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엄마-괴짜 아들, 신명나게 놀아보세 얼쑤~국악 母子 고주랑-이희문 7월 31일 첫 합동공연 최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소리꾼 고주랑(왼쪽), 이희문 모자. 선글라스 차림에 현대적으로 멋을 낸 두 사람은 마치 가요기획사 대표와 소속 가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꼬마는 엄마의 베개를 꼭 끌어안고 장롱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장롱 안에서 울다 지치면 안방 화장대로 가 엄마의 빨간 립스틱을 발라봤다. 멀리 일본에 공연하러 갔다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가 그립고 원망스러워서다. 마흔이 넘은 그때 그 꼬마는 요즘도 가끔 여장을 한다. 국악계 괴짜 소리꾼 이희문(42)이다. 그가 모친인 고주랑 명창(71)과 다음 달,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1990년대 공식 무대를 은퇴한 고 명창이 참여하는 공연 ‘사제동행’이다. 서울 마포아트센터가 올해 처음 여는 국악 축제 ‘온고지신’(7월 10일∼8월 2일)의 뜨거운 정점이 될 듯하다. “어려서부터 제 연습용 카세트테이프에 얘가 자기 소리를 덮어써 녹음해 놓곤 했어요. ‘끽끽’ 소리로 제멋대로 따라한 걸 들어보면 ‘얘는 커서 노래 잘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고 명창) 어쩌면 다행인지 몰랐다. 모친은 아들이 소리꾼이 되는 게 상상만 해도 싫었다. 고단한 예인의 길을 걷는 건 자신만으로 족하다고 봤다. 민요 ‘금강산타령’을 곧잘 따라 부르던 아들은 사춘기에 가수 민해경을 쫓아다니더니 가수가 되겠다고 했다.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한 뒤엔 뮤직비디오 조감독이 됐다. 그렇게 자기 길 찾아가나 보다 했는데…. 민요 록 밴드 ‘씽씽’의 리드 보컬로 무대에 선 이희문. 동아일보DB “친구 춘희(이춘희 명창)가 아들이 민요 흥얼거리는 걸 듣더니 ‘야, 너 소리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농담이려니 했는데 아들이 몰래 춘희를 사사하기 시작했더라고요.”(고 명창) 이 씨는 인생길을 돌고 돌아 26세에 예인의 길에 들었다. 어머니가 한사코 말렸던. 이번에 ‘사제동행’ 공연을 제안 받고 이 씨는 어머니의 소맷자락을 끌었다. “정식 교육은 춘희 이모에게 받았지만” 어려서부터 엄마의 레코드판을 들으며 따라 부른 게 최고의 교육이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씨는 최근 세계적 주목을 받는 민요 록 밴드 ‘씽씽’의 리드 보컬이다. 뾰족한 힐에 긴 가발 차림. 뮤지컬 ‘헤드윅’ 주인공처럼 무대에서 민요와 록,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깬다. “꼬마 때 엄마가 외출하면 옷장에서 엄마 옷도 꺼내 입어 봤어요. 요즘 하는 ‘씽씽’ 같은 작업들은 감추고 있던 제 안의 여성성, 그리고 결핍된 부분을 무대에서 드러내고 확인받으며 치유하는 과정이죠.” 예인의 삶조차 반대하던 어머니는 이제 “해괴한 이희문”의 넘버원 팬이다. 실은 고 명창의 ‘소리 길’도 평탄치 않았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열일곱에 가출했다. 충북 단양, 서울 등지를 떠돌다 낯선 가정에 수양딸처럼 정착했다. 19세에야 전수 학원에서 민요를 배웠다. “평소에 집에선 여느 모자처럼 대화가 없어요. 그런데 최근 공연을 준비하며 어머니를 인터뷰했고 스토리를 알게 됐어요. 제가 직접 치마저고리를 입고 그 역할을 무대에서 해보며 이해하게 됐죠.”(이 씨) 두 사람의 첫 합동 무대는 다음 달 31일 오후 8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린다. “외할아버지 고향이 강원도 정선이에요. ‘정선아리랑’을 비롯해 경기민요의 백미인 ‘노랫가락’ ‘창부타령’을 엄마와 함께 부를 거예요.”(이 씨) ‘음악동인고물’ ‘놈놈’ ‘숙씨스터즈’ ‘먼데이씨스터즈’ 등이 찬조 출연해 전통과 파격을 오가는 신명 나는 마당을 펼친다. 모자는 나란히 선 실루엣만으로 노래 이상의 메시지를 선물한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야말로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는 사실을. 2만∼3만 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창부타령
게시일: 2016. 9. 23. Provided to YouTube by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Korea 깊은 사랑 세 번째 이야기_민요삼천리
게시일: 2018. 5. 9. 민요삼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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