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 장시우
섬강에서 / 장시우
열리지 않는 섬
꽃망울을 피어 올린 몸짓은 힘겹다
눈뜨지 못할 아침이 찾아와
나무를 흔들어 깨우고
햇귀는 그늘을 지운다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풀꽃은 잠시 흔들렸다
가슴깊이 물이스며
들숨 날숨이 뒤섞인 섬강은
뿌리 속으로 물이 들었다
물떼새 날갯짓 따라 흐른다
눈감으면 발목에 감기는 강물소리
그는 울음을 강바닥에 묻었다
그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나는 달맞이꽃과 같아서
그에게 가서 입을 맞춘다
풋잠처럼 씨앗처럼.
[당선소감]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있었습니다
무작정 그 길을 걸었습니다
한참 걷다 보니 과연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어디로 이어지는 길인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주저앉아 돌아가고 싶은 순간
문득 눈앞에 보이는 이정표 하나,
길 열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길을 물었을 때 가르쳐 주신
양진오, 오봉옥, 이충이 선생님께,
늘 힘이 되어주는 남편과 두 아들 준호, 준형이
그리고 내 편에 서서 함께 길을 걸어준 친구에게
늘 빚쟁이가 되어 살아가는 느낌 지울 수 없습니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처음 길을 나설 때 신발끈 조여 매는 마음으로
이 길 걷겠습니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심사평]
예심에서 넘어온 12편의 작품 중 진유의 `풍경' 장시우의 `섬강에서' 김린의 `눈이 녹지 않는 집' 김정학의 `가벼워지는 집' 장은선의 `산골 폐교에서'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장은선의 `산골 폐교에서'는 폐교가 간직한 세부를 무리없이 담아냈으며 김정학의 `가벼워지는 집'은 집에 묻어 있는 삶의 얼룩들이 정감있게 형상화되고 있으나 후반부가 소홀했다는 느낌이다.
김린의 `눈이 녹지 않는 집'은 생의 온기가 빠져나간 현실을 밀도있게 다뤘지만 거기에 그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유의 `풍경'은 한(생각)을 담아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그 부족함이 없다는게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장시우의 `섬강에서'도 문제점이 없는것은 아니나 유연하고 신선하다.
신춘문예가 작품의 완벽성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과 새로운 비젼을 제시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것이고 보며 기쁜 마음으로 `섬강에서'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이상국 시인