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늙은 예언자의 기도
시메온은 예루살렘에 살면서 의롭고 독실하게 살았던 사람으로,
이스라엘이 구원받게 될 때를 평생 기다리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성령께서는 항상 시메온과 함께하였는데,
성령께서는 시메온이 구세주를 뵙기 전에는 그가 죽지 않을 것임을 미리 알려주셨습니다.
예수께서 태어나신 후 정결례 를 바치기 위해 예수의 부모는
아기 예수를 정해진 율법대로 하느님께 바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정결례를 바치기 위한 제물을 바치려 성전에 들어왔을 때
시메온은 아기 예수와 그의 부모를 만나게 됩니다.
꿈에도 그리던 구세주를 만난 시메온은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던
구세주를 직접 만나게 되는 감동의 순간을 맛보게 됩니다.
노인이었던 시메온은 아기 예수를 두 팔에 안아 들고 하느님께 감동의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루카 2,29-32)
평생 구세주를 만날 생각으로 매일 같이 성전에서 기도를 바치던 늙은 예언자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순간,
시메온은 아이의 어머니였던 마리아에게 예수가 지닌 구원자로서의 삶과 고통에 관해 예언합니다.
예수께선 이스라엘의 많은 사람이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반대를 받게 될 것이고, 결국 어머니의 가슴이 칼에 꿰 찔리는 고통을 얻게 될 것이고,
모든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밖으로 드러날 것임을 예언합니다.
가장 축복받을 은총의 순간에 가장 고통스러운 메시지를 받은 성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해 보면 우리의 봉헌 역시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축하와 축복의 순간에도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예수.
그분의 삶에 비추어 우리 자신도 겪게 될 고통과 죽음에 대해 묵상해 봅니다.
거룩한 교회는 성무일도의 끝기도에서 매일 밤 자기 전에 바치는 기도로
이 늙은 예언자의 기도인 ‘시메온의 노래’를 바칩니다.
교회는 우리 신앙인들이 매일 밤, 잠들기 전 어떤 기도를 바쳐야 하는지 후렴구를 통해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낮 동안 우리를 활기 있게 해 주신 주여, 그리스도와 함께 있으리니,
자는 동안도 지켜주시어 편히 쉬게 하소서.”
주님 봉헌 축일은, 우리 신앙인에게 예수의 부모가 당신의 어린 아들을 하느님께 정결하게 바쳤던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 자신을 봉헌된 삶으로 이끌어 가야 함을 강조합니다.
주님 봉헌 축일이 단순히 축성된 생활을 수행하는 성직자나 수도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신앙인의 축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봉헌된 삶이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하느님의 초대이기 때문입니다.
거룩한 주님 봉헌 축일을 보내면서 우리는 과연 지금까지 하느님께 무엇을 봉헌하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봉헌하며 살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자기 삶을 돌아봅시다.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 될 때,
우리는 구세주를 평생 기다려온 늙은 예언자였던 시메온이 고백했던 것처럼
우리 자신도 이렇게 고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주님!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루카 2,30) 아멘.
황창희 알베르토 신부 계산동 본당 주임
주님 봉헌 축일 (축성 생활의 날) 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