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의 이번 시즌 신인 중 주목을 받는 선수는 2명이다. 한 명은 이미 개막전 4번 자리를 꽤찬 나지완이고 또 한명은 2차 지명 맨 마지막으로 지명된 화순고 출신 내야수 김선빈이다. 한국 야구 위원회 프로필에 올라있는 신장이 164Cm이니 실제로는 그 보다 더 작을 것이라는게 중론. 물론 164Cm의 키로도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긴 충분하다.
지난 2경기에서 공격력 부재로 2연패한 타이거즈이기에 벌써부터 팬들은 타이거즈 공격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 경기 한 경기마다 팀의 승리를 갈구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일부 팬들이 김선빈의 기용에 대한 제안을 하고 있다. 2루수 김종국의 공격력이 빈약하고 발데스의 공격력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김선빈의 기용을 주장하는 것이다.
시범경기에서 김선빈은 .393 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고, 빠른 발을 이용해서 3루타도 쳐내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아직 신인티를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본인이 관람한 경기에서도 2루 수비에서 설익은 플레이를 몇 번 보여주었었다. 이렇듯, 현재 김선빈이 김종국에게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시범경기에서의 맹타 하나 뿐이다. 물론 그가 잠재력이 큰 내야수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시범경기 맹타의 검증되지 않은 성적을 가지고 그가 배테랑 김종국을 밀어낼 이유는 아쉽지만 없는 듯 하다.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우리 히어로즈같은 팀을 제외하고 생짜 신인 야수가 2명이나 주전 라인업에 들어오는 팀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아와는 다른 처지이긴 하지만 삼성 선동열 감독이 오프시즌 동안 주전 기용에 대한 언급을 수차례 했던 최형우, 박석민은 개막 2연전에서 대타로만 나왔을 뿐이다. 이들은 작년 2군 공동 홈런왕 출신이다. 최소한 김선빈보다는 그래도 검증된 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전에는 극악의 타격능력을 보여주는 조동찬이 기용되었다.
기아는 이미 신인 나지완의 4번 기용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 바 있는데, 2경기의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해서 또 다른 신인 내야수를 주전으로 내는 것은 매우 큰 위험부담을 안고 시즌을 치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4월 한달간 팀을 정비한다는 의미에서 이런저런 시험을 해볼 수 있다고 말하는 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은 프로팀이라면 시범경기에서 이미 다 끝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전의 부상이나 장기적인 극심한 부진도 아닌 상황에 배테랑 주전선수를 교체하는것은, 시즌 전체로 볼 때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시즌 초부터 안정된 운영을 포기하고 모험적인 수를 두는 것은 승부의 때를 잘못 포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종범과 같은 선수는 예외다.
김종국 선수의 수비는 국내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선수의 공격력이 시원치 않다는 건 프로야구에 관심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10년 이상 타이거즈의 주전 2루수, 국가대표 주전 2루수를 지켜온 건 월등한 수비 능력 때문이었다. 냉정히 놓고 볼 때 앞에서도 말했듯이 김선빈이 김종국에게 가지는 비교 우위라는 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범경기 몇 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고 해서 김선빈이 김종국보다 낫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
물론 신인 선수를 키운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SK의 최정이나 한화의 이범호 같은 선수는 부족한 수비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주전으로 기용되면서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4월 한달이 지난 후에이루어져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때도 팀이 하위권을 맴돌고 있거나 김종국, 발데스가 동반으로 2할도 안되는 타율, 혹은 2할대 초반에서 허덕이고 있다면 그 때 고려해봐도 늦지 않다.
기아 타이거즈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팀의 운영이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중심이 잡히지 않은 팀의 운영에 선수들도 들쭉날쭉이었고 라인업도 무너져 있었다. 고정된 라인업이 가동된 경기가 많지 않았다는 것은 그 팀이 항상 불안정했다는 것이다. 몇 경기 더 연패를 하더라도 나는 현 라인업을 유지해야한다고 본다. 장성호-나지완-최희섭이 부진하다고 해도, 중간 계투진이 이틀 연속 실점을 했다고 해도, 4월 한달간은 부상이 없는 이상 기다려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시 한번 잊지 말아야할 것은 타이거즈는 지난 시즌 꼴찌 팀이고 최근 3년간 2번 꼴찌한 팀이다. 목표는 4강 진출이지 우승이 아니다. 지금은 너무 성급한 판단을 하며 열불 내지 말고, 기다리면서 팀이 정상화 되는 걸 지켜보는 게 합당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올해 김선빈 선수에겐 분명히 기회가 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선빈 선수를 열렬히(^^;) 응원한다. 본인도 165Cm의 단신족으로서, 이 선수가 제 2의 이종범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