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3 이해영교수 특강]
트럼프 ‘관세폭탄’과 대응전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종전 등 미-러 관계 정상화 협상을 벌이는 동시에 세계 도처에 '관세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미국은 3월 4일부터 한국의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를 발효하고 4월 자동차(25%), 반도체(25% 이상), 의약, 목재 등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경제·산업·일자리를 거덜내고 있다. 대미 수출 둔화, 무역적자 확대, 환율 불안, 글로벌 공급망 내 경쟁력 약화, 구조조정과 대량실업 등이 예상된다. 이에 전문가를 모시고 트럼프 관세정책의 이유, 그 폐해와 전망, 그리고 한국의 대응전략을 알아본다.
일시 : 2025년 3월 13일(목) 저녁7시
장소 :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
참가 : 시민 누구나
강사 :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다극화포럼 이사장)
주최 : 자주연합(준)
주관 : (사)소통과혁신연구소
생방송 링크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live/aBBky54vxH8?si=gULgAp7z2xc5Vdwk
<트럼프의 ‘통상-안보’연계전략> 강연 요지
1. ’관세폭탄‘이라 일컬어지는 트럼프정부의 관세위협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던 통상의 관세정책의 일환이 아닙니다. 그렇게 협소한 시각으론 문제의 전체를 볼 수가 없습니다. 그 자체로 트럼프의 관세공격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아주 새로운 접근방법입니다. 여기에 우리 재계가 대미사절단을 꾸려 방미해서 ’70년동맹인데 이럴 수가 있냐‘식으로 접근했다고 하는데 이는 한마디로 거대한 착각 즉 ’지피‘에 실패한 졸책이었습니다. 상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제대로된 대책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2. 트럼피즘의 새로움은 ’지정치경제적(Geopolitical Economy) 접근‘에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이는 ’다극화 세계질서‘등장으로 인한 패권 위기에 대한 미국의 응답이자 응전이라고 할 만합니다.
3. 이 개념은 한마디로 ’통상-안보‘연계 전략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4. 관세는 이 전략의 다양한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이들 마가(MAGA) 진영에서는 2018-19년 대중협상을 통해 관세의 협상 레버리지로서의 효력이 검증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관세는 ’협상유도용 레버리지‘ 혹은 ‘제일의 수단primary tool’인 것이지 결코 그것 자체가 목표가 아닙니다.
5. 목표는 뭘까요. 마가입니다. Make America Great Again! 이 슬로건 자체가 미국이 그레이트하지 않음을 전제합니다. 그 이론적 전제가 되는 것이 바로 어떤 경제학자의 이름을 딴 ’그리핀 딜레마‘입니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통화공급국 즉 기축통화국의 무역적자는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마가진영논자들은 기축통화 지위에서 파생되는 ’강달러‘가 그 원인이고, 강달러로 인한 경쟁력약화로 인해 미국이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봅니다.
6. 이들은 적정관세율을 20%로 봅니다. 하지만 50%를 넘어서는 안됩니다. 20% 실효관세에서 미국 소비자의 후생이 최대화되다가 20%-50%구간까지 완만히 감소하다, 50%가 넘어가면 후생이 마이너스로 전환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7. 관세는 환율, 금리와 연동되어 있습니다. 즉 관세다음에는 환율이 타겟이 됩니다. 즉 이 새로운 전략의 순서는 ’선관세 후환율(통화)‘로 그 시퀀스가 설계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고관세는 수입품가격을 상승시키고 통화가치를 하락시킵니다. 무역구조를 개선하지만 동시에 인플레 유발의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또 별도의 환율정책도 요구됩니다. 강달러를 약달라로 전환시키기 위해 관세와 환율정책의 혼합mix 구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관세(통상)정책과 환율(통화)정책은 이들 마가논자에게 불가분적인 것입니다. 나아가 ’감세‘와도 불가분입니다. 관세는 외국인에 대한 과세로 보기 때문에 이는 내국인에 대한 감세를 추진할 수단이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내)국세청이 폐지되고 대신 (외)국세청이 만들어 집니다.
8. 한국은 일본, 중국, 독일등과 더불어 현재 미국의 ‘환율관찰국’입니다. 관세가 협상유도용 레버리지라고 했을 때, 이는 미국이 다자 혹은 양자협상을 통해 미국에 유리하게 즉 약달러를 위해 한국의 환율 절상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과된 관세 감축과 통화(환율)합의 currency accord를 맞교환한다는 말이죠.
9. 관세는 이 전략의 1단계를 의미합니다. 2단계는 국부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자금조달의 단계입니다. 미국의 자산 현금화를 위해 연방정부가 소유한 부동산, 지재권, 심지어 공원들도 매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금값과 비트코인도 포함됩니다. 미국은 세계1위의 금보유국입니다. 최근의 금값 폭등은 가만히 앉아서 미국 국부가 막대한 규모로 증가함을 의미합니다.
10. 이제 안보와 통상정책 융합의 중요성이 등장합니다. 트리핀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포기하기 않겠다고 합니다. 왜냐 하면 미국채를 팔아서 막대한 자금을 저금리로 조달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 금융규제의 ‘역외적용’ 즉 미국법을 해외에도 적용할 수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은 그에 따른 의무 내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무역적자와 안보우산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막대한 국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역적자뿐만 아니라 안보비용도 줄여야 합니다.
11. 안보/통상 융합을 통해 미 국채를 줄이겠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3단계입니다. 그래서 양방향으로의 부담공유burden-sharing을 요구합니다. 한마디로 보호세를 납부하라는 것이죠. 21세기형 ‘조공’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무이자 100년물 미재무성 채권‘ 즉 ‘센추리 본드’를 사야 합니다. 이 센추리본드를 통해 ‘안전지대security zone’에 가입하게 됩니다. 이 안전지대는 1)공공재 2)자본재 3)철조망입니다. 이는 가입국이 내야할 세금bills을 미채권과 ’스왑‘하는 일입니다.
12. 이 뿐이 아닙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약달러‘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이제 과거 1980년대 플라자합의, 루브르합의를 소환해 약달러를 위한 다자합의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를 ’마라라고합의Mar-a-Lago Accord‘라고 잠정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마라라고는 트럼프 소유의 리조트이름입니다. 아마 한국도 이번에는 포함될 지 모를 이 다자간 환율협상을 위해 미국은 당근과 채찍 그리고 다양한 금융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 권장됩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안전지대‘ 가입을 위한 준조세로서 센추리 본드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하는 경우엔 온갖 제재가 가해질 수 있습니다.
13. 미국의 안보비용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 한편으로 안보우산의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고, 또 자체 동맹국이 방위비를 대규모로 증액하는 것입니다. 후자를 위한 트럼프진영의 전략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나토 휴면화‘전략이죠. 트럼프2.0 의 동맹개념은 이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 지점에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외치는 이유가 설명됩니다. 첫째는 이미 진 전쟁을 끝내고 젤렌스키하고 손절해 그나마 더이상의 비용지출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나아가 광물협정은 그나마 투자분에 대한 일부회수 시도이기도 합니다. 둘째는 우크라에 대한 안전보장을 거부함으로써 유럽의 나토회원국으로 하여금 이 대규모 방위비인상을 강제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라는 식의 ’역할분담‘을 통해 미국이 가진 희소자원을 중국억제에 집중시킨다는 구상인거죠. 이른바 ’중국주적론‘입니다.
14. 마가라는 목표는 미국의 재산업화, 무역적자 해소, 국채감소, 약달러를 통해 가능하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믹스를 구상합니다. 통상정책과 안보정책의 연계 혹은 융합이 그것입니다. 과거에도 이런 접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정학과 지경학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가장 목적의식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트럼피즘이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이상은 미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자 스테판 미란Miran의 구상을 주로 분석한 것입니다. 결국 한마디로 지금의 국제경제질서, 통화질서라는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지위를 개선”하고자는 하는 시도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잘 될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계속)
15. 그렇다면 트럼프의 신전략의 문제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1)트럼프는 보편관세를 통해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강황해 미국의 ‘재산업화’를 끌어 낼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채무국인 예컨대 글로벌사우스가 달러빚을 값기 위해선 무역을 통한 달러유입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보편관세로 달러수입이 감소하며 빚을 값기 위한 달러가 부족하게 되고 이는 다시 달러강세(강달러)를 유발하게 됩니다. 즉 정책목표와 수단간에 모순이 생기는 것이죠.
2) 트럼프는 달러기축성에 도전하는 브릭스등 국가의 탈달러에 100%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합니다. 즉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방어하면서 동시에 기축통화지위에서 파생되는 강달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입니다. 이 또한 모순입니다.
3)미국은 이미 산업자본주의라기 보다 탈산업화된 금융자본주의 국가입니다. 미국의 재산업화에는 못해도 10-15년이 소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기 4년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금융자본주의 국가에서 재산업화의 전제로 설정된 약달러는 빅테크의 자산가치 감소를 의미합니다. 이는 곧 금융자본과 트럼프가 살리려는 산업자본간의 모순을 초래합니다.
4) 중국의 대미수출의 60%는 중국내 미국공장과 미본국 모기업간의 ‘기업내무역(intra-firm trade)’입니다. 그리고 무역다변화로 인해 중국의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서 15%로 감소했습니다. 이 수출의 60%가 기업내 무역이란 말입니다. 따라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실상은 미국기업에 대한 관세부과와 다름없다는 것이죠. ’내국인 감세, 외국인 관세‘라는 정책수단은 그렇게 본다면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에 대한 관세가 절반이상이라는 말인거죠.
5)중국은 미국산 천연가스, 원유, 농산품등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입니다. 그런데 특히 에너지는 대러 무역을 통해 전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무역전환(trade diversion)이 가능한 부문입니다. 특히 중러간에는 ’시베리아의 힘 1,2’등 에너지산업의 전략적 협력이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중간 관세전쟁은 오히려 중러간 전략적 협력강화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6) 지난 10년간 세계GDP증가율이 세계무역증가율을 앞서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세계화전성기에 비해 무역의 비중이 감소하고, 내수의 비중이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트럼프의 신전략은 세계무역의 증가 및 지속을 전제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트렌드는 이 전제를 위협한다는 말입니다.
7) 다극질서는 뮌헨안보회의 주최측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이제 ‘하나의 팩트 ’입니다. 트럼피즘은 이 변화된 환경에서 미국의 ‘패권’이 아니라 ‘이익’을 지키자는 것이죠. 즉 패권 유지 ‘비용’을 축소 내지 삭제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신개념은 과거 네오콘류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트럼프기반 변형일극체제’로 교체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닙니다. 바이든이 전세계를 향해 ‘3개의 핵전쟁’으로 위협했다면, 이제 전세계를 향해 경제전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국제경제체제는 기본적으로 상호주의와 이익의 균형에 기반해야 합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예외주의는 ‘윈-윈’이 아니라 ‘윈-루즈’ 모델에 입각해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국으로부터의 역풍blowback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약탈적’ 신자유주의가 다극질서 탄생을 초래했듯이, 트럼프의 경제적 권위주의는 미국의 쇠퇴를 더욱 가속화시킬 지도 모릅니다.
16. 그렇다면 이제 시선을 우리 안으로 돌려 봅시다. 한국 대외경제의 구조와 경향에 관한 것입니다.
1) 한국의 2024년 경상수지흑자는 990억달러입니다. 특히 2021년이후 수출이 이 견조한 흑자기조를 끌어 가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꽤 흥미로운 뚜렸한 경향성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2) 지난 20년 이상의 추이를 살피건대 한국 성장동력의 원천이었던 대중국 흑자기조가 2021년이후 적자로 전환되고, 동기간 대미 흑자가 수출증가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 대동남아 흑자도 2021년이후 감소추세이고, 대EU, 일본역시 큰 변화가 없는 데도 말입니다. 이는 주로 동기간 대미 상품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으로 설명이 됩니다.
3) 즉 동기간 저 유명한 ‘안미경중’은 해체되고, ‘안미경미‘현상이 안착되었음을 의미합니다.
4) 동기간 한국의 서비스수지는 세계 대부분지역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5) 동기간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역시 대중국, 대동남아는 감소하고 있음에도 오로지 대미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6) 또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같은 기간 한국의 경상수지에서 이른바 ’본원소득수지‘ 즉 해외투자로 인한 투자소득이 미국과 동남아를 상대로 증가하는 데 특히 대미 투자수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거의 대부분이 미국에 집중되어 있고, 같은 기간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가 외국인의 대한투자보다 3배가량 더 많습니다. 쉽게 말해 그만큼 국내자금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의미입니다.
7) 그래서 10년전인 2015년과 2024년의 경상수지 내역을 분석해 보자면, 현재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주도하는 상품수지는 10년전과 비교해 -17% 감소했습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62% 확대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10년전과 비교해 경상수지흑자는 오히려 -5.8% 감소했습니다.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경향은 위에서 말한 본원소득 즉 투자소득이 같은 기간 44.5억달러에서 266억달러로 498% 증가한 점입니다. 국가별 경상수지를 볼 때, 대중국은 464억달러에서 -293억달러로 -163%를 기록한 반면, 대미는 334억달러에서 878억달러로 162% 증가했습니다.
8)요약하자면, 2020년대 이후 한국의 경상수지흑자기조는 압도적으로 대미 수출 그것도 상품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그 상품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등 2개 품목에 거의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투자(직접, 증권) 모두 미국에 역시 집중되어 있습니다. 트럼프의 통상안보 연계 전략은 바로 이 시기에 출현했습니다. 즉 현시점 한국경제의 대미의존이 가장 심화되었다는 말은 그 만큼 한국경제가 트럼피즘에 고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17. 그렇다면 위의 분석과 해석에 근거해서 ’통상-안보‘ 연계 혹은 융합 전략에 대한 우리의 대응전략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1) 관세는 트럼프 전략의 1단계일 뿐이라는 점을 앞에서 충분히 강조했다고 생각합니다. 1단계에서 한국은 벌써 러시아산보다 최대 7배비싼 미국의 천연가스등 에너지 수입을 늘리겠다, 그리고 관세해당 기업들은 미국내 현지생산을 늘리겠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것만으로도 트럼피즘은 적어도 한국에 관한한 ‘성공적인’? 출발을 한셈입니다. 트럼프로선 ‘싸우지도 않고 이긴’ 셈입니다.
트럼프가 우크라에서 발을 빼겠다고 하니, EU로선 말로는 ‘30일휴전’을 외치지만 실상은 ‘속전’ 즉 전쟁의 계속입니다. EU의 나토회원국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유럽 ‘재무장’입니다. 트럼프캠프에선 미대선 훨씬 이전부터 구상해온 개념이 ‘나토휴면화dormant NATO’ 혹은 달리 말해 유럽안보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트럼프는 우크라전쟁을 레버리지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해 가는 중입니다. EU의 방위비증액은 트럼피즘의 핵심 목표중 하나이니 말이죠. 또 이를 위해 EU로서도 우크라전쟁의 조기종전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이제 트럼프정부는 기존 봉신국vassal states에 대한 ’동맹궁핍화‘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더욱 극대화하고자 할 것입니다. 수평적이지 않은 동맹은 언제나 약자에게 불리합니다.
2) 한국은 트럼프의 ’통상-안보‘ 믹스전략에 매우 취약합니다. 그것은 주로 남북관계때문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대될 수록 한국이 지불해야할 안보비용은 높아 집니다. 매우 당연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최우선 전략과제는 안보비용 즉 미국이 요구할 ‘보호세’를 낮추는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통상-안보 믹스를 상쇄하기 위해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반면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의 안보리스크를 적정수준 이상으로 관리해야 그 리스크의 시장가격이 올라갑니다. 우리로선 남북관계를 ‘2국가간’ 평화공존으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선택옵션입니다. 이를 통해 2’국가‘간 ’적대성의 구조‘를 적어도 해소하거나 궁극적으로 해체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여기저기 들려오는 북미간 라프로슈망rapprochement(화해접근)에 우리도 편승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남북관계가 ’통상-안보‘ 믹스전략에 첫번째 구조적 취약성이라고 한다면, 최근 무역과 투자의 대미의존도 급상승은 두번째 구조적 취약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대미흑자기조는 미국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트럼프정부의 관세카드만으로 우리는 이미 심리적 공황상태입니다. 협상공학으로 보더라도 이미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차기정부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어쩌면 노딜no deal이 배드딜bad deal보다 나을지 모릅니다.
미국이 전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부과시 대미 수출이 최대 약 450억달러 감소한다는 전망치가 나와 있습니다. 한국의 경상수지흑자가 자동차, 반도체등 소수 주력상품의 대미 상품수지에 의해 견인되고 있기 때문에 그 피해는 아주 직접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거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역시 관세만을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마찬가지 ’지정치경제적‘인 복합적 대응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1) 위에서 말했듯이 남북관계의 선제적 ’정상화‘ 이니셔티브를 통한 지정적학 리스크 하향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2) 무역다변화가 시급합니다. 20년 가까이 한국경제 성장의 수원지역할을 해온 중국에 대해 한국은 이제 적자국입니다. 그리고 반이성적인 혐중Sinophobia에 여론이 휘돌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백해무익한 흐름입니다. 신속히 대중관계를 정상화해야 합니다.
(3) 향후에 있을 미러관계 정상화의 열린 공간을 타고 대러관계를 신속히 복원함으로써 석유 및 천연가스등 에너지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한러관계 복원에 관해 러시아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트럼프집권을 염두에 두고 중러를 향한 일본의 ‘더블바인드double bind’ 즉 양다리외교에 주목해야 합니다.
(4) 트럼프등장이후 ’동맹‘의 개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동맹이 이익의 관점에서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혈맹등 지금 한국의 동맹개념은 조선조의 봉건적 ’재조지은‘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습니다. ‘감상주의적’ 동맹론은 우리 국익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미국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한미동맹 개념도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도 다극질서에 걸맞게 동맹개념을 긴급히 재해석해야 합니다. 이는 트럼프의 ’중국주적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산 무기 수입 역시 협상자원화해야 합니다.
(5)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장기적 국가전략을 담대하게 밀고 나갈 그런 한국의 지도부와 훈련된 인적 자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 자원들은 지정학적, 지경학적 전략옵션을 새롭게 융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새로운 세계질서의 눈높이에 맞는 현실감각과 ’뱃심’을 갖추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