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에 대하여
-로빈슨 크루소에 대한 나의 소감
이윤서
로빈슨 크루소라는 책은 어릴 때부터 동화책으로 여러 번 읽었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책답게 잔인한 부분들은 다 빼놓고 정말 필요한 내용만 축약해 놓은 책이라 몇 번이고 다시 읽곤 했다. 그냥 정말 동화책 읽듯이 읽었으니 뭔가 크게 느끼거나 마음에 와닿는 점은 없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원작인 로빈슨 크루소를 읽기 시작할 때는 기대에 찬 기분으로 읽었다. 내 어릴 때의 기억에 로빈슨 크루소라는 책은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기대와는 다르게 책의 앞부분을 읽을 때는 재미도 없고 유치하긴 하지만 그래도 차라리 동화책을 더 읽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로빈슨 크루소가 런던에 가다가 배가 침몰하는 등의 내용을 읽을 때는 동화책만 계속 생각이 났다. 걸었던 기대와는 다르게 이야기가 너무 지루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실망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로 이야기가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내용이 점점 흥미로워졌고 나도 덩달아 두근?거리는 기분으로 읽었다. 다 읽고 나서도 내가 왜 이 책을 지루하다고 생각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이야기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부모의 반대에도 결국 항해를 떠나는 어리석은 한 청년, 로빈슨 크루소와 함께 시작된다. 타고 있던 배가 난파되고 한 무인도에 홀로 남겨지게 되는 비극이 찾아와서야 그는 삶에서의 중요한 점을 깨닫는다. 30년 가까이 무인도에서 버티던 그에게는 결국 탈출할 기회가 찾아와 섬을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숙명이었던 것인지, 그는 또다시 항해를 떠나며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제삼자의 입장으로 읽을 때는 그냥 재미있게만 읽었지 딱히 무언가를 생각하려 하거나 느끼려 하지는 않았다. 줄거리를 정리하기 위해 읽은 것을 다시 훑으면서도 그냥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 작가의 삶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약간 우울해졌지만 그래도 딱히 무슨 생각이 들고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려 다시 줄거리 요약한 것을 읽었다. 근데 갑자기 여러 생각이 떠올라 정리하기가 약간 어려웠다. 처음에 로빈슨 크루소와 부모의 관계에 대해서 그가 이해가 안 된다는 생각과 또 한 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리고 그의 항해 여정에 대해서는 그가 왜 굳이 그런 무모한 일들을 했는지 이해도 되고 부럽기도 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제일 처음에 떠오른 것은 부모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부모의 눈물 어린 호소와 부탁에도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이루러 떠나는 로빈슨 크루소를 보면서 굳이 저렇게까지 뱃사람이 되어 힘든 여정을 떠나고 싶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부유한 중산층의 가문에서 태어나 하고 싶은 것을 편하고 쉽게 누릴 수 있는 삶이 태어날 때부터 주어졌는데 어째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조금은 이해가 안 갔다. 넓은 세상이 그렇게도 보고 싶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부모만 보아도 이미 자식을 한번 잃은 경험이 있고 그 이유가 자식이 하고 싶어 하던 것을 결국 하게 해주었기 때문인데 굳이 자기도 그렇게 부모 몰래 떠날 이유가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로빈슨 크루소는 참 이기적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의지와 용기가 안 좋은 방향으로 많은 것 같다. 이렇게 부정적인 쪽에서 그를 보면 그냥 그가 어리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리석고 이기적이며 자신의 삶에 불행을 만들어가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가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지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
로빈슨 크루소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부모가 말렸어도 자기 뜻을 굽히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다른 사람들도 자기가 무엇을 진정으로 하고 싶은지 깨닫고 그것을 못 해서 로빈슨 크루소처럼 참기가 힘든 상황이 온다면 포기하지 않고 할 것 아닌가.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는 그럴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말리는 위험한 일이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꿈꾸고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면 한 번쯤은 도전해봐도 상관없지 않을까?. 로빈슨 크루소도 결국 자신이 하고 싶었던 항해를 떠났다. 만약 그의 목적이 범죄나 남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이었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그는 그저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을 뿐이니 그 점에 대해서 무작정 비난하거나 욕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부모보다 자기 자신이 먼저인 것을 지금의 나로선 아직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꿈을 이루려고 뭐든지 포기하는 그가 매정하다기보단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 그처럼 뭐든지 다 포기할 용기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 떨어져 그렇게 오랫동안 버텨야 할 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위험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말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는다면 어떻게든 할 것 같다.
앞에서 잠깐 말한 무인도에서의 로빈슨 크루소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 부분은 읽으면서 그나마 생각을 많이 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페이지가 가장 쉽게 넘어가던 부분이기도 했다. 내용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30년 가까이 버티며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가는 로빈슨 크루소가 결국 무인도를 탈출하는 내용인데 로빈슨 크루소의 삶에서 어쩌면 제일 중요한 터닝 포인트 지점이었던 것 같다. 딱히 세상이나 하느님께 감사해하는 마음이 없었던 그는 끝까지 부모 속만 썩이다 무인도에 떨어지고 나서야 깨닫는다. 부모님의 사람과 하나님이 베푼 은혜를. 역시 사람은 죽을 위기에 처해야만 자기 잘못을 깨닫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부분에서 로빈슨 크루소가 참 불쌍해 보였다. 잘못을 깨달았어도 사과할 방법도 없고 다시 돌아갈 방도도 없으니까.
무인도 부분에서 느낀 또 한 가지 점은 바로 로빈슨 크루소의 의지와 정신력이었다. 식인종과도 싸우고 직접 농사도 하고 빵도 만들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로빈슨 크루소를 보며 정말 엄청난 정신력과 의지를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였다면 절대 그렇게 살 수 없었을 텐데 픽션이더라도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 20년 이상은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야 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나였다면 절대로 그렇게 오래 버티지는 못했을 것이다. 내가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든 아니면 내가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던 둘 중 하나는 선택했을 것 같은데 로빈슨 크루소는 반대로 어떻게든 살아서 섬을 빠져나가려 노력했다. 로빈슨 크루소가 가진 정신력이라면 사실 어느 항해를 다니던 버틸 것 같다. 이제서야 왜 전에 있었던 항해에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항해를 떠난 건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책에서의 로빈슨 크루소는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무인도에서 탈출도 하고 재산도 많이 얻으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다시 항해를 떠나서 위험한 일에 휘말렸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일단 무인도를 탈출한 것만 해도 엄청난 행운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가 끝나고 책의 뒷장에서는 책의 저자인 대니얼 디포에 관해 나왔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읽으며 그도 로빈슨 크루소 못지않은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니얼 디포는 다양한 상업활동을 하며 때로는 많은 부를 축적했고, 때로는 파산하기도 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는 왕성한 작품 활동에 매달렸지만, 경제적으로 유복하지 못했고 가정생활도 행복하지 않았다. 빚쟁이에 쫓기던 그는 가족들에게서 떨어져 숨어 살다 홀로 쓸쓸히 죽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 그가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의 주인공은 해피엔딩 같은 결말로 끝났지만 정작 그 책을 쓴 자기 자신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다니. 남의 삶은 해피엔딩으로 써주고 자신의 삶은 슬픈 엔딩으로 썼다는 것에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자신의 삶도 해피엔딩 같은 삶으로 직접 써 내려갔다면 좋았을 텐데. 내게는 이 부분이 로빈슨 크루소라는 책을 통틀어 가장 우울한 이야기로 느껴졌던 것 같다. 무인도에서의 28년보다 빚쟁이에 쫓기며 쓸쓸히 죽은 실화가 훨씬 비극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와 내 글에 대해 돌아보자면 나는 돈키호테나 톰 소여의 모험을 읽으면서도 주인공들이 하는 무모한 일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책에서 나오는 무모한 모험을 읽으면 보통 왜 저렇게 이기적이고 무모하게 행동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인 것 같고 나도 그런 생각들이 처음에 들긴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그런 불편한 감정들을 좋은 감정들로 바꿔버리고 문제점은 좋은 점으로 정당화시켜 버리는 것 같다. 모든 것을 좋게 보게 되니 당연히 책에서 생기는 일들이나 주인공들의 선택을 따라 하고 싶고 부러워하게 된다. 사실 이렇게 좋은 면만 찾고 보려 하면 내 마음이 편해진다는 장점도 있고 책의 인물들을 이해하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그래도 다른 점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게 나에겐 큰 단점이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로빈슨 크루소를 다 읽고 나서도 그가 너무 이기적이고 무모하다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그의 부정적인 면이 보였고 굳이 안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왠지 글을 적으려 하니 그의 단점을 적기에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가 실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쁘게 적으면 미안할 것 같아서 단점을 앞에 적더라도 뒤에 꼭 장점을 찾아서 넣어준 것 같다. 소감문을 쓸 때의 내가 가진 습관 같은데 장점을 찾는 것에 훨씬 익숙하고 내가 그것을 좋아하기도 해서 고치는 것이 아직은 어렵다. 소감문을 쓸 때만큼은 어린이 수준으로 글을 쓰는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도 로빈슨 크루소라는 책으로 소감문을 적는 것이라 다른 책보다는 쉽게 한 것 같아 좋다.
이 로빈슨 크루소라는 책을 읽고 나서 줄거리와 글 구조도, 소감문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이 소감문을 다시 읽자 머리속에 갑자기 한 단어가 떠올랐다. 바로 ‘행복’이라는 단어였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로빈슨 크루소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열심히 해내 가는 과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였을까? 아니면 작가의 이야기를 보며 하고 싶은 것을 하더라도 결국 행복해지지 못한다는 것을 계속 생각해서였을까? 행복의 뜻은 사람의 운수가 좋은 일이 많이 생기거나 풍족한 삶을 누리는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풍족하지 않은 삶을 누리면서도 행복해질 수 있고 운수가 좋은 일이 많이 생기지 않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이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기에 나는 아직 너무 모자란 것 같다. 왜 행복이 갑자기 생각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며 그가 아마도 느꼈을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굳이 멀리서 행복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 아주 먼 곳에 있는 행복도 찾기를 바라며 이만 이 여러 생각이 담긴 소감문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