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회고..

[빨간우체통]

加七峰 군생활을 회고하며.. [42]

미투데이

빨간우체통 (akrmak****)

주소복사 조회 1819 11.07.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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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0월 중순에 강원도 春川 102보충대로 입영했다.

安東역에 집결하여 입영열차를 타고 春川역에 도착했다.

입영열차가 역사에 도착하니 한무리 제대군인들이 건너편 열차 출입문 난간에 매달려 의기양양하게 우리를 향해 외친다.

"아이고  니들이 제대하는 그 날이 오겠냐고.." ㅠ.ㅠ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들뜬 마음에 아무거리낌 없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우리는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지만  무척이나 착찹하고 암담했었다.

아!! 우리도 저런 날이 과연 올것인지..

그 당시 88서울올림픽 유치로 우리에겐 88년이 와야 제대 할 수 있다며 우리를 88 꿈나무 군번으로 불렀다.

춘천 102보충대에서 며칠을 머물며 군용물품과 인식표 등을 지급받고 각 사단훈련소로 배치 되었다.

양구, 인제, 화천, 홍천 등지로, 잘 뽑히면 수도방위사령부 기타 부대에서 자원들을 뽑아갔다.

우리는 강원도 양구땅 방산면에 위치한 "백두산부대신병훈련소"로 배치되었다.

그 시절 떠돌던 말중에 "인제가면 언제오노 원통해서 못살겠다(인제.원통), 입이 두개라도 할말이 없다(양구)" 라는 그 말들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소양강댐 선착장에서 LST라는 군용 수송배를 타고 양구로 이동했다.

수송선를 타고 조금 지나니 황소머리 부대마크가 달린 수송병사들이 훈련병 몇몇을 시범케이스로 다짜고짜 후려치며 군기를 잡는다.

기세등등한 그들의 위세에 쥐 죽은 듯 웅크리고 앉아 숨소리 조차 내 쉴수 없었다.   

소양강 호수 위를 한참을 거슬러 올라 드디어 선남 선착장에 도착을 한다.

인근에 군용트럭 몇 대가 줄지어 우리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더블백을 메고 60트럭 위에 올라 뽀얀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어디론가 쉼 없이 달린다.

시월중순이었지만 강원도 산골짜기에는 벌써 낙엽이 진 앙상한 나뭇가지에 을씨년스런 바람소리만 매섭게 몰아 치고 있었다.

산등성이 긴 백호터널을 지나니 저 멀리 송현리 백두산부대 신병훈련소가 나타난다.

황량하고 썰렁한 분위기 산기슭에 빛 바랜 훈련소의 모습이 무척 낯설기만 하다.

80년대 서슬퍼런 5共 초창기 三淸교육대에 끌려 온 피교육생들이 이 곳에서 생활하며 정신순화교육을 받았던 곳이다.

이 곳은 山岳지형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첩첩산중이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훈련소 연병장에 도착하니 트럭에서 꾸물거린다며 빨간모자를 쓴 독사같은 조교들이 축구골대를 돌아 선착순을 시킨다.

긴장감으로 잔뜩 움츠려 있는 상태에서 운동장을 서 너 바퀴 뺑뺑이 돌리니 기진맥진 목이 쉬어버린다. 

악바리 처럼 이를 악물고 훈련을 받으라는 것인지 중대막사 앞에 팻말도 "악바리 13중대" 라고 쓰여있다.

한 낮의 뙤약볕에 뒹굴고 한 밤의 찬서리에 고단한 몸을 움츠리며 단잠에 빠진다.

기상점호와 함께 단체구보로 훈련소 앞 냇가로 뛰어가서 세면을 한 뒤 아침식사 후 하루 일과훈련을 시작한다.

함께 뒹굴며 훈련받은 동기생들이 군생활 동안 서로가 의지해야 할 소중한 존재인지를 그 때 까지도 잘 느끼지 못했다.

훈련을 마치고 퇴소식을 거쳐 자랑스런 이등병 약장을 모자에 달면 모든 군생활을 다 한 것 처럼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 뿌듯함도 잠시 병영생활이 시작되는 자대배치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5주간 훈련을 마치니 동기들이 속속 자대로 배치되어 각자 뿔뿔이 흩어진다.

사단본부, 사단수색, 63연대, 65연대, 66연대로..

66연대 본부에 며칠을 대기하고 있으니 고향친구가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찿는다.

연대 작전과에 말년병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고향친구를 만났지만 이등병 계급장에 군기가 바짝 든 신병으로써 병장계급을 보니, 가물가물 하늘처럼 느껴진다.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대기하고 있으니 상병계급을 단 병사가 한밤중에 우리를 인솔하러 왔다.

동기 3명이랑 다찌차량 뒷칸에 오르니 캄캄한 밤중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어디론가 무작정 실려 갈 뿐이다.

음침하고 적막한 산길 한참을 빙빙둘러 어딘가에 도착한다.

더블백을 메고 모두 내리라고 한다.

산 정상 부근 평평한 둔덕에 있는 부대막사 주위는 세상천지가 온통 하얗게 눈으로 뒤 덮여 있었다.

태풍같은 눈보라가 사납게 휘몰아 친다.

그곳은 우리나라 대대급 군부대 중에서 가장 높은 해발1000m 고지에 주둔하는 백두산부대 도솔대대 막사였다.

말문이 꽉 막힐 정도로 휘몰아 치는 눈보라와 기후에 완전히 압도 당한다.  

6,26 동란 때 귀신잡는 무적해병 정신이 서려있는 도솔산!

그 천연요새 바로 아래에 있는 부대가 백두산 도솔대대다.

그렇게 무지막지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광경은 난생 처음으로 보았다.

말그대로 시베리아 벌판에 휘몰아치는 눈보라다.

폭풍처럼 불어오는 눈보라에 얼굴은 물론 눈 조차 뜰 수 없었다.

인솔 상병을 따라 희미한 불빛이 보이는 막사에 들어서니 도솔대대 PX였다.

난로가에 옹기종기 모여 우두커니 말 없이 그냥 서 있을 뿐이다.

긴장과 두려움에 떨고있는 이등병의 초라한 모습..

밤늦은 시간 눈쌓인 험한 길을 잠시 머물며, 차량지원을 다시 받아 겨우 GOP 자대로 이동한다.

저 멀리 구비구비 펼쳐 진 GOP 경계등의 황홀한 불빛, 가까이 다가 갈수록 으시시하고 음산한 분위기, 드디어 천봉대대에 도착한다.

적막한 산하, 온 산이 쩌렁쩌렁하도록 거친 북한말투의 대남방송이 울려 퍼진다. 

대대막사 근처 낡고 비좁은 소초에 겨우 비집고 들어가니, 새우잠을 잘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준다. 

하룻밤을 자고 오전 일찍 중대 인솔상병과 함께 순찰로를 따라 가칠봉 중대본부로 향한다.

加七峰(1242m) 이곳을 포함 일곱 봉우리를 더해 금강산 일만이천 봉우리가 된다는 곳이다.

이곳이 대한민국 휴전선 GOP라인 최고봉에 위치한 가칠봉중대 OP다.

북한 초소와의 직선거리 680m

여명과 함께 아침 햇살이 밝아오니 기묘하고 신비로운 장엄한 광경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가칠봉에서 내려다 본 펀치볼(Punch Bowl)의 운해가 무아지경을 이룬다.

右측으로 우람하게 솟아 있는 대암산 봉우리 左측에는 을지전망대가 북녘땅을 바라보며 솟아 있다. 

백두산 부대에서 군 생활 하지 않은 이상 결코 이런 광경을 그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펀치볼, 해안분지 이 곳은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民通線!

군생활 하며 그나마 민간인을 접할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것은 고립된 생활에서 오는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 그리고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위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민간인들을 구경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바라 볼 수 있는 것은 하늘 높이 자유롭게 나는 갈가마귀 떼만 보일 뿐이었다.

이등병 시절에는 쓰레기 버리러 가서 소각시킬 때가 유일한 혼자만의 시간이다.

잠시나마 고향의 가족들을 떠올리며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GOP에서 기쁨과 즐거움은 고향에서 날아오는 편지와 소포들 그리고 한달에 두어번씩 찿아오는 "황금마차" 라고 불리는 이동PX 차량, 그 황금마차를 손 꼽아 기다리곤 했다.

지금도 가끔 "안성탕면과 다이제스트 비스켓"을 사서 먹어본다.

그 때 그 맛이 나는지..ㅎㅎ

그렇게 해서 신병 때와 병장시절을 두 번이나 GOP에서 근무하며 병영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전역했다.

1988년 3월 가칠봉을 뒤로하고 조금의 미련도 남김 없이 그 곳을 떠나 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땅을 밟아 보고싶다.

땀과 눈물이 서린 그 곳을 찿고 싶어진다.

가끔 그 시절을 되새겨 본다.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니 모든것이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양구에서나 맛 볼 수 있는 곰취며 더덕과 두릅, 거점방어훈련이나 거점보수작업 나가면 지천으로 널려있던 산나물을 고추장에 쌈을 싸서 먹던 쌉싸름한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내일이 지나고 모레가 되면 사랑하는 아들이 군에 입대를 한다.

사랑하는 나의 소중한 아들아 !

너의 군생활 동안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네가 당당하게 무사히 군생활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돌아오는 그 날까지 마음 든든히 너를 보듬어 지켜주고자 한단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파이팅!!

大韓의 모든 장병들아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들아 항상 씩씩하고 건강하시라!  

빨간우체통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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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추가

40

1

[6사단 청성 전우회장]

지금은 길도 좋고 막사도 훌륭 합니다 어디로 갈지 모르나 아드님이 잘해 낼것 입니다

[빨간우체통]

네~ 잘 할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7월11일 육군훈련소 입소해서 후반기 교육까지 마치고, 추석연휴 지나서 자대배치 받아 지금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그저께 연락이 왔습니다.

[올라이프]

이글을 다른곳에서 보기는 했을때 참 군생활 기억이 아련하게 나실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저는 이 부대 출신은 아니지만 저때 군시절이 떠오릅니다

[빨간우체통]

~^^ 이글을 보셨군요.
아들이 입대하기 전에 [다음.아고라] 수다방에 제가 썼던 글입니다.
아들한테도 입대하기 전에 보여주었지요.
7월9일날 써서 다음날 읽어보라고 했더니
녀석 표정이 조금 겁먹은 것 같더군요 ㅎㅎㅎ
7월11일 입대하여 지금은 충북 음성에 있는 부대에 배치되어 군생활 시작하고 있습니다.

[조봉숙 (태철엄마)]

빨간우체통님~ 글을 읽으면서 숙연해집니다..나라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아드님 사랑하는 마음까지 오롯이
느껴집니다..아드님도 아버님처럼 무탈하게 군생활 잘하실겁니다..

[빨간우체통]

네.. 병영문화가 많이 바뀌었겠지요.
다른건 몰라도 병영막사라든가 주변 시설들이 많이 좋아진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아들녀석이 지금 배치된 곳의 부대장님도 몇년전에 백두산부대 사단장하셨던 분이 사령관으로 근무하고 계시더군요.
이것도 인연이구나 싶어, 감사하고 있습니다. ^^*

[26가족]

예전에비해 모든것이 많이 좋아진 군생활.....
아드님도 아마 군생활 잘해낼것이라 믿습니다...

[빨간우체통]

네 감사합니다.^^*
얼마전에 백두산부대 신병훈련소를 잠깐 검색해봤더니..
최신건물에 최신시설들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정말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생활시설과 근무환경 그리고 보급품들은 최전방 격오지 사단으로 풍족하게 지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넓은지경]

반갑게 잘 읽었습니다 88년생인 저희 아들이 말씀하시는 백두산 훈련소를 거쳐 x5연대 산하 부대에서
말년 복무중입니다 우체통님의 글을 읽으며 중간 중간 아들과의 대화 내용이 떠올라 많이 그립네요~~~
그곳에서의 젊은 청년의 삶이 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구요 지금의 후임들도
선임들의 발자취를 거울 삼아 잘들 해내고 있습니다 건승하십시요 충성~~^^* 아드님의 군생활도
무사무탈 건강하게 아버님의 백두정신으로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빨간우체통]

~^^*
단결!! 찿고 잡자!(그때 그시절 사단구호입니다)
강원도 양구땅은 우리나라에서도 정말 독특한 분위기 이색적인 곳이랍니다.
군에 있을땐..
뭐 이런곳이 다 있나? 싶었는데,
제대후 세월이 흐르니,,
정말, 애틋한 정이 가는 곳입니다.
아드님도 남자로써 여러 추억을 간직하며 마음이 깊어져서 돌아 올겁니다.

[재우아빠]

글 잘일고 갑니다,,,아드님도 군생활 무탈하게 잘해낼것입니다,,,

[161C주경인맘]

빨간 우체통님 백두산 전우회 봉사단 카페 가입을 추천 합니다..
회원님들과 함께 함다녀 오세요..
이달 8일 양구에서 양록제가 있답니다..
혹 동기분을 만나실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빨간우체통]

경인맘님 빨간우체통도 백두산전우회 회원이걸랑요~ ^^*

8일날은 아들 면회갑니다.
자대배치받고 첫 면회랍니다..
충청북도 음성으로 갑니다.

경인맘님! 뵐때마다 반가운 마음입니다.
백두산부대 화이팅!

[161C주경인맘]

긍게요..혹 닉네임이 같은분이 계신가 해서요...
경인이가 그날 무대에 선다기에 짠 아들이랑 함께 갈랍니다..
아드님 면박 잘 다녀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