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애굽, 함께하는 이의 출애굽을 위해 ‘홀로’ 고민하며 분투해왔다. 성과없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허탈했고, 막연히 ‘벌’로 느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강의를 들으며 나의 인생길을 하나님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었다. 활활 타올랐을 때도, 불씨만 남은 적도 있지만 긴 세월동안 공동체를 향한 간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마음이 집착일까? 여기에 너무 메여있나? 했지만, 사라지지 않는 이 마음은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인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꺼지지 않는 불로 시들은 떨기나무와 같은 나의 마음을 활활 타오르게 하시며 나를 움직이게 하셨다. 강의를 들으면서 애굽적 가치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이 싸움을 혼자할 수 없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내 발과 내 몸을 움직여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홀로 기도하며 책을 읽으며 공부했던 시간들은 하나님 나라와 공동체를 향한 당위 정도는 세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게 하진 않았다. 오히려 잔뜩 움추려들어 아무것도 하지못하게 했다. 또한 머리로만 하는 혼자만의 공부는 나의 관념만 변하게 했지 삶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나의 삶이 변하지도 못했는데 다른 이를 변화시키려 했다. 반면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공부하며 서로의 앎을 나누는 기청아에서의 공부는 나의 몸을 조금씩 움직이게 했다.
누군가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이 두렵고, 갈등을 겪는 것이 지쳐서 자포자기하며 주저앉아있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새 삶을 살기위해서는 고통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익숙한 엄마의 뱃속이 좋다하여 그곳에 계속 머무르면 아이는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다. 엄마 뱃속과 작별하는 고통, 공포를 감내하고 뚫고 나와야 참 생명으로 살 수 있다. 이것이 거듭남이다. 모세도 자신의 터전을 떠나 광야에 가서 새로운 문화의 미디안 민족을 만났다. 모세처럼 나에게도 필요한 것은 새로운 관계인 것을 알았다. 용기를 내어 몸을 움직여 마음을 열고 마을 공동체로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과 만나야겠다고 결단했다.
바꿔야 할 대상에게만 몰입되어 있었던 나에게 나의 걸음을 갈 수 있도록 하는 배움이었다. 실패감과 무력감, 두려움에 몰입되어 옴짝달싹 못했던 나를 집 밖으로, 교회 밖으로, 나가게 하는 시간이었다.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고한 생각에서 먼저 출애굽을 이루어야겠다. 그동안은 ‘갈등’이라는 파도에 이끌려 다녔다. 그 파도가 너무 무서워 피해가려했다. 맞아야 할 파도가 남아있다면 기쁘게, 담담히 맞으리라는 용기가 생겼다.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걸음을 가겠다. 나와 우리 가정의 출애굽을 위해 벗어야 할 허물, 애굽적 가치는 10가지 재앙과 같은 파도가 되어 몰아칠 것이다. 그 파도가 나를 망하게 하지 않는다. 꺼지지 않는 불로 활활 타오르고 계시는 하나님이 함께하신다. 두려워말자.
번외) 없이있는 마을 탐방 이야기:
“ 사랑이 이모 이상해! “
이광호 목사님과 지난 학기부터 함께 강의 들었던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 전하기 위해 없이있는 마을에 갔다. 마을에 방문하기 전날 음성으로 만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막연한 걱정을 했다. 가정에서, 또는 교회에서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때마다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 사람들이 이상한데,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았다. 자꾸 눈치를 보게 되고, 누군가 나를 꾸짖을까봐 두려웠다.
그런데 없이있는 마을에 방문한 첫날, 공동체의 어떤 아이가 “사랑이 이모 이상해!” 라고 했다. 지금까지 간접적으로 나를 꾸짖거나 눈치주는 사람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나에게 “이상해!” 라고 말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내가 너무 두려워했던 말을 실제로 들으니 오히려 자유했다. 맞아. 나 이상해. 내가 왜 이렇게 이 말을 들을까 두려워하고 전전긍긍했을까? 내가 하고싶은 말, 삶을 당당하게 하면 되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웠을까? 또 하나의 상이 깨트려지는 시간이었다.
마을분들과 교제하며 서로가 걸어온 삶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사람 다운 사람, 생명답게 살아가는 이들과 있으니 나는 죽어있었구나..를 깨달았다. 나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있는 모두 힘든 출애굽의 사건을 경험한 끝에 이곳에 있었고, 여전히 출애굽 중이었다. 동화책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동물을 실제로 보고 만지는 기분이었다. 성경에서 평면적으로 보였던 이야기들이 생생히 살아있는 것 같았다. 한사람 한사람의 삶의 모습이 모세이고 예수였다. 환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좋은 기운 받아갑니다.
첫댓글 힘빼고 우리 출애굽의 파도를 타요~! 사랑님의 걸음을 응원해요^^
간절한 마음이 와닿네요. 마음다해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