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QtbGgSVAM9A?si=f5qQBa3QnM_Eu0hi
저의 엄마
품으로부터
단 몇 발짝도
벗어나지 못
하던 녀석이,
몇 날 며칠을
숨이 금방이라도
멎을 듯
자지러지며
어린이집 문턱을
못 넘어가고 떼를 써
울어대던 기 쎈
귀요미 녀석이,
하루 이틀 점차
시간 지나면서
세상이
제 고집대로 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상 일이 결코
그다지 저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호된 경험을 통해
깨달았음 인지?
아니, 어쩌면
싸나이 답게
마마보이 불명예를
떨쳐내 보고자
맘을 고쳐 먹고
개과천선 하고자
하였든지?
제법 스스로
형님(?)을 자칭하며
의젓한 티를 내면서도,
썩 달가워하진 않지만
그나마 빠이빠이~
인사까지 나누며
어린이집 문턱을
스스로 넘어
들어가던 대견한 녀석,
엄마 하부지를
입에 익히는가 싶더니
금방 정확한 발음
놀라운 어휘 선택으로
나이를 능가하는
의사 표현을 자유
자재로 구사
심중이 정확하고
생각이 딱 부러진,
어렸을 적
딱 저의 엄마의
성품과 성격을
빼닮아간다는
사실을 아는지?
딸아이는
그러했던 저의
어릴 적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흐뭇하고
행복했던 이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파트 엘리베이터
층 표시 단추를 누르며
숫자를 기억하고
가갸거겨 글자 판에서
제 이름 석자를
이리저리 맞추고
골라내고 하더니,
어느새
의자며 책상
소품 용품등
빈 곳이면 어디든
저의 이름을
멋들어지게
그려 낸다
싶더니만,
마침내
국어공책(?)
네모칸 안에
제대로 또박또박
글자를 써넣고,
스케치북에
그림 놀이를
제법 그럴싸히
그려서 이곳저곳
테프를 뜯어다
벽에 붙여 놓고
자랑질에 이어
미주알고주알
설명을 붙이기도 하며,
공부와 학습에
완성도를 높여감을
눈여겨보며,
함께 놀아주는
즐거움과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에
퐁당 빠져
쉬는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주말 퇴근을
곧장 그 녀석이
기다리는
공도를 향한
버스를 타고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마냥
신통방통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함을 넘어
자꾸만 슬금슬금
욕심이 발동함을
억누르지 못하고,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이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사이좋게
서로 잘 놀며
건강하고
야무지게만
자라 주었으면
싶다가도,
엄마와 아빠
하부지를 비롯한
모든 가족이 저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처럼
친구들, 아이들
대중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품 넓고
가슴 따뜻한
아이로 폭풍
성장해주었으면,
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고 또한
상대방 속내를
깊고 넓게 이해하는,
풍부한 감성과
넉넉한 인품을 갖춘
인격체로 자라,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주변
사회와 이 세상을
마음껏 사랑하고
공경하며 포용하고
배려할 줄 아는
다정하고 속 깊은
품격남 청년으로
성숙해 주기를,
저의 꿈과
뜻과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주체로서
저의 역할과 몫을
십분 백분 발휘하여
국가발전에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기를,
등등등,
끝없는 욕심을
애써 억누르고,
이제 잠시
만물이 소생하고
생동하는
봄을 기다렸다가
어느 햇빛 곱고
바람 불어 좋은 날,
이 호기심 많고
관찰력 뛰어난
곰살스런 녀석을
봄나들이
산행길에 앞세워
한발 한 걸음
용마산으로
밀어 올려,
거대한 밀집 도시
서울 도심의 침묵 속
고요한 울림과
조밀함으로부터
한가로이 격리된
느긋한 여유로움,
늘 멀리만 봐왔을
숲이 보이는 산,
언제나 그 자리에
우람히 우뚝 선 채
잠잠한 정적 속
또 한 봄을 틔우는
산의 고요한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하고,
사방팔방
아파트 및 빌딩으로
반쯤 가려져
세숫대야만 하게
보이던 하늘도
한 바퀴를 빙
먼 산으로 휘둘러
세상을 온통
넉넉히 감싼
드넓은 파란 하늘과,
그곳에
한가로이 오가는
바람과 구름과
산새들까지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미동을
함께 보고 듣고
관찰하며
기억하게 하리라.
아차산 내림길에
서울 도심의 동 서를
가로지르며
장구히 흐르는
한강 물줄기의
유유히 굽이진
거대한 흐름으로부터
거역할 수 없는
대자연의 위대함과,
그 안에 순응하고
적응해야만
존재 가능한
삶의 이치 안에,
우리의 귀한 인연과
아름다운 사랑이
함께 하고 있음을
깊이 감사하며
이 할배와의
소중한 순간을,
오래도록 두고두고
기억될 추억으로
이 녀석의 심중 깊이
꾹꾹 심어 두리라.
지난해 봄에
시도를 했었으나
그땐 보행기를
탔어야 할 만큼
어렸을 뿐 아니라
당일 날씨가 너무
사나웠던 관계로
용마폭포와
주변 경관만을
돌아보고 나서
다음에 가야 할
산이 바로 저곳이라
가리켜 인지시키고
아예 이번 봄으로
산행 약속을
미뤄 뒀던 터라,
기억력 좋은
귀요미 녀석이
마다하지는
못할 것이지만,
다만
편의점을 함께
오갈 때나
주변 산책길을
나들이할 때면
한 두 차례 씩 꼭
"할아버지 휘야
발이 피곤해요~"
라면서 날 주저앉혀
등을 타고 업히곤
어깨까지 오르락
내리락 깔깔대며
신나 하던 꾀 많은
녀석인지라
행여 산행 길에서도
잊지 않고 꾀를
부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스러움이,
그동안 훌쩍 자라
20kg에 육박한
녀석을 어쩌면
등에 업거나
목말을 태워서
용마산을 오르고
아차산을 내려야
한다는 예감이 다소
부담감이긴 하지만,
주말과 주일이면
부단히 용마산과
아차산을 오르고
내렸던 주된 이유가
이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 과정 중 일부
이기도 하였으나,
내가 누군가?
왕년 군대시절
단독군장에 24km
산악 구보를
밥 먹듯 하며 단련된
11사단 수색대대
유격장에서 제대한
깡체력이 아니던가?
(약간의 뻥)
지금은 비록
삔 발목에 반 깁스를
하고 쩔뚝거리고
다닐지라도!!~
기꺼이 이 녀석을
들쳐 업고 목말을
태우고서라도
용마산을 넘어
아차산을 찍고
무사 귀가하리라는
욕망을 꼭
실현해 보리라.
2025년 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