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가 포수의 머리 위에 앉았다. FC서울은 <3-4-3>이 아닌 <3-5-2>를 들고 전주월드컵경기장 잔디 위에 섰다. 전북현대모터스의 최강희 감독은 이번 경기도 포항스틸러스와의 일전처럼 치열한 중원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신형민과 김남일이 나란히 선발 출전한 것은 그 방증이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전략은 한 마디로 "상대가 가장 잘하는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기"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전북의 강점은 전방 압박과 측면 공격에 있다. 우선 서울은 압박을 받지 않기 위해 미드필드를 포기했다. 독수리의 생각은 이러했을 것이다. '압박을 받지 않으려면, 공을 소유하지 않으면 돼.' 서울이 점유율을 높이고 횡패스를 빈번하게 했다면, 전북의 날선 가위가 그것을 잘라내 골문을 위협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전북의 닥공을 역이용하겠다는 노림수가 분명했다. 봉동이장 최강희는 상대가 누구인가에 관계 없이 홈에서는 응당 공격을 퍼붓는다. 닥공에 열공까지 더한다. 전북의 이주용은 다리에 경련이 나도록 위로 위로 올라갔다. 최철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은 독수리가 기다렸던 바이다.
전반기 성남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환상적인 가위차기로 골을 성공시켰던 서울의 박희성은 윤일록과 함께 이날 전술의 핵심이었다. 두 선수는 계속해서 상대 빈 집의 쪽문을 두드렸다. 어쩌면 이주용과 최철순에게 문단속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하는 경고와도 같았다. 일단 중앙을 거치지 않고 한 번에 올라온 공을 잡게 되면, 어딘가 점찍어 둔 곳이 있는 마냥 직선을 그리며 달려갔다.
단순히 선분만 그린다면 상대 진영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직접 슛을 하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공을 받을 동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로인이나 코너킥, 프리킥 등을 얻어내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때는 도형을 완성시킬, 즉 득점을 완성할 다른 점들이 유유자적 걸어 올라올 수 있다.
서울은 점유율 44%, 공 소유 시간 26분 44초를 기록하는 동안 총 22번의 세트피스 기회를 얻었다. 나는 이것이 매우 의도된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전북은 세트피스 수비가 고질적인 문제이다. 전방 압박으로 경기 운영을 할 때는 이런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상대가 자신들의 위험지역까지 올라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이 세트피스에서 득점하지 못했지만, 소수로 다수의 체력을 소진시킨 효율적인 작전이었다. 그리고 서울에게는 득점을 위한 다른 대안이 남아 있었다.
프레싱도 할 수 없고 터치 라인도 파고들 수 없어서, 전북은 하늘을 올려다 봤다. 봉동이장이 김남일을 빼고 레오나르도를 넣은 것은 상대 페널티박스를 향한 빠르고 정확한 크로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측면 자원 한교원이 나오고 카이오가 들어간 것도 제공권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카이오는 세 번의 슛을 했고 모두 유효했다. 카이오가 투입된 뒤 이동국은 비로소 상대 골망을 출렁일 수 있었다.
자세히 관찰한 사람들은 발견했을 것이다. 이동국의 골은 이주용의 후방 크로스에 의해 터졌다. 레오는 상대 코너 플랙 근처에 다달을 수 없어 등진 상태로 크로스를 했다. 눈을 감고 올린 것과 다를 바 없기에 공을 정확히 동료에게 전달할 수 없었다. 서울이 무승부에 만족하는 척 했기에, 전북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서 있었다. 그러나 서울의 에벨톤, 오스마르, 고명진이 차례로 등장한 것은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는 복선이었다.
원문 보기 ☞ G.U.T [목소리] "FC서울 독수리 최용수의 숨겨진 발톱 <1>선분과 도형"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22R 전북현대모터스 1 : 2 FC서울, 전주월드컵경기장
1. 민경훈(2014.08.23), "이웅희, '김남일 뚫고 헤딩슛 작렬!'", OSEN
http://sports.news.naver.com/photocenter/photo.nhn?albumId=41039&photoId=883914&category=kfootball
2. 민경훈(2014.08.23), "최용수 감독,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OSEN
http://sports.news.naver.com/photocenter/photo.nhn?albumId=41038&photoId=883883&category=kfootball
첫댓글 최용수감독 약은 여우같은 느낌? 상당한 지략가
개별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90분 안에서도 상대 변화에 따른 대처가 대단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상당한 지략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