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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주엽점 앞. 추운날씨 속에 해고자 한상영씨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2012년의 마지막을 향해가던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주엽지점 앞. 칼날추위 속에 총총걸음으로 이동하던 시민들이 마트 앞에서 발언하고 있던 한 남성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자신을 롯데마트에서 해고된 비정규직으로 소개한 한상영씨. 마이크를 잡은 그는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울분을 토했다. “저는 이곳 롯데마트에서 1년 동안 성실하게 일해왔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것이 말이 됩니까” 부당해고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해고자 한상영씨는 지난 2011년 12월 22일부터 문촌마을 인근에 위치한 롯데마트 주엽점에서 냉동기, 보일러 등 기계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도급계약직으로 근무해왔다. 24시간 당직근무에 연장수당, 야간수당까지 합해도 고작 160여만원의 월급. 휴게실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열악한 노동조건이었지만 한씨는 이곳을 직장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인근에 사는 장모님의 병간호를 함께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맡은 업무에 대해 성실하게 일해왔다고 자부하는 한상영씨. 하지만 그는 새해를 앞두고 날벼락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시설관리를 맡은 도급업체가 토탈시스템에서 민주실업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한씨의 고용승계가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해고통보였다.
“보통 업체가 바뀌면 기존 직원들에게 고용승계여부를 물어보는 게 관례인데 유독 저한테만 아무말이 없었어요.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알아보니 롯데마트측이 바뀐 업체에 저를 고용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상영씨는 롯데마트측의 부당한 인사개입으로 자신이 해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롯데마트측은 “인사개입이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롯데마트 박진두 부지점장은 “롯데마트 직원도 아니고 도급계약을 맺은 업체 소속인데 우리가 어떻게 고용승계문제에 개입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한씨는 롯데마트측이 계약이 만료되기 전부터 자신을 해고하려 했다고 이야기한다. 롯데마트 시설주임인 J씨와의 마찰 때문이었다.
“평소에 우리 시설계약직들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부당한 업무지시를 많이 내렸어요. 그래서 J씨에게 ‘도급법상으로 롯데마트는 우리들에게 지휘감독 못한다’ ‘당신 이러는 거 불법이다’라고 따졌더니 그때부터 저를 매우 불쾌하게 여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작년 6월에 흡연문제로 마찰이 있어 업무각서까지 쓴 적이 있는데 이를 핑계 삼아 롯데마트에서 저를 해고하려고 했습니다.”
“도급계약직이기 때문에 일체의 간섭은 없었다”고 말하는 롯데마트 측의 이야기와는 달리 한상영씨는 “업무상 상하관계였으며 지휘·감독이 엄연히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롯데마트측이 시설계약직들의 사용자 역할을 해왔다는 이야기다.
한씨와 함께 주말마다 롯데마트 앞에서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진보신당 고양시당협 차윤석 노동위원은 “도급계약을 맺긴 했지만 한씨는 사실상 롯데마트에서 일했던 비정규직”이라고 말하며 “지금이라도 롯데마트측은 부당해고된 한씨의 고용승계를 위해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롯데마트 박 부지점장은 “해당 직원의 고용승계문제는 전적으로 도급업체인 민주실업과 토탈시스템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이번 사건에 대해 고양비정규직센터 하윤성 노무사는 “롯데마트의 도급계약은 물건이 아니라 시설관리하는 사람을 도급받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파견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하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판결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사용자로 볼 수 있는 롯데마트 측에도 분명히 고용승계의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