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를 떠나며...

[남궁]

이제 바르셀로나를 떠납니다.

물론 한국으로 가기 위해 갈리시아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한데요,

입이 방정인지, 지난번 제가 '지중해성 기후'라며 날씨 타령을 하며 불만을 토로했더니,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조금씩 선선해지더니 지금은 완연한 가을이 돼 있는 듯합니다.

11월이 되면서 여기도 그늘에 있으면 쌀쌀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아무래도 여름은 아니라서요.

그렇지만 여기는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는 겨울이 덜 춥지요.

그 뿐만 아니라, 툐요일(29일) 밤을 기점으로 여기 '섬머타임'이 끝나, 동절기인 우리나라와 8시간 시차로 환원되었는데요,

그 사이에 서울에선 '할로윈 데이' 축제를 하다가 대형사고가 터졌던가 본데, 

어쩌다 그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안타깝고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바르셀로나 신문에 보도된 '이태원 압사 사건' (위)

지금의 저처럼 외국에 있다 보면, 가급적 (한국에서의)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는데,

북한에서 NLL에 폭탄을 쏘았다는 등, 요즘엔 특히 안 좋은 소식들만 이들의 TV를 장식하고 있어서,

또, 한국이야? 할 정도로 제 개인적인 입장도 궁색해지다 못해 우울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떠날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서 3주를 보냈는데, 제가 여기 바르셀로나를 떠나기에 앞서, 나름 뭔가 정리를 하고 싶긴 한데,

무엇보다도 이 집 안주인인 '까르멘'의 정성스런 보살핌이 있어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요, 

날마다 이렇게 옷을 빨아 챙겨준 까르멘(위, 아래)

'마놀로' '까르멘' 부부와(위, 아래)

그래서 저도, 까르멘이 몇 년 전부터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는 이 집 벽면에 '인어'를 그려주는 일을 하게 된 거랍니다.  

물론 제 본격적인 작품 벽화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이 집의 손녀딸들을 앞세워 벽화를 그리게 한 일로, 

가족 축제로 이어진 건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마놀로'와 두 차례 축구장에도 갔었답니다. (위)

그리고 제가 1990년에 와서 살았던 동네에도 몇 차례 올라,

지금은 많이 바뀌어 사람들도 떠나거나 죽어 몇 사람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제 젊은 날 어느 기간동안 함께 했던 그들과의 재회를 즐기기도 했고(다음에 오게 된다면, 어쩌면 더 줄어들 거지만...... 근데요, 이제 연세들이 있어서, 사진을 찍자고 말할(요청할) 수 없어서 그냥 만나기만 해서 자료 사진은 없답니다.),

현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지요.

늘 아쉬움은 남는 거지만,

어쩌겠습니까?

지금 저에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해야만 하고 그렇게 여기 생활을 정리합니다.

이제는 '갈리시아(Galicia)'에 가서 뵙기로 하겠습니다.

[오리발]

깐 까라예우 젊음 다섯 친구들 소식도 접해 봤나요?

[남궁]

그들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다섯 중 하나의 행방에 대해선 아무도 모르고 있고(사람 만나는 걸 피하는 듯),
젊은 나이라 다들 바빠서,
그들 중 셋만 만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