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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장봉도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인천시민은 할인을 받아 편도 2,100원을 내고 배를 타면 40여 분 걸려 옹진군 북도면 장봉도 섬에 도착한다. 장봉선착장에 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올라 20분 정도를 타면 장봉 4리에 내린다.
마을 입구에는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진 윤미애(60) 씨가 회를 떠서 파는 곳이 나온다. 비닐하우스 안 수조에는 광어, 숭어, 농어가 작은 바다인 양 헤엄을 치고 그 옆으로는 빨강과 초록의 고추가 열려 키 자랑을 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고추와 벼농사를 짓다가 봄, 가을에는 남동생이 잡아 온 물고기를 회로 떠서 판다. 5kg에 5만 원을 받고 파는데 인기가 좋아 장사가 잘된다. 그곳을 지나 진촌해변으로 가면 하늘빛 고운 바다를 만날 수 있다.
▲ 장봉도 가는 배는 삼목선착장에서 탄다.
바닷물이 저 멀리서 들어오고 있을 때 갯벌에서 김필영(53) ‘좋은 친구들’ 대표와 김필선(47) 자매가 바지락을 캔다. 원래 친정이 장봉도 찬우물인데 현재는 결혼하여 학익동과 문학동에 각각 살고 있다. 다섯 자매로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고향이 그리워 일 년에 두세 번은 장봉도에 온다. 찬우물이라는 지명은 365일 찬물이 나오는 샘이라 붙여졌다. 망둥이와 모치(동아=숭어 새끼)가 먹고 싶을 때는 아는 동생이 운영하는 찬우물 펜션으로 놀러 온다며
“이따가 밀물 때 새우 잡아 놓을 테니 둘레길 한 바퀴 돌고 오세요.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인심도 좋다. 낯선 나그네에게 생새우를 잡아주겠다 하니 말만 들어도 배가 부른다. 바구니를 보니 제법 많은 바지락을 캤다. 전망이 으뜸이고 공기가 좋다며 특히 수도권에서 가까워 장봉도 나들이가 편리하여 즐겁다고 덧붙였다. 멀리 바다에 삐죽삐죽 솟아있는 막대기들을 가리키며 장봉도 김 양식을 하는 곳이라고 알려준다. 장봉도 김은 달고 미네랄이 풍부해서 꽤 유명하단다. 가막머리의 해 질 녘 낙조가 최고라며 둘레길을 추천한다.
▲ 진촌해변은 고운 모래가 단단하여 걷기에 아주 좋다. 맨발로 걷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 진촌해변에서 만난 김필영, 김필선 씨 자매
진촌해변은 고운 모래가 단단하여 걷기에 아주 좋다. 맨발로 걷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그 동네에 산다는 여든 살의 한 할머니는 기자를 보자마자
“굴 안 팔아요. 마을 사람이 사기로 되어 있어요.” 한다.
사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도 아닌데.
자세히 보니 작은 굴을 엄청 많이 캐서 고인 바닷물에 담금질을 하며 이물질을 고르고 있다. 굴 따는 연장인 조새를 이용하여 많은 굴을 땄나 보다. 1kg에 1만5000원을 주고 팔기로 예약되어 있어 혹시나 팔라고 할까 무서워 안 판다고 미리 선수를 친다.
노련한 솜씨로 굴을 따서 지나는 객에게 먹어보라고 몇 개를 따준다. 관광객이 먹고 하는 말에 의하면 짜지도 않고 어리굴젓 맛이 나며 싱싱함이 온몸으로 퍼져 너무나 맛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갈매기가 먹이를 발견하면 멀리서도 바로 알아보고 낚아채듯 매의 눈인 할머니의 조새에 팍 찍혀 껍데기에 붙어 있다 나오는 싱싱한 굴이 무지 신기하다. 굴 채취 전문가인 할머니 손길인 조새 움직임에 감탄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 장봉도의 80대 할머니가 노련한 솜씨로 굴을 채취해 지나는 객에게 먹어보라고 몇 개를 따준다.
오늘따라 바다가 참 예쁘다. 청명한 가을 하늘빛이 그대로 바다에 내려앉은 것 같은 물빛이다. 마을길로 접어 국사봉으로 오르는 길에 목줄을 매지 않은 큰 개를 만나 비명을 질렀다. 다행인 것은 덩치만 컸을 뿐 꼬리를 흔들며 나그네에게 놀아달라는 듯 애교를 부려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한참을 실랑이하다 산으로 오르니 그제야 돌아간다. 개도 오랜만에 섬에서 만나는 사람이 반가운 모양이다.
▲ 국사봉 정상 팔각정
▲ 국사봉 정상인 팔각정에서 바라본 장봉도 전경.
국사봉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옹기종기 모인 마을과 펼쳐진 바다 사이로 작은 섬들이 보인다. 장봉도 무장애숲길로 걸어본다. 용유도와 사염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서둘러 옹암해수욕장으로 가니 서울 공항동에서 왔다는 김영선(55) 씨가 낚시를 하고 있다. 상인들과 펜션을 잡아 여섯 명이 야유회를 왔는데 가게에 가서 즉석 낚싯대(1만8000원)와 염장 미끼(3000원)인 지렁이를 사서 낚시를 시작했다. 금세 망둥이를 잡아 올린다. 옆에서 구경하던 여자아이는 투명한 비닐에 망둥이 세 마리를 얻어 넣고는 무척 행복해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도 즐겁다.
▲ 옹암해수욕장의 김영선 씨와 소녀.
▲ 옹암해수욕장에는 유난히 낚시객들이 많이 보였다.
장봉 혜림원과 벽화마을을 지나 옹암구름다리를 건너면 ‘작은멀곳(섬)’ 정자가 있다. 구름다리 통로에는 유난히 낚시객이 많다. 우럭 두 마리가 통 속에 지느러미를 흔들고 있고 그 옆의 작은 통에는 미꾸라지가 꿈틀거리고 있자 그것을 본 한 여인이 “어머, 우럭에 미꾸라지까지 있네.” 하자
낚시객은 “우리가 다 잡았어요. 여기는 미꾸라지도 잡혀요. 하하하~”
실없는 농담에 여인은 “아~ 바다에서 미꾸라지도 잡히는구나.”
능청을 떤다.
“진짜로 숭어, 우럭, 망둥이 수십 마리 잡았어요.”
라고 인천 논현동에서 왔다는 김현선(53) 씨가 곁에서 대답을 하자
여인은 “그 말을 믿어야 할까요?” 반문한다.
그러자 김현선 씨는 예의 인상 좋은 웃음을 머금고 “믿어야죠. 믿습니다. 아멘~”
오가는 길에 그들의 대화가 들려 발길을 멈추고 웃음 짓는 사람들이 많다.
▲ 김현선 씨와 사촌 동생
김현선 씨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보였는데 친동생이라고 한다. 옆에 사촌 동생을 붙잡아 나란히 서더니
“저보다 형님 같지요? 사실은 사촌 동생이에요.”
그 말에 사람들은 힐끗 쳐다보다 깔깔 웃는다. 동생이 어째 형보다 더 형 같이 생겨서.
전북 김제가 고향이라는 김현선 씨는 장봉도에 자주 쉬러 온다. 이곳에서 숭어와 우럭을 많이 잡는다. 또 장봉도 인심이 매우 좋아 펜션도 4인이 8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면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잡은 생선으로 매운탕을 끓여 먹거나 반 건조하여 구워 먹는다. 특히 소라와 낙지는 물이 빠지면 많이 잡힌다고 알려준다.
장봉선착장 근처에 있는 인어상은 이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여인이 되어 들어가지 못하도록 원형의 틀을 만들어 놓았다. 고기를 못 잡던 해에 인어를 잡았던 어부가 살려줬는데 그다음부터 고기가 많이 잡혀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인어상을 세웠다. 섬을 방문하는 이들이 인어상을 하도 만져서 이제 쉽게 만질 수 없도록 그리 한 것 같다.
▲ 옹암 구름다리
▲ 장봉도 인어상.
장봉선착장에서 삼목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누군가 태양을 보라고 알려준다. 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더니 금세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 석양의 모습에 홀딱 반한다. 장봉도에 가면 인심과 인상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또 낙조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훅 빼앗길 수 있으니 단단히 부여잡고 가야 한다.
글·사진 현성자 i-View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