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갈 수 없는 웅덩이가 있다면 즐겁게 건너자!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수산나이세른 글/마리아 히론 글/성초림옮김/트리엔북
현정란
그림책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를 사 놓고 한쪽에 치워놓고 있었다.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발제를 해야 하는 주가 돌아오자 책을 읽어야했다. 솔직히 어쩔 수 없이 책을 펼쳤다. 10일 화요일 저녁에.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이라고?’, ‘가장 멋진 방법이 따로 있나?’, ‘그냥 첨벙첨벙 밟고 건너면 되지.’ 이런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어느새 비가 그쳤네.
비가오고 나면 공기가 참 상쾌해져. 독특한 냄새도 나고.
어? 당팽이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나.
참 멋진 날이다. 새 옷을 입고 놀러 나가야지.
첫 페이지에 나온 글이다.
이 페이지 글을 읽자 다른 책이 생각났다. 유리 슐레비츠의 『비 오는 날』이었다. 그림 풍은 다르지만 또 다른 비오는 날 그림책인가보다 하는 생각에 책장을 넘겼다. 솔직히 조금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의 작가는 ‘비오고 난 후 아이에게 어떻게 놀라고 할까?’ 하는 마음이.
앗, 이런! 웅덩이잖아.
웅덩이에 빠지면 양말은 젖고 구두도 지저분해질 텐데, 어쩌지?
웅덩이를 밟지 않고 건널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 생각났다! 아홉 가지나 되네.
두 번째 페이지 글이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부터 웅덩이를 건너는 아홉 가지 방법이 나온다. 눈과 귀를 모두 가리고 피해 가자, 캠퍼스 전략을 세워볼까? 캥거루 뜀뛰기도 좋아, 외나무다리로 건너자, 징검다리를 만들어 볼까?, 친구 자전거를 타고, 커다란 개를 타도 돼, 그네로 건너자, 곡예사 흉내를 내 보자. 그리고 마지막은 웅덩이에서 첨벙첨벙 논다.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그림책을 다 읽고 나서 “뭐지?”하는 생각이 컸다.
난 단순하다. 그림책을 처음 읽을 때 그냥 그림 그대로 보고, 글 그대로를 읽는다.
솔직히 철학적인 메시지를 주는 책은 책장을 넘기면서 느낌으로 와 닿는 경우가 많다.그런데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처음부터 거부감이 있어서 그랬는지 다 읽고 나서 ‘뭐야?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이 따로 있나? 자기들 생각대로 건너면 되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책장을 닫았다. 웅덩이가 자신 앞에 있다면 옷 버리기 싫은 아이는 어떻게든 웅덩이를 피해 갈 것이고, 그냥 상관없는 아이는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서 첨벙첨벙 물을 밟으며 건널 것이다. 또 옆에 돌멩이가 있으면 그걸 놓고 돌멩이를 밟으면서 조심조심 건널 것이다. 내가 아이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마 신발이 젖는 걸 막기 위해 돌멩이를 찾아 놓고 웅덩이에 빠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건너갔을 것이다. 신발이 젓는 걸 싫어했을 테니까.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물웅덩이를 그대로 밟으며 첨벙첨벙 건너고, 여자아이들은 어떻게든 신발이 젖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과 글 그대로를 읽을 거라 본다. 웅덩이가 내 앞에 있다면 난 어떤 방법으로 건널까? 하고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매개로 웅덩이를 건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다르다? 다르게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건가. 어떻게? 철학적인 메시지로. 참 마음에 안 든다. 결국 인터넷을 켜서 찾았다. 역시나 출판사 책 소개 글에 철학적 메시지가 담긴 책이라고 써 놨다. 여러 블로그에 남긴 글을 봤다. 출판사에서 말하듯 철학적 메시지가 있는 좋은 책이라고 해 놓았다. 그렇다면 청소년을 위한 책이면서 어른을 위한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그림책은 어렵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한다. 그 속에서 어려웠던 일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출판사의 의도대로라면 우리 인간이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일에 처했을 때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서 해결해보라는 것이리라. 결론은 그냥 즐기라는 것이다. 지금 현실이 어떠하든 즐기면서 부딪쳐보라는.
그 순간 난 깨달았어.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걸!
나는 벌떡 일어나, 힘껏 발을 굴러 뛰어올랐어. 펄쩍!
아주 아주 높이 뛰어올랐어.
첨벙첨벙, 팔짝팔짝
해가 질 때까지 뛰어올랐어.
맞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하고 멋진 순간이다. 지금 현재를 즐길 수 있어야한다. 나중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고, 앞으로 일을 생각 할 것이 아니라 현재를 열심히 살고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쉽지 않다. 내일을 생각하고, 내년을 생각하고, 앞으로 다갈 올 미래를 생각한다. 미래를 생각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미래 또한 행복할 것이다. 현재의 즐거움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니까.
<2019.12.11. 아침 8시 33분에>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발제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