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수업
로고스서원의 희망의 인문학 이야기 140
일시 : 2020년 8월 21일
장소 : 새빛센터
1.
센터에 들어가는데 허전하다. 늘 보이던 녀석 둘, 보통 6개월인데 거진 10개월 이상 머물렀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 글도 잘 쓰고 싹싹한 아이들이었는데, 없으니 아쉽다. 되도록 빨리 떠나고 다시 오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좋은 이야기로 만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김옥림의 <명품명언>을 읽었다.
2.
“조청”은 오늘 헤어 스타일이 쥑인다. 어디서 본듯한 신식 스타일인데, 넷플릭스로 상영되었던 ‘범죄도시’의 한 주인공처럼 머리를 틀어 올렸다. 잘 어울린다. 명언이 하도 많아서 여기 있는 것 중에 제일 맘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보라고 했다. ‘감사’란다.
해서, 최근에 감사한 것 하나, 감사가 잘 안 되는 것을 하나 적어 보라고 했다.
모두 감사하기 어려운 것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6명 중에 4명이 이곳 센터에서 생활을 통해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을 많이 경험하게 되어서 좋다는 것, 센터장님 부부와 손예진 선생이 사랑을 많이 베풀어 주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태’는 부모님과 최근에 대화를 많이 한 것이란다. 물어보니, 자기가 사고 치고 다닐 때에 집에서 서로 말도 안 하고 지냈단다. 그러다가 이곳에 와서 마음 잡고 대화를 시도했더니 대화가 되더란다. 그리고 부모님의 속마음도 알게 되었다. 겉으로는 화내고 짜증 부려도 속으로는 사랑한다고 하셨단다.
나도 한 마디 걸쳤다. 너희들이 보기에 엄마 아빠가 마음 대로 하는 것 같아 보여도 너희들, 자식들 눈치를 많이 보는 ‘을’이다. 그러니 부모 책임도 무지 크지만, 너희가 먼저 부모님에게 말을 걸어주면, 그분들도 마음 열고 다가온다고.
‘김다’는 어렵게 생활하며 아르바이트하는 누나가 용돈하라며 *만원을 준 것이 감사한다. 미안함도 같이 있다.
3.
오늘 수업은 조금 색다르게 해 보았다. 한 아이가 글을 발표하면 그 글에 대한 칭찬을 하였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쓴 것으로 주제를 만들고, 그것으로 대화를 해 보았다.
4.
‘김태’는 <명품명언> 중 연애 부분을 썼다. 연애란 퍼즐게임이란다.
자, 모두 연애는 땡땡이다, 라고 써 보자.
행복이다, 피끓는 청춘이다, 젊음의 청춘이다. 키우는 것, 곧 만나서 서로가 커지는 것이란다. 와우~~
그리고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라고 쓴다.
5.
‘강’의 글이다. 이 친구 역시 연애 이야기다. 자신은 여자의 성격을 보겠단다. 해서, 각자 자신은 여성의 땡땡을 본다 & 여성이 보기에 나는 어떤 남자다, 라는 것을 각자 쓰고 말해 보았다.
에휴 메모하지 않았구나.
6.
‘김다’의 차례다. 성공과 행복은 노력이라는 주제로 글을 풀어갔다. 자신의 꿈이 ‘마필관리사’라고 썼다.
‘백상’은 마이크 타이슨 이야기를, ‘김동’은 네 잎 클로버와 기회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7.
끝나고 ‘조청’이 살짝 다가오더니 오늘 이 방식으로 수업하면 좋겠다고 한다.
옛 썰~~
8.
수업 중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이 수업을 녹화하면 참 좋겠다고. 아이들이 즐겁게, 신나게 떠들고 자기 의견을 기탄없이 말하는 것, 나름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인문학 수업이, 독서 모임이,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위기 청소년들의 발랄함을 보고, 전염될 거니까.
이렇게 명품 수업은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