 활동이 가장 큰 기업은 단연 이랜드다.
이랜드는 이랜드복지재단을 통해 매년 수익의 1% 사회 환원을 벌이고 있고, 직원들의 봉사 활동도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노인 복지 회관의 건립이나 해외 아동 보호 활동, 학교 건립 등 그 활동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고 규모도 방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부산을 모태로 한 세정 역시 자체 복지 재단을 두고 교육 지원 활동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 지원과 사회복지관과 연계한 어린이 놀이 공간 개설 등을 펼치고 있으며, 아동 장애인들을 위한 치료 시설도 육성하고 있다.
형지어패럴은 메세나를 위해 제휴한 복지재단이 현재 5개다.
아름다운가게와 홀트아동복지회, 국제아동인권보호협회 등과 제휴를 맺고 현금 및 물자 지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연간 수익의 1%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성주디앤디는 수익의 10%를 회사와 개인에 반드시 환원한다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40~50개국의 NGO와 함께 사회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최근 김성주 회장은 북한에 사재 전부를 기부하고 북한 돕기에 주력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원 단체 제휴 맺고 시스템화
반면 재벌 기업 산하의 대기업들은 비교적 소극적이다.
제일모직은 제진훈 대표의 주관 아래 부서별로 매월 마다 돌아가면서 고아원, 독거노인 복지시설에 방문해 자원 봉사 활동을 펴고 있고 코오롱의 ‘코오롱스포츠’는 매년 가을 시즌 ‘어린이에게 새생명을’ 캠페인에 참여해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위한 ‘새생명 티쳐츠’를 제작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새생명 지원센터’에 기부해오고 있다.
올 초에는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캠페인’이라는 주제로 불우이웃에게 연탄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밖의 대부분 업체들은 시스템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성아이앤씨는 매출의 1%를 불우이웃돕기 자선금으로 모금해 자선단체를 통해 증정하는 등 사회환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위한 ‘사랑의 기부(Love Donation)’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패스트 포워드 캠페인 슬로건이 담긴 티셔츠를 성인용과 아동용 한정판으로 제작, 판매수익금의 일부를 한국 심장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또 모금함을 비치해 소비자도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린조이는 최근 기업 밀양에 있는 덕인오인전문요양원을 방문 치매, 뇌졸중, 와상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노인들을 위문하고 2천4백만원 가량의 골프웨어 의류를 전달했다.
여기에 지난 16일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1억원 상당의 골프웨어 의류를 새누리 좋은사람들 사단법인 장미회를 통해 지원했다.
오성어패럴의 ‘트레비스’는 매년 소년소녀 가장 자매결연 사업, 수재민 돕기 등 사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 추동에도 상품설명회와 함께 소년소녀 가장 자매 결연식을 맺고, 구청과 대리점 및 학교에서 추천을 받은 29명의 학생들에게 중고교 및 대학 학비는 물론 사회 초년생까지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이엑스알코리아는 올해를 사회 환원 기업의 원년으로 정하고, 개인 또는 부서별로 사회봉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올 초에는 전산팀이 양로원을 방문해 봉사 활동을 벌였으며, 지난 달에는 마케팅팀이 탤런트 현영이 선행을 베풀고 있는 경기도 사회복지 법인 신망원에 봉사 활동도 다녀왔다.
단순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물적 지원보다 사회적 이슈와 문제에 집중하고 장기적 캠페인의 방식으로 환원 활동을 벌여가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여성복 업체들의 경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동참하고 있다.
세정의 ‘올리비아로렌’은 지난 해부터 여성의 임신, 출산 및 저출산 문제를 테마로 한 중장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이올리는 자궁암 퇴치 캠페인을 화두로 한 전시회와 기금 마련을 벌여 지속적인 예방 및 치료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유온은 지난 2005년 런칭 이후부터 꾸준히 바자회 등 행사를 통해 수익의 일정 부분을 기금으로 조성 각종 단체에 기부하는 사회봉사 활동을 진행해 왔으며, 올 하반기 이를 늘릴 계획이다.
중장기 캠페인 환원 기업 늘어
특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여자입니다’ 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맞춰 여성 관련 사회 사업 기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여성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우들을 위해 서울아산병원, 울산대학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아산재단에 치료비를 전달했으며 하반기에는 미혼모 지원 단체인 리틀맘 등으로 지원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성복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로서 수요 층인 여성들에게 기업의 수익을 환원하는 등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들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너웨어는 건강과 관련된 공익 사업을 주로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영와코루는 이 달 1일부터 유방암 예방을 위한 핑크리본 캠페인을 선보인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여성 유방암의 위험성 및 조기발견, 대처방법 등을 홍보하는 것으로 행사기간 동안 임직원 및 점주들 모두 핑크리본 뱃지를 착용한다.
트라이브랜즈는 불임의 조기발견 및 치료를 위해 2005년부터 불임예방 조기검사비와 인공수정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불임, 난임 부부 후원을 위한 ‘사회공헌의 밤’을 보건복지부, 대한적십자사, 대한전선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엑스알코리아는 최근 전 세계 소외된 어린이들의 교육 현실을 알리는 ‘프로그레시브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엑스알 프로그레시브 스쿨’을 건립, 내년에 캄보디아에 초등학교를 기증키로 했다.
매년 판매 수익의 일부를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는 등 스포츠 업체 가운데 사회 환원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여성·건강 관련 공익 사업도 활발
이엑스알코리아의 별도 법인인 반고인터내셔널도 ‘컨버스’ 글로벌 캠페인인 ‘아프리카 HIV/AIDS 퇴치 운동 레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Red’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이들 제품의 판매금액 일부를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퇴치 기구인 글로벌펀드에 기부한다.
문화, 예술 지원 방식의 메세나는 조직적 후원과 육성보다는 단기적 지원에 그치고 있지만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동일레나운은 지속적으로 재즈공연을 열어 고객들과의 문화 코드를 매개체로 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음악을 요소로 문화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신명글로빅스는 세계 비보이 댄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룹 ‘라스트포원’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의류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난 해에 이어 제 2회 비보이 댄스 대회인 ‘핫투어’를 직접 주최했다.
이 회사의 남성 캐주얼 ‘지포’는 대학생 대상의 이 대회에 참여한 팀에게 의상을 지원하고 매체 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스포츠, 골프, 아웃도어는 FnC코오롱, 이엑스알코리아, 휠라코리아 등이 사회 환원 및 문화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FnC코오롱은 전사적으로 기업 문화 활동을 펼치기 보다는 사업부별로 진행하고 있는데 ‘코오롱스포츠’와 ‘헤드’가 대표적이다.
‘헤드’는 지난 1일부터 세계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도네이션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 티셔츠는 윈도우 페인팅 아티스트 나난이 디자인한 것으로 판매 수익금을 국제 어린이 양육 기구인 컴패션에 기부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KTF 매직엔스 게임단과 정흥채, 이병욱, 류수영, 정태우, 일락, 경준 등이 활동하고 있는 헤드 연예인 보드팀 등도 함께 동참할 예정이다.
문화 예술 지원 캠페인 확대
인너웨어 업체인 좋은사람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문화’와 ‘나눔’이 있는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창작이나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숨은 단체와 인물을 추천 받아 스폰서를 지원하는 ‘좋은사람들 찾기 캠페인’도 순차적으로 벌일 방침이다.
핸드백 업체들은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문화 캠페인이 많다.
쌈지는 내셔널 브랜드로는 드물게 아트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순수 예술 분야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쌈지가 운영하는 3개의 기관, 즉 쌈지 사운드 페스티발을 주최하는 쌈넷(음악)과 쌈지스페이스(순수예술), 갤러리 쌈지(순수예술)를 통해 예술지원과 아트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토즈코리아는 독창적 사고와 실험 정신에 바탕을 둔 예술가를 선정해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인 사루비아를 2년 전부터 후원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사루비아 후원의 밤’을 안국동 고 윤보선 대통령 고택에서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