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소
전옥경 (글무늬문학사랑회)
문학회에서 워이 워이 (Woy Woy)로 가을 여행을 떠났다. 폭풍을 동반한, 백 년 만에 처음이라는 3월의 비가 일부 지역을 휩쓸어 많은 피해를 냈으나 오늘 내가 4월의 햇볕을 받으며 여기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된다.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과 정겨운 대화 속에 나누는 점심에 특별한 의미를 갖고
기억하고 싶다. 하얀색 요트가 푸른 물 위에 떠 있고 오리가 다리를 쭉 뻗고 헤엄치는 해변 가를 따라 걸어갈 때 파도가 밀려오며 툭툭 바위를 치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자 소렌토 만을 앞에 둔 테라스에서 슬픔에 젖어 울고 난 남자가 소녀를 껴안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부르는, 카루소의 일생을 암시하는 노래가 들려오는 듯했다.
김호중 가수가 고등학교 시절에 불렀던 ‘카루소’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기운이 없어 늘어지는 날에는 김호중의 감성이 넘치는 아름답고 웅장한 목소리를 듣는다. 노래 가사가 주는 의미를 번역에 의지하면서도 시적 분위기에 벅찬 순간을 맞는다.
고음을 계속 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테너들도 자신 없어 한다는 카루소를, 김호중 테너의 청아하고 독창적인 음색과 고음을 들으면 나는 우울증에서 벗어나 힘을 얻는다. 나는 나비가 되어 전설의 카루소를 찾아 날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엔리코 카루소(1873~1921)
카루소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당대 최고의 성악가였던 테너 엔리코 카루소 (Enrico Caruso, 1873-1921)의 생을 노래한 곡이다. 루치오 달라 (Lucio Dalla, 1943-2012)가 카루소가 투병하다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던 바로 그 호텔 방에 들러 발코니에 서서 소렌토 만의 바다를 보며 사람의 한 평생에 대해 느낀 감회를 그 방에 있는 피아노에 앉아 한 번에 완성한 곡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의 테너 가수이다. 19세기 전반 이탈리아 오페라에 쓰였던 기교적인 창법인 ‘벨칸토’ 창법의 모범을 보였다. 그는 20세기 초 오페라의 황금시대를 이룩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고, 자신의 음성을 음반으로 남긴 최초의 음악가로 당대 최고의 출연료를 받는 세계적인 가수였다.
카루소는 미국에서의 화려한 성공 뒤에 건강 악화로 고향 나폴리로 돌아와서 소렌토에 있는 비토리아 호텔에 묵으며 재기를 꿈꿨지만 몇 달 뒤 세상을 떠난다. 호텔 테라스에서 나폴리 항을 내다볼 때 바다는 빛나고 있지만, 세차게 부는
바람을 마주하며 선 카루소는 죽음을 앞두고 모든 영광과 명성도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일 뿐이라는 인생의 허무함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불빛 반짝이는 밤바다, 바람 휘몰아치는 이 곳 소렌토 만을 마주 보는 낡은 테
라스 위에서 한 사내, 소녀를 껴안고 흐느끼고 있네. 이윽고 그 사내 목소리 가
다듬어 소녀에게 노래를 부르네. 그는 바다 가운데 불빛들을 보았네. 그러자
아메리카에 있을 때의 밤들이 떠올랐네. 그러나 그건 모두가 어선에서 비추는
등불과 뱃전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일 뿐. 그는 음악에서 고통을 느끼고 피아노
로부터 일어났네. 그리고, 구름에서 벗어나 나오는 달을 보았을 때는 그에게는
죽음마저도 달콤해 보였지. 그는 소녀의 두 눈을 들여다 보았다네.
``
카루소의 가사를 부분적으로 생략했지만 여러 번 반복되는 후렴이 있어 노래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는 손색이 없다. 너를 많이 사랑하고 지금 이 사랑의 굴레가 내 몸의 모든 피를 뜨겁게 끓게 한다는 반복은, 오페라 무대에서 수없이 많은 주인공을 맡아 사랑을 테마로 노래를 불렀던 카루소를 상상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
카루소도, 카루소를 부른 파바로티도 갔다. 나는 김호중 테너가 불러주는 카루소
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나의 마음을 치료하는 천상의 목소리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